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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0/12 22:58:21 |
Name |
윤여광 |
Subject |
[yoRR의 토막수필.#3]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했던 군대였다. 어릴적 군인은 나에게 아저씨였고 학교를 다닐때는 형.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군대는 친구..다. 나는 자랐고 그리고 변했다. 그렇게 남들 다 가는 군대, 그저 덤덤하게 생각해왔었고 지금이야 면제를 받긴 했지만 그다지 설레거나 하지는 않는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손에 쥐게된 2년이 두려울 뿐이다.
나는 그 2년을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쓸 수 있을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착실히 돈을 벌 수도 있을것이고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거나 아주 극단적으로 펑펑 놀다가 군대를 가느니만 못하게 될 수도 있겠지. 가장 이상적인 활용은 IN SEOUL을 실현시키는 것일테고. 현재의 마인드는 서울에 맞춰져 있다. 무조건...이다. 구체적인 계획 역시 잡혀 있다. ALL IN. 한 번으로 끝낸다.
2년은 누구에게나 긴 시간이고 특히 20대의 2년이라면 인생을 바꿀수도 있을것이다. 모두가 앞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고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 단지 걸음이 느릴 뿐이다. 가끔은 나를 앞서서 멀리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조급해 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안부를 접한 친구들에게는 미안함과 설레임에 조금은 다가서기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같이 걸어나가고 있는 리듬을 확인하고는 안심할 수 있다.
나는 항상 WANNA BE에 초점을 맞춘다. HIGHER가 아닌. 높게 올라가는 것이 내 길은 아니다. 입에 풀칠하기 힘든 글쟁이가 되더라도 손에 펜만 쥐고 있으면 행복할 그런 시간을 향해서. 내 길을 가자고. 그렇게 항상 되내인다. 2년은...그렇게 살아야겠다.
HIGHER가 아닌 WANNA BE로. 그게 내 인생이다.]
시간상으로 따지자면 바로 작년의 일입니다. 나는 내 글을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너무나 많은 점이 모자라기에 단지 눈 앞에 흘러가는 시간을 기록해둔 짧은 습작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 생각이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것은 슬프게도 아직 발전의 결과가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한 가지 대견스러운 것은 실천에 확실하게 옮기지 못하는 맹세라 하더라도 그것 하나 만큼은 가슴 속 깊이 잘 새겨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1살이 어렸던 작년에 그리워했던 사람을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고 그 때 미워했던 이를 아직도 미워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외형적인 모습이야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이 보이지만 내면의 어리숙한 알맹이는 아직도 영글지 못한 채 썩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고찰은 많이 해왔습니다. 그것에 대한 깊이는 조금씩 깊어지기는 하지만 단 한번도 뿌리까지 가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한 없이 슬퍼져도 한 없이 기쁘더라도 조금씩 부족한 뭔가를 느끼며 아쉽게 펜을 놓기 마련입니다. 지금이라고 해도 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파고 들어간다면 언젠가는 내 뿌리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자식들이 주욱 둘러앉은 가운데 편하게 눈을 감기 바로 직전의 순간이라도 말이죠.
나는 항상 남 앞에서 스스로를 낮춰 표현합니다. 나의 부족한 습작들 가운데 유일하게 높임말로 적어내려 가는 말이 바로 ‘나’에 대한 반성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어느 것 하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뒤쳐져 있다면 앞으로 내가 따라잡으면 되기에 뒤쳐지지 않은 것이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그가 갖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좋은 것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닥치고 헤쳐나오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한 두 가지 정도는 현실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기에 아직도 믿고 있습니다. 나는 나 스스로에 잠시 부족할 뿐이지 타인에게 비할 성질의 무언가는 아니라고.
이제 내년이 되면 나이가 바뀌고 지금의 시간을 반성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의 나는 지금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 때도 뿌리는 찾지 못했었지 하며 아쉬워할까요. 그것이 아니면 조금은 이르게 그토록 찾던 그곳에 도착하게 될까요. 어렵사리 바꾼 학과 진로에 만족하며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될까요. 제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죽을 때 까지 걸어가게 될까요. 두렵기도 하지만 그 만큼 기대되기도 하는 일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하루 하루 성장해가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기뻐하고 실망하고 슬퍼하고 피로에 지쳐 주저앉고 싶은 마음에 숨을 고르며.
나는 지금 살아있습니다. 살아 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리하여.
나는 나로서 이 나라 이 땅 이 시간에 기록될 것입니다.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향기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이제 또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려 구김살이 조금 남은 담배 한 개피와 라이터를 들고 걸어보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시간여 남은 오늘 하루. 좋았던 하루라면 그것만치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반대라면 그것을 싸악 잊을 수 있을 만큼의 헤프닝이 있기를 바랍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If you still alive….
2005 10 12
yorr 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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