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 집에 가서... 다섯 경기 모두 즐겁게 봤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새삼스래 느낀 건, 오영종 선수의 가장 뛰어난 점은 물량이나 전략이라기 보다는 운영이라는 점입니다.
1경기, 2경기, 5경기 모두... 이득을 본 순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승리를 일궈내는 모습은, 전성기 때의 박용욱 선수의 운영 같았습니다. -이점이 박지호 선수에게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1경기의 빌드와 운영은 정말 완벽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로보틱스가 강제되지 않는 맵에서, 빠른 다크로 상대를 견제하면서 빠른 앞마당 확보, 그에 이은 빠른 아비터... 어느 하나 흐트러진 부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역시 리콜이후의 마인대박이겠지요. 요즘, 배틀넷 공방에서도 리콜에 대한 대비로 흔히 하는 수법이 그 마인박기인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얻었던 이득을 적극 활용하여 무난하게 이겨내는 그 모습은, 정말 멋졌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경기네요... 정말, 임요환 선수가 뭘 잘못했길래 저렇게까지 밀리나.. 싶었으니까요.
모두가 정석적으로 해서는 테란에게 힘들다고 하던 815라는 맵... 기본적으로 다수운영이 힘든 셔틀운영을 그렇게까지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여준 프로토스 유저는 오영종 선수가 처음이지요.
3경기는 임요환 선수의 칼타이밍이 빛난 경기였습니다.
사실, 근래 들어 임요환 선수의 경기들을-박지호, 이재훈선수 등...- 보면서 느낀 건, '상대가 트리플이면 무조건 칼타이밍!'이란 공식이 들어섰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칼타이밍을 막아내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원팩 더블이나, FD를 상대로 트리플을 가져가지 않을수도 없는 것이 프로토스의 딜레마지요. 그것이 한층 더 성숙해진 임요환선수의 대 플토전의 정체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3경기에서의 오영종선수의 운영은, 조금쯤 의문스러웠습니다. 트리플을 하기 힘들거라 생각될수록 템플러에 의존하며 트리플을 가져가리라 생각했거든요. 3경기는 오영종 선수가 도박을 걸었고, 그 도박을 승부사 임요환 선수가 잡아낸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4경기는... 역시 마인에 의해 죽은 드라군이 아쉽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군요.
처음에 임요환선수가 몰래 팩토리를 하는 순간, 얼마전 msl에서의 임요환 선수와 박정석 선수의 경기가 생각났습니다. '본진 털거나 뒤에 마인밖거나.. 둘 중 하나겠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옵저버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마인을 눈치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던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건, 오영종 선수가 물렀다기 보다는, 역시 임요환 선수의 전략이 빛났던 경기였지요.
마지막 5경기... 5경기에서, 정석적인 2게잇 옵드라를 선택해서 승리하는 모습에서, 그 침착한 운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간 결승전. 그것도 2승 이후의 2패에 이은 마지막 경기... 거기서 아무런 실수도 없이 그렇게 잘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놀랍더군요. 물론, 5경기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다크템플러가 아닌 정석을 선택했던 것 자체가 그만큼 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5경기의 경우에는, 임요환 선수의 늦은 멀티가 약간 아쉬운 경기이기도 합니다. 그 '약간' 늦은 멀티가, 초반의 칼타이밍 러쉬를 흐트렸고, 그 때문에 결국 지고 말았으니까요.
그리고... 5경기 이후의 인터뷰..
사실, 오영종 선수의 인터뷰보다는, 임요환 선수의 인터뷰가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흔히 말하는, '저도의 임까'에 가까운 저도, 그 인터뷰를 보고는 멋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그의 성숙된 모습은, 황제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멋졌습니다.
오영종 선수..
지난주, 최연성 선수를 잡아내었을 때부터, 황제를 잡아내고 김동수-박정석의 계보를 잇지 않을까.. 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군요.
....가을은 뭔가 특별한 계절 같습니다.
특히 프로토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특별한 계절인 것 같네요.
가을의 전설...
예, 새로운 가을의 전설이 된 오영종 선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한명의 프로토스로서- 가을의 전설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