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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25 08:18:35
Name 포르티
Subject 인간관계의 모호성
내일이 개학인 터라 일터를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청소 중에 예전에 잠깐 사귀었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여자애를 만났다.

나와는 다섯살 차이고, 지금 일하는 학교를 졸업했다.
3학년 때 만나서 지금은 같은 교문의 여고를 다니는데, 평소처럼 수다를 떨면서 나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행정부장─굳이 말하자면 내게는 군대의 간부쯤 되는 인간─이 들어왔다.
흡사 마징가Z의 광자력 빔마냥 따끔거리는 시선을 위아래로 수도 없이 훑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누구야 너?'
'너 왜 여기있어.'
'어디학교야. 아, 옆학교구나'
'몇 살이야? 어디 졸업했어? 여기? 둘이 언제 만났어'

정말 낯이 벌개지지 않을 수 없는 질문들을 툭툭 던졌다.
내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제 3자에게 납득이 갈 만한 단어로 그녀와 나의 사이를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스물두살 청년과 열일곱살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면 누구나 다 훌륭히 왜곡된 시선으로 둘의 관계를 의심하리라. 마는, 지극히 나와 그녀의 입장에서는 서로를 친구 이상의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그 자리, 그 상황에서 '친구'라고 하면 누가 그걸 믿는가? 나라도 못믿는다.

요컨대,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땐 분명히 의혹(?)을 살 만한 조건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

인간관계란 참으로 모호한 것이어서, 객관적인 입장에선 누구도 완전히 누군가와 누군가의 관계를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친밀도나 ditto등의 패러미터도 결코 남들과 같지 않을 거고.
특히 온라인 활동이 잦아지는 요즘 세상에선 더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20대와 40대가 친구처럼 어울릴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인터넷이니까.

그래서 더더욱 소중히, 신중히 생각해야하는 걸지도 모른다. 모호한 것만큼 날카롭게 서로를 다치게 하는 것도 없으니까.

※ 블로그에 포스팅 한 내용이라 경어가 생략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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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왕
05/08/25 08:35
수정 아이콘
저만 이상한건가요? 제 입장에서는 단순히 '수다'를 떨고 있었을 뿐인데 그것을 친구 이상 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데요.. 특별히 스킨쉽이 오가지 않았다면요.
타임머슴
05/08/25 10:41
수정 아이콘
글쓰신 분...이해갈 것 같아요..정말 딱히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차이가 있으나 그 이상도 아닌...그런 관계 있거든요.......그래서 친구라는 개념에서 아예 나이를 빼는 것은 어떨지요? 서로 인정만 한다면, 친구는 친구일뿐이니까요
포르티
05/08/25 10:49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저와 그 친구는 서로 친구사이란 걸 알고 인정하고는 있지만, 대외적으로 설명할만한 문구가 없다는게 문제랄까요. 딱히 서로의 관계를 부정하고 있진 않습니다.
타임머슴
05/08/25 11:21
수정 아이콘
대외적으로는..그냥..아는 동생이라고 하시면 되죠...^^
05/08/25 14:45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가 있다 ㅡㅡ;;;
아케미
05/08/25 16:29
수정 아이콘
왜 나이 차이가 나면 친구라고 부를 수 없는지… 가끔은 궁금합니다. 하여간 이래저래 '모호'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맥핑키
05/08/25 20:03
수정 아이콘
끝까지 읽어보고 나서야 관계가 이해가 되네요.
처음 "나와는 다섯살 차이고, 지금 일하는 학교를 졸업했다." 이 부분을 읽고 조금 심하게 갸우뚱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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