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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9/07 22:06:56 |
Name |
황제팽귄 |
Subject |
자신을 한번더 믿어본다는 말... 해본적 있으세요? |
여러번 속아왔습니다. 진짜 계속 속고 있습니다. 매일 속아서
지긋지긋 합니다. 그런데 또한번 믿어 봅니다. 그러지 않을꺼라고...
시작이 너무 추상적인가요?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건데요
전 지금 수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남들 나이로 따지면 삼수생 나이와
같죠 하지만 저는 저쪽 성북구에 있는 K모 대학을 다니다가 공학위주의
공부가 너무 안맞는거 같았고 평소 철학과 사학에 많은 관심을 보인
저에게 "넌 인문계 체질인데 말야" 라고 했던 말도 깊이 와 닿았죠
그래서 내년에 군대를 걸어 놓은 상태에서
무모하게 7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조금더 나이가 들기전에
이른바 "잭팟"을 터뜨려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고3때 이놈에 스타에 빠지는 바람에 공부 많이 못했죠
집에와서 한판만 하고 자야지 하는게 어느덧 새벽 4시
가끔 라이벌과 대결하면 진짜 창 밖에서 동이 터 올때쯤에서야
잠을 청하곤 했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로 밤을 새우신
분들은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습니다. 저같은 경우 동이 터 올때쯤
잠이 들면 기분은 진짜 안좋았죠) 사실 안된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절제라는것을 못해 봤습니다.
참아야지 진짜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컴퓨터를 켜는 내 자신이
싫었고 나랑 비슷했던 녀석들이 하나둘 앞질러 갈때 정말
세상을 염세주의적 시각으로 까지 보기도 했었죠
그때 다짐한 것이 재수는 물론이거니와 이런 절제력 가지고는
성공한 인생을 버리자 평범하게 살겠다는 다짐 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수능이 끝나고 저와 중학교 시절부터 좀 친했던
녀석이 꽤 공부를 잘하던 녀석이였는데 고3때 좀 실수했다가
재수하더니 Y대에 그... 남의 치아 봐주면서 돈버는 그런과에
가더군요. 물론 제 주변에 재수해서 성공한 녀석은 그녀석
뿐이였습니다만, 제 마음속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예전
고3 수능 직후에 잊혀졌던 "욕망"이 자극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판단 실수를 하게 되는데요, 정상적 과정으로
놓고 보면 2학년을 다니지 말고 휴학을 했었어야 합니다
근데 바보같이 제 자신을 믿지 못하고 고민만 하다가
한 학기를 다니게 되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한심했습니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제 자신에게 자신이 없었습니다
학기중에 또다시 만행을 저지르고 마는데요, 수능을 본다고
생각해놓고도 대학생활을 계속 즐겼습니다. 사실 맨날 놀고
마음은 불안한 고3때의 심정과 비슷했죠 그래서 더 놀았고
1학기의 종강을 알리는 6월 20일... 종강 파티를 하면서
은근히 마음을 정했죠, 2학기 부터는 제대로 공부하자고
앞에서 말씀드린 내 자신을 한번더 믿어 본다는 말
비록 도박적이긴 하지만 믿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됬지요
그러던 6월 28일 제 나름대로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요
바로 그것이 재수학원 입학시험 이란 것이였습니다
전 그때 학원에서도 떨어진다는걸 처음 알았죠
그래서 내심 "붙으면 학원생활 떨어지면 2학기도 다니자"
라는 마음까지 먹었습니다만 어이없게도 붙어버리는
참사(?)를 경험하게 됩니다 30일날 끈덕지게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이때까지도 말씀 못드렸습니다 죄송스럽게도)
바로 다음날이 7월 1일 부터 학원에 다니게 됬습니다
7월부터 시작했으니 해야할 공부는 산더미 같았죠 고3때 내팽겨
쳐버린 언어와 6차세대인 저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정도에 외국어
이과생이라 수학에 자신 있을꺼라고 했지만 생각만큼 고득점은
못나오는 현실 이제 시작해야하는 사탐앞에서 정말 7월 두주간은
잠조차 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독하게 시작한 만큼 "나를 빛나게 하는 SKY"란 문구의 대학이
아니면 안가겠다고 다짐했죠 그만큼 열의는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거 웬걸... 7월말 첫 모의고사 부터 오늘 9월 모의평가까지
나를 빛나게 해주는 SKY가 아니라 나를 철들게 하는 군대가
기다리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성적은 초라했다는 말이죠
그래서 지금 현 시점에 다시한번 저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고3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물론 지금은 고3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컴퓨터도 제방에서 치워 버리고 밤에 1시정도
되면 꼬박꼬박 잠에 들고 있어요. 하지만 남들보다
시간이 짧다는 점과 공부를 안하다가 해서 그런지
잠시 집중하면 나중에 멍해지는 현상까지 겹치고
오늘 모의평가를 치루면서 완전히 자신감은
저 언덕에 쳐박혀 버리 더군요
여타 분들은 혹 "공부한지 얼마나 됬다고 욕심이냐?"
이런 말씀 하실진 모르겠습니다. 물론 얼마 안된건
사실입니다만 정말 2달을 모의고사 보는 날 빼고는
쉬지 않았고 일요일마저 반납하고 공부했습니다. 비록
시간만 많고 효율이 적었을 지는 몰라도 나름대로
집중 잘 못하는 성격까지 타일러가며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내년에 입대해라" 라는 차가운 대답만 들릴뿐이였습니다.
그래도 일어서야 했죠. 아무도 날 이런 처지로 만들진 않았으니까
내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스스로 타이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오늘 사회탐구 시험지를 보면서 지금쯤
재밌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 동기 녀석들 생각 많이 났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비참해 진다는거 알면서도 인간이라
그런지 정말 부럽더군요 심지어 "안가!" 라고 외치며
당당하게 돌아섰던 대학 마저도 지금보면 지상낙원으로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사실 이글을 오늘 올리려고 했던것은 아닙니다 그간 여러번
write 버튼을 누르고 쓰고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때마다
댓글에 올라오는 위로를 받고 또 나태해지면 어쩌나 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었죠 하지만 오늘은 정말 힘들기에
한번 올려 보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결과가 좋게 나올지 나쁘게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인생을 훗날 돌아봤을때 4개월정도 정말 스스로에게
빛났던 고3때 미처 하지못했던 노력이라는걸 해봤다는
2005년 여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물론 빛나면서
결과까지 좋다면 정말 좋겠지요
여러분은 정말 나태해지고 자신마저 못믿게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으신가요?
천문학적인 로또 당첨 확률을 가지고 복권을 사는 사람이 있듯
안될꺼라며 말리는 저를, 해낼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 없는
저역시도 반드시 될꺼라는 믿음으로 내일도 복권집에
아침일찍 부터 밤10시까지 들러야 겠네요
뱀다리1. 첫글이라 상당히 긴장해서 쓰느라 두서없게 되버린것은
아닌 지 걱정 됩니다
뱀다리2. 혹여나 제가 나를빛나게 하는 SKY 라고 하셔서
저를 대학 서열화에나 집작하는 쓰레기로 생각하신다면 정확히
보셨습니다. 저 역시 대학서열화에 반대하는 사람이고
지금도 내가 왜 저런곳을 가고싶을까란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단지 어렸을때 그토록 사고 싶었던 레고 해적선을 백화점
바닥에 드러누우면서 까지 아버지에게 조르고 졸라서 결국은
아버지 께서 사주셨던 그때가 생각 나서라고 할까요?
뱀다리3. 요즘 정말 간절한곳이 바로 안암동에 있는 K모 대학
정치 외교 학과인데요 정말 다니시는 분들 있으면 부럽다는
말 하고 싶어요
뱀다리4. 여지껏 제가 떠든 말들은 올해 초부터 공부시작하기
전까지 친한 친구들이랑 소주잔 기울여 가면서 제가 했던
진실된 내용입니다. 고로 이 글을 모두 읽으신 분들 역시
제 친한 친구(?)입니다
PGR21 분들은 제가 잠시 스타를 배신 했다고 해서
절 미워하시지 않을꺼라 생각하고 과감히 Write 버튼 눌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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