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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8/19 06:47:30 |
Name |
.JunE. |
Subject |
핸드폰 줄을 뺐습니다. |
아무 치장도 없이 핸드폰만 가지고 다니는게 안쓰러웠는지, 그 녀석이 수호천사라며 내 핸드폰에 달아준 핸드폰줄. 핸드폰 줄은 달면 일주일 안에 망가지거나 끊어진다며 몇 년 째 줄 없이 살아오던 제 폰은 그 날 이후로 이상하게 망가지지도, 끊어지지도 않고 오래 가더군요.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부적처럼 생각하며 가방 속에 넣어다녔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튼튼하게 붙어있더군요. 주머니에 들락날락 하면 망가질만도 한데, 모양도 잘 부서지게 생긴거라 불안했는데, 참 잘 버텨주었습니다. 영원히 안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었죠.
....핸드폰줄은 늘 망가져서 뒷부분은 없고 끈만 남게되어,
'보기 싫다 좀 빼라' 라고 하면 그제서야 주섬주섬 없애버리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멀쩡한 핸드폰 줄을 제 손으로 빼게 되었네요.
그 녀석은 울고 있었습니다. 잠시 헤어져 있자는 말을 하는게 너무 힘들었던 건지, 아니면 미안했던건지.. 만나면 행복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면서, 잠시 떨어져서 시간을 갖자고 말했습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웃고 있던 그 녀석의 입에서, 늘 나올 듯 나올 듯 하면서도, 어떻게든 안 나오도록 막아보려고 애썼었는데.. 한번 그 이야길 듣고 나니, 다시 주워담게 만들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기다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생각했기 때문에 바뀔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결국 입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떨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그 녀석, 문자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워낙 마음 여리고 착한 녀석이라.. 지금은 해외 여행 떠나 있습니다. 제가 여행을 가 있는 동안, 그 녀석 많이 힘들었을 거 생각하니.. 이번 그 녀석이 떠난 여행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공항에 데리러 나오라며 얘기하던 모습.. 이젠 다 소용없게 되어 버렸네요.
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다 추억으로 남겠죠..
일상에서 뭔가가 크게 빠져나간 느낌입니다.
지금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예전과는 환경을 너무 크게 바꿔놓았기 때문에, 상실감이 더 큰 건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가족들이 다 미국으로 떠나서,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다는 기분이 드네요. 이제 몇 달간은 저 혼자서 살림을 꾸려야 하는군요. 시작부터 기운이 빠져서야...
푸념 섞인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ps. 가족들 짐 들어준다고 일찍 일어났더니 찌뿌둥..하군요-_-;
ps2. 이러나 저러나, 이제 저도 솔로부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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