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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9/16 12:29:18 |
Name |
마술사얀 |
Subject |
하늘의 눈 |
군 시절. 야간 행군을 하다가 쉬는시간. 지칠대로 지친 나는 군장을 벗지도 못하고 그대로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쏟아진다는 그 상투적인 표현 외에는 그 하늘을 설명할 수식어가 없었다.
그 아름다운 하늘 아래서 난 상상력의 안개를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저 하늘을 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몇만년 후에 몇만광년 떨어져 있는 어느 행성에서
볼수도 있을지 몰라. 그런데 만일 후세 사람들이 빛의 속도보다 빨리 움직일수 있다면.
우주로 뻗어가고 있는 지구. 그속의 내 모습을 쫓아가 추월해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빛의 속도이상의 물체는 물리학적으로 존재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내 모습을 받은 수만 광년
떨어진 별이 얼음으로 뒤덮혀 있다면 다시 반사해서 지구로 돌아올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후세 인류는 내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수만년 후의 일이 되겠지만 말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피식 미소가 떠올랐다.
아아. 저 거대한 눈. 하늘아...
호각소리. 행군이 재개 되기 전. 나는 일어나면서 하늘을 향해 말을 걸었다.
소리는 후세 사람들이 다시 들을수 없겠지만 내 입술 모습을 보고 내 메세지를 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 내가 보이나요? '
몇년이 흐른 지금. 난 다시 하늘이 거대한 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구글어스. 전세계를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모습. 산, 바다는 물론, 건물.. 도로위의 차.
심지어는 걸어다니는 사람까지 보고 있다.
또 엊그제 본 신문기사가 생각난다. 삼성전자의 고용량 flash memory 개발 소식.
삼성전자 반도체의 황창규 사장이 제창한 '황의 법칙' 에 의하면 개발되는 메모리 용량은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게 바로 그것이다.
10년이면 지금 2기가 메모리가 2048 기가까지 늘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어마어마한
무한과 같은 기억력을 인공위성이 갖게 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 지구상의 모든 지역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저장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순간부터 역사를
말 그대로 '기억' 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신나는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등.... 집중 조명할 만한 인물의 어린시절 같은
과거를 인공위성의 기억에서 되찾아낼 수도 있을것이다. 또한 각종 국가적, 개인적 분쟁이
인공위성이 그대로 지켜보고 저장하고 있으니. 누가 먼저 침공을 했다. 누가 먼저 공격을 했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시시비비가 모두 가려진다. 더 이상 역사학자들의 첨예한 노력과
논쟁이 필요없어진다. 물론 사생활 침해의 위험은 말할것도 없이 두려운것이다.
그것은 제도적 장치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자신이 촬영된 그 부분에 대한 정보는 어떠한 경우라도 영원히 열람할 수 없게 한다든지.
훗날 경찰은 사건 시비가 붙은 두 사람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당시 영상을 조회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거부해면 그 누구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무죄를 증명하고 싶다면 판결을 인공위성의 기억에 맡기는게 어떨까요?'
아아.. 저 거대한 눈. 하늘. 당신은 날 바라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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