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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0/29 01:53:10 |
Name |
Still |
Subject |
운수 없는 날 |
# 8:00AM
졸린 눈을 비비며 간신히 일어나서 세수, 양치질은 가볍게 생략한 후
식탁으로 향했다. 아침 메뉴는 늘 그렇듯이 씨리얼.
하얀 그릇에 씨리얼을 대충 담고, 우유를 부었더니 제법 그럴싸하다.
이제 TV 앞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
하지만 식탁에 놓여있던 그릇을 들어올리자 마자
손에서 미끈 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우유와 씨리얼...
절망감에 휩싸여 30분동안 청소하느라 잠은 다 깼다.
하필이면 카페트에 우유가 묻을 게 뭐냔 말이다.
다시 그릇에 씨리얼과 우유를 붓고 TV 앞으로 옮겼다.
내 생애 이렇게 씨리얼 그릇을 조심스레 옮긴 건 처음이다.
아침부터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하루 액땜한 것이라고 좋게 넘겼다.
# 11:00AM
그러고보니 바닥 닦는다고 비타민제 먹는 것을 까먹었다.
그나마 생각난게 어디랴 싶어서 통을 뒤집어 한 알을 툭 털어내는데
하필 이게 또 손을 거쳐 신발장으로 떨어진다.
순간 좌절했지만 아깝다는 생각에 씻어 먹기로 결심했다.
수돗물을 살짝 틀고 손에 든 영양제를 씻는데
영양제가 물에 녹아서 줄줄 흘러내린다.
되는 일도 참 없다. 더 녹기 전에 얼른 입에 털어 넣고 대충 삼켰다.
# 3:00PM
친구와 컵라면 하나를 나눠 먹기로 했다. 친구는 온수기에서 컵라면에
물을 받았고, 나는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아 한 모금 홀짝했다.
컵라면을 들고 걷는 친구에게 오늘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조심하라고 전하며 뒤를 돌아보는 찰나, 들고 있던 콜라캔에서
콜라가 쏟아진다. 바지가 젖는다. 어제 빨은 거다.
이젠 이런 내가 싫다. 오늘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 12:00PM
드디어 오늘 하루도 막이 내렸다.
내일은 그저 아무것도 안 떨어뜨리기만 해도 좋겠다.
그래 가끔 운수 없는 날도 있어야지.
내일은 최소한 오늘보다는 나을꺼야.
오랜만이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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