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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9/05 17:49:51 |
Name |
[NC]...TesTER |
Subject |
[영화]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시포(형사 관람 후기, 스포일러 약간 있음) |
안녕하세요 테스텁니다. 오늘 날씨는 가을을 연상케 할만큼 서늘하고, 하늘도 높고 푸르기만 합니다. 본격적인 가을이 아닌가 싶습니다.
토요일날 여자친구와 형사(듀얼리스트)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메니아라고 생각하는 저에게 이명세 감독의 오래간만에 나온 작품이라 많은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한국에 몇안되는 스타일리쉬한 이명세 감독. 나의사랑 나의산부에서 저에게 신혼의 달콤함과 최진실이란 배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일깨워 주었고, 몇년이 지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는 정말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 하나하나에 그만의 비쥬얼과 생각치 못한 그만의 만화적 상상으로 저에게 유쾌한 충격을 던져주었었죠. 특히 여러분들중에도 많이 기억하실 비오는 계단 씬은 흐르는 배경음아과 슬로우 촬영은 그 영화를 스타일리쉬 이명세 감독이라는 위치를 확고히 해주었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6년(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이 지나 형사라는 제목의 영화로 저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작 초기부터 이명세 감독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 일본에 꽤 많은 금액으로 판매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치는 크다고 불 수 있는 증거죠.
영화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이미 드라마로 흥행을 한 다모와 같은 원작을 모티비르로 삼고, 여형사와 그의 사수(?)는 가짜 화폐를 유통하는 범인은 잡는 내용입니다. 극중 캐릭터를 잠깐 살펴보면 여형사역에 하지원은 이미 다모에서 연기했던 것이 오히려 부담인양 다른 면모를 보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합니다. 구수하게 들리지 못했던 전라도 사투리는 오히려 제 귀를 간지럽게 했죠. 그래도 이명세 감독 작품인지라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사수격인 안성기의 연기는 역시 국민배우로서 실망시키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극중 하지원과 대립되는 슬픈눈의 캐릭터인 강동원. 그 눈이 너무나도 슬퍼보여 이 캐릭터에 제격이라 생각하여 단박에 캐스팅된 배우입니다. 이 배우는 이미 늑대의 유혹이란 작품에서 어느정도 눈빛 연기를 선보였었습니다.(비오는 날 우산을 살며시 들며 살짝 웃었던 그 모습)두 주인공은 서로 사랑하는건지 안하는건지, 그러면서도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그러한 모습을 이명세 감독은 현란한 비쥬얼, 특히 원색의 활용, 명암, 배경의 조화를 그만의 비법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무술장면의 현대화, 이 부분은 마치 무술을 하나의 춤과 섹스라는 기묘한 기법으로 암시를 하기도 하죠. 지속적으로 나온 슬로우 촬영은 역시 그만의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본 후 극장 밖을 나오면서 왜 이리 허전한지, 뭔가가 부족하고, 뭔가가 빠진, 마치 마늘이 안들어간 김치찌게 먹은 듯한, 개운치가 못했습니다. 난 이 영화를 무엇을 보기 위해 보았는가? 그의 비쥬얼? 스토리가 전혀 들어오지 않은 채, 슬퍼야 하는데 전혀 슬프지 않고, 웃겨야 하는데 전혀 웃음이 안나오는, 오히려 여자친구와 왜 이리 슬로우가 많은 건지...차라리 화려한 무술을 보여주었다면? 그러나 그건 이명세표가 아니라고 생각듭니다.
전 나름데로 많은 영화를 봐왔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영화를 보면서 졸았던 기억이 딱 두번 있습니다. 조블랙의 사랑, 그리고 이 영화. 전자는 원래 기대하지도 않았고, 어쩌면 졸았다는게 창피하지 않은데, 왜 이 영화에서 졸은게 창피할까요? 전날 잠을 못자서 그런건 아닙니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밤새 영화 5편 보고 다음날 점심에 극장가서 영화 봐도 졸진 않거든요.)
극장을 나오면서 제 귀여운 여자친구의 말이 아직도 귀에 울립니다.
"강동원 머리카락 잘라버리고 시포. 너무 답답해 보여. 마지막 늑대 눈빛이랑 변한 게 없고, 너무 그 눈빛을 강조하려고 의도적으로 보일려고 한 것 같아. 어찌나 답답해 보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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