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8/08 12:21:54
Name 나코
Subject 스타와 욕.
다음은 제가 1.12패치 이후 다른 게시판에 썼던 글입니다...

---------------------------------------------------------

게임중에 한글채팅이 지원되었다.

영어와 한글의 차이는 특히나 친구들과 팀플할 때 너무나 편리한 것이어서 가령 '12si gogo, mechic plz.' 하던 추상적일 수밖에 없던 대화가 '12시로 다끌고와, 빈집조심하고 메카닉으로 가자.' 라는 구체적인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것이야말로 블리자드가 내놓은 리플레이 기능 패치 이후 가장 실용적인 패치가 아닌가 싶었는데...

1:1 할때는 완전히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자체에 회의가 든다. 그러니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게 한글패치인지 욕패치인지 알수가 없다-_-

온라인이라는 것이 참으로 오묘해서, 마치 서로의 손과 발을 묶고, 마스크를 쓴 오프라인과 비슷한 것 같다. 아무리 처음 보는 상대일지라도 상대가 바로 직접적인 행동을 취할수 없기에, 대뜸 반말과 욕을 섞어 말하는 것일까.

대개의 경우 나는 똥이 더러워 피하지 무서워 피하냐 싶어 상대의 욕에 말려들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다. 쉽게말하면, 대꾸 자체를 하지 않는데...
오늘 상대와는 여러시간동안 피말리게 욕을 주고 받았다...

음...알아요, 알아. 사실 같이 쌍욕한 것은 아닌데 (이건 변명거리밖에 안되고), 어디까지나 나한테 빌미가 있는걸;; scv 2부대로 상대 넥서스만 일점사파괴한 것은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한 짓이었다-_-;

그렇더라도 나를 비롯한 일가친척과 주변인물에 대한 각종 저주와 다채로운 어휘들로 포장된 예술에 가까운 욕을 듣고 있자니(결정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묘사한 이모티콘에서) 화가 폭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나름대로 화가나면 마음껏 욕해버리는 성격이라, 상대에게 큰 정신적 데미지를 주려고 이리저리 궁리했고 그대로 하였다.

대개 그렇듯이 상대는 나에게 맵핵(상대의 전략전술을 볼수있도록 하는 치트 프로그램)이라고 하였고, 나는 맵핵은 컴퓨터가 창조된 이후 가장 훌륭한 프로그램이며 지금껏 맵핵의 혜택을 받지 못한 상대를 연민스럽다고 말해주었다. 상대는 뜬금없이 아이피추적을 한다고 하였고, 나는 스타크래프트에 아이피따윈 남지 않는다고 상대의 무지몽매함을 지적했다. 상대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지구끝까지 쫓아와서 더이상 자신과 같은 공기를 마시지 못하게 해주겠다며 위협했고, 나는 '아잉 오빠 나 화장좀 하고 나가면 안될까 맨얼굴로 보기엔 너무 부끄러워' 라고 대답했다.
상대는 완전히 미쳐버린 것 같았고, 나는 싱글생글 웃었다. (이것은 내가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승부는 이미 내가 한참 기울어져버린 후였기 때문이다. 스타하다가 화나는 이유는 승패의 여부에 100% 기인한다.)

위에 써놓은 대로 유치찬란한 대화를 주고받다가 상대는 갑자기 진지하게 말했다.

너...진짜 죽여버린다...너 진짜 찾는다...아이디 기억했으니 진짜 찾는다......찾아도 그렇게 말하나 보자...

상대의 이 말을 들은 나는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심심하던 차에, 데리고 놀고 있었으나 상대는 진심으로 나를 너무나 보고싶어 하는 것 같았다(어디까지나 부정적으로-_-).

문득, 슬퍼지더라. 어째서 상대와 나는 이토록 원수지간이 되었을까. 하다못해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짝으로 만났거나,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났어도 이렇게 될 수 있었을까. 과연 오프라인에서도 말 몇마디로 이런 상황이 될 수 있을까. 주유가 제갈량을 이보다 미워했을까, 이라크 피난민들이 부시를 이정도로 미워할까.

상대는 그 이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더니 그냥 나가버렸다. 나또한 승리했지만 느낌이 개운치 않았다.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상대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 욕은 욕대로 들어 기분나쁨.

당분간은 스타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토록 혼자 잘난 척하며 도인처럼 이야기하면 뭘하나ㅡ실천이 안되는걸.

--------------------------------------------------

오늘도 스타를 하다 엄청난 욕을 한바가지로 듣고는 우울해지네요. 하루에도 수많은 게임이 펼쳐지는 베틀넷에서 서로 1:1로 만나서 게임을 한다는 것...이것만 해도 엄청난 인연이 아닙니까. 그러한 소중한 인연이 어째서 욕으로 지저분하게 채색되고, 게임이 끝날 때는 서로간에 철천지 원수가 되어버리고 마는 걸까요.

서글퍼지네요. 익명이고 서로간에 다시는 볼일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사람간의 관계를 가장 최악으로 끌고 가시는 분들 그리고 상대가 욕한다고 같이 맞장구치면서 욕하는 저도 그렇고. 왠지 한번 쯤 다시 생각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악플러X
05/08/08 12:44
수정 아이콘
=_= 요즘 대세 유즈맵 3:3컨트롤대전 자주하는데...
그게임 하다보면 열판에 아홉판은 욕쟁이 꼭있음...
상대가 아무리 욕해도 무시하는게 상책...
솔리타드제이
05/08/08 12:47
수정 아이콘
3:3팀플에서....12시 테란걸렸었는데....11시 저그있을까봐 8배럭 했습니다.
배럭 만들고 일꾼 11시로 정찰보내니 저글링 튀어나오더군요(5드론)
당연히 마린1마리 나와있어서 막았죠..
그다음 9드론 저글링하고 투저그 막으니 맵핵 모라그러더군요-0-;;;

나중에 리플레이보니깐...5드론한 저그 맵핵티나더군요..
오버로드 정찰 안보내고(보내면 저그란거 들키니깐;;;)
뭐라뭐라 그러길래 당연히 무시~~~
05/08/08 13:14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전 왠만하면 한글을 안씁니다.
걍 영어로 채팅
夢[Yume]
05/08/08 13:26
수정 아이콘
저도 한글로 안쓴답니다..
그러니까 외국인으로 알더군요;;
돌아온탕아
05/08/08 13:35
수정 아이콘
흠 아는 사람이 하죠. 공방은 가급적 자제
저그는 어려워
05/08/08 14:16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전에 심하게 욕을 주고받은적이 있는데 상대방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양아치플레이만 하더군요. 짜증났지만 계속 이리저리 멀티먹고 결국 역전....상대방이 좀 얄미워보여서 채팅창에다 "^^" 이렇게 쳐줬죠...그랬더니 "뭘 쳐웃고 지X이냐" 그러더군요..-_-
그러다가 욕이 오고가고 한마디 해줬죠 "너같은 색히들 패턴이야 뻔하지...빨리 디스걸고 나가라" 그랬더니 섬멀티 두개먹고 버티기 하더군
요 관광목적으로 다크아콘으로 일꾼 뺏어서 풀업배틀 한부대로 섬으로 쳐들어갔는데...다죽었습니다....-_- 터렛이 어찌나 많은지....
나중엔 좀 안쓰러워 보여서 "욕한건 미안했다"라고 말했는데
그래도 디스는 안걸더군요....
또하나는 플토대 플토 이건 좀 엽기인데 시작자마자 채팅창에
"제 항X에서 냄새가 너무 나요"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변태요?"
했더니 "아니 변녀요" 그러면서 남친이 자기 항X 을 냄새맡는걸 너무 좋아한다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더군요....물론 여자라는거 믿지는 않았지만...결국은 말렸습니다...어느새 본진에 캐논러쉬....-_- 아직 수양이 덜됬나봅니다....^^ 참..그렇게 이기고 싶을까...?
05/08/08 14:32
수정 아이콘
겜중에 대화하기 싫으면 제어판-언어설정(국가별 옵션탭에 있는 표준 및 형식)에서 영어로 바꾸세요 재부팅 필요없습니다. 채팅 로비에서만 한글되고 겜안에서는 한글 깨져서 나옵니다.
놀라운 본능
05/08/08 14:59
수정 아이콘
솔리타드제이님//8바락을 뚫는것이 5드론 맵핵티 내는것이 아닐지
05/08/08 16:07
수정 아이콘
스타 정신건강에는 그다지 좋지않은 듯...
스타가 싫다는 게 아니고 수십 분간 긴장해가면서 이겨도
힘들고 진 다음에 또 상대의 어김없는 ^^내지는 GG^^ 내지는
되게 못하네 등등 게임은 느긋하게 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cuinHell
05/08/08 16:31
수정 아이콘
스타뿐 아니라 다른 온라인 게임들도 다 그럴겁니다..
저는 원래가 평소에도 욕은 전혀 안하는 사람인데..
팡야랑 카트를 좀 했었는데.. 아주 입에 걸레를 문 사람들이 정말 많더군요.. 아마 대학생 이상인 사람들인거 같은데도 괜히 시비걸고 말끝마다 욕하고.. 아무리 매너 좋은 사람도 많다지만.. 욕하는 사람들 한명만 만나도 좋던 기분 싹 망치죠.. 그래서 다 접었죠..
05/08/08 17:41
수정 아이콘
음.. 한글채팅 적응이 안되더군요. 아직도 레더채널이나 기타등등에서 비방게임하면.. 겜상에선 영어가 편하더군요. 우리말로 길게치느니.. 간략하게 영어로 스타용어 간단하게 내뱉으면.. 올드유저분들은 다 알아들으시더군요^^;
오케이컴퓨터
05/08/08 19:08
수정 아이콘
스타할때 제일 기분 나쁜 경우는 상대방이 거의 다 이겨가는데 쥐쥐 칠까 말까하는 상황에서 "왜 이렇게 못해? 빨리 나가" 이러면 진짜 열받죠.
MaestroX
05/08/08 19:17
수정 아이콘
저는 이겼을때 상대가 gg 치고 자꾸 gg 의 한글 키 'ㅎ-ㅎ' 이게 눌러져서 난감 하던데;;

비웃는것 같은 'ㅎ-ㅎ' 이게 생각없이 쳐져서 나가는 난감함이란...
묵향짱이얌
05/08/08 19:48
수정 아이콘
스타자제하렵니다.. 한판하는데 20~30분이고 연달아 3~4판하면 2시간 정도를 긴장바짝해서 겜하다보니 탈모증세가 있는것 같더군요.. 거기에 지면은 스트레스도 받공..꼭 스타를해서 탈모가 생겼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방바닥에 수두룩히 있는 모발을 보면서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코비치
05/08/08 20:04
수정 아이콘
영어로 치면 만사형통...
05/08/08 21:39
수정 아이콘
스타는 이기기 위해서 하죠. 이기면 기쁘고 지면 기분이 안좋습니다. 그런데 지는 상황에 내가 잘못해서 진것이 아니라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한것 같은 분위기에서 지면 어느정도 수양이 되지 않은 이상 뭔가 말이 나옵니다.

하다못해 '^^'라도요. '^^'만 써도 상대방도 기분나쁘죠. 벙커링을 했든 SCV로 몰려가서 넥서스를 부수든 맵핵이나 치트를 사용한것이 아니면 정당하게 이긴건데 왜 웃냐 이거죠.

웃어도 좀 기분나쁘지만 꾹 참고 있으면 더 기분나쁠 일이 없는데 웃고 난다음에 반응없으면 또 '^^'치는 분들도 계시죠. 마치 반응을 기다리고 '나지금 열받았어'라는 것처럼.

정당하게 이겼는데 자신은 기분나쁜데 대놓고 욕은 못하겠고 은근이 이런걸치죠 '^^'

그런데 스타란것 자체가 말이 필요없는 것입니다. 이겨도 져도 '^^'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기는데 '^^'면 골탕먹이는 거고 지는데 '^^'면 '너 미쳤냐? 지는데 좋아?'이런 소리 듣기 쉽습니다.

꼭 억울하면 말이 나옵니다. 지면 진거지 억울해할 필요 없습니다. 맵핵당해서 져도 말할필요는 없습니다. '맵핵입니까?'하고 물을 필요도없습니다. 상대방이 맵핵이 아니면 큰 실례를 범하는 것이고 상대방이 맵핵이더라도 어디 순순이 얘기하겠습니까?

아무리 심증이 가더라도 얘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얘기한다는 자체가 '맵핵아닌데요'라고 해도 '뭐~뻔히 보니 맵핵이던데 잡아떼고 ~ 요넘 몹쓸넘이네~'사람이란게 감정의 동물이라 보통 이런쪽으로 흘러갑니다.

나름대로 매너있게 '정말 맵핵 아니어요? 그럼 저기 어떻게 저거 알고 그거했어요?' <- 이래봤자 피곤만 합니다. 그리고 정말 맵핵 아닌데 경험상 지금쯤 그럴것같은 예감이 들어서... 그것이 사실일수도 있고요. 그리고 아주 운좋게 그런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고요.

스타는 말이 필요없습니다. 그냥 게임하면 됩니다. 게임들어가서 말이 많을수록 스타는 즐겁지 않더군요.
05/08/08 21:41
수정 아이콘
상대방 욕하는 것의 가장 좋은 대응법은 게임내에서 벙어리가 되고 게임끝나면 즉시 겜 종료하고 나오고 디스걸면 그냥 내 전적좀 손해보지 하고 컴 리부팅하는 겁니다.
05/08/08 22:16
수정 아이콘
스타할때 가장 기분 좋을때. 이겼는데 상대방이 칭찬해줄때.
우리 지더라도 칭찬한마디 합시다. 서로 기분이 좋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411 ┗사흘마다 올라올 추리 퀴즈┛ 난이도:[下] 올스타전 짤방포함 [46] 퉤퉤우엑우엑4289 05/08/08 4289 0
15410 마지막 여행 준비를... [1] 팍스랜덤3888 05/08/08 3888 0
15408 프로리그 올스타투표 그리고 최연성선수 [242] 지나가다말다7864 05/08/08 7864 0
15407 @@ 2004년 11월 12일 ... 그리고 9개월 후 ...!! [3] 메딕아빠4107 05/08/08 4107 0
15406 [연재]hardcore-1.아마추어-(6)제 2경기[上] [1] 퉤퉤우엑우엑4446 05/08/08 4446 0
15405 올스타 팬투표.. [14] 말코비치4171 05/08/08 4171 0
15404 의천도룡기 2003 주지약을 아시나요? [33] 견습마도사8282 05/08/08 8282 0
15403 홍진호 선수의 출연이 시청률을 마니 올리지는 못했나 보네요.. [19] 무니5939 05/08/08 5939 0
15402 러브포보아 드디어 낼 군대갑니다 ㅠㅠ [38] 러브포보아4464 05/08/08 4464 0
15401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귀환 [14] hyun52804673 05/08/08 4673 0
15400 소나기 내리던 날의 도서관 풍경.. [15] 로미..4782 05/08/08 4782 0
15399 스타와 욕. [18] 나코5049 05/08/08 5049 0
15398 공방유저로써 재밌었던 게임들 [19] 나르샤_스카이4555 05/08/08 4555 0
15397 Game-Q 제2회 월드챔피언쉽 - 세르게이 vs 전태규 in Lost Temple [23] 호수청년5771 05/08/08 5771 0
15396 어제 저녁에 일어난 일.. 왜 그랬을까요?? [38] 독을차고5055 05/08/08 5055 0
15394 스타리그 주간 MVP (8월 첫째주) [27] DuomoFirenze4405 05/08/08 4405 0
15393 스타하다 열받는 경우 [36] 초월자4374 05/08/08 4374 0
15392 본프레레 감독 그는 과연 어떤길을 걸을 것인가 [24] 치토스4296 05/08/08 4296 0
15391 김용대에 관하여... [11] 위제트4510 05/08/08 4510 0
15390 이번 프로리그 올스타전 투표에 대한 투덜거림 [59] 하얀조약돌4849 05/08/08 4849 0
15389 국가대표축구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15] EndLEss_MAy3998 05/08/08 3998 0
15388 첼시-아스날 비교적 스무스했던 경기 [17] Ryoma~*4384 05/08/08 4384 0
15387 [싸월 펌] 선수를 비난하는 것은 팬의 권리가 아니다 [23] beramode4339 05/08/08 433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