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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07 22:59:23 |
Name |
SEIJI |
Subject |
스타 삼국지 <30> - 대세론 |
김은동 감독이 임요환을 찾아온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MC용준이 건네준 리플레이를 보여주며 화면 가운데 MC용준이 직접 파일런으로 쓴
"홍진호 바보"를 보자 임요환의 두 눈에서 왕방울만한 눈물이 글썽거렸다.
"우리와 뜻을 같이하겠소?"
"이를 말씀입니까. 찬하의 간웅 홍진호를 몰아내기위해서라도 이 미약한 힘이나마 기꺼이
보태겠습니다."
그리고 임요환은 새,끼손가락을 꽈악 깨물었다. 피가 흐르는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붙잡고
화면 가운데에 서플라이로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라고 쳐넣었다. 그리고 리플레이를
저장해 김은동에게 갖다주었다.
김은동이 나간뒤 손가락에 빨간약을 바르고 새살이 돋는 마데카솔을 바르던 임요환은
연신 걱정이 되었다.
'홍진호같이 눈치빠른자에게는 얼마안가 모든 일의 전모가 탄로날것이다. 그전에 미리
대책을 강구해야...'
그 날 이후, 임요환은 최신형 컴퓨터를 한대 장만했다.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터넷
웹서핑을 하며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밤낮을 바꿔가며 인터넷을 하다보니 수염도 제대로
깍지 않아 턱에는 잔수염이 지저분하게 나있었고 머리는 일주일째 감지않아 미스터사탄
처럼 부풀어올라 머리가 배로는 더 커보였다. 낮에는 자는라 해를 쬐지 못하니 얼굴은
점점 초췌해져 눈밑에 다크서클이 역력했고 일주일간 빨지 않고 입은 흰색 츄리닝은
음식물자국과 알수없는 정체불명의 얼룩등으로 꼬질꼬질하게 되어 파리가 꼬였다.
그야말로 역랑없는 인터넷 폐인이었다.
박용욱과 최연성이 그 꼴을 보다보다 못해 골방에 틀어박혀 인터넷을 하는 임요환에게
찾아갔다.
"이게 뭡니까? 형님!! 이 꼬락서니가 뭡니까?"
"안녕하삼? 왜 그러셈 ㅋ,ㅋ"
"혀..형님!!"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
"...드!"
"연성아!"
완전 인터넷 폐인이 된 임요환의 모습에 두 아우들은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그저 혀를
끌끌 차며 밖으로 나왔다.
"뭐? 요환이가 인터넷 폐인이 되었다고?"
"예. 요즘은 그저 방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네이버 뉴스 리플란에 들어가 악플 달며 스타
커뮤니티에서 다른 프로게이머 안티짓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 눈으로 보기에는 믿을수가 없다. 직접 나에게 데려오너라."
"알겠습니다."
홍진호의 부하가 임요환을 데리고 왔다. 실로 보름만에 맞는 뜨거운 햇빛에 임요환은
제대로 눈을 뜰수 없었다.
꼬질꼬질한 차림의 임요환을 보며 홍진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요즘 큰일을 하고 계신다면서요?"
순간 임요환은 움찔했다. 자신의 야망을 감추기 위해 인터넷 폐인 행세를 하며 은든형
외톨이 흉내를 내던것이 홍진호의 날카로운 눈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단 말인가...
그렇게 겁에 질린 임요환을 두고 홍진호가 껄껄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래, 악플러는 할 만하오?"
임요환은 그말에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 홍진호가 아직은 그 모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거로구나... 마음이 놓인 임요환은 때낀 손톱끝으로 일주일째 감지 않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눌하게 웃었다.
"예..예에... 악플을 달며 욕을 먹으니 그 쾌감이 찌릿찌릿한게 왜 다들 악플을 달고 안티
짓을 하는지 알겠더군요. 헤헤헤"
그런 임요환의 모습을 보니 홍진호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 아무리 봐도 이자는 자신과
함께 천하를 놓고 대결할 만한 인물은 못되는듯 싶어 그동안의 자신의 걱정이 기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 이리로 오시구려. 여기 맛좋은 맥주가 있으니 한잔 들이키며 이야기나 나누도록
합시다."
그렇게 홍진호와 임요환은 공원 정자에 앉아 서로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갑자기
비가오려는지 하늘에 검은 구름이 끼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가득끼이며 소나
기가 잔뜩내리더니 곧 언제 비한방울이라도 내렸는양 먹구름이 걷히고 밝은 빛이 구름
사이에서 솟아나며 구름을 걷어내는 바 그 모습이 어떤 형상을 만들어냈다.
"보시오. 언제 비라도 내렸는양 시치미를 떼고 있는 저 하늘을... 저 구름의 움직임이 마치
김대기의 적절한 미소 같지 않소이까."
"그... 그렇네요."
"김대기는 한때 그 적절한 전략과 표정으로 대세라고 불린 인걸중의 인걸이외다. 한때
PGR과 스갤등 여타 스타 커뮤니티에서 대세로 통하며 어떤 스타 짤방이건간에 그가 끼지
않으면 스타 짤방이라고 말하지 못할정도로 그의 포스는 대단했소. 가히 대세의 지존이라
할만하오. 요즘에는 그를 대체할 대세가 없어 스타 팬들은 하나같이 허전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소. 그나마 여럿 대세들이 김대기의 빈자리를 체우려고 발버둥을 치려는 찰나
그래 공은 현재 최고의 대세가 누구라고 생각하오?"
김대기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대세론으로 넘어가자 임요환은 적잖이 당황했다.
"저...저.. 같은 인터넷폐인이.. 감히.. 대세를 논할수 있겠습니까?"
"인터넷 웹서핑을 하며 보고 들은것도 많을 것 아니오. 말해보시구려."
그저 모른척 빨뺌하려는 임요환을 홍진호는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임요환이 잠시 생각
하다 마지못한듯 말했다.
"베르트랑은 어떻습니까? 효자인데다가 어머니에게 송금까지 해서 스갤 최초 대세가
되었으니 그를 대세라고 부를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한물가고 한물가 쉰내까지 나는 대세요. 또 베르트랑은 이미 프로게이머계를 떠났
으니 언급할 가치가 없소."
"그럼 최수범은 어떻습니까? 3테란을 유행시키며 3체라는 독특한 체가 만들어지는데 크게
공헌을 했으니 대세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봤자 3체라는것도 그저 말장난일뿐, 이제 사람들은 3체를 쓰면서도 최수범의 존재를
점점 잊어가고 있고, 또 그는 결정적으로 대세가 될만한 표정이 없기에 사진합성에서도
그렇게 임펙트가 없는 바 곧 잊혀질 거외다."
한때 최고의 대세라는 베르트랑과 최수범을 홍진호가 하나같이 깍아내리자 임요환은
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럼 박태민은 어떻습니까? 최근 영구없다 표정과 역변태로 합성계의 떠오르는 뉴 합성
요소가 되고 있으니 가히 대세라고 말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영구없다 표정은 이제 이미 묻혀진지 오래고 그외에 다른 부가요소가 없으니 그저 대세
옆의 조연정도로 남을순 있어도 최고의 대세는 될수 없을 것이오."
"그럼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캐리어 김은 어떻습니까? 캐리어 사랑이 남다르지 않습니까?"
"훗. 그깟 캐리어야 나의 디바우러와 스컬지에 먹힐것이외다. 그럼 곧 잠잠해질테이니
말할 가치가 없소."
"곽동훈은 어떻습니까? 그라면 한때 파포에 대세는 곽동훈이라는 멘트로 날린 대세가
아닙니까?"
"그런 인위적인 술수로 대세는 만들어지는게 아니외다. 곽동훈 따위는 벙커속의 말라빠진
SCV따위일 뿐이오. 이르든 늦든 반드시 내게 사로잡힐 위인이외다."
"이병민은 어떻습니까?"
홍진호의 심문같은 물음에 임요환은 다급해진 마음에 이병민까지 끌어냈다.
대체 뭘 하는지도 확실히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입영민인지 달쿠달스인지 헷갈려
자기 자신은 그런 게이머가 있었나 하고 한번도 대세라고 여겨 본적이 없음에도 홍진호가
재차 물어대자 할수없이 주워넘긴 것이었다.
"카트게이머는 대체 끌어대서 뭘 어쩌겠다는 것이오. 언급할 가치도 없소이다."
"퍼즈걸고 코푼 강민, 헤드폰 거꾸로 쓴 지영훈, 화장실 간 조정현은 어떻게 생각하십
니까?"
"그들은 말할 가치도 없는 소인들이오. 그야말로 시시한 한철 대세일 뿐이지."
홍진호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초롱초롱한 두눈만은 임요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임요환은 그처 어리숙한채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리기에만 급급했다.
"지금 제가 댄 사람들을 빼면 저 요환은 실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러자 홍진호는 그동안 임요환이 두려워하던 소리를 입밖에 내놓았다.
"무릇 대세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자연스레 만들어지며 한철대세가 아니라
영원히 모든이의 기억속에 각인될 임펙트를 가져야 하오. 그러기 위해선 다음의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바, 일단 첫번째 대세가 될만한 언행이나 말, 독특한 개성 외모등
을 가져야 하며 둘째 합성소스로 쓰일 독특한 순간 표정이 있어야 하며 셋째 모두가 쇼킹
할만한 경기결과가 있어야 하오."
그렇게 말하고 홍진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임요환을 쏘아보았다. 임요환은 그저 어눌
하게 대꾸했다.
"그런 사람이 누구이겠습니까?"
"정말 모르시겠소?"
홍진호가 다짐하듯 그렇게 묻더니 손가락을 들어 임요환을 가리킨뒤 "나" 라고 하고
자신을 가리킨뒤 "바로 너!"라고 호탕하게 소리쳤다.
"지금 천하의 대세라면 오직 임요환과 여기 홍진호만이 있을뿐이오!!"
순간 임요환의 눈앞은 깜깜해졌다. 그동안 홍진호에게 자신의 큰 야망을 내보이지 않기
위해 억지로 인터넷 폐인생활을 하고 머리를 안감고 저도의 악플러 활동을 했지만 홍진호
의 예리한 눈초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자 온몸에 힘이
빠지고 진땀이 흘렀다.
자신도 모르게 임요환은 손에 쥐고있던 마우스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마우스가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고 빠진 볼이 데굴데굴 바닥을 굴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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