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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06 20:38:49 |
Name |
햇살의 흔적 |
Subject |
임요환 선수는 OO에 익숙하다 |
익숙하다
1.손에 익어서 매우 능란하다.
2.자주 보거나 들어서 눈에 환하다.
3.서로 잘 알고 사귀어서 사이가 가깝다.
"선배! 빨리 안오고 뭐하는거에요? 오늘 8시까지 조 모임 인거 잊었어요?"
"아... 그랬었지.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괜찮으니까 빨리 와요. 후배들이 선배만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그 가게로 가면 되는거지?"
"네. 선배 빨리와요."
"알았어."
핸드폰을 끊고 재빨리 지갑을 챙겨 문을 나섰다.
약속 시간에 늦어서 허둥지둥 뛰어가는 것. 꽤 오랜만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도착이다.
"선배님 오셨어요? 얘들아 선배님 오셨어!"
"유후~!!"
오랜만에 갖는 술자리. 후배들은 오랜만의 자리에 기분이 들떠서인지 원샷을 외쳐되며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선배 마시자고요! 우리 오늘 끝까지 가자고요!~"
"선배 좀 마셔요. 언제까지 술잔만 보고 있을 꺼에요."
어제까지만 해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서 인지, 마시려고 해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응 마실께 마실꼐."
"선배 그 잔 빨리 비우고 한 잔 더 받으세요. 거기 핸드폰 좀 그만 만지작 거리시고요."
응? 핸..드폰?
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왼손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도, 내 왼손은.
"담배 하나만 줘봐."
"끊은거 아니었어요?"
후배녀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보로 레드와 라이터를 건낸다.
"한대 피고올께."
자리에 일어서 가게를 나섰다. 이게 얼마만에 피는 담배야..
"후우.... 좋다."
.... 힘들다.
약속시간에 절대 늦지 않는 것.
술자리에서 핸드폰을 왼손에 꼭 쥐고 있는 것.
술자리에서 술 1병이상 비우지 않는 것.
담배 피지 않는 것. 특히 말보로 레드는 더더욱 피지 않는 것.
어느새.. 네게 너무 익숙해져 있었나봐. 네가 챙겨주는 모든 것들이, 나 너무 익숙했나봐.
너와 함꼐한 그 날들. 다시 돌아갈 수 없겠지.
나.. 너무 힘들어.
너와 함께 밥 먹는 것, 쇼핑하는 것, 함께 영화보며 깔깔 되는 것.
나 너무 익숙해져 버렸나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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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속보입니다. 엽기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씨가 구치소로 호송 도중,
탈주하였습니다. 김씨는 인근 민가에 들어가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상황에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매우 긴박한 사태로, 경찰 특공대 및 경찰대원이 다수 출동해 집을 포위하고
있는 가운데, 김씨는 자신의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는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난, 애비없는 자식이었다. 후레자식이라고 놀림받으며, 자라왔다. 그러던 어느날
내 아버지라는 놈이 찾아왔다. 그 사람은 술주정뱅이에 빚쟁이 였으며, 우리 모자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아버지란 존재를 조금씩 저주하고 있을 무렵, 그 일이 일어났다.
"다녀왔습.."
"하아...거기요."
방안에서 들리는 신음소리. 어머니는 지금 이 시간에 가게에 계시다. 제발 내가 상상하는
상황이 아니길 바라며, 난 조용히 문을 열었다.
추악했다. 너무도 더러웠다. 난 참을 수 없었다. 난 이성을 잃었고, 10분 후 정신을
차렸을땐, 내 몸엔 수많은 피, 내 손엔 피를 머금은 한 자루 부엌칼이 들려있었다.
난 도망쳤다. 그리고 아무 까닭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절대 할 수 없었던거 같았던
살인이란 것. 한번 하고 나니, 난 도망치고 살아남기 위해서 살인을 너무도 '익숙'하게
행하고 있었다. 수많은 살인을 행하고, 결국 붙잡혔다. 그러나 난 탈출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왔다.
"반복한다! 흉기를 버리고 자수하라!"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난 알고있다. 이 수많은 피로 더럽혀진 손은 어떤 것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걸.
이젠... 이것도 끝이다.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살인이겠지.
....................
"쩅그랑!"
연막탄이 쳐지고 순식간에 경찰 특공대가 진입한다. 능숙한 솜씨로 잠입한 경찰 특공대는
상황을 파악한다.
"인질은?"
"모두 무사합니다."
"용의자는?"
"...자살했습니다."
"상황 정리해."
살인을 너무도 익숙하게 저지르던 희대의 살인마. 그의 마지막 살인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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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
익숙하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한 것들이 너무도 익숙해서, 그 사람 없이 살아가는게
너무도 힘든 사람.
살인 이라는 극악의 범죄를 너무도 쉽게, 익숙하게 저지르는 사람.
둘 모두, 어딘가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다르다.
익숙하다는 건, 손에 매우 능란하다는 좋은 의미로 쓰일 수도
너무 그 자리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도전을 꺼리는 겁쟁이의 의미 일 수도 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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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인생에는 승리만 있는게 아닌걸.
하지만 말이야.
인생이란 놈에게 처음 졌을땐 화가나고
조금씩 패배가 잦아질수록 화의 강도가 약해지고
결국 패배에 익숙해진다는 건 정말 무서운거야.
'절대로 지지마라.'
이런 각오로 최선을 다해 장애물을 넘으려 노력하면
넘지 못하더라도, 그건 진게 아니야.
단지 잠시 쉬어가는거 뿐이지.
잠깐 움츠렸다가 더 멀리 날아오르기 위한, 그런거야.
난 믿겠어.
당신은 지금 가을에 일어나는 너무도 안타까운 패배에 익숙한게 아니라
정상을 다시 차지하기 위해 가진 너의 다짐, 너의 노력들이 익숙한거라고.
다시 시작이다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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