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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1/04 22:48:55 |
Name |
skzl |
Subject |
민감한 그대.. |
도자기를 구울 때에는 그렇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춰놔도
그날 불이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르기 때문에.
불은 사람 마음대로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고생한 것들이 한 순간에 재로 변해버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고나서.
그 다음의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거라했다.
이는 도자기 장인들에게 무척 어울리는 말이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이들.
나는 이들이 장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룰 안에서 모든 종류의 실험을 다 해보며
기술을 극한으로 발전시키는 이들.
일반 스포츠 처럼 과학적으로 분석 가능한 근육의 양을
통하여 선수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 아니다.
그들의 훈련은 마우스와 키보드 스킬을 가다듬는 것 이외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는.
오직 결과만으로만 모든 것을 말해야 하는 정신스포츠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당일날 승패는 예측할 수 없다.
도자기 장인들이 '불'의 변덕을 예측할 수 없다면,
스타의 장인들은 '마음'의 변덕을 예측할 수가 없다.
이전 게임은 빨리 잊어버릴 수록 상책이다.
전날의 결과는 빨리 잊어버리는게 상책이다.
누군가에게 주눅이 들어있다면 그 시합은 이미 반은 지고 들어간 것이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풀어서도 안되고
경기에 무리를 줄 정도로 긴장을 해서도 안된다.
문득 민감한 사람들은 프로게이머를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박지호 선수가 생각나서 써본 글이다.
조지명식 때 상기되어 목소리가 떨리던 그의 모습이 생각났다.
임요환 선수에게 3경기를 내주고 눈에 힘들 주며 분해하던 그가 생각났다.
최연성 선수와 경기에서 조금은 지쳐보이던 그가 생각났다.
박지호 선수. 생각보다 조금 예민한 성격인 것 같다.
나는 같은 팀의 박성준 선수를 생각하라 말하고 싶다.
승리에 대한 굳은 의지로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나
서지훈-최연성-박정석을 이기고
명실상부 최고의 저그 자리를 차지했던.
그때 그 '독한' 박성준 선수를 떠올리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 스타리그에서 꼭 박지호 선수를 만나고 싶다.
그런 마음에서 써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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