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의 글이 무리플 시대에 제일 잘 맞을까 생각하다가
통계라면 무덤덤하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둑통계 하나 퍼왔습니다.
비록 중환배 우승은 최철한에게 내주었지만 이세돌은 여전히 태풍의 눈이다. 세계 대회 3관왕인 그는 지금까지 국내외 각 기록부문을 양분해 왔던 조훈현 이창호 사제와 어깨를 겨룰 만큼 성장했다. 이창호 조훈현 이세돌 3명이 펼치고 있는 각 부문 기록 경쟁을 항목 별로 비교해 보자.
<국제대회 결승전 승률>
1위 이창호=76.9%(26회 진출, 20회 우승)
2위 이세돌=75.0%(8회 진출, 6회 우승)
3위 조훈현=68.8%(16회 진출, 11회 우승)
최다 우승 회수로만 꼽는다면 이창호-조훈현-이세돌 순이고, 활동 기간을 감안한 결승전 승률은 이창호-이세돌-조훈현 순이다. 이세돌이 이번 중환배 마저 제패했을 경우 단연 톱으로 올라설 뻔 했으나 간발의 차로 2위로 밀렸다.
이세돌의 국제 결승전 승률은 생애 통산 총 승률(69.6%)보다 높다. 이창호(78.2%)와 조훈현(71.9%)의 그것도 통산 승률에 거의 육박한다. 셋 모두 국제전과 결승 승부에 강할 뿐 아니라 국내 무대가 국제무대보다 결코 더 쉽지 않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국내대회 결승 및 도전기 승률>
1위 이창호=80.3%(132회 진출, 106회 우승)
2위 조훈현=67.3%(217회 진출, 146회 우승)
3위 이세돌=53.3%(15회 진출, 8회 우승)
우승 회수에선 단연 조훈현이지만, 활동기간을 감안하면 이창호의 승률이 가장 뛰어나다. 이세돌의 국내 결승 및 도전기 승률은 반타작을 약간 넘는데 그치고 있다.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이세돌은 국내보다 국제전 쪽에 전력투구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개인 통산 총 승률>
1위 이창호=78.2%(1245승 347패)
2위 조훈현=71.9%(1661승 9무 650패)
3위 이세돌=69.6%(494승 1무 216패)
<국내기전 총 승률>
1위 이창호=78.9%(1015승 271패)
2위 조훈현=72.6%(1524승 9무 575패)
3위 이세돌=69.5%(428승 1무 187패)
<국제기전 총 승률>
1위 이창호=75.2%(230승 76패)
2위 이세돌=69.5%(66승 29패)
3위 조훈현=64.6%(137승 75패)
3개 부문 모두 이창호가 1위다. 또 국제 전적에선 이세돌이, 국내 부문서는 조훈현이 각각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세돌은 2004년 5월 이후 국제무대에서 27승 4패로 90%에 육박하는 승률을 올렸다. 이런 페이스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1위 이창호를 넘어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훈현의 국내 전적은 일본 활동 기간을 포함한 것으로 한국기원이 최근 새로 정리한 수치(數値)다.
<연간 최고 승률>
1위 이창호=88.2%(75승 10패‧ 1988년)
2위 조훈현=85.7%(42승 1무 7패‧ 1977년)
3위 이세돌=78.9%(75승 20패‧ 2000년)
세 기사의 전성시기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이창호의 한 해 승률 88.2%는 또 하나의 언터쳐블(untouchable)로 꼽힌다. 이세돌은 2000년도에 5월까지 32연승 가도를 달리다가 후반기 승단 대회를 연거푸 기권, 승률을 크게 까먹었다.
<개인 최다연승>
1위 이창호=41연승(1990년)
2위 이세돌=32연승(2000년)
3위 조훈현=31연승(1977년)
김인 9단이 1968년 40연승을 기록한 바 있으나 여기서는 제외했다. 이 항목도 개인 연승기록 작성 연대(年代)가 뚜렷이 달라 각자의 전성 시기를 엿보게 한다. 시대 흐름에 따른 난이도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국제대회 최다연승>
1위 이창호=14연승(2002.1.31~2005.6.1)
1위 이세돌=14연승(2005.1.8~2005.8.18)
3위 조훈현=11연승(2001.6.2~2001.11.7)
이세돌은 이번 중환배를 거치면서 신기록 수립이 기대됐으나 결승서 패해 이창호와 공동 1위에 나서는데 그쳤다. 이창호는 14연승 외에도 두 차례나 더 12연승을 마크하는 등, 역대 상위 랭킹을 다수 점령하고 있다.
<입단 연령>
1위=조훈현(9세 7개월)
2위=이창호(11세 1개월)
3위=이세돌(12세 4개월)
조훈현의 세계 최연소 입단 기록이 수립된 지 43년이 지났건만 앞으로도 결코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 부문 역시 시대별 난이도(難易度)가 제각기 달랐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2위 이창호와 3위 이세돌 사이엔 조혜연(11세 10개월), 최철한(12세 2개월)이 있다.
<국내 첫 우승 연령>
1위 이창호=14세 1개월(89년 제8회 바둑왕전)
2위 이세돌=17세 9개월(2000년 제5회 천원전)
3위 조훈현=20세 10개월(1974년 제14회 최고위전)
이 부문도 이창호가 보유 중이며 16년 째 난공불락이다. 조훈현은 당시 세계 최강이던 일본에서 유학생으로 10대를 보냈고, 귀국 후 군 입대 등의 난관에 막혀 첫 우승이 늦어졌다.
<세계 첫 우승 연령>
1위 이창호=16세 6개월(1992년 제3회 동양증권배)
2위 이세돌=19세 5개월(2002년 제15회 후지쓰배)
3위 조훈현=36세 6개월(1989년 제1회 잉씨배)
이 부문 역시 이창호의 아성이 좀체 깨질 것 같지 않다. 그 이후 박영훈(19세 3개월)과 이세돌이 20세 이전 세계 챔프 대열에 합류했다. 조훈현의 첫 세계타이틀인 잉씨배는 1988년 후지쓰배와 동시 출범한 최초의 세계 기전이어서 다른 젊은 기사들과의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개인별 연간 최고상금액>
1위 이창호=10억 1943만원(2001년)
2위 조훈현=5억 7656만원(2001년)
3위 이세돌=5억 488만원(2003년)
1위 이창호와 2위 조훈현의 작성 연도가 똑같이 2001년이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이세돌은 2005년 8월 현재 국제 타이틀 3개를 보유 중이지만 9회 삼성화재배는 전년도 수입에 이미 집계됐고, 10회 삼성화재배 및 10회 LG배는 내년 초에 끝나는 관계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론
종합적으로 역대 통산 기록 부문 1인자는 단연 이창호이며 2위 자리를 놓고 조훈현과 이세돌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조훈현은 최초(最初), 최다(最多) 항목에서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늦은 귀국, 전성기를 넘긴 이후의 세계 기전 본격화 등의 악재 때문에 기록 경쟁에선 오히려 불리한 점도 많았다. 기사 생활 44년째의 그가 50이 넘은 요즘에도 최 일선에서 활약 중인 것은 경이롭다.
이창호가 지구력 위주의 마라토너라면 이세돌은 순발력을 요구하는 단거리 선수에 비유할 만 하다. 이창호가 긴 호흡으로 전 과목 A 학점을 유지하며 최우등생 자리를 지켜왔다면, 이세돌은 평소 학력고사에선 들쑥날쑥하다가도 ‘전국 모의고사’만 치르면 특출한 성적으로 위명을 날린 격이었다.
50대의 조훈현, 30줄로 접어든 이창호에 비해 22세 한창 나이인 이세돌은 셋 중 가장 유리한 조건에 놓여있다. 하지만 이세돌 앞에도 최철한 박영훈 등 동년배 장애물들이 즐비해 기록 부문의 독주를 장담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긴 시야(視野)로 볼 때 이세돌은 이창호 조훈현이란 불세출의 양대 천재에 도전하는 신예군의 선두주자일 뿐이며, 두 선배의 각 부문 대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부터의 활약에 달렸다고 하겠다.
[펌] 한게임 바둑 뉴스 - 칼럼 - 이홍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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