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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0/27 12:45:03 |
Name |
소년 |
Subject |
[펌] "나는 잘 모릅니다"의 감동 |
제가 가장 존경하는 소설가 성석제님이, 그분이 존경하는 분에 대해서 쓴 글인데
인터넷상에서의 답답함, 일상에서의 네버엔딩 언쟁 등에 대한 분석과 질책, 해답(혹은 대안)이 간결하고도 알기 좋게 나와있기에 퍼올려봅니다.
우리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경기들 속에서 언제나 함께 하는 해설진분들도
같이 읽고 생각해보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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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나는 잘 모릅니다"의 감동
올봄에 평소 작품을 읽어 왔고 면식은 있었지만 가까이서 대화를 한 적은 없던 어느 선생님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한 해 전에 삼십 년 넘게 서 있던 강단을 떠나 유유자적하며 이따금 낚시를 즐긴다는 그분은 내가 만나 본 어떤 사람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유럽 켈트족의 언어인 게일어에서 위스키, 고전음악, 원시불교에 이르기까지 관심 분야도 다양했고 여행 중에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문자와 현상, 그에 연관되어 나오는 질문에 대해 막힘없이 대답을 해주었다. 얼핏 보면 살아 움직이는 '지식검색'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분이었다. 인터넷의 '지식검색'과 다른 점은 이분의 지식은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의 독서와 여행, 탐구욕으로 총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세대 차이가 나는 질문자들에게 깍듯이 경어를 썼다.
또한 이분은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원칙을 지키는 분이기도 했다. 일정이 원래 계획한 대로 되지 않으면 진행자에게 원인과 대책을 따졌는데 그 역시 경어였다. 지킬 것은 지키라는 당연한 권리 주장이 며칠 사이 좀 알 만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던 분위기를 바로잡았다. 잘못한 사람들은 잘못한 만큼 사과를 해야 했다. 감정의 개입 없이 정확하게 꼬인 상황을 정리해 나가는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분 뒤만 따라다니면 아주 편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은 그 연세에도 여전했다. 가는 곳에 대해 미리 충분히 공부를 해 왔다. 현지 사정과 예습한 게 일치하지 않으면 금방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천성이 소년처럼 밝고 맑아서 가벼운 장난도 얼마든지 통했고, 함께 대화하노라면 내가 소년이 된 양 가볍게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존경심이 우러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여기에 더해, 사실상 내 마음 밑바닥까지 감복시킨 것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중에 몇 가지 현상에서 추론이 가능한 논제가 나왔는데 그때 그분은 "나는 그 부분은 잘 모릅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1, 2, 3을 알고 5를 알면 4도 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분은 자신은 4를 본 적이 없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른다는 식이었다. 내가 1, 2, 3, 5를 알면서 4는 물론이고 7, 8, 10, 12도 안다고 생각해 와서, 아는 척 행동하고 과시하며 살아와서 그랬을까. 나는 그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 뒤로도 그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 모른다고 말했다.
사람이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자명한 것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 한마디 말이 얼마나 많은 수고와 오해를 덜어주는지. 의심을, 불필요한 논쟁과 억지를, 심지어 패거리주의를 없애주는지.
아는 게 많은 사람들로 세상은 언제나 들끓는다. 텔레비전의 토론 프로그램은 딱 부러지게 말 잘하는 사람들로 넘친다. 넋을 놓고 지켜보다가 '어쩌면 저렇게 말을 잘할꼬' 하는 생각과 함께 저렇게 잘난 자식을 두지 못한 내 부모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에 한숨을 짓게 된다. 칼럼이며 코멘트며 덧글은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가 생겨난다. 저마다 마사이족이 전사의 춤을 출 때처럼 수직으로 뜀뛰기를 하며 나는 안다,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외치는 것 같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지는 게 아님을, 지혜이자 큰 미덕임을 나는 이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런 분이 좀 더 계신다면 이 나라, 이 나라의 저마다 훌륭한 사람들도 좀 차분해지고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아, 이것도 잘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건가.
성석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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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기 : 피지알 안에서야 스타크 광팬이라고 하기에는 머쓱함이 있지만 보통
사회에서는 완전한 스타광이라고 불립니다. 마치 일기를 매일 쓰듯이 스타크를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하고, 중요한 경기들은 다 챙겨보고, 그나마 못본 경기들도 피지알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심지어는 친구와의 약속도 게임을 보느라 번번히 미루곤 할 정도
니까요.
그것뿐이 아니죠. 게임이라고는 갤러그도 해본 적이 없는 여자친구에게 스타를 가르
쳐서 같이 팀플을 해서 공방 유저들을 여럿 울리기도 했고, 현재 여후배 한명을 스파르타
식으로 가르치고 있고, 요새는 안들어가던 스겔이나 파포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들어가
보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전략이나 게임의 경기의 운영에 있어서 어떤 말이 나와도 '다 아는 얘기'
라는 식으로 흘려버리기가 쉽습니다. 많은 올드게이머들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몇년 전부터 더 이상 새로운 전략이란 없고(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무엇이겠는가?
하는 것처럼 말이죠) 게임을 져도 손이 느리다거나 집중을 안했을 뿐이라는 핑계만
대게 되어가는 거죠. 그러다보니 실력도 늘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글에서 '어느 선생'이 말씀하셨듯이 저 스스로에게 '나는 잘 모른다'고 말하는
솔직함이 제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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