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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8/18 15:46:03 |
Name |
DEICIDE |
Subject |
스타크래프트소설 - '그들이 오다' 22~24화 |
2005년 5월 7일 저녁 8시 반
서울특별시 SKT T1 숙소
“뭐…… 뭐라고?”
출전 선수들이 모두 결정되자, 숙소의 봉쇄는 풀렸다. 그러나,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다…… 다시 한번 말해봐. 뭐……?”
요환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외계인들에게 선발된 다섯 명의 선수 외의 모든 프로게이머들을 죽이라고 명령이 전달된 것이다. 당황한 요환의 물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계인은 차갑게 명령했다.
“죽여라.”
그러자 이제껏 프로게이머들을 보호했던 외계인들이 손에 저마다 무기를 하나씩 집어들었다. 어떻게 대응할 순간도 없었다. 외계인들이 프로게이머들에게로 성큼 성큼 다가섰다. 참혹한 학살이 시작되려는 찰나,
“안돼!!!”
정석의 커다란 목소리가 거실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순간, 외계인들도 모두 동작을 멈추고 정석을 쳐다보았다. 정석은 거실에 놓여져 있던 과도를 자신의 목에 대고 있었다.
“……너. 뭐하는 짓인가?”
“다른 죄없는 아들 손대면, 확 그어뿔거다.”
정석이 말하자, 외계인이 큭 하며 정석을 비웃었다.
“미친…… 지금 네가 협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정석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목에 댄 과도는 칼날이 톱니 모양으로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예리했다. 날카로운 톱니가 정석의 목덜미를 파고들어, 피가 맺히고 있었다.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불안한 눈빛으로 정석을 바라보았다. 리더인 듯한 외계인이 정석에게로 뚜벅 뚜벅 다가왔다.
“네 손으로 죽을 것도 없어. 아예 내가 죽여주지.”
그리고 정석에 바로 앞까지 걸어온 외계인이, 들고 있던 망치 비슷하게 생긴 무기를 높이 쳐들었다. 정석은 그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슈욱-! 쾅!!!!”
"부스스스……“
외계인의 팔이 부르르 떨렸다. 외계인의 무기는 정석의 머리 바로 위를 살짝 스쳐, 옆에 있는 콘크리트 기둥을 찍었다. 정석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외계인을 노려보고 있었고, 외계인은 벽에 박힌 무기를 그대로 두고 정석을 노려보았다.
“……”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외계인은 기둥에서 무기를 쑥 빼더니, 바닥에 거세게 내던졌다. 무기가 바닥에 내팽겨쳐져서 뒹굴었다.
“콰앙! 쿵! 쿵!”
“……위의 명령만 아니었으면 죽여버렸을 거다, 인간.”
그러자, 정석의 입꼬리가 실룩 올라갔다.
“죽이 봐라.”
“크와아아앙!!!”
외계인이 거세게 고함지르며 주먹을 쳐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목에 댔던 칼을 내려놓으며, 또박 또박 이야기했다.
“여기 모두의 안전을 끝까지 보장해라. 어차피 뒤틀리면 다 죽일거 아이가? 그러니 경기 끝날때까지는 가만히 냅둬라.”
“……건방이 도를 넘어서서 아주 미쳤구나.”
외계인의 위협에도 정석은 전혀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똑똑히 이야기했다.
“여기 다른 아들이 안전할때까지, 우리는 경기 몬한다.”
“미친……”
그 때, 외계인들이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이전에도 이런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수뇌부로부터 한꺼번에 메시지를 전달받았고, 그렇게 메시지를 받을 때에는 이렇게 동작을 멈추었다. 잠시 후, 정석을 협박하던 외계인이 다시 입을 떼었다.
“……좋다. 저놈들 목숨을 조금 연장시켜 주지.”
“그걸 어떻게 믿나?”
정석이 그렇게 묻자, 외계인이 정석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흉측한 이빨이 정석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네놈이 경기에서 지면 내가 직접 네놈의 내장을 끄집어내서 씹어주겠다.”
그러자 정석이 조금 더 얼굴을 들이밀어서, 외계인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며 말했다.
“시끄럽다. 어떻게 믿는지 그거나 말 해.”
“크르르르!!"
외계인이 다시 한 번 크게 그르렁거리며, 정석에게서 물러섰다. 그리고 소리질렀다.
“그럼 출전 선수가 아닌 놈을 한 놈 데리고 가라! 우린 명령에 따라서만 움직이니까 그 한 놈이 살아있으면 다른 놈들도 안전한 것으로 믿으면 된다. 귀찮은 자식들.”
“알았다.”
“당장 정해. 빨리 출발해야 하니까.”
정석이 프로게이머들을 슥 둘러보았다. 누구도 선뜻 앞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다들 자신의 집으로, 가족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성큼 앞으로 나왔다.
“내가 가지.”
강민이었다.
“선발 선수들중에 우리 팀 애들이 셋이나 있으니까. 내가 가는게 낫지.”
“민아……”
뒤쪽에서 정수영 감독이 강민을 불렀다. 강민이 뒤에 있는 프로게이머들과 감독들을 슥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았다. 정석이 다가오고 있었다.
“잘생각했다. 같이 가자.”
“그래.”
박정석과 강민이 굳게 악수를 했다. 강민은 정석의 손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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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7일 저녁 9시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
“우우우~~~ 집어치워라!”
“미쳤냐! 김정민이라니!”
시청 앞 광장에서는 시민들의 야유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어디서 만들었는지, 군데 군데에서 피켓을 들고 흔드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이런 시위는 지금 시청앞 광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김정민의 마지막 출전은 의외 중의 의외였고, 이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었다.
“약한테란 김정민 꺼져라!”
“당장 선수 교체하라!”
“미쳤냐!!! 당장 선수 교체해라!”
시민들의 시위는 김정민의 출전이 결정된 순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져만 갔다. 이들 중에는 스타크래프트에 대해서, 프로게이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김정민이 변변한 우승경력도 없고, 특별하게 강한 이미지도 아닌, 소위 말하는 B급 프로게이머라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뭐 제대로 하는것도 없는 애라면서?”
“그러게. 이제까지 우승을 한 번도 못했대.”
“그런 X신을 왜 내보냈어? 미친거 아니야?”
군중들은 여기저기서 수군덕거렸다. 아가씨는 그러한 사람들의 수군덕거림과, 사람들의 외침, 고함, 각종 소음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휴……”
아가씨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저만치에서 <김정민 죽어라> 라고 붉은 팻말을 든 어떤 중년 사내는 목이 쉬어라 계속해서 ‘죽여라!!!!’ 라고만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과연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독기를 품은 것일까. 자신의 생명? 가족의 생명? 혹시 공공의,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해? 그게 아니라면 그냥 공포와 분노를 표출하는 것 뿐일까?
“야, 경기 어디서하냐? 내가 김정민 이X끼 죽여버리고 내가 대신 나가도 김정민보단 낫겠다. 어떻게 저런X끼가 선발선수가 됐냐?”
“그거, 프로게이머들이 자원해서 선수 한다고 한 것 같던데요.”
“뭐? 자원? 그러니까 지가 하겠다고 해서 하는거에요?”
“응, 그렇다니까.”
“우와…… 미친 X끼. 지 주제를 모르고 꼴값을 떠네?”
“김정민 걔도 걔지만 다른X끼들, 그리고 감독들은 뭐하는 자식들인지 몰라. 저런X끼가 나오면 좀 막아야될거 아냐?”
“아…… 진짜 씨X, 이X끼들 다 어디있어? 다 죽여버린다, 진짜.”
주위에서는 계속해서 욕설과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아가씨는 그 광기어린 소음에 귀를 막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욱신거리는 발목의 통증보다, 사람들의 잔인한 말이 더욱 무서웠다.
“진호씨…… 사람들이 다 미쳐가는 것 같아요.”
아가씨는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2005년 5월 7일 저녁 9시 30분
서울특별시 SKT T1 숙소 앞
“으아앙~!!! 윤열오빠!!!”
아라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울었다. 그 아이도 여태 숙소에 잡혀 있었던 것이다. 이제 T1 숙소는 완전히 비워졌고, 출전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흩어지기 위해서 모두 바깥으로 끌려 나와 있었다.
“아…… 아라야……”
“오빠, 오빠 가지마요…… 으흑, 으흑! 으아앙~!”
윤열이 아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만, 아라는 윤열의 옷을 붙잡으며 대성통곡을 했다. 아까 숙소 문밖을 나서면서부터 아라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빨리 가야한다.”
외계인이 윤열 옆에 다가왔다. 그러자 윤열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던 아라의 손을 꼭 잡았다.
“아라야, 울지 마. 뚝.”
그러자 아라가 훌쩍거리며 그제서야 조금씩 울음을 멈추었다.
“으흑, 흑, 흑! 오빠, 어떻게 해요. 오빠……”
그런 아라를 보며, 윤열이 아라의 손을 조금 들어올렸다. 그리고 아라의 손등에 입술을 조용히 갖다댔다.
“오…… 오빠.”
아라의 눈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음에도 동그랗게 커졌다. 역시 조용히 아라의 손등에서 입술을 뗀 윤열이 씩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랄게.”
그리고 윤열은 아라의 손을 놓고 뒤돌아서서 뛰어갔다. 저만치에서는 이미 다른 선수들이 외계인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잘가! 힘내라!!!”
“박정석 파이팅! 김정민 파이팅!”
“진호야, 요환아, 힘내라!!! 꼭 이겨야돼!”
“민아, 너도 몸조심해!”
프로게이머들이, 감독들이 손을 흔들며 선수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선수들은 차량으로 경기장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강민까지 여섯 명의 프로게이머들은 한번 그들에게 손을 흔들고서는 차에 올라탔다.
“……”
아라는 윤열의 뒷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손등에 남겨진 입술의 촉촉함 때문인가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윤열이 손을 놓는 순간 느껴진, 그 알 수 없는 아득한 느낌 때문이었다.
잠시 후, 차가 출발하자 아라는 그때서야 있는 힘껏 소리질렀다.
“이윤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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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7일 저녁 9시 50분
서울특별시 한강 남단, 올림픽대로
프로게이머들이 탄 밴은 대로를 시원하게 달렸다. 도로는 공습 첫날의 폭격으로 군데 군데 파괴되어 있었지만, 도로를 달리는 그들의 자동차는 외계인들의 GPS 시스템(그와 유사한) 으로 자동 운전되고 있었고, 또 교통 통제로 도로를 달리는 차가 그들뿐이었으므로 프로게이머들은 아주 안전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아니, 이동이라기보다는 이송되어지고 있었다.
“흐음……”
요환은 창문을 살짝 열고, 창틀에 팔을 괴었다. 바람이 쉴새없이 그의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갔다. 밴의 앞자리에는 외계인 둘이 타고 있었다.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돌려 밤하늘을 보니 반쯤 찬 달이 덩그러니 떠 있었다. 항상 아무런 생각 없이 보던 달이었는데, 오늘은 반쪽짜리였지만 참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항상 저 모습으로 몇천 년 동안 지구상에 명멸하는 모든 것들을 내려보고 있었겠구나.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도, 저 달은 그저 담담하게 내려다보고 있구나…… 요환은 강민의 말소리가 들릴 때 까지 그런 상념에 젖어 있었다.
“미안하다.”
강민이 김정민에게 꺼낸 말이었다.
“뭐…… 뭐가.”
“욕한 거.”
그러면서 강민이 멋쩍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정민은 강민의 그 손을 왼손으로 감싸쥐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무슨 사과를 하고 그래. 네가 잘못한게 아니라 내가 바보같아서 그랬던건데.”
“그래도 말이 많이 심했으니까. 미안하다.”
“괜찮다니까. 본심으로 그런것도 아닌데.”
그러자, 갑자기 강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거 나의 진심으로 그런건데?”
잠시, 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서는 정민이 강민의 어깨를 주먹으로 퍽, 퍽 쳤다. 강민은 실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에이, 이녀석!”
“히히히, 미안, 미안. 농담이야, 농담. 정말이야.”
다른 선수들도 함께 킬킬댔다. 잠시 떠들썩하던 강민과 김정민이 조금 조용해지자, 홍진호가 박정석에게 말을 건넸다.
“야, 근데 정석이 너 아까 진짜 대단하더라.”
“와?”
“안 무섭냐? 너 진짜 깡 최고더라. 깜짝 놀랐다, 진짜.”
“맞어. 옆에 있는 나도 무서워 죽는줄 알았는데.”
진호가 칭찬하고 윤열이 옆에서 맞장구를 치자, 정석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내가 부산 싸나이 아이가? 그정도는 기본이제.”
그러자 강민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핫…… 야, 야, 얘 아까 식은땀 흘리는거 못봤냐? 등짝 아마 다 젖었을 걸.”
“아니, 그건…… 아까 좀 더워서 그런거 아이가. 민이형.”
“어디 젖었나 안 젖었나 한번 보자.”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하던 정석에게 강민이 슬쩍 다가려하자, 정석이 손을 내저으며 피했다.
“아, 알았다. 맞다. 맞다. 그래, 나도 씨겁했다. 왜 안무서웠겠노?”
“정말이야? 뭐야, 부산싸나이.”
“에에에이~~~!”
“큭큭큭…… 하하하하!”
차 안에 있던 프로게이머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내고, 모두 함께 한참 동안 웃었다.
“하, 하하하…… 하하…… 후……”
“……”
그리고, 거짓말같이 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여섯 명의 프로게이머들은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모두들 굳어진 표정으로 바닥만을 쳐다보았다.
“휴……”
요환은 다시 창틀에 턱을 괴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엔 여전히 반달이 떠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뭐? 반달?’
그렇게 무심히 달을 바라보던 요환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달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달은 반달보다 약간 부풀어 오른 달이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반달이었다. 잘못 봤나 했는데 아니었다. 달은 오히려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요환이 의아해하고 있는데, 윤열이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했다.
“열 시네.”
그 말을 듣고 요환은 고개를 돌려 자동차 안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순간, 9:59에서 10:00 으로 시계가 바뀌었다. 인류에게 주어졌던 시간이 마감되는 순간,
“……응? 하늘에…… 뭐가 있다!”
처음 발견한 것은 정민이었다. 요환은 다시 창 밖을 보았다. 달은 이미 초승달로 변해 있었고, 그것도 천천히 없어지고 있었다. 달이 없어지는게 아니었다. 거대한 무엇인가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이제 선수들은 모두 창문에 목을 내밀어서, 하늘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기현상을 바라보았다.
“저…… 저기좀 봐!”
이번에는 진호가 외쳤다. 땅에서 새빨간 불줄기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또, 지평선을 뚫고 수천, 수만의 불빛들이 밤하늘을 물들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
그 불빛들의 춤사위에 괴물체의 윤곽이 어스름히 드러났다. 거대한 원반 모양의 물체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바로 외계인들의 모선이었다. 그리고 그 곁에서 날고 있고,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수많은 불줄기들은 외계인들의 비행체였다. 그 수많은 불빛들은 지평선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그 넓은 밤하늘을 붉게 수놓고 있었다. 그 어떤 불꽃놀이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이, 이게 무슨……”
정석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프로게이머들은 지금껏 살아오며 단 한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밤하늘을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불빛의 찬란한 향연을 보면서, 그 장면에 감탄하기보다는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 현란한 불꽃들은 무리를 지어 땅의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었고, 바로 그 곳을 향해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청년들이 서늘한 5월의 밤공기를 가르며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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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스갤에 올린 '23화를 쓰면서...' 라는 글)
이번 23화를 쓰면서, 소햏이 6년동안 응원하고 있는 '김정민' 이란 사람.
그 사람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봤3
그를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는, 지금 생각하면 좀 어이없긴 하지만
그때 당시 '임요환을 이길 수 있는 사람' 이라고 생각되는게 김정민 뿐이었3
소햏 주위에 득시글대고있는 임요환 팬들,
그들의 콧대를 눌러줄 만한 유일한 사람이 김정민 뿐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3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두 선수에 대한 평가는 참 많이 다르3
한 선수는 '테란의 황제' 로서,
한 선수는 '약한 테란' 으로서.
이번 '그들이 오다' 23화를 쓰면서, 정민이형을 욕하는 사람들을 그리면서
그 세월동안 소햏의 가슴 속에 쌓여 있었던 서러움이나 안타까움 등등도 솔직히 배어났3.
...하지만, 그 참 신기한 것이,
김정민이라는 선수가, '최강' 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소햏이 모르겠3?)
도저히 다른 선수를 응원할 수가 없3
다른 선수를 위해서 밤새워 치어풀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고,
그가 승리할때만큼 기뻐 소리지르고 즐거워하는 경기도 없3
스갤에 있는 몇몇 정만휀들...
이런 소햏 맘 이해하3?
정말로 이 소설처럼,
세상이 다 그를 욕한다고 할지라도,
...소햏은 그의 출전에 기뻐했을 것이3.
ㅅ
ㅠ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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