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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0/20 10:06:15 |
Name |
세윤이삼촌 |
Subject |
[임요환의 배틀배틀] 응원 메시지 '치어풀'의 위력 |
물론 제가 쓴 글은 아니구여, 모 신문사에 임요환선수가 쓴 글로 알고 있습니다. 내용두 좋지만 글을 참 잘 쓴 거 같아 한번 올려봅니다.
경기 직전 프로게이머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손은 떨리고, 입은 바짝바짝 마른다. 이때 게이머의 긴장을 살짝 풀어주는 것이 있다. 바로 '치어풀(cheerful)'이다. '치어풀? 도대체 뭘까?' 모르는 이들이 상당수이지 싶다. 치어풀은 바로 팬들이 선수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다.
경기장에 나가 자리에 앉으면 모니터 옆에 항상 치어풀이 놓여 있다. 치어풀은 팬들이 성심 성의껏 제작하여 선수의 승리를 기원하는 상징물과도 같은 존재다. 나도 경기장에 나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치어풀이 놓여져 있을까'하며 적잖은 기대를 한다. 조그만 종이 한 장에 담긴 응원의 메시지는 여러모로 큰 힘이 된다. 경기 후에 팬이 직접 선수에게 치어풀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 치어풀이 올라와 있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생길 정도다. 동료 선수들도 이젠 경기 전에 치어풀이 놓여져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심리적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치어풀은 개인전은 물론 단체전에서도 경기석에 올라온다. 시청자와 현장에 나온 관중, 프로게이머들이 모두 그 치어풀을 보면 힘이 난다. 치어풀은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한 것도 있다.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치어풀, 아예 그림으로 처리한 치어풀, 팬들의 바람이 진솔 담백하게 담긴 치어풀 등 형식과 내용도 다양하다. 그래도 선수들의 가슴을 흔드는 것은 역시 팬들의 솔직한 얘기가 담긴 치어풀이다. 경기 전에는 늘 치어풀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팬들이 마음을 담은 치어풀과 함께 경기를 할 때마다 참 행복하다. 이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그럼 경기가 끝난 뒤 치어풀은 어디에 쓸까. 선수들은 치어풀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나도 그동안 받은 치어풀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어떤 선수는 마음에 드는 치어풀을 액자에 넣어 침대 머리맡에 두기도 한다.
이젠 치어풀도 아예 경쟁의 시대다. 어떤 프로게이머의 팬카페에선 치어풀을 공모하기도 한다. '우리가 아끼는 선수의 치어풀을 최고로 만들자'는 생각에서다. 치어풀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일부 팬은 게임팬들 사이에서 꽤 인지도가 생기기도 했다. 몇 사람이 시작한 '나만의 응원'이 이젠 프로게임계 전체에 뿌리를 내린 응원 문화로 자리잡았다. 나는 이런 식의 성숙한 응원 문화가 참 좋다. 팬들의 재치와 정성이 프로게이머와 팬을 잇는 튼튼한 동아줄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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