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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9/15 16:17:43 |
Name |
Ms. Anscombe |
Subject |
수준 낮은 글과 나쁜 글 |
안녕하십니까, Ms. Anscombe 입니다.
예전에 모 언론 관련 단체에서 잠시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한 주에 한 번인가, 한 달에 한 번인가 좋은 사설, 나쁜 사설을 뽑았더랬습니다. 일단은 중앙 일간지 5개사를 대상으로 했지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하나 더 했던가? 기억이..)
한 번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두고 어떤 사설을 나쁜 사설로 뽑을지에 대해 말들이 있었죠.(어디까지나 '예'이니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마시길) 조선의 경우에는 대통령에 대한 근거없는 인신 공격으로 점철된 글이었습니다. 대학 논술 시험에 제출했다면 큰일날 그런 글이었죠.(김대중 칼럼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워낙 오래된 일이라..) 반면, 중앙의 경우는 일반적인 경제 정책에 대한 것이었는데, 조선과 달리 일단 인신공격은 아니라는 느낌을 주고, 나름대로는 정연한 논리를 갖춘 것이었습니다. 다만, 문제가 된다면 그것이 주장하는 '바' 였죠. 만사 제쳐두고 경쟁과 시장만을 주장한다는 점이었습니다.(누차 말하지만 예의 내용은 논점의 핵심이 아닙니다)
그래서 의견이 오고갔었죠. 저런 말도 안 되는 글이 나쁜 게 아니면 어떤 게 나쁜 거냐. 아니다, 저렇게 논리적으로(혹은 논리적인 척) 좋지 않은 주장을 펴는게 더 나쁜 거다 등등. 비유컨대, 훤히 드러나게 강압적인 폭력으로 지배하는 사람과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지배하는 사람의 차이랄까. 어쨌든 결론은 중앙으로 났습니다. 조선의 경우는 나쁘다고 하기에는 너무 수준이 낮다는 의미에서였죠.
게시글의 문제, 리플의 문제, 아마 게시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전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곳에는 다만 '글'만이 있을 뿐이니까요.(배우신 분들은 '텍스트'라는 말을 선호하실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디에나 논란(포털에서 난무하는 이 말 참 보기 싫은데)이 되는 글이 올라오게 마련이고, 문제가 되는 댓글들도 올라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나름대로의 차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논란이 되는 글이란 대개가 '댓글 수가 많은'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시글로 논쟁을 펴지는 않으니까요. 이런 글들을 하나의 특징으로 묶을 수는 없겠지만, 몇 가지 특성은 갖고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라거나(축구 관련 글 같은), 현재 여러 사람들이 논쟁 중인(이곳에서는 아니더라도) 문제(독도 영유권 같은), 특정 집단 사이의 갈등에 대해 논하는 경우(의약 관련 글 같은). 그 외에 특정한 주제들 자체는 늘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남녀 문제, 일본 관련 문제, 담배 문제 같은) 이것은 글의 주제와 관련된 특성들입니다.
반면 글 자체의 수준이 논란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 올라오는 글들은(그냥 일상적인 글들을 제외하면), 보통의 게시판들에 비해 질이 높은 편이죠. 글 자체가 엄청난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글 자체라기 보다는 대개 댓글입니다.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글쓴이 자신이 본문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을 정도로 얘기했지만, 댓글에서는 문제가 되는 말을 하는 경우입니다. 대개 그 주장이 본문에도 드러나있기는 하지만, 크게 부각되어있지는 않다가 다른 사람과의 논쟁을 통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본문과 무관하게 특정인의 댓글로 인해 논란이 생기는(댓글 수가 불어나는) 경우입니다. 소위 '악플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죠. 악플러에도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은데, 하나는 글을 읽고 소화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직 미약해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조금 악의적으로 비꼬거나 비난하는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악플러란 두 번째를 말하겠지만, 첫 번째의 경우도 상당수 있는 듯 합니다.
제가 여기서 주제로 잡고 있는 것은 수준 이하의 댓글입니다. 그리고 그 댓글을 악의적인 것과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댓글이 많은 글이 모두 건전하지 못한 논쟁인 것은 아닙니다. 건전한 논쟁들도 많죠. 논쟁이 건전하지 않게 가는 것은 대개 수준 이하의 댓글이 달리고, 그 댓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시 댓글을 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순환이 이루어지죠.
다들 모르셔서 그런 것은 아니리라 생각하지만, 수준 이하의 댓글에 대해서는 그냥 '코웃음 한 번 치고' 넘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댓글들로 인해 괜찮은 본문의 내용들은 사장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비꼬는 식의 댓글, 특히 한 마디 던지듯 올려 놓은 경우는 그냥 무시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간혹 그런 글들 가운데 '위험한' 말을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 경우는 지적해 주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댓글에 대해 다른 분이 이미 잘 지적해 주셨다면 (또 다른 독창적인 지적이 아니라면) 그 이상의 언급은 없었으면 합니다. 어차피 그 댓글이 우리가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니까요. 어떤 분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화제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고, 그의 글을 문제삼는 것은 그의 의도를 만족시켜주는 거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글이 논란거리가 되기를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그의 글을 문제삼는 것은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물론, 명백히 본문의 내용과 관련 있는 논쟁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겠죠)
위에서 구분했듯이, 그런 댓글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악의적인 글과 이해가 부족한 글. 이 둘 사이를 구분하기란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글을 대할 때, 일단은 '이해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어느 부분에 대한 이해를 잘못했는지를 먼저 짚어주었으면 합니다. '실제로' 그가 악의를 갖고 비꼬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해도 말이죠. 하지만 '악의가 있다'고 먼저 생각해 버리면, 악의적인 사람인 경우에는 문제가 안 되겠지만, 이해가 부족한 사람인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 악의 없이 썼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결과적으로 '악플러'가 될 수 밖에 없죠. 그런 경우도 간혹 있는 듯 합니다.
문제가 되는 댓글들은 사실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좀 비상식적이거나 너무 단순하거나, 매너가 없거나, 아직 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수준이 낮은 글들이 본문이나 그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말을 해치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그 위험하지 않은 댓글들이 그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 글에 '커다란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죠. 그런 반응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예로 들었던 조선일보의 글과 같이, 수준이 낮아서 별로 논할만한 가치가 없다면 가볍게 무시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말도 안 되는 글들이 난무합니다만, 그에 대해 일일이 지적해 봤자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이야기들만 오갈 뿐입니다.
제가 처음 썼던 글에서(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글에 대해서는 일단은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최대한 의의를 찾자고 말입니다. 공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세 명이 함께 떠나면 누군가는 선생이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좋은 행실일 수 있지만, 나쁜 행실일 수도 있습니다. 둘 모두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줍니다. 한 철학자의 말도 떠오릅니다. '우리는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 글에 문제가 있더라도 최대한 관용적으로 접근하고, 그것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수준 이하의 댓글들에서도 우리가 '배울 것'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별로 풍부하지는 않죠. 그렇기에 가능하면 관용적으로 접근하고, 웬만하면 무시하자는 것입니다. 수준 이하의 글에 많은 비판, 비난이 난무하는 건 그 글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이고, 비생산적입니다.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수준 이하의 글에 대해서는 지나친 반응을 보이지 말고, 웬만하면 무시하자는 것, 그리고 그런 글에 대해서도 '일단은' 관용적인 접근을 하자는 것입니다. 다 아는 얘기를 쓸데없이 길게 늘어놓은 꼴이 되었군요.
두 가지만 덧붙입니다.
첫째는, 여기서의 '수준 이하'라는 게 대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느냐라는 점입니다. 아마도 사회학자라면 이런 식으로 말할 것입니다. '수준을 가르는 기준이 누구의 것인가'. 제가 여기서 말하는 수준이 무슨 글의 품격이나 창의성, 생산성 이런 걸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 글을 써야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글과 그렇지 못한 글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글을 쓸만한 능력이 못 되어서 '수준 높은'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제가 말한 '이해가 부족한' 유형과 비슷할 것이고, 그런 유형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용적인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악의적인 비난이 섞인 글은 이와는 다른 의미에서 수준이 낮죠. 아마 매너나 예의가 없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입니다. 제가 중점을 둔 것은 이 경우이고, 겉보기에는 이렇게 보여도 사실 이해의 부족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있기에 유형을 구분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 '수준 이하'가 무슨 대단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판단하시겠죠.
둘째는, 문제가 되는 댓글을 주로 다는 사람들에 대한 것입니다. 저도 그 속에 끼어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소위 '논란 거리'를 제공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신 듯 합니다. 단순히 논쟁의 주제를 전달한다기 보다는 위에 언급한 '수준의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그런 일이 몇 번 있으면 우리들은 '그가 누군지' 알게 됩니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Ms. Anscombe 님 또 나오셨네' 라던가
'Ms. Anscombe 님이 오실 때가 됐는데' 와 같은.
똑같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사람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의 '글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입니다.(이 공간에서 인간적인 수준까지 수위가 높아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중대한 경우가 아니라면요) 아무리 문제가 될만한 말을 여러 번 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문제가 안 되는 말에 대해서까지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예전의 발언들에 비추어서 그의 말을 해석해야 하는 것도 아니죠. 그의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예전에 몇 번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그 사람이 '아직' 잘못된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먼저 비꼬는 것이 위에 언급한 악의적인 글과 무엇이 다를까요?
특정인을 언급하는 결과가 되어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밑에 어떤 분에 대한 스톰 샤~워 님의 언급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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