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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9/05 23:13:37 |
Name |
콜록콜록 |
Subject |
이 칸의 차량번호는 ****호 입니다.. |
- 두 번의 만남 후 난 그녀에게 영화를 보러가자고 했다..
얼마만의 데이트던가.. 언제 여자랑 단 둘이 영화를 보러갔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군입대 전 한 여자동기의 배려로 간 적이 있었지만.. (그때가 첨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런 한심한 청춘을 봤나..) 뭐 그건 서로 어떤 사이도 아니고.. 말 그대로 착한 친구의 배려였을 뿐이다..
오후 2시 난 을지로 3가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약속시간이 30분정도 남았다..
시간이 참 안간다.. 그녀에게 부담이 될까봐 약속시간을 10분 남겨놓고서야 전화를 해본다..
여기서 잠깐!
을지로 3가역은 어떤 곳인가.. 서울 시내를 뱅글뱅글 돌며 수많은 술꾼들의 일화를 남긴 2호선(일명 을지로 순환선)과 서울의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가로지르며 서울에서 땅값이 비싸다고 하는 곳은 다 거쳐가는 3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다.. (한 줄로 요약하면 2, 3호선이 만나는 역이란 말이지..)
마포쪽에 살던 나는 2호선을 타고 그 곳으로.. 성동구에 살던 그녀는 3호선을 타고 그 곳으로 왔다..
이 날 이후 그 곳은 환승역이라는 의미보단 그녀와 나의 데이트 시작 장소로써의 의미가 크다..
"@@씨 김콜록입니다.. 지금 어디쯤이에요? "
"&&역이요.."
"아 그래요.. 나 지금 3호선 들어서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지금 타고 있는 차가 몇 호차인지 가르쳐줘요.. 그 앞에서 기다리게.."
"그거 어떻게 확인해요?"
"왜 전철타고 내릴 때 보일텐데.. 몇 번인지.."
"아 그래요.. 그럼 확인해보고 연락줄께요.."
그녀가 어디서 내릴까 기다리며 플랫폼을 왕복한다.. 꽃다발이라도 사가지고 와서 기다릴 걸 그랬나..
그리고 기다리던 문자 메시지가 왔다..
'3***호차에요'
엥? 서울의 지하철 아무리 길어도 10호차까지 일텐데 ㅡ.ㅡ 이건 무슨 의미지.. 삼천번 넘어가는 객차가 있단 말인가..
그 사이 전철이 들어오고 난 그 의미를 깨달았다..
- 이 칸의 차량번호는 ****호 입니다..
며칠 전 퇴근길.. 전철 안에서 저 글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1~10호 사이의 번호를 물어봤던 나의 질문에 그녀는 저 답을 찾기 위해 혼자서 얼마나 두리번 거렸을까.. 한편으론 웃음도 나고 한편으론 안쓰러운 맘도 생긴다..
그녀를 만나는 내내 우리의 데이트는 지하철에서 아니면 그녀의 차에서 시작되었다..
1년 전의 그 잘못이 없었다면 우리의 데이트는 내 차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요즘 머리 속에 많이 맴돈다..
만약 그랬다면 그녀가 저 답을 찾기 위해 저런 행동을 하지도 않았을테고.. 나를 만나는 동안에도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녀와 나의 인연은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았을까..
이번에 광복절 특사가 되어 면허증을 땄습니다.. 빨리 따기 위해 지방행까지 감수를 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녀 앞에 가보렵니다.. 그 이유가 우리의 인연을 끊어버린 건 아니지만..
그냥 단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네요..
그런 기대를 가지기엔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지만..
나를 만나줄 확률이 단 1%로 되지 않겠지만..
덧붙임1) 얼마전 이 곳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가지고 논쟁하는 게시판을 봤습니다.. 음주 운전에 대한 논쟁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덧붙임2) 그 때 그 일로 인해 내가 얼마나 큰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또한 그 정도 이길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임3) 운전을 할 수 없는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여자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는 나 자신을 볼 때에 느끼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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