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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9/24 04:02:25 |
Name |
kama |
Subject |
K-1월드그랑프리 in Osaka |
에,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 열린 K-1GP in Osaka에 대한 글입니다. 바로 밑에 두개나 관련 글이 있고 동일 소재 글은 댓글로 다는 것이 PGR의 원칙인 것은 알고 있지만 글의 길이가 만만치 않을 것 같고 또 최홍만 선수에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오늘 대회 전체 시합에 대한 글이니 조금은 차이가 있을 것 같기도 해서 그냥 글로 남깁니다.(뭐, 운영자 분들이 판단하시고 옮겨주시겠죠^^;;)
물론 제가 몇 년간 K-1을 보아온 숨겨진 전문가도 아니고 격투기 경험은커녕 제대로 된 운동도 안 해 비만의 걱정을 달고 살아야 하는 인간이다 보니 평이니 분석이니 하는 것과는 좀 거리가 멀 것 같습니다. 보는 분들이 이상하다 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댓글로 수정해 주시길 바랍니다.(다만 카미유처럼 펀지를 동반하지는 말아주세요~)
1경기 : 조지 ‘디 아이언라이언’(승) vs 카쿠다 노부야키
저의 경우는 처음 듣는 선수였던 조지 디 아이언라이언 선수(운이 참 적절하군요)와 K-1의 마스코트! 카쿠다 사범이 슈퍼파이트로 붙었습니다. 에, 안 봤습니다ㅡㅡ;;; 카쿠다 사범 그 나이에 그 몸 유지하는 것이나 열정 등은 높게 사지만 솔직히 경기력은 그렇게 높게 보는 편은 아니라서요^^;;; 상대 선수도 제게는 처음 보는 선수였고......(스탠 더 맨이라면 옛생각하면서 봤겠지만) 결과는 조지 선수의 판정승이더군요. 하지만 난감했던 것은 후에 들린 은퇴소식. 해설자분 말대로 진정한 승자는 계속 링 위에 남을 카쿠다 사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경기 : 레이 세포(승) vs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
드디어 시작된 16강 첫 경기. 흑표범 레이 세포와 다크호스 카오클라이 선수간의 대결이었습니다. 전 두 선수 모두 좋아해서 누굴 응원할까 고민했는데 솔직히 말해 레이 세포 선수 좀 정나미가 떨어지더군요. 예~전 라스베가스 때만 하더라도 상대도 노매너였으니 뭐,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은 정말......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모습도 보였고, 경기 중 노가드나 딴 짓하기도 매력포인트이긴 했지만 오늘은 정말 도가 지나쳤습니다.
전체적으로 경기는 예상대로였습니다. 공격적인 레이 세포와 회피 후 카운터를 노리는 카오클라이. 솔직히 이 카오클라이 선수를 보면 무사시의 변명-자신보다 크고 힘센 선수를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다-가 무색해보입니다. 물론 수비적이고 빙빙도는 경기를 하긴 하지만 특유의 감각과 스피드로 그럼에도 시합을 긴박감 있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보이더군요. 이제는 특기가 되어버린 매트릭스 피하기. 마이티 모 같은 선수의 주먹이면 모를까 레이 세포의 주먹을 끝까지 보고 회피하는 것은 정말 이 선수가 엄청난 감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어쨌든 분위기는 정말 살벌ㅡㅡ;; 서로 주먹 교환하고 웃는 모습마저 살벌해 보이더군요. 공세적으로 카오클라이를 코너에 몰고 치려는 세포 선수와 이에 카운터 격으로 주먹과 킥을 뻗는 카오클라이 선수의 공방전은 치열했지만 어쨌든 서로에게 치명적인 정타는 결코 허용하지 않은 상태. 결국 2라운드 중반에 따냈던 그 찝찝한 다운을 계기로 레이 세포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습니다.(하지만 30대26은 충격적이었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력은 비슷했지만 인기와 영향력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정당한 판결이었어도 세포가 어그레시브를 가지고 카오클라이가 자주 넘어져서 흐름을 끊었던 것 때문에 레이 세포 선수가 이겼을 것이지만 말이죠. 어쨌든 기대했던 시합만큼의 내용이었지만 찝찝함이 강한 시합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이가 카오클라이를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궁금합니다.(그리고 잡담이지만 카오클라이 선수 잘 생겼더군요^^;;;)
3경기 : 리카드 루드스트란드 vs 루슬란 카라예프(승)
원래는 살아있는 전설 어네스트 후스트 선수가 나왔어야 하지만 부상 때문에 돌연 GP은퇴를 해버리는 바람에 루드스트란드 선수가 대타로 나왔습니다. 무려 격투기는 부업에(본업이 하키선수라죠? 그래서 이번에 특별 휴가를 받고 출전한 것이라고ㅡㅡ;) 갑작스러운 통보에 겨우 3일전에 일본에 도착했다더군요. 상대는 떠오르는 신예 카라예프 선수. 제 기억이 맞다면 세계 아마추어 킥복싱 챔피언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모르겠군요. 어쨌든 원래대로였다면 신구간의 대결이 되었겠지만 결국은 K-1이 기대하는 차세대 주자끼리의 시합이 되었습니다.
결론은 둘 다 잘하더군요^^;;; 스타성도 보이고 실력도 탄탄해 보였습니다. 특히 카라예프 선수의 공격력과 그 화려한 공격들은 정말 기대가 되게 했습니다. 제대로 연습도 못하고 상대분석도 못했을 것인데 그 엄청난 공격들을 제대로 방어해낸 루드스트란드 선수도 대단했고요. 전체적으로 카라예프 공격, 루드스트란드 수비의 형국이었는데 2라운드 중반 넘어가니 카라예프 선수 체력이 조금 떨어져 보이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빈틈을 내주지는 않았고 계속 공격주도권을 가진 상태에서 정타를 많이 날렸기 때문에 판정에서 승부가 났습니다. 판정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빠르고 재밌는 시합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3연속 로우 블로우가 흐름을 끊었던 것은 좀 아쉽더군요.
하여튼 두 선수 모두 발전해서 대선수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특히 카라예프 선수는 정말 대선수가 될 가능성이 보였네요. 앤디 훅이나 크로캅 선수만큼 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그나저나 산을 그렇게 뛰어다닌다는 이 선수가 지쳐버릴 정도니 격투기가 참으로 체력소비가 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 추천 시합 중 하나입니다.
4경기 : 세미 슐츠(승) vs 글라우베 페이토자
가라데의 양대 산맥 극진과 정도간의 대결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대하던 시합이었습니다. 거대 격투 사이보그 세미 슐츠 선수는 제 생각에 최홍만 선수의 최종과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선수기도 했고요. 큰 키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다져온 격투기 경험으로 다른 거인들과는 차별화된 강력함을 선보이는 선수죠. 물론 프라이드에서야 하리토노프에게 죽도록 얻어맞았지만 그건 하리토노프가 너무 강했던 것이고(스페츠너츠 격투기 챔피언ㅡㅡ;; 덜덜덜)사실 그는 프라이드보다는 K-1룰에 더 적합한 선수이기도 하니까요.(제가 예상하는 올해 우승자입니다^^)
페이토자 선수는 생각보다 오랜 길을 걸어온 것이죠. 특히 피리오의 후계자 성격으로 데뷔한 극진 공수도의 강자인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착실하게 자신을 성장시키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다른 선수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차분함과 끈기가 느껴져서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대가 좋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키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더군요. 페이토자 선수도 상당히 장신인데도 리치의 압박이 정말......그래도 슬로우스타터 답게 3라운드 멋들어진 브라질리언 킥을 먹여버리는 화려한 광경을 보여줘서 다음을 더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브라질리언 킥은 보면 볼수록 신기합니다. 어떻게 그 다리가 그렇게 휘어버리는지. 슐츠가 긴 다리로 방어하려했는데 뱀이 담장 넘듯이 그 사이를 파고들어 가격을 해버리네요) 슐츠 선수는 정말......강하더군요. 그 거대한 몸이 그렇게 가뿐하게 움직이는지. 다만 마른 체격이다 보니 키만큼은 파괴력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네요.(어디까지나 키에 비해서, 입니다......)
5경기 : 레미 본야스키 vs 알렉세이 이그나쇼프
사실 2연속 챔피언은 대단한 기록이죠. 하지만 본야스키 선수는 그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K-1의 수준이 내려갔다고 생각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상대가 모두 무사시(ㅡㅡ;;;)였기 때문일까요. 하긴 그의 스타일 자체가 엄청난 카리스마나 파괴력을 보여주는 스타일이 아닌 천천히 상대의 약점을 살피고 그곳을 노리는 기본기형의 헌터라서 그리 강력해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성적도 좋지 못했고요. 하지만 그만큼 탄탄한 기본기와 일정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도 드물 것 같습니다.(그의 최대 장점은 다른 것이 아닌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벨로루시의 붉은 전갈 이그나쇼프 선수, 인기도 많고 실력도 뛰어난 선수였습니다만 카오클라이에게 판정패 한 후에 오른 무릎 부상, 그리고 복귀전에서 엄청난 뱃살을 가지고 어이없는 경기력을 보여줘서 이제 한 물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죠. 하지만 수술을 성공리에 맞추고 제대로 준비를 해서 돌아온 그는 역시 관록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1라운드, 이그나쇼프의 기세는 정말 놀라웠죠. 원래 좀 건방지고 터프한 느낌인 선수임에도 굉장히 깔끔한 복싱 실력으로 본야스키를 밀어붙이더군요. 어차피 수퍼파이트라 GP와는 상관없었지만 예전에 겨뤘던 경험도 있고 본야스키를 라이벌로 생각해서인지 단단히 준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본야스키 역시 대표적인 슬로우스타터. 2라운드 접어들더니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시합은 제압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연장 끝에 판정승을 거두었네요. 전체적으로 상당히 깔끔하고 고품격의 시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확실히 이런 스타일의 시합들은 전문가들은 좋아하지만 저 같은 일반 시청자에게는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실력들은 정말 확실한 두 선수라고 생각합니다.(그나저나 본야스키 선수, 안경 쓰고 인터뷰 할 때와 시합 할 때의 차이가 크네요. 인텔리 같은 느낌과 화끈한 헌터의 느낌이 모두 느껴지는 매력적인 선수 같습니다)
6경기 : 제롬 르 밴너(승) vs 게리 굿리지
절대로 판정을 가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호언장담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떡였을 시합이 아닐까요. 결국 예상대로 2라운드도 가지 않고 1라운드 초반에 끝이 나버렸죠. 제롬 르 벤너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선수로 정말 화끈하고 터프한 시합을 보여주는 선수죠. 비록 무관의 제왕이라는 칭호처럼 챔피언이 된 적은 없지만 그 어떤 챔피언들과도 맞먹는 포스를 보여주는 선수라고 봅니다. 특히 터프한 스타일과 다르게 기본기가 매우 탄탄한 선수이기도 하죠.
반대로 게리 굿리지 선수는 개인적으로는 최상급의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 방은 매우 위력적이지만 정교하지 못하고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상대를 만났을 경우에는 꽤나 힘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었죠. 이번에도 패자부활전에서 한 수 아래의 상대들을 무너뜨리고 올라온 상태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괴력과 언제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르는 한 방의 호쾌함이 굉장히 매력적인 선수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로또가 터지지 않았습니다. 밴너는 처음부터 정교한 펀치와 킥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하죠. 특히 기존과는 달리 킥의 활용이 굉장히 높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 방어가 약하고 공격이 강했던 굿리지 선수는 정면 대결에서 수세에 몰리자 방법이 없었죠. 밴너가 럭키 펀치를 쉽게 허용하는 선수도 아니고 처음부터 계속 압도를 하면서 거의 넉다운 상태로 만들어서 승리를 따냅니다. 로우킥에 의한 다리쪽의 충격이 치명적이었네요.
확실히 실력 차이가 보였던 시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맞고 또 로우킥에 다리를 쩔뚝거리면서도 계속 싸우려는 의지를 보였던 굿리지도 참 멋졌습니다. 그런 면모가 있기 때문에 많은 패배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으며 이 세계에서 장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어쨌든 다시 한 번 챔피언으로 향하는 길에 선 제롬 르 밴너 선수. 이번에는 기필코 우승해서 그동안의 한을 풀 수 있길 바랍니다. 어쨌거나 드디어 KO승이 나왔습니다~
7경기 : 마이티 모 vs 피터 아츠(승)
어쩌면 이 시합에서 대박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작년 훅 한 방의 위력으로 GP에 올라왔지만 카오클라이의 그림같은 플라잉 하이킥에 일격을 당했던 마이티 모 선수. 이번에는 레미 본야스키를 잡으며 작년처럼 힘만 믿는 선수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이번에야 말로 다크호스로의 역할을 단단히 하겠다, 라고 나섰습니다. 상대는 바로 살아있는 전설, 20세기 최강의 킥복서, 제왕 피터 아츠. 어차피 캐리어의 차이에서 잡으면 대박, 져도 본전인 상황이니 욕심이 났을 것입니다. 더욱이 아무리 제왕이라고 하지만 나이도 있고 고질적인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던 인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허리부상으로 시원한 하이킥은 나오지 않고 나이를 먹어 예전과 같은 기량을 선보이지 않았지만 그 세월은 그에게 관록이라는 것을 붙여준 것 같았습니다. 챔피언 레미 본야스키도 고전했던 마이티 모의 그 돌파력을 적절한 로우킥과 펀치로 차단하는 모습은 정말 관록의 차이가 시합에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직접 보여주는 것 같았죠. 비록 로우킥 중에 다리 부상을 입어 위험한 시기도 있었지만 그는 마이티 모를 끊임없이 괴롭혀주더니 결국 2라운드 로우킥으로 저 거대한 몸을 링 위에 쓰러트리고 마는군요.
앤디 훅은 사망했고, 크로캅은 프라이드로 갔고, 이제는 후스트마저 GP은퇴를 선언한 상황. 이제 K-1의 걸어온 시대를 후배들에게 알려줄 사람은 피터 아츠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마이티 모를 상대한 실력을 봐서는 그는 아직 은퇴할 마음도 없고 후배들에게 더욱더 ‘한수’ 가르쳐줄 각오가 되어있는 것 같았네요. 노장이 보여주는 경기 운영의 극을 발휘해서 그가 최초의 4회 우승의 업적을 쌓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반면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마이티 모는 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8경기 : 무사시(승) vs ‘화이트 버팔로’ 보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선수라 예상되는 무사시 선수의 시합이었습니다. 확실히 그의 경기는 재미가 없죠. 방어 중심에 광속 클린치, 점수따기 용 킥과 펀치.....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실력자고 2연속 K-1GP 준우승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홈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경기 운영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각종 거인들과 고수들이 날뛰는 이 무대에서 일본과 가라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는 어쨌거나 승리하고 승리해야 하니까요(맥스와는 달리 K-1에서 일본 선수들의 성적은 매우 초라합니다)
‘화이트 버팔로’ 보타가 K-1에서 이정도로 선전해줄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복싱 챔피언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유명한 단체가 아니었고 또 나이도 꽤나 먹었던 상태였으니까요. 실제로 그는 절친한 사이인 본야스키의 데뷔전부터 패배를 하면서 역시나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GP에서 제롬 르 밴너를 굴복시키더니 본야스키와의 복수전에서도 거의 대등한 시합을 보이며 노련한 복서의 실력이 어떤지를 보여주기 시작했죠.
네, 결론을 말하자면 시합 안봤습니다ㅡㅡ;;; 어느새 무사시 시합은 그냥 무심코 돌려버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나중에 결과만 알았습니다. 그래도 하이라이트를 보니 이번에는 꽤나 공격적으로 했던 모양이네요. 하이킥도 몇 번 명중시키고......어쨌든 그래서 할 말도 별로 없습니다^^;;;
9경기 : 최홍만(승) vs 밥 샙
에, 일단 밥 샙인지 밥 샾인지 바프 샤프인지는 넘어가고ㅡㅡ;;;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리앗과 비스트, 거인과 짐승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최홍만 선수가 데뷔하고 아케보노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을 때부터 언젠가는 저 야수와 붙을 날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 날이 예상보다 빨리 왔네요. 그만큼 최홍만 선수의 성장이 빨랐다는 것이고, 또 이 두 거인간의 대결을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말이 되겠지요.
더 비스트, 밥 샙. 정말 충격적인 데뷔로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던 선수였죠. 미스터 퍼펙트 후스트를 두 번이나 잡다니. 거기에 프라이드에선 노게이라를 괴롭히지 않나. 여러모로 놀랍고 충격적인 선수였습니다.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짓ㅡㅡ;;;으로 인기 폭발!!!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스타일이 파악되고 약점이 뚜렷하게 부각되면서 개인적인 생각이나마 최상급에 오를 선수는 아니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자신도 그것을 알았기에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샘 그레코와 함께 꾸준한 연습을 해오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죠. 적어도 그 힘과 초반 돌진력은 K-1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최홍만 선수. 사실 따지고 보면 좋은 출발은 아니었습니다. 반강제적인 방출이었으니까요. 한국 씨름계가 무너지면서 팀 해체. 여기에서 느낀 배신감과 현실적인 문제(돈) 때문에 K-1으로 간 상황. 물론 새로운 세계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컸을테지만......그리고 쏟아졌던 비난들, 그 둔한 몸으로는 샌드백만 된다, 일본 가서 얻어맞고 씨름의 이름에 먹칠할거냐, 하필이면 일본 단체에 가서 우스갯소리가 되냐 등등......하지만 그는 격투기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GP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월드 GP에 나갑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모른다, 대진이 좋았다 등등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결코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당히 보여줬습니다. 힘과 힘의 싸움, 대결은 한 때는 치열하고, 한 때는 지루했지만(ㅡㅡ;; 둘 다 체력이 달아서.....) 어쨌든 그는 K-1에서 이름을 날리는 스타 중 한 명인 밥 샙을 힘과 힘 싸움에서 물리치고 당당히 8강에 올라갔습니다. 정말이지 격투기 생활 1년 만에 얻은 쾌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입니다(임팩트는 밥 샙 때가 더 컸지만 말이죠)
하지만 아직 안도할 시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 시합은 아직 개선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시합이기도 했으니까요. 급격히 떨어진 체력과 집중력. 여전히 느리고 타점이 불분명한 펀치, 허술한 가드 등. 물론 엄청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고 또 격투기 생활이 얼마 되지 않은 선수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8강에 오른 선수들을 보면 녹녹한 선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홍만의 목표가 GP8강이 아닌 이상, 다른 이들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더욱 발전해야 함은 당연한 말이겠지요. 자신의 엄청난 체격에서 나오는 장점은 부각시키고 이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단점들은 보완하면서 자신이 더욱 뛰어난 선수임을 세상에 보여줬으면 합니다.
이제 8강은 가려졌습니다. 레미 본야스키, 레이 세포, 무사시, 루슬란 카라예프, 세미 슐츠, 제롬 르 밴너, 피터 아츠, 그리고 최홍만. 이제 8강부터는 토너먼트. 단순한 링 위에서 실력만이 아닌 체력 안배와 기본기, 그리고 운의 역할을 매우 중요해지는 순간이죠. 정말 어떤 대진표가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P.s) 최홍만 선수 입장에서 만만한 선수는 절대 없지만 적어도 세미 슐츠만큼은 피해야 하지 않을가 싶네요. 장신도 장신이지만 밥 샙과 같은 파워형 선수보다 훨신 더 까다롭고 껄끄러운 상대입니다.
P.s-2) K-1과 프라이드에서 활약하는 다른 선수들도 파이팅입니다. 특히 이번 프라이드에서 경기를 치룰 윤동식 선수, 어차피 상대도 유도가 출신. 그냥 엎어치기 후 조르기로 끝내버리시길.(그나저나 추성훈 선수도 곧 경기 가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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