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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07 03:01:04 |
Name |
용살해자 |
Subject |
경기 잘봤습니다. |
안녕하세요. 김태관입니다. 아이디는 빌려 쓰는 겁니다.
경기는 무척이나 잘봤습니다. 도움을 주신 이재균 감독님을 비롯해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정말 잘봤습니다.
음..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뭐부터 이야기 할까요.
뭐랄까, 모든 분들이 느끼고 계시겠지만, 염치없게도 그 때 느낀 감정을 이야기 하고 싶네요. 차근차근 하나 하나 이야기 하겠습니다.
일단 집에서 조금 오랫동안-2002년부터- 스타리그(나아가 e스포츠?)를 보아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플레이에 감동먹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수들의 노력하는 모습에 매료가 되었습니다. 한손만 자유로워서 게임은 잘 못해도, 저는 그들이 경기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단지 스타크만 아니라, 커프도 그랬고, 쥬라기 원시전도, 조선의 반격도 그랬죠. 물론 지금은 스타크만 남았지만요.(워3는 안봤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혼자 본다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물론 혼자 보는 게 재미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 같이 본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단체로 관람한 적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딱히 제가 사는 지역엔 이동수단이 없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가는 집 형편도 아니었고요.
그러다 올해 천안에 전철이 개통되었고, 지하철, 전철에 장애인용 엘레베이터가 생겼습니다.(엘레베이터는 올해 생긴 게 아니긴 하지만 채 2년이 안됐죠. 아마.) 네. 처음으로 밖으로 혼자의 힘으로 이동할 수 있는(작은 도움이 필요하죠) 출구가 생긴 겁니다.
처음엔 세상 밖에 나가는 게 겁이나서 안나가다가, 가까운 수원에 대전이 원정을 오게 됩니다(..이건 축구얘기) 그리고 처음으로 경기장에 가서 대전을 응원했습니다. 다 같이 응원 온 서포터들과 함께 말이죠. 그 때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짐을 했죠. 다음 스타리그가 전철타고 갈 수 있다면, 꼭 가겠다고요.
그리고 소원 스타리그가 인천에서 했습니다.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임요환 선수가 결승에 올랐구요. 거기다 역에서 내려서 도보 15분 이랍니다. 그러면 역에서 이동도 쉽고요. (아직 장애인 택시나 콜벤이 널리 보급이 안됐죠. 그래서 전철이 있어도 선뜻 나오기가 힘듭니다.)
최상의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갑니다! 라고 선언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본적인 시설이 있던 축구경기장과는 다르죠. 그래서 저 혼자가기도 그렇고, 몇년간 온라인상에서만 알고 지내던 분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겸 겸사 겸사 알아봐 주셨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래 피지알에 글을 올렸고, 다행인지 하늘에서 도와주셨는지, 이재균 감독님이 도움을 주셨죠. 그리고 파포를 통해서 pd님과 작가님에게 연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에 갔습니다. (조금.. 고생 했습니다.)
그리고 염치 없게도, 맨 앞 좌석에 앉아버렸습니다. 생전 첨으로 인터뷰도 하고 그랬습니다. 사실, 인터뷰는 정말로 할 줄은 몰라서 그냥 왔다가 어버버어버버 거렸습니다. (....)
경기 소감은 적지 않겠습니다. 1경기가 아쉬웠다는걸 빼곤(....) 적을 말이 없네요.
다만 한가지는 느낀 게 임요환선수가 부담을 더 받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경기장 분위기도 그랬고.. 그래서 우승을 바라는 욕심은 버렸습니다. 단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바랬고, 거기다 우승한다면 더 좋다. 라고 생각했죠. 임요환선수는 정말 최선을 다 하지 않았습니까? 네. 전 그걸로 충분합니다. 다른 팬분과 마찬가지로요.
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e스포츠의 매력입니다.
같이 경기를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아쉬움을 표현하고 화이팅을 외치고 박수를 보냅니다. 이 이순간의 공통점을 아십니까?
그건 바로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겁니다.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정치인과도, 장애인과도. 모두가. 평등해지는 겁니다. 두 사람이 최선을 다할 때. 그것이 비록 8년이나 된 게임일지라도요.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걸 교감하며 같아지는겁니다. 세상의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고 말이죠. 다른 스포츠과 마찬가지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그것에 매력을 느끼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좋아할리가 없다!고요.
그게 좋았습니다. 혼자만 아니라, 다 같이, 같은걸 느낀다는 게 말이죠. 너무 좋았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너무 좋았습니다.
이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시범님,시즈님,용살해자님,완성님께 감사드리구요. 그리고, 이재균감독님과 온게임넷pd님,작가님, 파포관계자님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혼자서 갔다면 구로역에서 그냥 포기하고 왔을 수도 있었겠죠.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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