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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0/20 11:32:12 |
Name |
미센 |
Subject |
그분과 박지호 선수의 경기예상 |
임요환 선수와 박지호 선수의 4강전에 대해서 본인의 예상입니다.
1. 임요환과 박지호에 대한 기억
박지호 선수와 임요환 선수의 관계는 참 이상하죠. 정전테란, 저축의 황제라는 별명을 듣던 시절에 엠비씨 팀리그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당시 박지호 선수는 '도대체 뭐가 저렇게 많아' 프로토스로 명성을 날리던 참이었습니다. 박지호 선수는 기대주 - 정확히 말하자면 만년 기대주 -_-;; - 였고 그분은 영광의 정점을 맛본후 몰락. 다시 재기를 위해 일어나던 시절로 기억합니다. 둘의 캐리어 차이는 있었지만 적어도 '아슷흐랄'이라는 점에서는 그야말로 대등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아슷흐랄'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박지호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앞질렀지요...
그런 두 사람이 물량형 맵인 루나에서 만났습니다. 스갤에서는 겜 시작도 하기 전에 그분은 이제 조낸 관광이다, 아니 '꼬라박지호'라 모른다, 라고 난리였죠. 그러나 결과는 임요환 선수의 낚시에 걸린 박지호 선수의 참패였습니다. 그분은 십오팩 물량에다가 배럭스까지 예비용으로 만든 상태로 박지호 선수를 물량으로 관광 보내버렸습니다. 물량으로 각광받는 선수를 물량으로 이기겠다는 어느 정도 그분의 쇼맨쉽이 보였던 경기로 기억됩니다.
그 경기 후 말이 많았죠. '그분 물량은 이제 확실히 나아졌다' '무슨 헛소리냐. 멀티 많이 먹어서 나온거다. 그 정도 먹고 그런 물량이 안나오면 프로게이머 때려쳐야지' '그래도 그분은 예전과 달리 15팩에 불이 다 들어왔다.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냥 뽑기만 하는 거라면 누가 그런 물량 못뽑냐. 초반부터 경기가 기울어서 편한 마음으로 할수 있어서 그런거다. 이윤열이나 최연성처럼 프로토스랑 치고받고 해대면서 물량을 뽑을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등등.
그 많은 말들을 뒤로 하고 다음 경기는 온 게임넷 듀얼에서였죠. 맵은 포르테였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분은 그때도 물량으로 이겼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박지호 선수가 여느 때처럼 꼴아박다가 어느 사이에 병력 소진되고 상대는 멀쩡하게 멀티하고 벌처 게릴라 해주다 보니 이긴 거였지만요. 박지호 선수는 그 시점에서는 예전과 달리 '스피릿'을 절제하기 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임요환 선수와 만나니까 예전으로 돌아가 버리더군요. 왠지 임요환 선수에게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박지호 선수는 임요환 선수와 싸울때 엄청나게 긴장했다고 말하더군요. 임요환이란 이름이 주는 위압감과 탱크 낚시라는 '트라우마'때문일까요.)
그에 반해서 임요환 선수는 자신감이 넘쳤죠. 예전의 스타일을 버리고 다시 태어난 자신의 물량스타일에 자신감이 있는 듯했습니다. '이미 물량으로 눌러본 상대다. 박지호도 별거 아니다' 라고 말하는 듯했죠. 라오발에서는 박지호 선수에게 지기는 했지만 그것도 그의 자신감에 별 문제는 안되었을 겁니다. 그때는 라오발은 토스맵이다, 라고 다들 말하고 있었거든요.
박지호, 안기효, 임요환 이 세 선수가 붙었던 듀얼 2라운드는 두번씩이나 제경기가 이어졌습니다. 박지호 선수에게 이상하게 강한 임요환 선수는 박지호 선수에게 이겼고 안기효 선수에게 졌습니다. 임요환 선수에게 이상하게 약한 박지호 선수는 임요환선수에게 지고 안기효 선수에게 이겼습니다. 동족전에 약하다던 안기효 선수는 임요환 선수에게 이기고 다시 박지호 선수에게 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재경기가 이루어졌지요. 이번에는 박지호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이겼습니다. 그때의 플레이는 포르테와는 달리 실수 없이 잘햇습니다. 맵이 라오발이라는 것이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주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젠 박지호 선수가 동족전에 약하다던 안기효 선수를 잡고 챌린지 결승전에 올라가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어요.
안기효 선수와의 대결에서 박지호 선수는 초반에는 상당히 유리한듯 했습니다.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이 보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밀리기 시작하더니 져버렸습니다. 리버에다 다크에다 하면서 안기효 선수를 초반부터 실컷 두드려 대었는데도 져버렸어요.
결국 방송 끝날때까지 승부가 안났습니다. 비방송으로 계속 경기를 진행했지요. 나중에 보니 안기효 선수가 최종 승자가 되었더군요. 내가 더 잘하니 상관없어요, 라고 말한 박지호 선수는 뻘쯤하게 되었죠. 동족전에 약하다고 자시 스스로 시인하고 있던 안기효 선수
에게 져버렸으니.
그리고 결국 박지호 선수도 삼수만에 스타리그 올라왔습니다. 늘상 듀얼 5라운드까지 가서 패하던 박지호 선수가 드디어 스타리그에 진출한 거죠. 그리고 계절은 가을이었습니다. 갑자기 미칠듯이 이기기 시작하더니 16강, 8강을 통과해버렸습니다. 원조 가을의 전설이라는 박정석 선수가 탈락한 가운데 신예 프로토스 둘이 남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을의 전설과 로열 로드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제 내일이면 임요환 선수와 4강전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정도까지 박지호 선수가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예전 그의 이미지는 코메디에 가까웠거든요. -_-;;하지만 이런식으로 포스를 발휘하다니 사람의 가능성이란 정말 알수 없는 겁니다.
2. 승부의 갈림길
제 생각에는 둘의 승부는 그분의 벌처가 얼마나 통하느냐에서 날 것 같습니다. 박지호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트리플 하면서 포지도 캐논도 안합니다. 그냥 모조리 게이트로 돌립니다. 세번째 멀티를 하고 나서야 포지를 올리더군요. 즉 박지호 선수는 남들보다 멀티를 하나 더 한후부터 방어에 신경을 씁니다.
예전에는 그런 스타일때문에 숫하게 벌처 게릴라에 당했습니다.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벌처 게릴라 잘 막아내더군요. 예전에 벌처에 당할때는 긴장해서 그랬나 봐요.
그리고 박지호 선수가 자주쓰는 노 로보틱스 투게이트 압박 역시 강하긴 하지만 위험한 빌드죠. 재수 없이 마인에 당할수도 있습니다. 포르테에서 과감한 앞마당 멀티 역시 투탱 드랍에 당할 위험도 높고요.
임요환 선수가 박지호 선수를 잡으려면 이런 박지호 선수의 과감성과 공격성 때문에 생기는 빈틈을 얼마나 잘 찌르냐가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벌처가 얼마나 통하느냐가 문제가 되겠죠.
3. 그분과 스피릿의 경기예상
많은 분들이 임요환 선수가 깜짝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꼭 임요환 선수가 그런 다는 법은 없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임요환 선수가 박지호 선수에게 딱히 밀린다고 볼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굳이 승부수를 던지고 싶지 않아질수도 있겠죠. 물론 임요환 선수의 중후반 물량전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해도 박지호 선수와 대등한 지상 힘싸움을 벌일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합니다만...어째든 박지호 선수의 테란전은 강하고 인상적이어도 안정적이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8. 15가 두 경기나 있다는 것도 임요환 선수에게 유리합니다. 4강전 같은 큰무대에서 5판 3선승의 경험이 없지만 상대는 그야말로 백전노장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감안해 보면 일단 승부는 백중세라고 봐야겠죠.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승부수를 던질까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임요환은 분명 깜짝 전략을 쓸꺼야, 그런 승부수를 들고 나올꺼야, 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있는데 과연 그런 전략을 쓸까요. 깜짝 전략은 상대가 깜짝 놀래야 통하는 것이죠. 작년 에버스타 리그 처럼요. 과연 누가 홍진호에게 온리 치즈러쉬를 쓸거라고 예상했겠습니까. 하지만 올해는 분명 임요환이 뭔가 승부수를 던질거라고 사람들은 다들 예상합니다. 온리 바이오닉 초반 승부를 노린다, 한 판은 바카닉을 노릴 것이다, 원팩 원스타를 쓴다...이렇게 예상이 난무하는데 그런 수를 쓰고 싶어질 것 같지는 않아요. 차라리 그렇게 상대를 위축시키고 정석대로 가버리는 수법이 더 나을 것도 같아요.
하지만 정말 임요환 선수가 승부수를 던진다면 아마 저는 제 2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오 포르테죠. 예전에 임요환 선수는 박지호 선수를 정석으로 이 맵에서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럴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사업 투게이트 드라군 압박, 빠른 앞마당에 이은 빠른 트리플, 계속 늘어나는 멀티, 그리고 아비터와 죽여도 죽여도 밀려오는 '중공군 질럿'의 압박...이걸 과연 정석으로 이겨낼수 있을까요?
fd를 하건 원팩 더블을 하건 앞마당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테란의 앞마당 활성화 타이밍이 너무 느립니다. 그러는 동안 프로토스는 프로토스의 트리플은 활성화 되고 타이밍 찌르기는 불가능해집니다. 할수 없이 세번째 멀티 먹고 물량전 하려 하면 아비터와 함께 무한 게이트 물량이 폭발합니다. 최연성, 이병민이 차례로 그런 과정을 거쳐서 무릎을 끓었습니다. 최연성 선수는 아비터까지 갈것도 없이 그냥 양으로 밀어서 끝냈죠.
임요환 선수가 과연 이 맵에서 어떤 해법을 들고 나왔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포르테에서 이 전략을 이겨낸 테란을 차재욱 선수 뿐이 못봤습니다. 한번은 몰래 팩토리, 한번은 벌처 난입 대박으로요. 차재욱 선수가 잘하긴 했어도 상대선수의 실수가 없었다면 이긴다고 장담할수 없었습니다.
과연 이 맵에서 한번 패한 최연성 선수가 임요환 선수에게 어떤 어드바이스를 줄지 궁금하네요. 어째든 간에 테란이 평범하게 하면 프로토스를 이길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박지호 선수가 로보틱스 없이 투게이트 압박을 한다는 점을 노려서 투팩 벌처라든지, 앞마당 멀티나 타스사팅 멀티를 노린 원 팩 원 스타라든지, 바카닉이라든지, 뭔가 수를 쓸 겁니다. 어쩌면 이론만 논의되고 있는 베슬이나 고스트로 아비터 잡기를 시도할수도 있겠죠.
제 예상으로 승부의 분기점은 네오 포르테와 알 포인트 인것 같습니다. 1경기에서 임요환 선수가 이겼다고 해도 박지호 선수는 그렇게 암담하지 않을 겁니다. 네오 포르테, 라오발, 둘다 자신 있는 맵이니까요. 두 경기 내리잡는 다면 박지호 선수는 임요환 선수는 구석에 몰립니다. 알 포인트에서는 박정석 선수에게 하던 것처럼 fd로 승부를 볼수도 없습니다. 박지호 선수가 자주 쓰는 투게이트 사업 드라군 체제는 fd에 약하지 않습니다. 테란의 드랍쉽이 겁나는 맵도 아니니까요. 원 팩 더블을 쓴다면 박지호 선수역시 별 부담없이 물량전 가버리면 됩니다. 아마 임요환 선수 입장에서는 박지호 선수와 물량전 하고 싶지 않을테니까요.
정말 임요환 선수가 바카닉을 쓴다면 아마 알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박정석 선수에게 썼던것처럼 벌처 빼돌려서 몰래 마인 심기와 함께 전진같은 기술을 쓰겠죠. 어째든 제 생각으로는 포르테와 알 포인트에서 임요환 선수는 깜짝 전략을 쓸 것 같습니다.
4. 스코어는?
이론적으로면 3 : 1로 박지호선수가 이길것 같습니다만...모르겠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요즘 기세로 봐서 지상전에서 한판도 못이길 것 같지는 않아요. 아마도 누가 이기든 3 : 2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분의 전승우승이야기도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건 좀 어렵겠죠. 그러기에는 박지호 선수의 요근래 포스가 너무도 강합니다. 당장 4강전만 해도 이렇게 힘겨운 상대인데 결승은 괴물 아니면 질럿 공장장입니다.
이제 내일이군요. 둘의 승부는 벌어지기도 전에 많은 말을 낳고 있습니다. 저도 스타리그 경기가 기다려지는 것은 오래간 만이네요.
사족 : 요새 피지알은 왜 이렇게 연예이야기가 많은 건가요...
솔로는 매우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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