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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9/27 02:51:13
Name Timeless
Subject 욕심,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다
문득 문득

내 안에서 '욕심'이란 녀석을 느낀다.

평소에는 그런 녀석이 있다는 것 정도만 느끼지만,
내가 연연해 하지 않으려고 애써 다짐한 세상과 조우할때면
그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서 아예 내 어깨에 걸터 앉아 버린다.

나에게는 달콤한 유혹을 던져주고 그 유혹에 번뇌하는 나를 보며 '키득 키득' 웃어댄다.


한번은
지하철역에서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주었덨 적이 있다.
지폐를 줍는 순간, 아니 어쩌면 지폐를 본 그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녀석이 또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나에게 한마디 했다.

'만원 생겼으니 오랜만에 노래방이나 가'

이 말을 던지고는 이내 자는 척을 해 버린다.

그러면 나는 친척 전화번호도 없이 서울 한 복판에 버려진 시골 청년 처럼 우두커니 서서 방황을 하기 시작한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느껴진다(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겠지만).

'이 돈을 어떻게 하지.. 역무원에게 가져다 줄까.. 그냥 내가 가질까..'

갈 곳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의 장난에 나는 시간을 계속 지체한다.

'내가 생각하는 도덕이 한낱 만원짜리 한 장 보다 못한가..
음.. 어차피 역무원에게 주어도 그가 가질텐데..
어휴.. 그냥 버려두고 갈까..'

순진한 시골 청년은 주위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하고 방황할 뿐이다.


결국 나는 그 돈을 역무원에게 가져다 주었다.

역무원이 그 돈을 쥐고 나의 사정을 듣는 순간..

그 역무원 역시 내 안의 욕심이란 녀석과 비슷한 누군가를 만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주인이 찾으러 올 것 같지도 않은데.. 일단 제가 맡고 있다가 주인이 오지 않으면 불우이웃 성금함에 넣을게요..'

나는 난처해하는 그를 보며 왠지 내 친구를 나쁜 무리에 끌어들인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안심 할 수 있었다.

'나는 내 도덕을 지켰고, 이제 조금 서두르면 약속 장소에도 갈 수 있다.'

하고 미소짓고 있을 때 쯤, 그 녀석이 잠에서 막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척 하며 얄미운 목소리로 또 한 마디를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좋지? 역시 세상은 너만 편하면 되는거야.'

아뿔사.. 그 녀석을 떨쳐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녀석에게 놀아난 것이었다.


오랜만에 한 친구와 만날 생각에 들떠 있던 내 마음은 그 녀석의 장난에 무거워졌고,
약속 장소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내내 그 녀석의 킬킬 대는 웃음 소리가 귀를 파고 들었다.

가끔은 그 녀석과 대항하기 위해 세상일에 마음을 비우고, 승리의 브이자를 그려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부질 없는 일이 되버리고는 한다.

그 녀석은 내가 그런 노력을 할 때에는 날 신경쓰지도 않고 딴 짓을 하고 있다가,  내가 약해질 때에나 다시 내 앞에 나타나버린다.

오늘도 나는 '욕심'과 함께 길을 걷고 있다.

지금 나의 좋은 마음으로 다짐함에 있어 그 녀석은 역시나 딴 짓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 녀석 몰래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오늘 나를 만난다면 당신은 정말 행운아다.

내가 사주는 밥과 커피,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녀석을 떼놓을 수만 있다면! 이란 전제가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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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레스
05/09/27 03:18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아파트 1층 유모차 끌고 내려가는 곳에서 만원을 주운 적이 있습니다. 줍자마자 아무 망설임없이 경비아저씨께 갖다드렸습니다. "아저씨 이거 저기서 주웠거든요. 인터폰해서 주인좀 찾아주세요~"이렇게 말하면서.... 그땐 정말 찾아줄 줄 알았습니다;;
지금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글쎄요....별로 자신이 없네요^^;
후루꾸
05/09/27 04:11
수정 아이콘
전 욕심과 함께 26년간 동거생활 중입니다..으음;;
05/09/27 08:12
수정 아이콘
이런 분이 계시다니.. ㅋ; 저같으면 그냥 꿀꺽~
LogicPowerII
05/09/27 09:20
수정 아이콘
Timeless// 결승 올라갔다고 하더니 결과는? ^^;
Timeless
05/09/27 09:30
수정 아이콘
로직햄~ 저 2회 우승에 빛나게 되었답니다^^v

카이야~ 너 안같아~ 하하
Timeless
05/09/27 09:31
수정 아이콘
후루꾸님//그래도 욕심이 없으면 심심할거에요^^ 잘 데리고 사시길~
05/09/27 11:20
수정 아이콘
욕심은 누구나 있는것이고 잘못된 거이 아니며 오히려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욕심이 정당한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My name is J
05/09/27 12:21
수정 아이콘
아예 확 데리고 살던가.
아니면 본적 없는 척-하면서 살던가..
양 극단이라면 사는게 참 편할것 같습니다.
이것도 해야하는데 저것도 해야할것 같고-
이건 해주고 싶은데 저건 해주고 싶지 않고...뭐 그런거죠.

갈등하는 게 아직 젊다는 증거일까요? 아니면 아직 덜 컸다는 증거일까요.
고민같은거 그만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지요.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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