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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0/11 16:28:41 |
Name |
IntiFadA |
Subject |
<연재>빙의(憑依) : 귀신들림 - Chapter1. |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PGR에 빙의라는 제목의 연재물을 몇 편 올린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게으름과 아이디어 고갈로 얼마 되지 않아 연재를 중단해 버렸죠...;;;
쓰다만 글이 계속 맘에 걸리다... 이번에 다시 써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전에 쓰던 글을 대폭 수정에서 완전히 다시 쓰기로 했죠. ^^;
재미없는 글입니다만 혹여 PGR에 연재물을 좋아하시는 분이 있다면 심심파적삼아 읽어보세요. 이 글은 제대로 완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번엔 지대로 함 써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제가 전에 pgr에 올린바 있는 '파우스트'라는 글과 약간의 연결고리가 있는 글이기 때문에... 관심 있으신 분은 자게에서 '파우스트'로 검색해서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과연 그런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암튼 다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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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 Prologue]
빙의 : 귀신들림
① 형체가 없는 무엇에 의하여 스스로 자신을 지탱할 수 없어 남에게 기대어 의지하고자 하는 것.
② 어떤 강한 힘에 지배되어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타의 힘에 조종되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현상.
③ 예기치 않은 뜻밖의 현상이나 형체(공동묘지나 상여집, 시체 등)를 목격하였을 때 일시에 음습한 기운 즉 음기나 귀기가 엄습하여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등골이 오싹해지거나 간담이 서늘해지고 머리가 쭈뼛해지며 사지에 힘이 쭉 빠지고 온몸이 오그라들며 다리가 후들거려 꼼짝달싹을 못 하고 귀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내는 등의 이상 현상.
④ 자기 몸 안의 정기보다 강한 사나 살기가 충만한 곳에 갔을 때, 순간 정기가 이에 눌려 갑자기 어지러운 현기증을 느끼는 것. 또는 이런 장소에 오래 머무르게 되어 정기를 빼앗기고 사와 살기가 충만해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심이 탐심, 역심으로 바뀌어 올바른 사고력과 판단력을 상실해 공명정대하지 못하게 되며, 그로 인해 항상 의보다 이를 먼저 생각하고 배신과 모반을 일삼는 비굴한 짓을 하고, 바르고 얌전했던 성품과 성정이 갑자기 포악무도 해지거나 광기 어린 행동을 하는 것.
육신을 잃은 혼백(영혼)이 무주고혼이 되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인연처를 찾아 우주법계를 떠돌다가 혼백이 머물기에 적당한 장소나 사람을 만나게 되면 미혹하고 싸늘한 영체를 그곳에 숨기게 된다. 그로 인해 영체가 들어간 장소는 흉지, 흉가가 되게 마련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 또한 귀신에 홀린 상태가 되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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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살인 지석은 집 근처 차도 옆에서 타고 가던 자전거를 멈추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런 지석의 눈에 차도 건너편을 걷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답지 않게 평소에도 사람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지석에게 사내는 좋은 먹이감이었다.
사내는 두 가지 면에서 특이했다. 첫째는 우주복 비슷한 복장을 입고 있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남자 아이들은 우주복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지라 사내의 복장은 지석의 눈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사내가 가진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그의 걸음걸이였다. 마치 술에 취한듯 비틀비틀 걷고 있는 사내의 모습은, 지금이 저녁 8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꽤나 특이한 것이었다.
그 사내는 한 꼬마아이가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도 못한 채 여전히 비틀거리며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내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러 있었고 발은 때때로 헛딛어져 사내의 휘청거림을 더해지게 하고 있었다.
지석은 의아한 표정으로 사내를 주시하고 있었다. '우주복'과 '휘청거림'이라는 소년의 생각으로는 다소 언밸런스한 두 가지 요소를 가진 사내를 보며 지석은 그 또래 꼬마아이들이 의례 함직한 공상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혹시 우주전쟁에서 부상당한 파일럿은 아닐까...?'
'너무 오래 우주에 있어서 지구의 환경에 적응 못하는 우주인은 아닐까?'
'어쩌면 모습은 저래도 실은 외계인인건 아닐까?'
지석의 상상이 점점더 비현실적이 쪽으로 치닫고 있는 동안, 우주복의 사내는 걷기를 멈추고 멍하니 서서 도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퇴근길 정체가 슬슬 풀리는 저녁 시간인지라 차들은 빠른 속도로 도로를 오가고 있다. 사내가 걸음을 멈추고 도로를 바라보자 지석 또한 상상을 멈추고 사내를 바라본다. 사내의 심상치 않은 기색을 어린 나이의 지석 또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이었다.
사내는 어떤 예고도 신호도 없이 도로로 뛰어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천천이 걸어 나갔다. 빠른 걸음걸이는 아니었지만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 끼이이이이이이이--------ㄱ
- 쿵
비단폭을 잡아 찢는 듯한 소리와 둔탁한 충돌음이 연이어 울렸고, 우주복의 사내의 몸이 하늘높이 떠올랐다가 땅위에 내동댕이쳐졌다. 사내의 머리에서부터 나왔으리라 집작되는 피가 바닥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고, 오가던 행인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사고를 일으킨 트럭에서 내린 운전사는 바닥에 주저앉은채 넋을 잃은 듯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사고의 와중에 사내가 들고 있던 가방은 한쪽 옆으로 떨어져 있었고 입구가 열린 가방의 틈사이로 아마 컴퓨터의 키보드라고 생각되는 플라스틱 재질의 무언가가 삐죽이 나와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본 사람은 문이 열린 그 가방의 옆으로 굴러나온 마우스를 발견할 수 있었으리라.
그 시간동안 지석은 아무 말도 없이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 큰 충격에 그 자리에 못박혀버린 지석은 시선 또한 묶여 버린듯 사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행인들이 다시금 비명을 지른 것은. 사내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많은 피를 흘린 그 사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자신의 몸을 바닥에 끌며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고현장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사내를 제지하거나 보살피지 못한채 소리만 질러대고 있었다. 사내의 모습이 너무나 처절했기 때문이다.
사내는 몸을 질질 끌고 바닥에 나동그라진 자신의 가방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지이익... 지이익...'하는 마찰음이 더할 나위 없이 섬뜩했다. 마침내 사내는 자신의 가방앞에 이르렀고, 오른손을 뻗어 가방옆에 흘러나와있는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마우스를 움켜쥔채 고개를 쳐들고 사내는 무언가를 우물거린다.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지석은 바로 그 쳐들어진 고개의 건너편에 서 있었기에 사내의 처절한 얼굴을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 사내는 무언가를 말하려 하고 있었다. 지석은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듣기위해 사내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석이 사내의 눈앞에 이르렀을 때, 사내는 마지막 한줄기 힘마저 소진한채 고개를 떨구고 만다. 곧이어 앰블런스가 도착했고, 지석과 다른 사람들은 사고 현장에서 격리되고 만다.
하지만 지석은 뚜렷히 들을 수 있었다. 사내의 마지막 한 마디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사내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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