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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8/28 02:15:56 |
Name |
자리양보 |
Subject |
하드코어 질럿러쉬... |
스타와 관련된 안좋은 이슈가 생기거나, PGR21이 이런저런 문제들로 떠들썩하면 저는 김동수'선수'를 생각합니다.
미리 밝혀두지만, 저는 남자입니다. -_-
김동수씨와는 그 어떤 개인적인 친분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의 경기를 지켜본적이 단 한번도 없슴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역시 김동수 선수를 생각해야만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신체건강한 이십대 청년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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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러 열마리를 세워놓고 신나게 지져봐라. 지진만큼 또 보내서 몽땅 쓸어줄테니."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 초. 한 스타크래프트 관련 카페에서 제가 봤던 댓글입니다.
각 종족의 특성에 관한 얘기가 오고가다가, "프로토스는 저그에게 약하다"라는 한사람의 발언과,
그에 반박하는 프로토스 유저들의 분노, 그리고 그를 조롱하는 댓글이었죠.
1999년, 2000년. 참 순진하기도 했던 시대였습니다.
서플과 배럭으로 입구만 막으면 몽땅 '메카닉테란"이었고,
스포닝풀보다 앞마당 해처리를 먼저가면 전부 다 "사우론저그"였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시절이 순수했다고 생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승패를 가름에 있어서 "실력"외의 그 어떤 요소도 절대 변명거리가 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맵핵이라는 예외는 당시에도 존재했군요. -_-;; )
맵, 위치, 운, 그리고 종족.
종족.
그래서였을까요? 프로토스유저라면 다 쓸어주겠다는 누군가의 한마디가 도저히 납득되질
않았고, 그 댓글을 본 이후로 저는 한가지 바보같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프로토스가 가장 강하다는 걸 내가 보여주겠다."
맵이나 종족등에 패인을 나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강한자는 이기고, 약한자는 패배한다는 바보같은 신념뿐이었기에.
당시의 테란은 큰 문제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길드활동을 하지않고 혼자서 게임을 즐겼기에 상대적으로 고수들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탓일까요. (입구만 막을줄 아는) 메카닉테란을 상대하는 방법은 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플토 대 플토의 동족전이야 그때그때의 감각에 따라 진행했구요.
역시 문제는 저그전이었죠. 정말 잘했다고 생각되는 게임마저도 허무하게 내어주고 나면, "정말 프로토스는 저그에게 약한 종족인가."라는 생각이 스믈스믈 기어나오곤 했습니다.
오기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상대보다 못해서 진 것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약해서 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자존심상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상대는 앞마당을 빨리먹는다. 그 헛점을 이용하려 해봐도 성큰과 저글링이 너무 탄탄하다. 그 후에는 러커가 올까, 뮤탈이 올까? 미친듯이 몰아치는 저글링? 허를 찌르는 히드라웨이브?
나름대로 갖가지 빌드와 전략을 만들어가면서 연구해봤습니다. 물론 백전을 하면 육십승이상은 거두었죠. (요즘 표현을 사용하자면 나도, 상대도 공방양민이었으니...) 하지만 나머지 사십패가 너무도 참을 수 없을만큼 무력한 패배였습니다.
그 때,
입구만 막으면 전부 메카닉이고,
앞마당만 먹으면 전부 사우론 저그고,
몰래포톤러쉬는 비매너라고 욕을 먹던-_-;;그 때.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지만, 5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생각나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듣게됩니다.
"야~ 요새 티비에 스타대회도 하던데, 거기 이동수라고 프로토스한명이 하드코어 질럿러쉬로 저그를 쓸고 다닌대."
오타가 아니라 정말로 '이동수'였습니다.-_-
하드코어 질럿러쉬.
제가 들은건 그 한단어 뿐이었습니다.
아, 그 '하드코어 질럿러쉬'가 저그를 때려잡는 빌드라는 것과 함께요.
요즘 같으면 당장 네이버에서 "하드코어 질럿러쉬가 뭐죵?"이라는 질문이라도 올렸을테지만-_-;
당시에는 정말 그 한단어만으로 모든 상황을 유추해보는수밖에는 도리가 없었습니다.
하드코어 질럿러쉬.
Hard: 어려운. 코어 : (사이버네틱스)코어.
코어를 어렵게 올린다, 즉, 코어를 올릴 돈으로 질럿 더 뽑아가며 돌격 앞으로!
-_- 진정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최강의 빌드를 만들어냈죠. 이름하여 노가스 노코어 3게이트 질럿 러쉬!!
단언하건데 이당시 저에게 진 저그유저들은 아마 스타, 저그, 1대 1, 이 셋중의 하나는 첨하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저의 엉터리 영어 해석실력을 원망하며, 다시 원조 '하드코어 질럿러쉬'에 대한 고민은 시작되고...
한번이라도 좋으니 이동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만 불태우게 되었죠.
그의 질럿은 어떻게 싸울까? 그의 플레이는 어떤 색깔을 띠고 있을까?
...그의 프로토스는 얼마나 강할까?
하지만 지방에 사는 관계로 케이블티비도 보지 못하고, 리플레이 저장기능도 없던 당시에 제가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배틀넷에서 만난 누군가의 한마디.
"하드코어 질럿러쉬? 그거 7질럿 최적화 타이밍에 쓸어버리는 거잖아."
최적화 타이밍!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내 질럿들이 가장 강하고, 상대의 수비가 가장 허술한 최적의 타이밍. 거기에 어울리는 최적의 정예요원들!
눈물의 노개스 노코어 3게이트 질럿러쉬를 버리고-_- 7질럿 정예부대의 특공 타이밍을 연마하기 시작합니다.
분명 이전보다는 조금 더 이길 수 있었지만...
서로간의 위치가 12시 6시든... 상대가 성큰을 다섯개나 만들어놓았든... 저글링이 빈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든...
맹목적인 7질럿러쉬가 좋은 성적을 거둘리가 없었죠.
그때는 융통성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떠났었는지...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말하게 됩니다.
"하드코어 질럿러쉬란, 빠른 공업으로 발업타이밍과 공업타이밍을 맞추어서, 공발업된 7질럿 1드라군 1아컨으로 적진을 쓰는 것이다!"
최강의 조합!!
이것이야말로 하드코어 질럿러쉬라고 믿은 저는 다시 한번 새로운 타이밍과 전투를 연마합니다.
결과는...-_-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짐작이 가능할 겁니다.
사실 전략이야 어떻든 한가지 타이밍과 한가지 조합으로 게임하면서 좋은 성적이 나올리가 만무하건만, 당시의 저는 출장나간 융통성과 더불어, "역시 이건 진짜 하드코어 질럿러쉬가 아냐. 저그를 몽땅 쓸어버린다는 이동수의 필살기는 따로 존재할거야."라는 거의 광신도적인 믿음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배틀넷을 떠도는 갖가지 지나가는 한마디한마디에 숱한 시간과 열정을 할애해가며 연습했었죠.
그리고 하드코어 질럿러쉬에 관한 마지막 한마디,
"하드코어는 그런 것이 아니다. 초반 2프로브 빠른 정찰로 상대의 위치를 재빠르게 파악한 후, 프로브로 앞마당의 성큰(혹은 해처리자체를) 못짓게 견제해가며 생산되는 족족 질럿들을 보내 프로브와 함께 싸우는 것이다."
이것도 분명 매력적인 빌드였습니다. 무엇보다 상대의 스타일에 관계없이 주도적으로 게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끌렸고, 당시 저에게 생소했던 "질럿의 공격력이 16이고 저글링 체력이 35인데 원래는 세번때려야 죽는 저글링이 프로브들의 도움으로 두번에...이러쿵저러쿵..." 하는 (너무 당연한) 과학적 이론이 신빙성있게 들렸습니다.
그 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프로게이머'란 매 전투전투에 그런 갖가지 이론과 컨트롤로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게임을 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공포의 2프로브 견제 + 끊임없는 투게이트 질럿러쉬...
분명 이전의 전략들보다 효과는 있었습니다...
만...;;;
당시의 손놀림으로는 극초반 본진과 상대의 앞마당을 오가는 갖가지 컨트롤을 백프로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가 없었고, (결정적일때 파일런이 막혀있다던지, 질럿이 다른 길로 뛰쳐가고 있다던지, 등등)
역시 같은 이유로 프로브와 질럿의 협력플레이로 두번 때려서 저글링 죽게 하기가 이론만큼 되지가 않았고,
결정적으로 매 게임을 그런 식으로 진행하다보니, 게임할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에 무엇보다 게임 그 자체가 질려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느 샌가 스타를 차츰 멀리하게 되고...( 포트리스와 디아블로2가 한참 대세였지요.)
군대를 가게 되어 전혀 스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한번씩 생각했죠.
"프로토스가 약한게 아니야. 내가 못했던 것 뿐이야."
"진짜 강한 프로토스... 이동수의 플레이는 과연 어떨까?"
"이동수의 하드코어 질럿러쉬란 어떤 것일까?"
2년 2개월 후.
제대를 하고, 이제는 저희집에도 각종 케이블 채널이 나오길래 티비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온게임넷이라는 채널을 알게 됩니다.
그때서야 저는(2003년) 임요환, 홍진호... 어디선가 들어본듯도 한 수많은 게이머들과 그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었죠.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인지... 티비를 보면서도 예전의 "이동수"선수에 대한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 우연히 보게 되었죠.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고,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고,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추던 그 때.
커다란 브로마이드(?)가 펄럭이더군요.
"돌아와요 김동수. 원조 가을의 전설."
글귀 가운데에서 누군가 커다란 오토바이에 앉아있는 것을 보는데...
전용준 캐스터 "돌아가야죠. 지금은 여러가지 사정상 게임개발과 해설에 주력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돌아갈거죠?"
해설자 "예. 그렇죠. 분명 돌아가야죠."
전용준 캐스터 "돌아간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동수...
이동수...
이동수...??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하드코어 질럿러쉬로 저그를 쓸어버리고 있다던 프로토스 유저의 이름이 김동수였다는 걸.-_-
그가 잠시 게임을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언젠가는 그가 돌아온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pgr21싸이트도 알게 되고, 여러 싸이트에 가면 예전의 vod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후에도,
저는 그토록 궁금했던 가림토의 경기를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갖가지 명승부를 티비로 시청하며 높아질대로 높아진 제 눈에, 오랜 시간 마음속에 영웅으로 자리잡았던 그의
플레이가 혹여 실망스러울까봐...
언젠가 돌아올 그의 복귀를 지금처럼 열정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될까봐...
방학만 되면 줄기차게 틀어주는 전장영웅이니 뭐니 해서 그의 경기가 티비로 흘러나와도 애써 외면하고 보지 않았습니다.
만화 비트에서 이 민이 여자주인공 로미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던가요. "신과 같은 존재로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다. 함께 살며 울고 웃기 싫었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나지만 이런 뉘앙스였던 것 같군요.
많은 분들의 글을 보면,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보게 되더라도 전혀 실망스럽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남겨두는 건 이것 나름대로 좋은 것 같아서 그냥 앞으로도 보지 않으렵니다. ^ ^;;
가림토의 컴백무대때 까지는 말이죠.
때문에 스타계에서 오늘 무슨일이 터졌고 어쩌고 저쩌고...
pgr21이 오늘 무슨일로 시끌벅적...(저에게는 pgr21=스타 그 자체입니다.)
그럴때면 항상 김동수선수를 생각합니다.
저그진용을 용감하게 휘젓고 다닐 그의 하드코어 질럿러쉬를 상상하면서...
스타와, pgr21을 사랑하는 마음때문에, 이곳에서의 이런저런 사건사고에 상해버린 마음을 풀어버립니다.
애써 나쁜 일만 생각해봤자 저만 손해같아서요...
요즘의 축구대표팀과 관련된 일에 마음이 상하면, 괜히 2002년의 감동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풀듯이...
오늘도 김동수 선수의 하드코어 질럿러쉬를 상상하며 편히 잠들어야겠습니다. ^ ^
pgr 여러분도 행복한 생각으로 나쁜 마음을 쫓아내시길 바라며...
김동수해설 중도하차 즈음에 올렸어야 될 긴 글을 분위기 못맞추고 지금에야 올려버렸는데도 이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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