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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2/10 00:12:55 |
Name |
The Drizzle |
Subject |
자, 잘된점을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 |
스타리그 4경기를 보고 나서
'와! 저렇게도 이길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김성제란 선수는 정말 특이하게 이긴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최근 그의 vs 이병민, vs 서지훈, vs 박성준 모두 하나같이 정상적인 경기는 없었죠. 다 본진이 완전 밀리거나 거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어떻게 이겨나가는... 진정한 스타일리스트라는 느낌을 팍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경기가 끝난 뒤, 피지알에 접속하면서 내심 그 독특한 플레이에 대한 찬사를 기대를 했지만, 대부분의 리플들에서는 패인분석, 또는 아쉬움을 과다하게 토로하는 등의 내용들이 다반사군요. 물론 경기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조금 아쉬운 면도 보이긴 했습니다만, 한편의 정말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준 두 선수에게 모두 고맙습니다. 아니, 두 선수 뿐만 아니라 오늘 경기를 펼친 8명 모두가 참 수고했다는 말 드리고 싶습니다.
1경기 박지호 vs 오영종
대박 매치업이었죠. 신 3대 프로토스...라고 하지만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보여주는 두 선수의 대결이었으니 사실상 현재 프로토스의 최고의 포스를 가리는 경기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그리고 맵도 개척시대, 아직 무궁무진한 전략이 숨어있는 미개척지인 맵에서 펼쳐지는 경기여서 상당히 기대를 했습니다.
오영종 선수의 초반 가스... 실수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오영종 선수가 한 것이기에 왠지 '초반 미네랄 체취를 위한 일꾼 조절' 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창호 9단이 한수를 두면 왠지 뭔가가 있는것 같죠;
분명 초반 분위기는 박지호 선수가 가져가고, 또 전략도 괜찮았습니다. 빠르게 발업질럿을 확보하면서 순간적으로 오영종 선수보다 병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때 발휘되는 오영종 선수의 스타급 센스!!! 입구를 파일런으로 좁히며 박지호 선수의 드라군과 질럿을 분리시키는데 성공합니다. 1경기의 최고의 승부처는 바로 거기였죠. 박지호 선수에게 가장 유리한 타이밍이었는데, 오영종 선수의 센스에 막혀버렸으니까요.
그 이후로는 테크트리가 앞선 오영종 선수가 박지호 선수의 멀티타이밍을 정확히 잘 노려서 러쉬를 해서 무난하게 승리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우승자 징크스도 있고, 박지호 선수의 최근 포스가 정말 장난없어서, 박지호 선수의 승리를 어느정도 예상했습니다만, 역시 우승자라 그런지 여유와 센스가 철철 넘치는 오영종 선수더군요.
맵의 특성을 살리거나 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두 선수의 치열한 수싸움과 센스싸움이 볼만한 경기였습니다.
2경기 박성준 vs 변형태
이 경기를 보면서 2001Sky 김동수 vs 김정민 선수의 경기가 생각났습니다. 그 당시 가림토스...로 질럿한기 아끼며 컨트롤에 신경쓰던 김동수 선수가 이상하게 멀티멀티멀티 하면서 병력을 흘리기도 하지만 장기전 끝에 시나브로 시나브로 김정민 선수를 밀어내면서 승리를 가져갔던 경기였죠. 자신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면서(바꾼건 아닙니다만, 그 경기에서만큼은...) 경기를 풀어나갔던 김동수 선수...
앞마당 먹고 4해처리 이후에 저글링 러커로 테란의 약한 타이밍을 노려 엄청난 컨트롤로써 승부를 결정짓던 박성준 선수의 기존 스타일이었지만, 오늘 앞마당을 먹고 3번째 해처리를 멀티에 건설하면서 후반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며 '어어?' 라고 했습니다.
물론 박성준 선수가 운영으로 장기전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여준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만, 최근 러시아워라는 맵에서 꾸준히 4해처리를 보여줬던 박성준 선수였기에 충분히 놀랐습니다.
아무튼 멀티를 계속 가져가면서 변형태 선수의 한방 병력과 중앙에서 힘싸움을 하는 모습은 마치 박태민 선수의 그것을 보는 듯 했습니다. 중간에 무탈리스크를 사용하긴 했습니다만 박성준 선수의 트레이드마크 컨트롤이 아닌 그냥 힘싸움에서 흘려버리는 모습도 보여줬구요. 멀티가 깨지든 말든 계속 복구해 가면서 히드라, 럴커로 꾸준히 힘싸움을 벌이고 또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김동수 선수가 오버랩이 되더군요.
멋있었습니다. 히드라 럴커+다크스웜이라는 고전적인 조합으로 테란의 막강한 화력을 걷어내는 모습이... 수많은 저그유저들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히드라로 베슬을 꾸준히 잡아내는 모습도 환상적이었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타이밍에 정확히 다크스웜을 쓰는 모습은 역시 박성준이었습니다.
이제 투신에서 운신의 영역까지 발을 디디며 한단계 성장한 그 모습에서 이번시즌이 그에게는 꽤나 밝게 느껴졌습니다.
3경기 최연성 vs 김근백
최연성 선수의 여전한 발컨트롤;;이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화력은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했습니다. 김근백 선수의 중반 저글링빈집털이나, 멀티를 가져가는 타이밍은 괜찮아 보였지만 최연성 선수의 진출 타이밍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멀티 이후에 병력이 가장 부족해지는 타이밍을 정확히 찌른 최연성 선수의 러쉬에 김근백 선수가 빈집털이도 해보고, 병력 끊어먹기도 해봤지만 그 화력을 막아내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던것 같습니다.
앞마당만 먹고 (미네랄 멀티는 계속 견제를 받았기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죠 중반까지는) 어떻게 그렇게 끊임없이 많이 나오는지... 첫번째 진출 병력의 수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역시 최연성 선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분명 시작할때 4마린 이후에 배럭스 쉬면서 더블커맨드 할때까지만 해도 일반 테란이란 별반 다를 바 없는데, 자원이 활성화만 되면 역시 가장 무서워지는 선수입니다.
파이어벳도 몇기 흘렸고, 마린도 흘리고... 자원채취도 방해를 받았는데... 어쨌든 무서운 최연성 선수였습니다.-_-;
4경기 김성제 vs 박성준(삼성)
사실 오늘의 하이라이트 경기였죠. 어느정도 일방적으로 끝난 앞의 3경기에 비해 대박역전극이기도 했구요. 많은 분들이 박성준 선수의 아쉬웠던 점과, 김성제 선수의 여러가지 미스플레이를 손꼽으면서 '졸전'이라고 칭하시는데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아쉬운 점들도 있었습니다만 그런 점들을 통해 이 두선수의 나이스플레이들이 묻혀서는 안되겠죠.
김성제 선수의 초반 가스러쉬와 2질럿(3질럿이었나요?) 러쉬는 일품이었습니다. 드론 3기정도 잡고, 저그의 멀티를 한동안 방해하면서 테크트리까지 엄청 늦추는데 성공했으니까요. 이후에 저글링 난입을 허용한건 아쉬웠습니다만, 그거 다 지나고 중반부터 김성제 선수의 플레이가 정말 재밌었죠.
끊임없이 몰아치는 박성준 선수의 드랍, 지상공격, 드랍, 입구뚫기 등등의 모습은 그와 비슷하게 생긴 누구의 플레이를 연상시켰습니다. 진짜 끝까지 폭풍이 몰아치며 박성준 선수의 멀티는 하나씩 늘어가고 김성제 선수는 섬멀티 하나 먹고, 앞마당진출이 상당히 어려워 지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앞마당 게이트웨이가 도대체 몇번 깨진것인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진짜 꾸역꾸역 어떻게 어떻게 막아내고, 6시 섬멀티를 확보하고, 예술적인 스톰능력을 보여주고... 환상적인 방어능력을 보여주면서 경기를 자기것으로 만들어 내는 모습에서 전율이 일었습니다.
정말 신기한건... 템플러가 어떻게 그렇게 많이 나오죠-_-? 물론 옵저버, 커세어 등 가스먹는 유닛을 적게 뽑아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지만... 질럿보다 템플러를 더 많이 뽑으면서 방어와 게릴라를 해내는 모습은 김성제 선수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성큰과 히드라가 있는데 셔틀로 드론을 잡아내는 모습... 엄청나게 몰아치는 박성준 선수의 공격을 한순간 집중력이 흐트러 졌다면 못막았을터인데, 막아내는 모습... 그리고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근성...
박성준 선수도 대단했죠. 정말 '난 815에서 히드라 러커, 저글링 아니면 안쓴다' 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몰아치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잠깐만 시간주면 프로토스가 살아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겠죠. 그래서 그렇게 몰아친 것이겠죠. 일부는 오버로드에 태워서 리버 옆에 내리며 입구를 뚫어내려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더군요.
김성제 선수가 앞마당을 끝내 못지키고 밀릴때만 해도 경기가 거진 끝난줄 알았습니다만... 경기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해설진의 표현대로 정말 스타크래프트 스토리를 보는 듯 했습니다.
좁은 입구를 저글링 히드라로 뚫어내려는 장면은 예전 최진우 선수의 그것을 연상시키더군요.(올드팬들은 기억하시죠? 다크템플러, 하이템플러, 아콘, 캐논, 다크아콘이 버티고 있는 로템 8시를 온리 저글링으로 밀어내던...)
멋진 경기였습니다.
4경기 하나같이 멋진 경기였습니다! 라고 말하면 너무 오버섞인 발언인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유별난 '졸전'은 없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 취향, 내 기준과 너무 다른 경기였다고 졸전은 아닙니다. 6마린 더블이 이기는 전략이라고 해서 그 전략을 쓴다고 무조건 이기는 것도 아니고, 그 전략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진다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2경기와 3경기, 어느정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경기양상을 보며 스타크래프트에 대해서도 식상함을 느낄법도 했지만 4경기와 같이 이런 경기가 나오기에... 저는 아직도 스타크래프트를 봅니다.
시험기간인데, 큰일났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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