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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8/23 20:34:20 |
Name |
DEICIDE |
Subject |
스타크래프트소설 - '그들이 오다' 52화 |
2005년 5월 8일 3시 20분
서울 여의도 본사, MBC 경기장
“앞마당을 가져가는 두 선수. 장기전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듭니다.”
해설진의 말처럼, 정민도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티 방어를 확실하게 해 내야 한다. 스캔으로 마인을 제거한 뒤 늦게나마 앞마당을 가져간 정민은, 팩토리를 4개로 늘리며 지속적으로 벌쳐와 탱크 물량을 갖추었다. 연성도 똑같이 다수의 벌쳐를 생산하며 남는 개스로 탱크를 모았다. 서로 섣부르게 진출해서 시즈탱크로 조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서로의 입구에 다수 매설된 스파이더 마인을 뚫고 나오는 데에는 스캔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앞마당 타이밍이 최연성 선수가 빨랐는데요. 조금씩 물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량에 있어서 최연성이 많아 보인다 싶자, 정일훈 캐스터가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성은 팩토리가 6개였다. 자신이 멀티가 빨랐다는 사실을 알고, 물량으로 한번 밀어붙여 보겠다는 계산이었다. 벌쳐와 탱크의 양이 언뜻 보아도 정민의 그것보다 많아 보였다.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끼이잉- 퍼펑!”
연성의 앞마당에 있는 다리에서, 시즈탱크들이 벌쳐의 엄호를 받으며 시즈모드를 했다. 다리 너머에 대기하고 있던 정민의 벌쳐부대가 한 차례 탱크의 포화를 받고서는 뒤로 물러섰다. 곧이어, 스캔이 뿌려지고 벌쳐들이 날 듯이 다가가 마인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정민의 미니맵에 표시되는 레드핑은, 긴박함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음이었다.
“최연성 선수, 전진 시도하나요? 마인밭을 뚫고 나오기 시작합니다!”
“김정민 선수도 마찬가지죠! 입구에 매설된 마인을 스캔과 벌쳐를 이용해서 제거합니다!”
해설진은 이제 완전히 최연성 선수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최연성은 연성이 아니었다. 마음 편히 보고 즐길수 있는 경기가 아니라, 연성의 밀고 올라오는 테란의 병력은 인류의 숨통을 조이러 올라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연성의 메카닉 대부대가 본진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탱크 6기에, 벌쳐가 3부대는 넘어 보였다.
“올라 갑니다, 올라 갑니다! 김정민 선수, 어떻게 이 물량을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인지!!!”
“단순히 막는게 문제가 아니라 입구가 완전히 조여져버리면 진출이 어려워집니다. 그 사이에 최연성 선수는 멀티를 마구 늘려가면 되는거고요!”
정민도 벌쳐 숫자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탱크와 벌쳐가 함께 입구를 조여버리는 것을 도저히 막을 자신이 없었다. 연성의 벌쳐와 탱크 부대는 벌쳐가 탱크를 엄호하며 스믈스믈 어느새 맵의 중앙 지역까지 전진하고 있었다.
‘……?’
순간, 정민은 찰나였지만 낯익음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오랫동안 함께 게임해온 사람에게서 느낄수 있는 친숙함. 향기 같은 것이었다.
‘노스탤지어. 향수…… 향수라……’
애써 그 친숙함이 무엇인지 떠올리려 했다. 연성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서플라이의 위치 하나 하나에서 배어 나오는 것이었고, 스캔으로 확인해 본 마인의 배치 따위에서 느낄수 있는 것이었다.
“김정민, 김정민 선수의 벌쳐의 대부대 또한 우회합니다! 최연성 선수의 앞마당으로 진격해 들어갑니다! 빈집, 빈집이죠!”
그제야, 그렇게 공격을 들어가고 나서야 정민은 그 익숙한 느낌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벌쳐의 대규모 공격을 보내면서, 정민은 혼잣말로 되뇌었다.
“지훈아……?”
2005년 5월 8일 3시 25분
서울 여의도 본사, MBC 경기장
"아아아! 서로의 앞마당을 파괴하는 테란! 병력이 서로 엇갈립니다!!!“
최연성의 벌쳐와 탱크 대부대, 그리고 김정민의 벌쳐 대부대가 상대의 앞마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대규모로 SCV가 터져나갔고, 공격력이 약한 벌쳐라지만 워낙 다수가 공격하다 보니 커맨드 센터도 금방이었다.
“서로의 앞마당을 공격하고 있는 테란의 병력!!! 아아, 이거 참 공교롭게 되었는데요!!! 이런 상황이, 스타리그에서 한번 나왔었죠! 서로 상대의 병력을 막지 못하지만, 지대공 능력이 전무해서 서로 건물이 떠 버리는 상황!!!”
흥분한 김동수 해설은 그것이 어느 리그였는지 재빨리 생각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두 가지는 정확하게 기억났다. 맵이 바로 이 노스탤지어였다는 것, 그리고 선수가 서지훈과 김정민이었다는 것이었다.
“이미, 이미 겪어본 상황이라 이거죠!!! 김정민 선수가 비록 패하긴 했지만, 이 상황을 기억할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에 맞추어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쓸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본진 구석에 스타포트를 올리면서, 정신없이 벌쳐 컨트롤을 하면서, 정민은 이제 피부에 와 닿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훈이였다. 분명 서지훈이었다. 대체 왜 최연성이 하는 플레이에서 지훈이가 느껴지는 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단순히, 지난번과 비슷한 상황이어서가 아니었다. 틀림없는 지훈이의 느낌이 플레이 하나 하나에서 배어나왔다.
“파파팡! 파팡! 파파팡!”
“퍼헝! 퍼퍼펑! 펑!”
둘은 상대방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순식간에 앞마당 멀티는 쓸려버렸고, 서로의 병력이 언덕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연성의 본진에서는 팩토리에서 골리앗이 생산되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미 팩토리를 장악한 벌쳐에게 둘러싸여서 터져버리고 말았다. 둘 다 스파이더 마인은 함부로 심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스파이더 마인은 양날의 검이라고 하기에도 더 위험한 시한폭탄이었다.
“김정민 선수, 어떻게든 스타포트를 지켜 내고, 레이스를 최대한 많이 생산해 내야 합니다! 서플라이 디팟이 너무 많이 깨져버리기 전에 말이지요!!!”
“본진을 방어하는 김정민 선수!!! SCV들이 터져나갑니다!”
정민의 팩토리 틈새 틈새로 SCV들이 달려들며 연성의 병력들이 파고드는 것을 저지했다. SCV들은 달려들자 마자 벌쳐의 화력에 차례로 폭사해 나갔다. 그 뒤에서 시즈모드한 정민의 시즈탱크 2기가 연성의 병력 위에 포화를 날렸지만, 그 상대하는 병력 규모가 워낙 방대했다.
“김정민 선수! 아머리, 아머리를 찾아서 공격해야죠! 상대가 골리앗만 생산하지 못하게 하면 이깁니다! 김정민!”
7시 진영도 처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민의 벌쳐들은 일부는 팩토리를 장악하고,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아머리를 찾아내었다. 벌쳐들이 일제히 아머리를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연성의 리프트될 수 있는 모든 건물이 하늘로 솟구쳤다.
“최연성!!! 모든 건물 리프트!!!”
1시 본진에서도 테란의 병력들이 팩토리를 모두 파괴하고는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2기의 시즈탱크를 제압한 연성의 시즈탱크와 벌쳐의 포화가, 불이 깜박이는 스타포트에까지 닿았다. 테란의 전 병력의 화력이 스타포트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퍼헝! 퍼헝!”
“파강! 파강! 파파팡!”
화력이 쏟아지자, 스타포트의 체력이 맹렬히 줄어들었다. 해설진이 비명을 질렀다.
“스타포트!! 스타포트의 체력이 줄어듭니다!!! 김정민!!!”
“아악!!! 김정민!!! 레이스 생산해 둔 것 없나요?”
정민은 이를 악물었다. 몇 초만 있으면 레이스가 생산될 터이지만, 그 이전에 스타포트가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 그런데 김정민 선수!!! 본진에 뜰 수 있는 건물이 남아 있습니까? 지금 스타포트 말고는 없는거 아닙니까?”
김동수 해설의 말이 사실이었다. 화력을 어떻게든 분산시키기 위하여 정민은 본진 커맨드 센터도 붉은 색으로 불이 붙도록 띄우지 않고 있었다. 깜짝 놀란 정일훈 캐스터가 비명을 질렀다.
“김정민 선수!!! 이게 무슨 일인가요?? 뜰 건물, 건물 없으면 엘리미네이트입니다!”
“퍼펑!!!”
집중 공격을 받던 스타포트가 터졌다. 그러나 그 바로 직전에 레이스 한 기가 생산되어 공중에 떠올랐다.
“레이스!!!!!!!”
두 해설진이 유닛의 이름을 동시에 소리쳤다. 지난번 서지훈과 김정민의 경기 상황과 너무 흡사했다.
“레이스 한기 생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김정민 선수에게 남아있는 공중에 뜰 수 있는 건물은 커맨드 센터 뿐입니다!!! 김정민 선수, 건물이 어디 또 있나요?”
“아, 아!!! 9시 지역에 정찰보냈던 배럭스가 있지요!”
해설진은 그제야 9시에 나 있는 샛길 왼쪽, 지상 화력이 닿지 않는 지역에 외로이 떠 있는 정민의 배럭스를 발견했다. 주 병력이 연성에 비해 열세인 정민은 최대한 상대 병력을 자신의 본진에 묶어 두어야만 했다. 연성의 병력은 스타포트가 파괴되자 대부분의 병력이 본진으로 귀환했고 일부 병력만이 남아 서플라이 디팟을 공격했다. 연성의 본진에서도 아머리는 터져 나갔고, 서플라이 디팟들이 공격받기 시작했다.
“절대로 김정민 선수가 불리하지 않습니다! 지금 최연성 선수는 지대공이 없어요! 자원상황, 자원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요!”
자원 상황이 표시되었다. 미네랼의 양은 둘다 거의 비슷했다. 연성은 미네랄 160, 정민은 200이 조금 넘게 남아 있었다. 그것을 본 정일훈 캐스터가 아아, 하며 아쉬워했다.
“아아, 안타깝습니다! 최연성 선수의 자원이 좀 남아 있는데요!”
“자, 최연성 선수의 배럭스! 배럭스는 어디에 있죠?”
동수는 연성의 배럭스를 찾았다. 지대공이 가능한 마린을 생산할 수 있는 배럭스의 행방이 중요했다. 배럭스는 3시 지역 부근에서 공중에 정지한 채 레이스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바닥에 착륙할 수 있는 위치였지만 정신이 없었던지 배럭스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정지해 있었고, 이미 정민의 마린에 의해서 체력이 많이 깎여 있었던 배럭스는 금세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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