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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9/12 10:16:46 |
Name |
[NC]...TesTER |
Subject |
[영화]가문의위기(스포일러약간있음) |
안녕하세요 테스텁니다. 어제부터 갑자기 날씨가 찜통이더니 늦더위가 오늘도 기승을 부립니다. 출근하자마자 피지알 글들을 쭉 읽고 금요일 엘로우의 경기에 밤새 내내 그를 잊기 위해 친구와 스타를 했습니다. 무한에서 10경기해서 모두 이겼습니다. 마우스의 힘을 느낌니다.(로지텍 G1 옵티컬 오프 판매 되자마자 구입했습니다. 정말 좋더라구요)
어제는 가문의위기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언제부턴가 추석때면 그냥 킬링타임용 조폭 또는 한국적 코메디 영화들이 꼭 개봉을 하더라구요. 아마도 제 어렴풋한 기억으론 조폭마누라가 테잎을 끈어 가문의영광, 귀신이 산다 등의 영화들이 흥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1편과 그다지 틀리지 않은 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고, 다만 1편에서는 엘리트 신랑을, 2편에서는 엘리드 며느리가 들어오는 거죠. 결론적으로 강력계 검사 며느리가 들어와 가문의 위기가 될뻔하지만 가문의 영광으로 끝을 맺습니다. 반전에 크게 하나 있는데, 주인공 커플은 결혼을 끝내 못하죠. 스포일러때문에 여기까지만.
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호러장르를 좋아하지만 뭐 장르 안가리고 닥치는데로 다 보긴하죠. 전 비디오용 16미리 에로영화도 하나의 작품이고 그 나름데로 가치가 있는 영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입맛에 맞는 영화가 있고, 짜증나는 영화가 있고, 기대를 잔뜩 했는데 실망이 가득한 영화가 있는가하면, 반대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영화들도 있습니다. 영화의 평가는 관객마다 각기 주관적이고, 가치관이 틀리므로 그 받아들이는 입장과 견해는 무궁무진합니다.
간만에 어제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김수미씨의 연기는 영화의 빛을 내주었고, 신현준씨의 연기변신은 그리 역겹지는 않았습니다. 조연들의 연기들도 많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탁재훈씨의 연기는 그의 능구렁이같은 언변과 코믹한 표정은 임창정이란 배우가 생각이 조금 났구요. 김원희씨의 연기는 별루 기억이 잘 안나고 다만 참 이쁜 배우라는게 기억에 남습니다.
가문의 위기라는 영화를 통해 다시한번 조폭이라는 상업적 코드의 영화들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현재 흥행성이 심상치 않거든요. 이 영화에서는 코믹코드는 몇가지로 압축이 가능합니다.
1. 조폭 : 무식하고, 순진하다. 나름데로 착한 구석이 있다. 비장미가 느껴지는면은 많이 사라짐. 초기 조폭코드와 약간 틀린점이 있다면 개과천선 한다. 청소년들이 이런 조폭을 보고 아직도 선망의 대상이나 따라하고 싶은 우상적 코드로 인식할 것인가? 이 영화에서 신현준의 젠틀하고 정의를 위해 불타오르는 모습은 조폭 코드의 아이러니로 비쳐진다. 정말 오렌지를 영어로 델몬트라고 생각하는 실제 조폭들이 있을까?
2. 성(性)적 이미지 : 우선 저급한 대상으로 본다. 남자를 뿌리로 치면 여자는 여러 곁가지중에 하나일 뿐. 본부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곁가지를 치는데, 본부인은 그걸 당연시 하는 듯함을 보여주면 남성 관객에게 남성적 우월감을 간접적으로 맞보게 해준다. 여성 스스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의식을 스스로가 인정하는 듯한 상징도 보여준다. 극중 김원희는 여자의 아킬레스건을 스스로 인정한다.
3. 욕설 : 구수하게 들리는 전라도 사투리는 일반 서울이나 표준어를 쓰는 사람들에겐 어찌 보면 상스럽게 들릴지도 모른다. 가령 머리를 대가리 또는 대갈통, 대그빡이라는 어감은 정말 상스럽게 들린다. 보통 사람들은 X발X이라하지만, 여기선 X벌X이라 하는데 한글자 차이 그것도 한 획의 차이가 얼마나 상스럽고 그 강도가 더 커보이는가! 그런데 이러한 욕설들이 관객에겐 시원한 폭소를 자아내고, 나에겐 카타르시스마져 느끼게 해준다. 평소 마구마구 욕설을 퍼붓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나약한 나란 존재에 분명 극중 배우들이 내뱉는 욕설들은 대리만족감과 시원스런 웃음을 자아낸다.
4. 폭력 :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폭력적인 요소는 예전 조폭류의 영화들보단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추석을 타겟으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일 것 같은데. 극중 도끼로 뭔가를 자르는게 보일락 말락하고, 신현준의 칼부림은 이젠 폭력적인 코드가 아닌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가문의 위기는 전편과 그 맥락을 같이하면서, 배우들의 재치와 안정적인 연기는 한가위에 보기에는 아주 편하게 그리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다만 한가지. 불과 어제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내용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 건 나의 기억력 감퇴인지는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영화를 본건지..왜 자꾸 랜드오브데드는 기억이 잘 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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