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를 당장 경질해야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
왜 본프레레를 옹호하는지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
찬찬히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1. 평가전은 없다.
2002년 여름, 그리고 3년간을 돌이켜 봅니다. 쿠엘류의 선임시에, 솔직히 저는 메추에게 좀더 호감을 느꼈습니다. 특별한 식견이 없기때문에 그저 '메추라면 축구협회나 언론에 덜 흔들리겠다' 라는 견해가 전부였습니다만. 쿠엘류의 선임으로 결정났을 때 내심 유감스러워했고, 쿠엘류의 화려한 경력에도 그리 호감을 갖진 않았고 그의 크리스마스 트리 4-2-3-1을 진지하게 분석하고 공부하고 흥미를 느끼고도 쿠엘류에겐 딱히 호감을 갖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지인들에게 말합니다. 쿠엘류에게 유일하게 호감을 느끼는 것이 있다면 이동국에게 골찬스에서 순발력을 끌어올리도록 주문했다는 것이 전부라고. 간단히, 쿠엘류가 중심을 잃고 여론에 휩쓸려서 선수발굴이나 세대교체를 진행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1년 반은, 감독이 선수들을 파악하고 전술을 실험하고, 피트시키는 시간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인내심없고 이해심없는 축구팬들과 언론들의 등쌀에 결국 평가전도 진검승부처럼 진행했습니다. 매경기 월드컵 멤버에게 의존하고 해외파에게 의존해서, 경쟁체제를 진행하지 못하면서, 우리는 실험기를 허공에 날렸습니다. 설령 그게 쿠엘류에겐 평가전이고 실험전이었다고 해도, 팬들이나 언론에겐 진검승부였습니다. 해서 그들은 쿠엘류의 숨통을 조여댔고, 결국 그를 끌어내렸습니다. 쿠엘류에게 회의적이었고, 심지어는 도중에 경질될 것을 예감하고도, 당시 제가 쿠엘류의 경질을 반대하는 글을 계속해서 올렸던 것은 한가지였습니다. 도돌이표를 찍어야 한다는 것. 처음부터 다시 감독을 물색하고, 처음부터 다시 선수를 관찰하고, 처음부터 다시 전술을 실험해야 한다는 것. 그런 도돌이표를 찍으면서 또다시 시간을 까먹는다면 오히려 비효율적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쿠엘류는 경질되었고, 격분해서 저는 축구협회는 신임감독에게 무릎을 꿇고 최대한 지원하라." 라는 요지로 글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령탑을 흔들고 또다시 떨어뜨리면, 그때는 월드컵이 코앞이라 속수무책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프레레가 선임되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축구협회 예산에서 최대한 지급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고른 감독입니다. 그이상의 감독을 데려오기엔 예산이 충분치 않다고 말입니다. 해서, 저는 본프레레 감독에게도 솔직히 매력을 느끼진 못했지만 체념하고 수용해야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그리고 본프레레는 선수를 관찰하고 전술을 구상하고 실험할 겨를도 없이 계속해서 진검승부를 해야만 했습니다. 아시안컵부터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어느 경기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그경기들이 중요한 경기가 아니라 지금처럼 작은 동아시아대회라 할지라도, 조급한 팬들은 여전히 진검승부를 요구했을 겁니다.
실험은 없다, 진검승부를 해라, 패배는 없다, 있는 힘껏 이겨달라. 지금까지 축구팬들의 요구를 믹서기에 갈아서 도출된 결론입니다. 실험은 없습니다. 그동안 감독이 진검승부가 아닌 실험을 원했어도, 팬들이나 언론은 그럴 겨를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독일전에서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동국을 매장하기 위한 D-day다, 본프레레를 경질하기 위한 D-day다. 이동국이 골을 넣자 '생명연장슛' 이라고 비웃기도 하고, 이동국이 본프레레의 목숨을 건졌다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무슨 대회에서 누가 골을 넣을 때마다 이런 발언들이 오가더군요. 김두현이 본프레레를 구했다, 박주영이 본프레레를 구해냈다. 평가전조차 교수대로 생각하는 팬들과 언론들일진대, 정말로 평가전이 있었습니까? 감독이 전술을 실험할 만큼의 여건은 조성해주고 시간을 주었습니까? 동아시아대회, 솔직히 저는 별로 생각 없었습니다. 아, 덕분에 축구를 보는구나, 본프레레가 드디어 실험을 하게 되었구나. 지금이 아니면, 이런저런 실험도 못하고, 이런저런 준비도 할 수 없습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최상의 조합을 갖추고 전술을 준비해야 하는 본프레레로선. 그래서 말합니다. 우리 풍토에선 누가 와도 실험도 없고 시간도 없고, 오로지 심판만 있을 뿐이라고. 2002 월드컵 4강 이후, 히딩크에만 눈이 맟춰진, 그래서 명품족이 되어버린 언론들과 축구팬들에겐 더이상 인내심도 없고 감독쇼핑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2. 그래도 실험은 한다.
내년 월드컵 본선을 앞둔 상태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정말 최상의 조합을 도출했습니까? 뭔가 가능성만 보이면 찍어내기 바빴는데, 수비라인은 제대로 경험을 쌓게 해줬으며, 공격라인은 제대로 조합을 갖추었는지, 미들조직은 과연 최상으로 구축했는지 말입니다. 박재홍, 박동혁, 김동진을 찍어내던 당신들의 무자비한 도끼질을 생각하면, 역시 한국축구의 적은 선수들이 아니라 누리꾼들이 아닐까 싶더군요. 예, 솔직히 말해서 저 선수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은 애정보다는 자원관리 차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누리꾼들의 쉴새없는 도끼질에 선수들이 찍혀나간 통에, 이제는 계속해서 자기계발을 추구하던 이동국한테까지 찍어대더군요. 실험이고 진화이고 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단기적인 임시변통으로 소기의 성과만 달성하면 '생명연장'이라고 보류판정을 내고, 실험의 무대에서 감독이 이런저런 실험을 하여 성적이 좋지 못하면 그것조차 심판할 태세로 악어의 입을 한껏 벌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마침 악어의 입 앞에서, 본프레레가 실험을 시도합니다. 여러분들은 심판을 하겠다는데 본프레레는 실험을 하겠다고 합니다.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설기현, 안정환, 김남일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조합을 궁리하면서요 월드컵 본선에서 탈락한 팀들이야 실험이 목적도 아닌 만큼 진검승부를 각오하고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것이고, 본프레레는 그런 그들을 맞아서 진검이 아닌 죽검으로 연습 및 실험을 시도합니다. 심지어 어떤 선수에겐 검도의 걸음걸이부터 다시 가르치는 격입니다. A매치 첫출장인 김진용 양상민 같은 신예들도 테스트하고, 한동안 출전감각이 떨어진 이천수의 기량도 다시 테스트하고, A매치 경험이 거의 없는 수비조직을 다시 가다듬고. 하지만 그런 실험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실험없이 최상의 팀을 만들어내라는 요구를 하기 전에 먼저, 본프레레의 손에 도깨비 방망이라도 쥐어주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에다 감독출신의 수석코치를 앉혀놓고 간섭을 하다가는 불화만 빚어내고. 결국 본프레레가 한동안 수석코치 없이 가겠다는 입장을 굳히게 만들었던 축구협회나, 매번 목검을 쥐어주고 진검을 상대로 이겨주길 요구하며 감독쇼핑의 꿈에 부풀어있는 축구팬들이나 오늘의 사태를 빚어낸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책임이 없다면, 그건 회피일 뿐입니다.
지금도 저는 본프레레에게 딱히 호감이 있질 않습니다. 사실, 어느감독에게든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는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최소한 동아시아 대회에서조차 실험을 않고 진검승부를 하려고 했더라면, 저는 본프레레 감독을 경질하자고 말하고 싶어졌을 것입니다. 처형대가 될지도 모르는 대회인데도 이래저래 목검을 손에 쥐고 감히 새로운 초식을 연마하는 점에서 오히려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3. 본프레레의 실험.
참고-본프레레의 시스템을 분석한다(by 안느턴)
사실 중국전 끝나고, 본프레레의 공격조합에 대해 감을 잡았기 때문에 저도 분석을 해볼까 하다가, 수비조합에 대해서는 미처 감을 잡지 못한 상태라서 일단 보류했었습니다. 누군가는 해주겠지, 싶은 귀차니즘이 발동했거든요. 일일이 경기동영상을 찾거나 엔트리 기사를 검색하기도 사실 쉽지 않은 노릇이고.. 예, 안느턴님의 글이 매우 고마웠습니다.
① 기본적인 포맷
.............................득점................................
............W................C.................W...............
....W...............C.................C................W......
............W................C.................W...............
.............................수비.................................
단순하게 C와 W로만 표기했습니다. 포메이션에서 W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스위칭을 해주는 경우 외엔 180~270도의 원주각처럼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고 주로 돌파-크로스 혹은 단순루트를 요구받습니다. C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360도 원처럼 자유로운 활동반경 및 경기조율이란 역할이 주어집니다. C에 해당하는 선수가 이동국, 김남일, 박지성, 유경렬입니다. C에 원점을 찍고 원을 그려본다면, 그들의 활동반경에 대한 감이 옵니다. 이동국의 경우엔 마름모의 꼭지점이 되어 공격을 리딩하고, 유경렬의 경우엔 마름모의 아래점이 되어 수비를 리딩하고, 김남일과 박지성의 경우엔 미들라인에서 공수 및 좌우를 연결합니다. 특히 이동국은 좌우 윙포워드 및 윙백, 중앙미들과의 연계 플레이라든지, 중앙미들 및 수비조직에게서도 볼을 공급받고 배급하는 입장인 만큼, 그에게는 포스트플레이, 플레이메이킹, 공간침투 및 공간창출, 게다가 피니시까지 다양하게 요구됩니다. 반면 W의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할 때는 각각의 C와의 연계를 중심으로 움직여줘야 합니다. 윙백에게 돌파-크로스의 단순루트를 요구하는 것도 결국은 C와의 연결이고, 좌우 스토퍼가 자신의 구역에서 공격을 지원할 때 롱패스 혹은 중거리슛을 하는 것도, 일종의 존개념에 의거한 것입니다. 실제로 역할이 정착된 선수들은 이동국, 김남일, 박지성, 유경렬이며 나머지 W선수들은 C들과의 조합 및 연계 혹은 같은 측면라인의 조합을 주로 테스트하는 차원입니다. 윙포워드들은 센터포워드 혹은 윙백과 조합을 테스트 받고, 윙백들은 윙포워드 및 센터포워드간의 연결이나 측면수비수들간의 협력수비 등을 점검받으며, 좌우 스토퍼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김남일과 박지성의 경우엔 각각 부상 및 해외진출로 공백 상태이고, 본프레레는 그들의 대안 또한 다시 테스트하면서 새로운 조합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이번 동아시아 대회의 의미이고, 실험이 목적인 만큼, 우리 또한 어느정도는 감수하고 2006년을 기약해야 합니다.
② 평소 포메이션
.........설기현..........이동국..........차두리.........
.....김동진......김남일......박지성.......이영표.....
.........박재홍..........유경렬.........박동혁...........
설기현, 김동진, 이영표, 차두리 경우엔 돌파 혹은 크로스 등의 역할이 주로 부여받는데, 이영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간 것은, 현재로선 오른쪽에 마땅한 자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김동진이 어느정도 소화해줘서 左동진-右영표의 형태가 되었지만, 김동진이나 설기현이나 똑같이 크로스가 강점인 선수들이고, 따라서 설기현-김동진이 함께 왼쪽에 설 때는 김동진이 내려와서 수비가담을 하게 됩니다. 강점인 2선침투 및 크로스가 제한되는 만큼 김동진의 플레이가 부진처럼 보여지는 것이고, 김동진 스스로도 주눅들긴 하죠. 결국 그동안 곧잘 부진을 보여주었고...이대로라면 본프레레는 차라리 이영표를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에선 이영표의 대안을 실험해볼 법도 한데, 현재로선 박규선을 다시 테스트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그자리에 이정수를 써도 윙백으로서 제법해낼 것 같았는데 부상으로 도중하차해서 아쉽게 되었습니다. 전남전에선가, 윙백으로 기용될 때 보니까 중앙으로 침투패스를 무섭게 찔러주고 크로스도 정확하고. 해서 저도 꽤나 기대를 했었거든요.
③ 중국전 포메이션
...........이천수.........이동국...........김진용.........
....김동진.......김정우........김상식........박규선....
..........김한윤..........유경렬............김진규........
김정우가 기점일 경우엔, 전방으로의 볼배급 및 2선침투를 통해 이동국과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강조되었고, 김상식 역시 이동국에의 볼배급 및 후방에의 수비지원이 강조된 상태입니다. 김남일과 박지성이라면 이러한 역할이 태극문양 물결처럼 교대로 공수를 조율하겠지만, 일단 김정우-김상식 라인은 패턴이 조금 경직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정우, 김상식이 각각 역할분담해서 공수 밸런스를 조율해야겠지만, 좀더 아래로 쳐지는 수비적 성향을 띠면서 공격-미들간의 간격이 넓어진다든지, 중앙에서 전방으로의 침투패스가 뜸해진다든지,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점을 후방에서 김진규 등이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노린다든지 하는 것으로 보완하려고 한 것 같긴 합니다. 김정우나 김상식도 차츰 전술에 익숙해지는 모습이었고, 교체로 투입되는 김두현이야 물론 이런 역할에 제격이고요. 박규선에 대해서 본프레레가 다시 테스트를 한 것은 전방 포워드간의 조합 및 호흡을 다시 점검하기 위함인 것 같았는데, 김진용-박규선 조합은 썩 효과적이진 못했습니다.
④ 북한전 포메이션
........김진용.........이동국.........이천수..........
....양상민......김정우.....김상식.......박규선......
........곽희주.........유경렬.........김진규...........
김진용-박규선의 조합이 맞지 않아서, 본프레레는 다시 이천수-박규선의 조합을 실험해보기로 한 것 같습니다. 김진용을 제하려고 했다가, 계획이 변경되어 아예 왼쪽으로 돌려서 왼쪽에서도 테스트할 겸, 이천수-박규선의 조합도 테스트를 해보았구요. 또한 박규선의 활용 테스트가 실패로 돌아가면, 그대로 이영표를 오른쪽에 붙박아두고 할 수 없이 김동진의 다른 대안을 찾아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양상민을 테스트 해본 것 같습니다. 양상민의 경우엔 (아마도) 본프레레가 요구하는 측면침투, 2선침투, 크로스, 수비지원 모두 양호하게 수행해낸 느낌입니다. 크로스의 날카로움도 꽤 인상적이었구요. 김진규와 좌우 교대로 공격에 가담해줄 옵션으로 곽희주를 테스트한 것 같은데, 1대1 위기가 되기 직전 곽희주가 북한 공격수를 차단하던 순발력이라든지, 빠른 공수전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진용..........이동국..................
.....정경호....................................최태욱....
.....양상민.............김상식..............박규선.....
.........김한윤.........유경렬.........김진규..........
김정우가 중국전보다도 좀더 유기적으로 잘해주고 있었는데 부상으로 교체되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우가 교체될 때는 본프레레의 실험이 서광이 비치려는 시점이었고, 뭔가 유기적인 조합에 대한 밑그림이 살짝 보일듯 말듯 했거든요. 기름종이를 대었을 경우 희미하게 비치는 것처럼. 본프레레는 김정우의 공백에 정경호를 투입하여 포메이션을 위와 같이 바꾸었습니다. 언뜻 굉장히 중앙이 휑해지는데, 김상식이 충분히 잘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포메이션을 배치하면 김상식의 수비가담 능력 및 공격수들의 조합을 최대한 테스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정경호가 윙포워드로 올라갈 경우 양상민과의 콤비라든지, 혹은 김진용과 정경호의 콤비라든지...대신 저렇게 해두면 선수들의 동선이 짧아지지만, 저런 측면에서의 테스트도 가능해지죠. 여튼, 별로 재미는 없었지만 테스트 차원에선 흥미로운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4.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일전 진검승부?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선 한경기라도 테스트 해봐야 하는데, 귀중한 기회를 승패에만 집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예, 간이고 쓸개고 빼둘 각오 되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짱개" 혹은 "쪽바리"란 용어를 곧잘 써서 지인들에게 제지를 받곤 합니다만, 그래도 그 용어들에 대해선 거의 양보를 않을 만치, 중국이나 일본에 대해 감정도 좋지 않고 패배를 용인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월드컵 본선 준비라는 기치 아래선 참을 인(忍(을 세번 새길 수 있습니다.
이런 대회에 실험의 의미는 배제하고 "졸전" 어쩌고만 떠들어대는 언론들을 보면, 참 삐딱합니다. 키플레이어 혹은 팀의 베스트 절반을 빠뜨리고 나온 자리, A매치 처음 데뷔하거나 경험이 없는 선수들에게 한번이라도 기회를 주고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자리, 그렇게 해서 최상의 조합을 만들려는 실험을 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들 입맛이야 언제나 삐딱했지 않습니까. 쿠엘류호 몰디브 0-0의 치욕이라며 여론몰이를 하던 언론들의 작태들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자리에 쿠엘류를 데려온다? 혹은 포터필드를 앉히겠다? 부산팬들에게 물어보십시오. 포터필드에게 얼마나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고 지원해 주었는지, 그들의 증언을 들으시길. 그들이 흘린 눈물, 저는 기억합니다. 포터필드에게 최소한 3년을 기다려주겠다며 참고 또 참던, 그리고 그들이 지난 3년동안 모진 마음고생을 하던 시간들을...성적이 바닥을 기고, 관중들은 떨어져나가고, 그런 부산팬들에게 차라리 연고이전 하라면서 개념없는 말로 할퀴어대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포터필드를 국대에 앉히겠다는 의견들...포터필드에겐 얼마나 시간을 주려고 하십니까?
어차피 우리들이 대표팀 감독에게 주는 시간은 통상 1년이 아니었습니까. 말이 1년이지, 사령탑에 앉히는 순간부터 경기가 있을 때마다 365일 경질대기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대교체도 미뤄지고, 선수들의 조합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현재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A매치 경험이 각각 어느정도인지요. A매치 첫출장이라고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함박 웃어대던 유경렬의 웃음...상당수는 그때가 엊그제 같은 선수들입니다. 다시 도돌이표를 찍는다면, 다른 본선진출국들은 이미 차분하게 조직력을 다지고 전술의 허점을 보완할 시간에 우리는 겨우 조직을 갖추는 시점이 될 것입니다.
by 가엘 (
http://www.soccer4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