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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8/23 13:00:54 |
Name |
DEICIDE |
Subject |
스타크래프트소설 - '그들이 오다' 50화 |
2005년 5월 8일 3시 00분
서울 여의도 본사, MBC 경기장
“연성아……”
요환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나마 다른 프로게이머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초자 못했다.
“이…… 이게……”
분명히 연성이었다. 턱이 밑으로 찢어지다시피 벌어져서 기괴하게 입을 쩌억 벌리고 있고, 한쪽 눈은 없고 한쪽 눈은 억지로 끼워 맞춘 듯 초점이 어긋나 있었지만 분명한 연성이었다. 넝마같은 옷은 검은 물에 축축하게 젖어 너덜너덜했고, 몸의 여기 저기에 마구잡이로 엉겨져 있는 상처들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참혹한 모습이었지만, 분명히 최연성이었다.
“철벅. 철벅.”
연성은, 아니 연성이라고 하기에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그 괴물은 한쪽 발을 질질 끌며 걸었다. 자세히 보니 한쪽은 발이 없었다. 그러더니 정민의 반대편 자리, 경기석에 가서 앉았다.
“어떻게, 어떻게 된 거야!!!”
정민이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화려한 옷을 입은 외계인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다시 원반 모양의 비행선에 천천히 올라탔다.
“어떻게 된 거냐고!!!”
정민이 뛰어 나가서, 화려한 옷을 입은 외계인을 붙들었다. 아니, 붙드려고 하는 순간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외계인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정민은 그만 그 벽에 부딪쳐서 엎드러지고 말았다.
“기이잉-”
비행선은 천천히 움직여갔다. 이 충격적인 사태를 던져놓고서는,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말을 해!!! 말을 하라고!!!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정민은 무릎을 꿇고서는 사라지는 외계인의 뒤를 향해 절규하듯 소리질렀다. 하지만 끝내 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사라졌다. 그 때, 질척거리는 느낌이 들어 정민은 바닥에 짚고 있던 두 손바닥을 들어 보았다. 바닥에 있던 검은 액체가 손에 묻어 나왔고, 그제야 정민은 그것이 검게 변해버린 오래된 피라는 것을 알았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러다가 두 주먹을 꽈악 쥐고, 정민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부릅뜬 한쪽 눈으로 모니터를 노려보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는 연성이가 보였다. 정민은 그렇게 빠른 손놀림을 보이는 최연성을 본 적이 없었다.
2005년 5월 8일 3시 03분
잠실종합병원 병원대기실
대기실에서 경기를 보던 사람들은 아직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벌써 맵 선택 화면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해설진들마저 무어라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타타타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용호도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에서 혼란한 생각들이 수도 없이 오고갔다. 말도 안되는 의문, 말이 되는 의문 등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초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연성이형……? 연성이 형이 왜 저기에 있지? 교통사고로 분명히……’
하지만 TV에 연성의 모습이 다시 비추어지자, 용호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성은 분명히 버스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외계인들이 무슨 일을 벌인 것이다. 마치 기계를 이용하는 것처럼, 이미 죽은 사람을 고쳐서 사용한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왜 연성이형이지? 무엇 때문에……?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고, 혼란스러웠지만, 확실한 것이라고는 단 하나였다.
“타타타타타타…… 탁.”
<Nostalgia>
……어찌됐건, 지금은 이겨야 할 적이었다.
2005년 5월 8일 3시 05분
서울 여의도 본사, MBC 경기장
충격에서 채 벗어날 사이도 없이, 경기는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했다. 정민은 자리에 돌아가 앉았고, 손에 묻어있는 검은 피를 옷에 닦았다. 하얀 색의 KTF 팀복에, 검붉은 피가 묻어나왔다.
“슥, 슥.”
손을 닦던 정민은 앞에 앉은 연성을, 아니 연성의 모습을 한 ‘그’를 쳐다보았다. 모니터 반쯤 가려진, 흐물흐물해 보이는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정민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어서 준비해라.”
옆에 있던 심판관 외계인들의 지시가 떨어졌다. 그리고 정민은 그제야 자신이 플레이하게 될 맵을 확인했다. 그래, 영향받아서는 안된다. 나는 지금 이겨야 한다. 침착하게,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자.
“노스탤지어…… 향수라……”
정민은 자신의 맵으로 정해진 Nostalgia를 보고, 야릇한 아이러니함에 젖어들었다. Nostalgia. 향수. 고향을 그리워 한다. 또는, 옛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뜻.
“훗.”
정민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워할 옛 시절이라…… 한때 이카루스처럼 솟구쳐 오르던 때가 있었다. 눈이 부신 줄도 모르며 태양을 향해서 날아오르던 시절.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날개의 밀랍은 녹아버리고 깃털은 한 가닥씩 빠져나갔다. 어느 새 나는 아무리 애써 날개짓을 해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뼈대만 남은 날개를 가지게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노스탤지어에서 벌어지는, 이번 결전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같은 종족의 싸움입니다. 테란대 테란의 경기! 김정민 선수, 꼭 이겨야 합니다, 꼭!”
정일훈 캐스터 또한 힘을 내서 다시 중계를 하기 시작했다. 해설진은 되도록 상대편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그가 한때 최연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외계인에 의해 조종당하는, 오로지 스타크래프트만 할 줄 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겨야 할 적이다. 적. 적. 적. 적.
“꼭 이겨야 합니다! 꼭…… 꼭……”
하지만, 결국 정 캐스터의 말이 흐려졌다. 더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도 현실이거니와, 불안감 또한 엄습하였다. 과연 김정민이 최연성을 이길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오로지 스타크래프트 하나만을 위해 다시 만들어 놓은 최연성을.
“드디어 조인창에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김동수 해설이 정일훈 캐스터를 대신해서 말을 받자마자, ‘선수들’ 이라고 말한 자기 자신에 당황해했다. 하지만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도 없었다.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동수는 계속 중계를 이어갔다. 먼저 모든 셋팅을 끝내고, 대기창에 조인한 것은 김정민이었다.
<TheMarine> <Terran ▼>
정민이 종족 선택을 끝내는 것과 거의 차이 없이 상대편도 조인을 했다. 그런데, 이제까지 외계인들이 조인해 왔던 대로 당연하다 싶은 ‘4’ 가 아닌, 다른 ID로 조인해 들어왔다.
<Gatzz> <Terr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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