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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07 18:59:45 |
Name |
현금이 왕이다 |
Subject |
뒤늦은 So1 결승 오프 후기. |
사실 결승전에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볼 생각이었거든요. 저희 집은 TV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친구 집엔 있느냐? 녀석도 없습니다...
친구의 온게임넷 아이디로 실시간 방송을 볼 생각이었죠. 또다른 친구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결승전 안보나?'
잠시 후, 답장.
'형, 인천 가는거야?'
'......'
으음... 결승 실시간 방송은 엄청 끊길테고, 지금까지 결승전 한 번 안가봤다는게 말이 돼?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가는 거야~~~~~~~'
친구 녀석의 차를 타고 인천으로 직행.
저녁을 먹지 않은 관계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포장을 정중히 부탁. 계산을 하는데 너무 싼겁니다. 디너타임이라는 군요. 런치타임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하여튼 훈훈한 마음으로 대학 정문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안내판 하나 없고 아무래도 이상하더군요. 알고봤더니 체육관은 아예 길건너 다른 동에 있었습니다.
사실 체육관 바로 앞에 가기 전까지도 여기가 맞나 싶었습니다. 그 흔한 현수막 한 장 걸어놓지 않다니.
약 7시 30분경 도착. 경기장 입장.
어둡고 뿌연 공기, 함성, 타임머신에 앉아있는 두 선수의 포스.
캬아~ 이런게 바로 현장감 아니겠습니까?
벌써 1경기는 한참 진행중이었습니다.
오영종 선수의 캐리어 숫자를 보니 임요환 선수의 패색이 짙어보였습니다.
역시나 임요환 선수의 gg.
쉬는 시간, 자리를 잡기 위해 입구 맞은편 임요환 선수의 응원석 쪽으로 돌아들어갔습니다. 자리는 없었는데 뒷편 구석에 플라스틱 의자들이 쌓여있는게 눈에 띄었습니다. 높이 확보를 위해 5개를 집어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잘 보이더군요. 하하...
2경기 시작.
초반, 임요환 선수가 유리해보였으나 아무리 격추해도 쌓여만 가는 오영종 선수의 셔틀, 그리고 엄청난 드랍.
임요환 선수 gg.
김동수 선수와의 결승전 때 섬맵(이름이...)에서의 경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도 왠지 서두르는 느낌이었는데.
'침착해라, 요환아.'
2경기 후 쉬는 시간이 길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볼일을 보러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
화장실이 하나 였습니다. 사람이 몇인데 @#@%#$#@$#$#@$
다른 건물로 갈까 했는데 진행요원이 한 번 나가면 못들어온다고 하더군요. 밖에서는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저는 7시 반에 들어와서도 자리잡고 앉아있는데 말입니다.
하여튼 진행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겨우 볼일을 보고 들어가니 벌써 3경기 진행중.
임요환 선수의 칼같은 타이밍. 이건 그냥 칼이 아니고 사시미 였습니다.
오영종 선수 gg.
침울해있던 임 선수의 응원석에 활기가 돕니다.
그런데 해설자 분들의 말은 왜이렇게 울리는 겁니까? 거의 알아들을수가 없으니...
게다가 지미짚에 매달린 카메라는 자꾸 경기 화면을 가리고...
4경기 시작.
몰래 투팩토리, 드라군 퇴로 차단, 올인 천만년 조이기, 임요환의 타이밍.
오영종 선수 gg.
전용준 MC가 멘트를 날립니다. '오영종 선수! 박지호 선수의 전철을 밟을 겁니까~~~'
박지호 선수가 들으면 가슴이 무너지겠습니다.
경기 후, 오영종 선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감독과 코치가 오 선수의 등을 두드리고 오영종 선수는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5경기 시작.
긴장됩니다. 정말 긴장되더군요.
임요환 선수의 본진 투컴셋을 비웃는 오영종 선수의 정석 빌드.
저는 오 선수의 이전 경기들 - 다크, 리버 등등 -이 모두 결승전 경기를 위한 심리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벌쳐와 탱크로 드라군을 포위공격할 때, 이겼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달려드는 질럿과 일시에 시즈모드하는 탱크, 나오지 않는 후속 병력.
쌓여가는 캐리어, 커세어...
임요환 선수 gg.
그렇게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
경기 후, 선수석에 앉아있는 임요환 선수의 모습이 하얗게 타버린 죠와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오영종 선수 우승 축하드립니다. 정말 무서운 선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정말 냉정하고 차갑고 빈틈없는, 그러면서도 모든걸 쏟아 넣을 줄 아는 선수입니다.
돌아오는 길.
임요환 선수의 3회 우승을 기원하는 커다란 응원도구를 들고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 잔치는 막을 내렸지만 곧 또다른 경기가 시작될거고 우리는 또 열광하겠죠.
그리고 그 중심에 그들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형, 그거 알어?"
"뭐?"
"지금까지 온게임넷 스타리그 2회 우승자들은 전부 로얄로드 출신이라는 거."
"김동수, 임요환, 이윤열, 박성준... 헉, 정말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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