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넷 연재컬럼입니다. 2주전껀데 이제서야 올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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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구멍이 뚫리도록 '박순희' 란 핀잔을 듣다보면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세상엔 박순희만 있고 박돌인 없는 거야?'
그 물음에 대해 거듭 생각하며 내린 주관적인 결론은 '박돌이는 있다' 이다.
내가 이러한 단정적 결론을 내리게 된 계기는 바로 길드생활에 있다.
필자는 대략 3년 전부터 웨스트에 위치한 자그마한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개의 길드가 그러하듯, 우리 길드도 남성 길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박돌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본인이 길드 생활을 하며 보아 온 사례를 중심으로 '박돌이 유형'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Oh, my Hero ! "우리 형~" 유형
여성들이 '오빠'를 열광적으로 좋아해서 '박순희'라 불린다면,
이런 유형은 '형'을 단순히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그를 자신의 스타인생 지표 내지는 꽤 멋진 남자쯤으로 생각한다.
흔히 여성들에게 프로게이머의 외모만 보고 좋아한다고 비난을 하는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라.
주변에 프로게이머를 좋아하는 남성들 중 외모가 멋지다는 이유도 한 몫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없는가?
개인적으로 볼 때 한 명도 없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필자도 다소 껄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도 엄연히 말하면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이고
빼어난 실력에 화려한 외모까지 겸비된 프로게이머라면 외모도 팬을 끌 수 있는 충분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해 혹자는, 임요환 선수의 외모가 평균이하였다면 지금 수준의 프로게임계 인기는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형'이 하는 게임 스타일을 물론,
'형'이 하는 말, 행동 등을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하고 동경하는 경향이 강하다.
2)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 "박학다식"형
이른바 '리틀 엄해설' 이라 부를 만한 이 유형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선수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한 지식의 양을 자랑한다.
그 선수의 프로게임 데뷔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각 종족별 승률, 각 대회 성적, 명경기 목록, 특정 선수와의 상대전적, 플레이 스타일의 장단점까지.
그야말로 '이보다 잘 알 순 없다' 이다.
대개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지명식이 있기 전, 누굴 찍을지를 분석하는 데서 시작해,
그 선수의 경기가 있기 전에는 상대 선수와의 전적과 주요 경기들을 되짚어 주는 동시에 맵의 유불리 등을 따져 예상 승률을 점친다.
더 발전된 경우에는 그 선수의 경기 스타일에 맞춰 가장 잘 통할 만한 전략 등을 제시하며 코치 역할까지 자임하곤 한다.
3) 게임 자체에 집중한다 ! "스타일 따라잡기"형
내가 아는 몇몇 남성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좇으려는 경향이 매우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오늘 좋아하는 선수가 환상적인 리버 컨트롤로 영웅리버를 보여줬다거나, 신기한 전략을 방송에서 보여줬을 시
반드시 배틀넷에 접속해 한번 따라해 보는 경우다.
(필자는 발로하는 컨트롤을 구사하기 때문에 직접 따라하진 못하고 주위 길원들에게 한번 해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좀더 특이한 사례를 들자면, 내가 아는 박정석 선수의 열혈 팬인 C모 군은 박정석 선수가 저그에게 무참히 진 날엔,
제목을 "1:1 저그만 와" 식으로 설정해놓고 공방에서 줄창 저그만 깨고 다닌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실력양성에 가장 바람직한 유형이 아닌가 싶다.
4) 아는 게 너무나도 많은 "나도 해설자"형
본 유형은 오프를 뛰면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방청을 갔을 때, 여성분들의 비명소리에 짜증이 난다고 하는 남성분들이 꽤 있다.
물론 과도한 비명도 신경 거슬리지만 게임만 시작하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방방송 해설자들도 거슬리긴 매한가지다.
"아~ 저기선 발키리를 섞어줘야지!"
"저 마인 저기 박으면 역대박 터지는데!! "
차마 여기 쓸 수 없어 표현 못할 뿐, 욕도 섞어가면서 해설을 한다.
정말 가서 입을 확 ! 꼬매버리거나, 그렇게 잘하면 당신이 가서 하라고 하고 싶지만…
한 대 맞을까 두려워 늘 참는다.
물론 모든 남성 팬들이 이 네 가지 유형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요, 팬의 유형을 나눌 절대적 기준도 없다.
필자가 겪은 대부분의 남성 팬들은 박돌이라 하기엔 3g 모자란 관심,
즉 그 선수가 좋기는 하지만 열렬히 좋은 정도는 아닌 사람들도 많았다.
아마 남성의 경우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가 없어도 친구들과의 여가 생활로 게임을 접하게 되고,
게임을 알다보니 게임방송 또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지만, 여성의 경우 그러한 자연적 환경이 조성되어 게임 팬이 되는 경우가 드물고
대개 몇몇 선수를 계기로, 혹은 우연히 게임방송을 보고 좋아하게 되는 연유로 팬의 유형화가 좀더 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