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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8/15 03:04:14 |
Name |
시퐁 |
Subject |
글에는 예의가 필요하다. |
'개념좀 탑재하고 까실려면 까세요.'
'생각해보면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 부분을 생각해주시길, 그리고 나서 비판하시기 바랍니다.'
위 두 문장은 알고 보면 똑같은 의미입니다. 직설적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권하는 것은 두번째 문장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일까요, 똑같은 말인데 하나는 안되고 하나는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여기 오시는 많은 분들이 당연히 그 답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표현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글을 보다보면 가끔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한 문장들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런 경우도 많이 있겠지만(저는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모르게 쓰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다시 한번, 이미 아실테지만, 그러기에 더욱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되는 이유를 풀어놓겠습니다. 아니라고 생각되시면 과감히 아니라고 코멘트 달아 주세요.
사람은 혼자 살지 않습니다. 물론 '어차피 혼자 사는 존재'라는 표현도 있습니다만, 그건 다른 문제죠. 무인도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엮여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 와중에 전부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산다면 필연적으로 피해자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갖가지 강제적이거나 강제적이지 않은 규범들이 생겼습니다. 그 중에 강제적이진 않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예의'라는 것이죠.
이 예의의 종류에는 정말 많은 것이 있습니다. 갖가지 관계들이 생기면 반드시 따라가는 갖가지 예의들이 생겨납니다.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사이버 커뮤니티라는 것이 생겨나고 그에 따른 예의들도 창조되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하기가 어려웠던 내용들이 글로 표현되고 그 글에 대한 갖가지 감정들 또한 '코멘트'로 따라옵니다. 글은 읽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강요되며 코멘트는 거기에 덧붙여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강요됩니다.
왜 이런 예의가 중요한 것일까요, 첫번째 이유로는 순화되지 않은 표현은 '분노'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기분 나쁘기 때문이죠. 상대방이 자신을 비판한다면 당연히 기분이 나쁩니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감정상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 비판에 쓰이는 표현에 따라 그 분노의 강도가 확연히 다릅니다. 순화된 표현은 생각할 여지를 남기게 하지만 직설적인 표현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 비판을 듣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시면 쉽게 공감이 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예의가 중요한 두번째 이유는 '자기 자신을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익명성이 범람하는 사이버 공간에서 상대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리고 돌아오는 무례에 발끈한다면 어느새 그 세계에 휩쓸릴 대로 휩쓸려 아무 말이나 남발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아니, 자각하지 못할 만큼 빠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예의를 지키십시오. 상대방이 무례로 답하더라도 자신은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고 감정의 악순환을 막는 방법입니다. 상대방의 글에 예의로 비판하십시오.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닙니다.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 그것을 깨달음으로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데도, 단 한번의 무례로 인해 여러분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분노는 분노로 끝이 날뿐 자신에게 아무것도 돌려주지 못합니다. 거친 표현으로 일시적인 쾌감을 얻을 순 있어도 결과적으론 불쾌한 앙금만을 남기게 될 겁니다. 상대방이 기분 나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자신의 감정도 상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상대방에게 단지 '욕'하고 싶으십니까? 그건 단지 '욕'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차라리 예의로 상대방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더욱 현명한 판단이며, 자신에게도 후회를 남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이 자기 자신을 지키는 법입니다.
...글이 생각대로 써지지 않네요. 하지만 요즘 pgr의 분위기를 보면서 한번쯤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런 글보다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과도한 찬사를 쓰는 것이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잘 된 글은 아니었지만 지난번 '조용호, 박정석'선수 경기 후기를 쓰고 나선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말 그런 글만 쓰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건강하면 내일을 기쁘게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무감동한 삶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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