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변기에 앉아 공상에 잠긴다.

아인슈타인이 덕분에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에너지임을 알게 되었다.

우주의 모든 물질들은 에너지의 변형된 모습이다.

하지만 우주에서 물질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0.001%도 채 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는 플라즈마 상태로 우주의 대부분이 채워져 있다.

이 우주의 0.001%도 안 되는 물질이라는 상태에서 또다시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존재

가 지구라는 별이고 그 별의 지표면에서 우주적 시각으로는 거의 의미도 없는 3km정도의

대기권의 불안한 보호 속에서 생명들은 존재하고 그 수많은 생명체중에 내가 있다.

그 생명이라는 것은 너무도 연약해서 지구의 궤도가 약간이나마 다르게 움직인다면 아무

렇지도 않게 사라져버릴 존재들이다.

생명은 질기고 강하게 존재해왔지만 그것은 지구라는 환경에 국한된 문제일 뿐 우주적 관

점에서 지구에 생명이 있건 없건 그것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고 소중한 것이다.

내가 물질적 우주에서는 별 의미 없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나는 존재하고 우주를 관찰하며

우주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난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우겨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왠지 너무 공허하게 느껴진다.

때론 과학이야말로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치는 최고의 선생님인 것 같다.

아무리 위대한 척 강한 척 한다고 해도 이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세계를 바라보면 인간은

자신의 자만과 오만이 얼마나 철없는 것인지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인간을 위해 이 무지막지한 공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떻고 아닌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난 그저 존재하고 존재할 것이며 담담히 소멸할 그때까지 또 존재할 것을..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원소들과 유기물들이 언젠가는 흩어져 다른 생명이 되기

도 하고 다른 존재의 일부가 되기도 할 것이다. 지금 그러하듯이...

그렇게 생각이 생각을 꼬리 물 듯이 한참 지나고 나니

변비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