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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0/08 05:35:16 |
Name |
시퐁 |
Subject |
SO1 스타리그 8강 2주차 관전후기. |
1. 나는 테란의 제국을 열었고 황제가 되었다.
맵에 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임요환 선수는 맵의 활용을 극대화시킬수 있는 선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본진 방어가 유리하다는 점을 이용한 초반 골리앗 생산, 우선적인 가스 멀티, 지상전을 철저히 배재한 다수의 드랍쉽 플레이.
프로토스가 타 스타팅을 가져가더라도 게이트웨이의 유닛이 쉽게 확장지역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다수의 드랍쉽을 이용한 대규모 드랍으로 단번에 밀어버립니다. 도망갈 곳이래봤자 섬뿐이고 섬에 가까운 스타팅이기에 프로토스의 지상 병력이 수비하러 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팩토리를 아래로 내리지 않고 본진에서 모두 병력을 생산하며 완전섬맵처럼 운용한 것이 오히려 승리의 요인이었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임요환 선수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선수들의 실력이 이미 상향 평준화되었고 그로 인한 패배에 황제란 칭호마저 두려워했던 그이지만, 그는 테란의 암울기에 맵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절묘한 드랍쉽 사용으로 빛이 되었고 그로 인해 테란의 제국이 열렸으며 그 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갈고 닦음에 게을러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닉네임을 유지할 수가 있었습니다. 동급의 테란들이 너무나도 많아지고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실력과 성적을 보여주지만 자신이 테란의 제국을 열었던 당시의 스타일로 아직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기에 그는 황제인 것입니다. 그 어떤 선수도 그의 무위를 능가하는 영웅이 될 수는 있겠지만 황제라는 닉네임을 뺏어가진 못할 것입니다.
2. 전사, 영웅을 탄생시키다.
박지호 선수의 대테란전 운영의 기본은 대부분 초반 견제로 인한 상대적인 물량의 우위이거나 빠른 멀티를 안전하게 지켜내고 게이트웨이를 늘려 엄청난 물량의 퍼레이드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중반 이후의 물량 확보 방식은 상대보다 동급, 혹은 그 이상의 물량을 속칭 '쏟아부으면서' 동시에 생산을 하고, 교전에서 승리하거나 혹은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 낸 이후에는 특유의 빠른 생산력으로 확보된 '더 많은' 물량을 바탕으로 다시 소모전을 합니다. 소모전에 능하고 소모전을 통해 더욱 무서워지는 선수가 박지호 선수입니다.
기존의 FD전략보다 확장이 빠르다는 장점을 가져가기 위해 원팩더블커맨드를 시도했지만 박지호 선수는 훨씬 빠른 앞마당을 가져갔고 동시에 다크템플러를 뽑았습니다. 세번째 멀티까지 가져간 후 다크를 상대의 앞마당으로 보내 성공적인 견제로 진출 타이밍을 늦춘 후 소수 드라군으로 상대 벌쳐 게릴라로부터 멀티를 보호합니다. 실제로 이병민 선수가 견제에 사용한 벌쳐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다크 템플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추가 벌쳐를 기다려 함께 나가기엔 상대 병력이 벌쳐가 빠진 틈을 타서 진입을 시도할 수도 있고(워낙 박지호 선수의 물량이 무시무시하니까요), 타이밍상 추가 벌쳐를 기다리는 것이 늦기도 했기에 아마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벌쳐로 정찰을 해보니 상대방은 이미 세번째 멀티가 활성화 되어있으면서 네번째 멀티까지 시도하고 있고, 게이트웨이는 다섯개뿐이며 아비터를 생산중이라는 것까지 확인하게 됩니다. 진출시켰을때 좋은 진형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거니와 아비터가 활용되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생기기 때문에 바로 병력을 진출시킨 판단은 좋았습니다만, 타이밍이 조금 늦었습니다. 다섯개의 게이트웨이였지만 이미 질럿은 생산중이었고 그 질럿들이 중앙 교전에 합류되면서(더불어 아비터의 클로킹 기능이 더해지기까지!!) 이병민 선수의 전투유닛들은 중앙에서 모두 제거가 됩니다.
아비터가 이병민 선수의 본진에 리콜을 성공시켜 시선을 분산시킨후 박지호 선수의 본대는 상대방의 세번째 멀티를 저지합니다. 이후 또 다시 리콜을 하여 상대의 팩토리를 장악하면서 승리를 거머쥐게 됩니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오로지 정면으로 치는 전사만으로는 이루기가 힘이 듭니다. 때론 중요 요인의 암살을 먼저 해주어야 하고 때론 후방을 치거나 보급기지를 끊어놓기도 하면 더욱 수월한 승리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박지호 선수는 자신의 부대에 그런 역할을 해줄수 있는 영웅을 원했고 탄생시켰으며 비로소 완벽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너의 공격력을 뺏으면 단지 보통의 저그일 뿐이다.
최연성 선수의 기존 성향을 생각하면 빠른 더블 커맨드를 가져갈 확률이 더욱 높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벙커링에 대한 대비도 안할수는 없었기에 9드론 스포닝풀을 선택했습니다. 더블 커맨드라면 테크를 빨리 올려 좀 더 빠른 타이밍에 견제를 해줄 수 있고 벙커링이라면 소수 저글링으로 막기가 수월하기에 선택한 빌드였지만 최연성 선수는 보통의 투배럭 이후 빠른 탱크 생산으로 압박 타이밍을 조금 더 일찍 가져갑니다. 별다른 병력이 없는 저그는 성큰을 지을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심한 자원적인 손해를 입습니다. 최연성 선수는 빠른 멀티보다 압박에 주력했고 특유의 생산력으로 마메와 탱크만 다수 추가하며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어댑니다. 첫 병력이 막혔지만 비슷한 수준의 두번째 병력이 짧은 러쉬거리를 이용하여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고 박성준 선수는 뮤탈리스크 견제를 별로 해보지도 못한 채 본진 수비에 동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큰은 파괴되기 마련이며 뒤에 성큰을 짓더라도 저그의 수비 진형 자체는 점점 뒤로 물러설수밖에 없습니다. 최연성 선수의 추가 병력이 끊기긴 했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본대를 거의 잃지 않았고 테란의 멀티를 끊기 위한 뮤탈도 다시 본진으로 돌아올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최연성 선수는 저그의 앞마당 근처의 성큰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그 방향으로 공격을 들어갔습니다. 이 전투가 정말 중요했는데 다수의 뮤탈이 이레디에잇에 한번 뒤로 물러났고 이레디에잇을 두려워한 뮤탈 펼치기가 오히려 독이 되어 전투에서 압도적인 패배를 합니다. 이후 저그의 앞마당을 부수고 자신은 멀티를 가져가면서 손쉬운 승리를 가져가게 됩니다.
이 경기는 단 한번의 전투로 승부가 기울긴 했지만 저그의 공격력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오히려 압박을 선택한 최연성 선수의 전략적인 승리이며 자신의 엄청난 공격력을 수비에만 활용할수밖에 없었던 박성준 선수의 어쩔 수 없는 패배였던 것입니다.
최연성..무섭네요. 또 다시 진화하고 있습니다. 경기 이후의 운영이 아니라 경기 이전에 운영을 생각했으며 이미 자신의 마음속엔 판이 짜여져 있었습니다. 그대로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능력, 수십번 거론되어왔지만 다시 한번 괴물이라는 칭호밖에 생각이 안나는군요.
4. 너의 창은 나의 방패를 뚫을 수 없지만 나의 칼은 너를 벨 수 있다.
이번 경기에서 서지훈 선수는 방패를 들었습니다. 오영종 선수는 빛나는 날을 가진 길고 무거운 창으로 그 방패를 두들겨댔지만 뚫릴듯 하면서도 그 방패는 뚫리지 않았고 다른 손의 칼은 오영종 선수의 몸 이곳 저곳을 두들겨댔습니다. 쉴새없이 찔렀지만 방패를 든 손의 힘은 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손의 칼에 찔리고 베여 프로토스의 창날은 무디어졌고 창을 든 손의 힘은 점점 빠져나갔습니다. 힘이 빠질수록 집중력은 떨어지고 결국 치명적인 일격을 견디지 못해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엄청난 속도전이었고 막으면서 동시에 날카로운 공격을 할 수 있는 서지훈 선수의 승리였습니다.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나 자신이다'라는 서지훈 선수의 인터뷰에서처럼 자신이 막기로 결정했기에 막았고 자신이 찌른 부위에는 어김없이 상처를 입혔습니다. 정말 눈이 즐거웠던 경기였고 개인적으로 오늘 경기중 가장 시원하고 재밌는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셔틀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많이들 가지시는데요, 분명 셔틀이 있었다면 더 수월한 싸움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테란의 팩토리가 많았고 병력 추가 속도가 빨랐으며 첫번째의 방어막 뒤에는 쉴드처럼 두번째 방어막이 존재했습니다. 벌쳐의 생산 속도가 길지 않고 서지훈 선수는 컨트롤과 동시에 생산을 하는 선수입니다. 아까도 보셨겠지만 1진이 뚫리고 2진이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방어하는 가운데 나가 있던 벌쳐가 들어오거나 생산되는 벌쳐가 전투에 합류합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서지훈 선수는 손이 빠른 나머지 가끔 전투에 소홀한 경우가 있지만 전투에 조금 더 집중한다면 굉장한 전투력을 발휘합니다. 셔틀이 있었다 해도 2진까지 뚫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테란은 방패와 더불어 다른 무기를 항상 손에 쥐고 다닙니다. 최연성 선수나 이윤열 선수는 폴암이나 창과 같은 무겁지만 공격력이 강한 무기이고(두손 무기라도 같이 듭니다), 서지훈 선수는 그렇게 강한 공격을 하지는 못하지만 가장 안정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검을 가지고 있으며 무기의 활용을 가장 잘 하는 선수중의 하나입니다.
저도 하고 있는 공부가 있고 일이 있기 때문에 후기는 밤에 재경기를 보면서 쓰곤 합니다.
예측은 일택님의 글에 댓글 형식으로 달고 있는데 오늘은 다행히 다 맞았습니다(결과만;)
저번에 '주관적인 생각을 가미시키세요'라는 의견을 들었습니다...노력하겠습니다.
보기 어려우니 엔터키를 자주 활용해라..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게 글의 흐름을 이어나가기 약간 어렵습니다. 하지만 보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다음주부터는 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습니다.
경기 내용중 놓친 부분을 지적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공감해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언젠가 저의 보는 눈도 더욱 넓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계속 지적해주시고 공감해 주시기 위해서라도..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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