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별로 황우석 교수의 줄기 세포 연구에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줄기 세포 연구
성과의 진위 여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맞겠죠.
그 것은 어차피 과학적 사실 판단에 대한 문제일 뿐이지
가치 판단의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더불어 줄기 세포로 부터 비롯한 생명공학의 문제 즉 생명
복제을 중심으로 한 기타등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는 가치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생명 복제라는 것이 초유의 일이고 우리에게 있
어 종교와 같은 상상적 논란 이상의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닥쳐봐야 어떤 의미가 발생할 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명 복제라는 것이 제가 지금 구입을 벼르고 있는 알루미늄
주전자 처럼 다만 공산품의 의미만 가지게 될 지, 아니면
영혼과 신의 영역, 그리고 인간의 존재 본질에 대한 주요한
정체성적 질문이 될 지, 또는 프랑켄슈타인으로 부터 비롯한
공포와 혐오 그리고 질시가 동반된 동정등의 광기적 사태를
불러오게 될 지 지금은 그저 알 수없기 때문에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솔직한 저의 판단 입니다.
생명 복제에 대한 기독교적 공포의 근원엔, 야훼의 형상을
따서 만들었다는 원천적 복제물인 아담과 그 복제물의 줄기
세포(갈비뼈)로 복제한 이브의 근친적 교접을 통해 생산
확대 된 인류라는 종족의 '언제라도 다른 종족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근원적 소외감과 절망감이 깔려있겠기에 이해를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를 둘러싼 일들에 무관심
한 것만은 아닙니다. 이 사태의 진행은 미스테리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기에 그 자체로 말초적인
흥미진진함을 자극하니까요. 그래서 단순한 사건 전개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태도를 취하고
있죠. 반전의 반전을 기대하는 건 다만 손바닥에 땀을 움켜쥐며
재밌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순순한 관객으로서의 욕구일 뿐이지
여타 다른 목적성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제가 밸이 꼬이는 것은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느낌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분명
미스테리 스릴러인 줄 알고 영화를 보러 들어왔는데, 이 놈의
영화가 애초의 광고와는(아! 그러고 보니 애초의 광고는 과학
다큐멘터리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느새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달리 예비군 훈련장에서 틀어주는 애국, 애족 영화인 것 같다는
의심이 스물스물 기어나오더라는 것이죠. 사실 저 처럼 애국,
애족엔 별달리 관심이 없고 어젯밤의 음주가무로 피곤하고 졸리
기만한 예비군에겐 결국은 수면을 유발할 밖에요.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게 이 놈의 영화가 볼륨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좀 자볼려고 비스듬히 등을 기대고 머리에 맞지도 않는 빌려온
전투모를 깊숙히 내려썼는데 당췌 너무 시끄러워서 평온한
수면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다시 밝히지만 저는 솔직히 아래 이야기들에 대해 관심이 없거든요.
이 영웅 과학자가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오고 그를 통해 헐벗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떵떵거리는 나라로 만들어 줄런지 아닌지,
저 때려죽일 PD가 개인의 명예욕 때문이거나 또는 그저 밤에 절륜한
정력을 보여줄 것 같은 잘생긴 교수님에 대한 숫컷으로의 질투 때문에
잘나가려는 우리나라와 위대하신 과학자님에 대해 괜한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다만 영화가 죽인다는 귓동냥에 별다른 정보 수집없이 영화를
보러 왔다가(요즘은 인터넷에 깔리는 '오빠 이 영화 죽여요.'
'몸이 달큰달큰 달아오르는 영화에요.'등등의 고혹적인 영화 감상문
조차도 기획사에서 조작하는 것임을 익히 알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대완 다르게 별로 보기를 원치 않는 애국,애족 영화를 억지로
봐야하는 입장에서 다만 돈이 아까우니까 그 시간에 잠이라도 좀
자 볼려는 이 불쌍한 관객을 위해서 볼륨 정도는 줄여달라는
소박한 소망만이 있을 뿐이거든요.
그런데 저 놈 때려잡자, 이 놈들 싸잡아서 멍석말이 해야돼! 라고
산지사방에서 웅성대니 도저히 달콤한 졸음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기가 힘드네요. 아, 애국, 애족 영화에 감동받고 눈물 흘리며
'함께 가자'고 주먹을 불끈쥐지 않으면 관객의 자격도 없는
건가요? 내 돈 내고 내 시간 쪼개서 보는 영화인데 말이죠.
제가 아는 녀석 중에 넷 닉네임을 '광기미학'이라고 쓰는 녀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광기에도 미학이 있나요?
그러고보니 개인적 경험으로 '미친년 꽃다발'에 대한 아름다운
미학적 추억이 있기에 개인적 광기에 서리는 섬득하고 찰라적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야겠습니다만..
집단적 광기에 대해서는 별로 따뜻한 기억이 없네요. 벌판에
흩어져있는 발가벗기운 수많은 시체의 떼거리가 표현하는 퇴폐적
군무에서 황홀함을 찾는다면 별 수 없습니다만....
저 교수님이 창세에 남을 영웅일지, 이 PD가 미스테리 스릴러의
민완 주인공이 될지, 스토리 자체만으로만 본다면 요건 대박날
만한 시나리오인데 제작비 투자자가 '대한민국 애국 애족 위원회'
로 결정나면서 아무래도 영화가 졸라 재미없게 만들어 진 것 같다는
게 음주가무로 인한 졸음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볼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보고 있는 불성실한 관객으로서의 저의
영화감상평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아 씨바..볼륨 좀 줄여줘..잠 좀 자자!!"
....zz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