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18편
원문 최초 게시일: 2005. 8. 20.
I remember you were there
Any one emotion,
Any true devotion,
Anytime
Anywhere
-Sarah Brightman "Anytime, anywhere" 중에서
#1
"형, 이, 이게 대체 뭘 뜻하는 걸까?"
태민이 계속 그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나 태민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말이 없었다.
"전화 기록을 아무리 봐도 연성이형이 '다 얘기했을'만한 사람은 민이형밖에 없는데?"
그는 오른손 주먹을 꽉 쥔 채로 태민을 외면했다. 그는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태민의 어깨 너머 멀리 스크린이라도 있는 것처럼, 마치 그 곳에서 테란이 일전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그는 전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말해봐, 연성이형이 대체 뭘 얘기했다는 거야? 사건하고 관련이 있지, 그런 거지?"
"미안하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안 되겠다."
아무리 봐도 요환의 표정은, 분노 충격 또는 배신감, 무엇이든 간에 견디기 힘들 수 밖에 없는, 그런 것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는 돌아서서 걸어나갔다. 태민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뭔가 사정이 있으려니 하고 생각했다. 다만 요환이 걱정될 뿐이었다.
"기껏 전화 기록 봐 놓고선 민이형한테 말도 안 꺼내볼거야? 내가 지금 전화 걸어 줄까?"
방을 나가던 요환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단호하게 말했다.
"민이한테 아무것도 말하지 마. 넌 누구한테도 아는 티 내지 마. 너까지 연성이처럼 보내고 싶지 않다."
그 말을 듣는 태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2
이상한 일이다. 사건에 그토록 관심이 많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열심히 내던 민이가 갑자기 사건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뿐 아니었다. 정감독부터 시작해서 진호, 정석, 용호 모두 패스워드 찾기를 포기했다. 그들 역시 경찰처럼 이 미궁에 빠진 사건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렇게 치부하고 나니 편했다.
난 이제 이 끝도 없는 미로에서 길을 찾지 않겠다. 벽을 부수고 나와버리면 된다.
뒤도 돌아보지 않겠어- 진호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기로 했다. 모기들의 전횡에 화가 난 팀원들이 마구잡이로 뿌려댄 살충제가 문제일 뿐 연성이는 단지 운이 없었던 거겠지.
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제 눈 앞이 조금 밝아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연성을 만났을 때 그가 자신에게 했던 말, 그 의혹, 그것도 잊어버려야 하는 걸까. 진호는 스스로 잊어버리라고 주문을 걸고 있었다. 민규가 그에게 말을 꺼내기 전까지.
"형, 저번에 연성이형 예전 경기 보고 싶다고 하셨죠?"
"내가 그런 거 시켰었나?"
"기껏 찾아서 모아놨더니 시킨 게 기억도 안난다고 하시면 어떡하라구요."
그래. 연성이가 자신이 왜 갑자기 경기가 안 풀리는지 모르겠다고 했을 때, 내가 이 녀석한테 연성이 잘하던 경기 좀 모아달라고 했었지. 하지만 이제 와서 이걸 본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제 당사자도 없는데.
그러나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 민규의 입술이 뾰로통하게 나오자 진호는 덜덜거리며 그의 컴퓨터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민규 입술은 부담스러워서 원.
센게임 Enter the dragon. 정민의 배틀과 발키리를 레이스만 가지고 박살내던 그 경기.
듀얼 Nostalgia. 대 성학승, 마린, 마린, 마린, 또 마린...... LGIBM 팀리그 JR's Memory. 대 전태규, 벌처, 벌처, 벌처, 또 벌처......
센게임 이윤열전 Detonation 탱크 조이기, 스프리스 박성준전 Into the darkness 마린 산개.
질레트 이병민전, 노스탤지어를 레이스 생태관광 특별구역으로 지정하던 기념경기를 마지막으로 진호는 마우스에서 손을 떼었다.
나 자신을 비롯해서 어떤 프로게이머라도 잘했던 경기만 모아서 보면 탄성만 나오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이런 최연성이 내 앞에 앉아서 맵 탄다는 말을 할 줄이야. TG삼보 때 내가 연성이를 상대로 벌였던 혈전도 대단했긴 하지만, 지옥 문이라도 열린 듯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보면 도대체 누가 대적할까 하는 생각이 든단 말야.
진호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한쪽에서는 강민이 연습을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이 아픈 모양이었다. 그는 정석에게 농담을 걸며 기지개를 켜다가 자리를 떠났다. 진호는 마침내 입술을 떼었다.
"민규야, 네가 봐도 연성이 경기가 요즘 이상하니?"
"잘 모르겠는데요."
"혹시 누가 연성이 경기에 손을 댄 것 같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
연습실을 떠나던 강민이 그 말을 듣고서 고개만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저 녀석 질레트 오프닝 인트로를 또 찍고 싶은 모양이군. 그는 그냥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은 왜 요환이 과장된 행동으로 그의 시선을 끌려고 했던 것일까, 그것뿐이었다.
영종이 해준 말에 의하면 PD와 요환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요환은 마치 대단한 비밀, 거부할 수 없는 비밀인 것처럼 자신을 절박하게 바라보았다.
그 때의 요환과 똑같은 눈빛이 강민의 안경 너머에서 빛나고 있다. 감추는 것. 말할 수 없는 것. 그러나 말해야만 할 때, 우리는 대신 거짓을 말한다.
우리는 늘 생각보다 아주 적은 진실만을 알고 살아가지 않는가. 그것은 진실이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거짓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19편
원문 최초 게시일: 2005. 8. 21.
Sometimes I'm crying
Something of me stood
I really can not look at me at empty shelf
Something you have said
Sometimes I'm hurt
I really can not stand of me at empty mind
-Clazziquai "After love"중에서
#1
"지금 상태가 어떤 지 아시면서 인터뷰라니요. 오늘 병원 갔다오고 나서 연습하려면 또 힘들어요."
"병원? 우울증 치료 말이지?"
"마음대로 쓰세요.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다닌다고 쓰셔도 되고, 그냥 미쳐서 다닌다고 쓰시던지, 아무튼 사양하겠습니다."
"같이 가자. 따로 시간 내기 힘들다며. 사진 안 찍을께."
"그런 데 같이 가고 싶지 않아요."
"내가 픽업하러 갈께. 이젠 걱정되서라도 그냥 놔둘 수가 없다. 정말 기사 내 마음대로 쓰랴?"
"휴......"
프로가 인터뷰를 거절하면 되겠냐는 말도 일리가 있다. 다 아는 프로게임계 사람끼리 끝도 없이 매정해질 수도 없는 일이다. 걱정되서 그런다는 데 따라오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쁜 일정과 주변의 가혹한 사건들을 생각한다면 그는 얼마든지 거절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또 임요환이다. 결국 한시간 뒤, 그는 이마부터 턱까지 걱정이라고 써둔 것 같은 표정의 선기자를 진료실 문 앞에 세워두고 상담하러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약을 먹었으면 해서요. 효과가 전혀 없어요. 사실은, 주신 약 안 먹은 지 2주가 넘었어요. 남은거 몽땅 도로 가져왔어요."
"약을 다른 걸로 바꿀 수록 먹기가 힘듭니다. 지금 먹는 약만 해도 살이 빠진다고 불평하잖아요. 결국 안 먹는다면서요."
"먹고 토하든 죽든 간에 다른 걸로 주세요. 좀 나은 게 눈에 보여야 계속 참고 먹지, 그렇게 오래 먹었는데 효과가 하나도 없었잖아요."
"약은 진단에 맞춰 나가는 겁니다. 바꿔 달라고 바꿔 줄 수 있는 게 아니예요. 그리고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겠는데, 다른 걸 써볼까 해도 TCA계열에 알러지 때문에 잘 쓰이지도 않는 약들밖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곤란하네."
"선생님,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동료가 내 눈앞에서 숨도 못 쉬고 죽는 걸 봤습니다. 그런데 프로선수고 주장이라 티도 못 내고, 연습은 계속 하고, 경기도 남았는데 외국에는 들락날락,
선생님, 전 쓰러져도 경기석에서 쓰러지고 싶어요. 그런데 이렇게 밤마다 악몽만 꾸다가 창문 턱에 올라앉을까봐......"
"......"
"선생님. 전 프로입니다. 게임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것뿐입니다."
"허허 거 참, 먹던 약은 정말 2주동안 안 먹은 거예요?"
"죄송해요. 사실은 한달도 더 넘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됐더라-"
#2
"뒤에 타라. 내가 숙소까지 운전할께."
"고마워요."
"당신 몸 당신 하나만의 것이 아니라구. 좀 쉬고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요. 아까 문열고 나오자마자 형 딱 마주쳐서 아주 기절하는 줄 알았네. 형이 서성거리면서 걱정하는 거 보고 간호사들이 우리 사귀는 사인 줄 알았을거야."
"그건 나도 사양이다. 눈이나 좀 붙여."
차가 급커브를 돌아서 그의 머리카락이 창문에 부벼졌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푹 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민이에게 직접 가서 따져 물을까? 아니, 그랬다간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 항상 그것 때문에 미치지, 나 혼자만이 아니란 거, 진호, 훈이형, 또......'
언제부턴가 나의 잠은 모두 빼앗겨버린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어두운 존재에게. 그것이 내 마음 속에서 나가지 않을까봐 두렵다.
'강민......'
요즘 정말로 피곤했던 것일까. 요환은 드디어 잠에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꿈을 꾸듯이 되뇌었다.
'네가 정말로 연성이를 배신한 거라면, 이제 너와 게임에서만 전쟁하지는 않겠어.'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20편(FAQ)
원문 최초 게시일: 2005. 8. 22.
20편은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도발적인 제목을 붙인 이유.
원제는 <왜 그는 임요환부터 죽이지 않았을까?>(1편 #1에 나오는 대사)인데 너무 강한 것 같아서 뒷부분을 뺐습니다.
저렇게 도발적인 제목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 하면, 이 소설의 도입부 자체가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Why Didn't They Ask Evans?>에 대한 오마쥬이기 때문입니다.
몇 편 더 진행되고 사실이 밝혀지면, 1편에 나오는 차 사고에 대해 ‘작가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저런 X파일 같은 이상한 사고의 상황을 만들어야 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미리 해답을 드립니다. 죽어가는 남자가 '왜 그들은 에반스를 부르지 않았을까?'라는 수수께끼의 말을 남기는 초반 한 장면을 연상하며 썼기 때문입니다.
물론 Dame Christie의 소설과는 그 한 장면 외에 단 1mg도 비슷하지 않습니다.
2. 트릭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Organic phosphate를 이용한 두 번째 사건은 수업시간에 문제 풀다가 생각했고, 작중 의사가 하는 말은 제가 그 문제의 일부를 영어로 번역해 넣은 것입니다.
(10편에서 굳이 영어 대사를 넣은 것은 배경이 말레이시아이기 때문이고, 작중에서 감독이 못 알아듣는 이유는 발음이 말레이시아식인 현지인들 때문에 여행때 고생했던 경험 때문이라고 이미 설명 드렸습니다.)
세 번째 사건도, 아직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역시 수업 듣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아무튼 학부생이 쓴 허점투성이 설정이므로 어린이와 일부 철없는 어른들은 따라해도 소용없습니다.
3. 1편 #1에서: 5월에 있었던 사건을 7월에야 이야기한 이유?
전에 리플로 답변을 했는데 중요한 질문이라 다시 씁니다. 7월이 되기 전에는 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4. 작중에서 강민이 항상 무엇인가 먹고 있는 이유
민선수의 지오 시절 사진을 볼 때마다 KTF 음식의 포스를 느낍니다. 항상 무언가를 먹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야만 뺨의 그 적절한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 것만 같았죠.
5. 가림토의 이메일함이 주요 단서가 된다. 그런데 굳이 개고생하면서 패스워드를 풀지 않아도, 이메일 서버업체에 주민등록번호 주면서 요청하면 되는데 왜......
저는 개보련(개인정보 보호운동 연합)소속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6. 도입부에 노래 가사를 넣는 이유
제가 글을 쓰면서 듣고 있던 곡입니다. 그 분위기나 가사를 교묘하게 해당 편 안에 짜 넣어 앞뒤가 연관되게 하는 거죠.
7. 14,15편의 경악스러운 코믹모드
그간 군데군데 넣은 유머가 반응이 좋아서(강민의 엽기적인 대사라던가 김태희 사진, 각종 패러디 등) 한 편 정도는 마음먹고 코믹으로 나가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번쯤 긴장의 끈을 확 놓았다가 다시 확 잡아당기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 다른 인물들은 다 실명 처리 하면서, "선중모"는 누구인가?
실제 인물이 아니라 e스포츠 관련된 3개 미디어를 섞어서 패러디한 가공의 인물이라고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소속 언론사도 "경향우주"로 나오지 않습니까.
패러디는 오리지널이 유명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습니다. 많은 기자들 이름 가운데 저런 이름을 쓴 것도 성기자님이 가장 유명하기 때문이니 널리 양해를......
9. 2편에서 가림토가 바닥에 왼손으로 썼다고 나오는 이유는?
이것만은 철저히 작가 편의에 따른 것입니다. 왼손잡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여와 억이 헤깔릴 정도로 쓰려면 왼손으로 썼다고 해야만 설명이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10. 배역 설정 이유
어쩔 수 없이 그런 역할로 쓸 수 밖에 없는 게이머들이 있었습니다. 임요환, 최연성, 박성준 세 사람은 정말 그 사람들이 아니고는 누굴 딱히 써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음모에 쫓기려면, 쫓기는 사람의 경력이 음모의 스케일에 걸맞아야 합니다.
또한 첫 번째 비극의 주인공으로 써낸 가림토님께는 죄송스러울 따름이지만 하필 소설 쓰기 시작할 때쯤에 해설자 은퇴를 하셔서 더없는 소재였죠.
같잖은 이 소설의 타이틀 롤로 곤욕(?)을 치르고 계시는 임요환 선수는 주변의 불행을 계속 겪고 우울의 바닥까지 떨어지면서도 어떻게든 연습을 하려고 하는, 그리고 후배 게이머들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강한 사람, 그리고 스타판 전체를 좌지우지할만한 키를 쥔 사람으로 설정했습니다.
홍진호 선수는 팀원들과 유머러스하게 어울려 다니면서도 사건 해결에 대해 항상 책임감을 느끼고. 고민하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그러나 사람들을 너무 잘 믿는 게 문제인 것으로 그려갈 생각입니다. 특히 슬럼프를 극복하고자 의지를 불태우는 장면을 계속 집어넣는 중입니다.
(사실 박정석 선수와 콤비로 쓰려고 했는데 도무지 사투리 억양 말씨를 제대로 쓸 재간이 없더군요.)
작중 강민 선수의 역할은 원래 이윤열 선수로 놓고 썼는데, 상을 당하는 바람에 이선수와 팬택까지 모조리 빼내면서 케텝탐정단모드로 확 기울게 되었습니다. 처음 구상대로 갔다면 세 팀이 비중이 똑같았겠지만 이제 무게중심을 잡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다 알고 있는, 평소에 어리버리하면서도 필요할 때 카리스마가 나오는 강민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점에 긍정적인 리플이 많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11. 각 스타 커뮤니티 연재본들이 다른 점.
디씨 스갤은 자신이 올린 글을 자신이 수정할 수가 없게 되어 있고, 무수한 오타와 오류를 하나도 고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저장하실 분들은 다른 스타 커뮤니티에 올리는 연재본으로 저장해 주십사 부탁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최근까지 깨끗이 손보고 오류를 모두 수정한 것은 PGR판입니다.
12. 스갤에서 80-90개의 리플에 전부 답플을 다는 이유.
인터넷에 소설을 올리는 이상 interaction이 있어야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13. 쓰게 된 계기
김동수 해설위원이 그만두시면서부터 조금씩 쓰기 시작했습니다. 막 자꾸 머릿속에 착상이 떠오르니까 안 쓸 수도 없고. 저는 인터넷 소설을 지금까지 딱 한 편밖에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백수의 사랑이야기라고 혹 기억하시는지? 아무튼 그거뿐인 제가 직접 쓰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14. 완결은 몇편?
결말까지 다 썼고 잘 고쳐서 손만 보면 되는데, 문제는 어떤 식으로 끊어 올리는가입니다. 저는 매 편 리플로 달리는 소감과 지적사항을 보면서 스스로 고쳐나가길 좋아합니다. 완결난 후 읽겠다는 분들을 야속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완결 언제 나냐는 질문에는 절대로 대답하지 않습니다.
15. 치명적인 실수
타 스타 커뮤니티에 올리는 수정판에서는 대부분 고쳤지만, 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1. 최연성 vs 서지훈의 8강전은 MSL이 아니라 OSL입니다.
2. 조지명식과 스카이 결승전의 시간적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최대한 실제 스타리그 스케줄과 맞추어 쓴다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이런 실수는 더욱 OTL...
3. 지금은 수정했지만, 제일 처음 올렸을 때는 19편과 21편에 '예전에 먹던 약은 잠이 안 오고, 현재 먹고 있는 약은 먹으면 졸린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기억력에 의존해서 썼더니 약 둘의 부작용을 완전히 바꿔 써 버렸습니다.-_- 물론 사람마다 다르고(일례를 들자면 고혈압과 저혈압이 동시에 보고되어 있습니다) 극 전개에 별 관계도 없지만, 그래도 제 성격에 그런 실수를 용납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외 “눈 꾸(?)고 쿰 꾸는”같은 자잘한 오타들도 많이 있습니다.
16. 글쓴이의 정체
저는 스갤과 비타넷 모두 ID가 unipolar입니다. 고정아이피니 낚시는 피하는 센스. 하실 말씀 있는 분들은 unipolar@naver.com로 메일 보내주세요.
사실 저는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습니다만, unipolar가 아닌 다른 닉네임을 쓰면서 소설 얘기가 나와도 싹 모른 척 하고 있는 이유는, 제가 특정 선수의 팬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읽는 분들이 그 선수는 절대 결백할거야......라는 선입견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정말 그렇다면 김동수 전 해설위원과 연성선수는 화려하게 부활해야 하고, 제 소설엔 범인은 아예 없어야 하고, 아무도 희생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떤 선수의 팬클럽이든 간에, 다음카페에서 unipolar라는 닉을 보신다면 사칭으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17.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지.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인데, 스포일러이므로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 장면은 사실 이래서 넣었다!######
*2편 #2, 강민이 주스를 따르고 있다가 “오렌지로 한잔 주랴?”고 묻는 장면.
→KTF 숙소방문 사진에서 오렌지 주스를 따르고 있는 사진을 보고 썼습니다. <가정적인 남편 강민>짤방에도 사용되었던 사진이죠.
*3편 #2, <민과 정석이 러시아워 맵과 꽃밭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자 진호는 그 자리를 떠났다.>
→박정석 vs 마재윤 MSL결승전을 보면서, 러시아워에서 박정석 선수의 플레이가 문득 강민을 연상시키더군요. 그래서 넣어 봤습니다.
*2편 #3, <'진석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음성 메시지를 들었을 때?'>
→Reference, <나만큼 미쳐봐>.
*3편 #3, 조지명식 대기실 장면.
→실제로도 KTF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고 하네요. 오영종 선수의 대화상대로 박지호 선수가 등장하는 것은 한때 같은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5편 #1, <외꺼풀 라인. 착해 보이지만 둔중하지 않고, 천진해 보이면서도 믿음을 주는 그런 곡선이 아닌가.>
16편 #2 <더욱 창백해진 피부에 방금 양치해서 붉어진 입술까지, 아주 얼굴에서 빛이 나고 있지 않은가.>
→이상하게 가끔씩 저런 묘사를 구사하고 싶어질 때가 있더라구요. 민망하지만.
*5편 #1, 임요환 선수는 실제로 유료입장 자선경기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6편 #1, 동수형의 단서가 범인의 성이나 이름 첫글자를 의미한다면, 당장 KeSPA 홈페이지에서 리스트 한번만 띄워보면 되겠지.
→제가 실제로 KeSPA에서 리스트 띄워본 적이 있습니다. 박영민 백영민 손영훈 신연오 염보성 오영종 정영주 주영달 최연성 선수가 나오더군요. 역시나, ‘범인은 염보성?’같은 리플을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받았습니다.
*6편 #2, <성제는 요환이 뜯지도 않고 내팽개친 약봉지로부터 애써 시선을 거두었다.>
→후에 병원에서 약을 2주 이상 먹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미 6편에서부터 암시하고 있습니다. 2주는 물론이고 그 이상 약을 안 먹고 있다는 것이죠. 후에 "5주 이상은 간격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과 맞아 들어갑니다.
*7편 #2, <앞에 앉아 있는 이 사람, 멋적게 씨익 웃고 있건만 빌드는 완전 노 로보틱스, 노 옵저버터리, 패스트 아비터가 아닌가.> <진호는 패러럴라인즈의 이병민이 된 기분이었다.>
→강민 vs 이병민 패러럴라인즈, 아비터 할루시네이션 리콜 경기의 패러디입니다. 그만큼 상대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다는 뜻으로 사용했습니다. 조병호 선수의 엽기적인 등장은, 음, 강민 선수가 전에 TPZ 모든 종족에서 가장 많이 연습해주는 상대라고 꼽았더군요.
*8편 #1, 제가 보는 강민 선수는 게임할 때는 날카로우면서도 평소엔 어리버리한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그래서 계단에서 넘어지는 등의 어리버리한 모습을 묘사해 봤습니다.
*8편 #2, "내가 맵까지 타길래"라는 등의 대사는 최연성 선수의 파이터포럼 인터뷰를 참고로 했습니다. 작중 진호의 대사 “그럼 넌 라그나로크가 돌아왔으면 좋겠냐?”에 나오는 라그나로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테란맵으로 유명한 맵입니다. “연성의 눈이 없어졌다”는 묘사는 최선수의 웃는 사진을 보신 분들은 누구나......
*8편 #3, <민의 옆자리에 앉은 길섭의 표정과 멀리 진호의 표정이 똑같아서 아주 볼만했다.>
→옆에 앉아서 게임하는 변길섭 선수의 표정이 찍힌 짤방이 있습니다. T1은 프로리그 기간에 외출하려면 2주일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얘기는 파이터포럼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8편 #3, <그 사람좋은 팔자눈썹 웃음과 함께 그의 아비터 두 대가 소환한 하이템플러가 사이어닉 스톰을 지졌다. 진호의 머리 위에.>
→위에서 말한 패러럴라인즈 게임에서 있었던 상황입니다. 민선수의 팔자눈썹 웃음은 다들 아시겠죠?
*9편 #2, <입술테란 오민규>
→18편 #2에도 나옵니다. 오선수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 같던데 재밌더군요.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편 짤방으로 넣어 봤습니다. 흔히들 “성학승과 송병구를 섞은 얼굴”이라고 말씀하시는 KTF 테란유저입니다.
*11편 #2, 민선수의 잇몸 웃음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 없겠죠. 12편 #1, 대화 도중의 삑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11편 #3 누군가가 태민의 바탕화면에 팀간지 사진을 깔았다..는 역시 관련기사를 참고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누가 깔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문자 발신일이 8/7일 저녁으로 되어 있는 것은 언론에 보도된 출국일이 8/8이기 때문입니다.
*13편 #1 <'난 빛보다 빠른 게임계에서 지금까지 버텼어. 지고, 터지고, 까여도 스타리거였어.' ...(중략)...'패배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포기하는 것이 잘못이다. 전투에서 질 수는 있어도, 전쟁에서 지지 않는 쪽이 결국 승자다. 나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어.'>
→작중 홍선수의 이런 비장한 대사를 넣은 이유는, 13편을 올린 날이 WCG의 vs서지수 경기가 있었던 날이기 때문입니다.
*14편 #1, <안그래도 815맵 엽기라 스트레스 받고 있는데.>
→14편은 조용호 vs 박지호 경기 결과가 나온 후 썼기 때문에, 용호선수의 저런 대사를 넣어 봤습니다.
*14편 #1, 듀얼 한승엽전의 캐논러쉬 그 가슴아픈 얘기를 “사실은 발로 했다”는 민선수의 대사로 코믹하게 승화시켜버렸습니다. 그런데 저 발로 했다는 대사는 나중에 결정적으로 한번 더 나올 겁니다.
*14편 #3, <허허, 이분이 지금 선글라스를 끼셔서 범죄형으로 보이는거지, 마음씨는 아주 순둥이예요 .>
→순둥정.-_-
*15편 #1, Garimto와 김동수 전 해설위원의 관계를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15편 #2, 억대연봉과 얼인히는 모두 추측성 리플로 달렸던 것들입니다. 코믹하게 응용해 봤습니다.
*16편 #1, <어쩜 셋이 얘기했으면서 셋 다 따로 놀아서 상황을 이렇게!>
→이 ‘셋이 얘기한’ 시간적 배경은 하나포스 올스타전으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사진을 11편에서 사용하면서 예고편이라고 말씀드렸죠.
*17편 #1, <"감독님, 동수햄 욕하지 마이소!" 낮은 말소리였지만 안 말리면 한 대 칠것 같은 카리스마였다. 정민이 옆에서 부추겼다. ...(중략)... 부추긴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김치그릇 좀 당겨달라고 정석을 팔꿈치로 건드린 것이었다.>
→희대의 떡밥, “정수영감독님예 저 한빛으로 갈랍니더. 말리지 마이소. 한 대 치려는 박정석, 부추기는 김정민.”의 패러디입니다.
*17편 #2, 그 유명한 홍진호 vs 오영종 다크템플러 쇼를 보고 쓴 장면입니다. 실제로 Daily MVP를 영종선수가 가져갔죠. 홍선수 배고팠던 시절에 라면 반으로 쪼개 먹었다는 얘기는 경향게임즈 기사를 참고한 것입니다. “민이 좋아한댔지?”라는 대사는, 플러스 팀 홈페이지의 프로필 오영종 편을 보면 존경하는 선수 강민이라고 되어 있는 것에 착안했습니다.
*18편 #2, 나열한 경기들은 최연성 선수의 실제 명경기들로, 기억나는 한에서 우주 기록실 뒤졌습니다.-_-; <고개만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는 묘사는 패러디입니다. 질레트 스타리그 오프닝은 강민 선수가 바로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19편 #2, “훈이형”은 주훈 감독을 가리킵니다. 임선수가 사석에서 주훈 감독을 그렇게 부르더군요.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21편
원문 최초 게시일: 2005. 8. 23.
I know tomorrow brings the consequence at hand
But I keep livin' this day like the next will never come
What I need is a good defense
'Cause I'm feelin' like a criminal
-Fiona Apple "Criminal"중에서
내일이면 결말이 올거란 걸 알고 있지만
난 계속 이렇게 살고 있지. 내일이란 오지 않을 것처럼.
내겐 괜찮은 변명이 필요해. 내가 마치 범죄자인 것처럼 느껴지거든.
#1
방문을 열자 누군가가 방을 뒤지고 있다. 놀랍게도 그는 태민이었다.
성제는 깜짝 놀라서 그를 불렀다. 태민이 멈칫하더니 뒤를 돌아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뭐 하는 거야? 요환이형이 네 만화책이라도 가져가서 안 돌려준거냐?"
"아니, 사실은 형이 뭘 숨기고 있는 것 같아서, 혹시 실마리라도 있나 뒤져봤어. 나쁜 짓인 거 알아. 아는데, 도저히 말을 안해 주잖아."
"뭔데 그래?"
"연성이형 살충제 그거 말야. 사고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출국하기 전에 연성이형이 누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나봐. 요환형은 그걸 의심하고 있어."
"누굴 만났길래?"
"핸드폰에 민이형 전화번호가 남아 있었거든. 그 외에는 집 아니면 여자친구야.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고 무슨 얘긴지 형이 말해 주지를 않아."
"그렇다고 해서 형 소지품을 뒤지냐? 그런다고 뭐라도 나오겠냐? 너 궁금해하는 건 이해하는데, 이러는 건 옳지 않지. 형한테는 얘기 안할 테니까 다신 그러지 마라."
그러나 태민은 성제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마치 수사라도 하듯이 방 구석구석을 열심히 눈으로 훑었다. 한참을 집중하던 그는 마침내 약봉지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요환이형 약 먹으면 잠 안와서 안 먹는다더니 다른 약 타왔나봐. 이것 봐. 예전에 안 먹던 약은 그대로 되가져왔고, 이건 못보던 약이잖아."
"응. 요환이형 오늘 병원 갔다왔다더라. 충격도 그렇게 받은 사람이 중국까지 갔다와서 피곤할텐데도 연습 욕심이야. 약이라도 먹고 하겠대. 하여간 존경스러워."
"그런데 좀 이상해. 약은 보통 일주일이나 보름치같이 딱 떨어지게 주던데......"
"왜 갑자기 약에 그렇게 관심이 많아? 형이 먹는 게 무슨 위장약인 줄 아냐."
"아니 그래도 세 보니까 개수가 딱 떨어지지가 않아. 봉지가 하나 빠진 것 같아. 이상하잖아. 요환이형이 벌써 먹은 거야?"
"형은 방금 병원 갔다와서 지금 밥 먹고 있구만 벌써 약을 이렇게 먹었을 리가 없지. 듣고 보니 이상하네. 내가 나중에 형한테 물어봐줄께."
그리고 성제는 그 약속을 잊어버렸다. 물론 누구라도 약봉지의 개수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것에 주목한 태민을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성제가 그것을 한번 더 의심했다면, 후에 일어날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2
외출이 허락된 날이 오자 태민과 상욱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홈씨어터 앞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졸고 있던 요환이 부스스 깨어나며 말을 걸었다.
"좋겠다, 외출이라. 둘이 같이 나가는거야?"
"지오 형들이랑 한잔 하기로 해서 상욱이랑 가는 길이야."
"형은? 형도 같이 가지, 지오형들만 나오는 것도 아니야. 간만에 진호형도 보지 그래."
"태민이 너 또 나 오라고 해놓고 나보고 다 쏘라고 할거지? 미안하지만 나 이제 술도 음식도 가려 먹어야 돼. 너희나 재밌게 놀다 와라."
요환이 다시 소파에 얼굴을 묻더니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그래도 저렇게 쉬는 모습 보니까 좋다. 안그래? 그동안 형 고생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