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깊게 이야기되지는 않지만
잊기에는 너무 아까운 순간들을 살펴보는 D4 Replay...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오늘의 손님(?)은 바로 변길섭 선수입니다.
글이 길기에 존칭은 생략합니다...(손이 너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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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우승자라고도 하고, KTF의 Big 6 중 가장 과소평가받는 선수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변길섭은 그때 우승을 할 만한 충분한 포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혹자는 그의 우승이 월드컵에 묻힌 것이라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의 우승을 묻은 결정적인 이유는 월드컵이 아니다.
정말 가혹한 표현이지만, 그의 네임밸류가 임요환, 이윤열, 홍진호 급이 아니었기 때문...
애초에, 그가 우승하기 전부터,
팬들은 네이트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에 큰.관심을.두지.않고.있었다.
두고 있다고 해도 "강도경이 이기겠네?" 정도?
네이트 온게임넷 스타리그는 온게임넷으로서는 상당히 뼈아픈 대회였다.
시드 4명이 모두 8강에 진출 못한 것이(이후 IOPS 이전까지 전무후무)
큰 문제는 아니었다. 8강 멤버가 그리 나쁜 것도 아니었고...
비프로스트는 Z-P 밸런스가 심하게 무너졌고,
대회가 진행되면 될수록 T-Z 밸런스도 붕괴되어 갔다.
(비프로스트의 T-Z 밸런스 시나브로 붕괴는 이후 네오 버전, 3번째 버전에서도 계속)
더욱이 비프로스트의 첫 경기인 조정현-손승완 전에서 나온 "섬 탱크 드랍"은
(물론 손승완의 대처가 안 좋았다는 의견이 나중에 많이 나오긴 했지만)
비프로스트의 여론을 악화시켰다.
포비든존은 더욱 심했다. 오리지널 버전의 포비든 존은 내 주관으로 볼 때
OSL의 모든 공식 맵 중 최악의 맵이다.
Z-P 버전을 맞추려다 T-Z와 T-P가 모두 테란 쪽으로 기울어 버린 맵...
여기에 유명 선수들 대거 탈락, 그리고 플토의 졸전까지 겹치고 나니...
"전략 유도"란 측면에 회의를 느낀 팬들은 KPGA 투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블레이드 스톰, 리버 오브 플레임, 플레인스 투 힐에서 펼처지는
물량전, 물량전, 물량전에 팬들은 열광했다. 화제거리는 단연 이재훈이었다.
홍진호와의 피튀기는 혈전, 이윤열과의 50게이트, 그걸 역전하는 이윤열...
KPGA 투어 2차 리그의 인기는 내가 봤을 때 네이트 스타리그를 능가했다.
(이후 3차 리그와 2002 스카이는 거의 대등하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본다.)
초점을 다시 변길섭에게 돌려...
변길섭은 나경보에게 비프로스트에서 초반 어이없게 저글링으로 게임을 내주지만
임요환을 버티고에서, 이재훈을 볼텍스에서(이것도 한량모드 땜시...OTL) 이기고 8강 진출...
초반, 네이트 스타리그(챌린지 포함)는 저그의 분위기로 가고 있었으나
16강 막바지, 최인규 vs 홍진호 전에서 포비든 존의 평판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분위기는 서서히 테란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테란 쪽으로 넘어간 것은 바로 볼텍스, 변길섭 vs 안형모 전이었다.
16강에서 테란 vs 저그는 5:6으로 저그의 근소한 우위,
그러나 8강에서 테란 vs 저그는 5:1로 뒤집어지고 만다.
테란 3, 저그 4, 플토 1의 8강 구도에서 테란 3이 4강으로 모두 진출하는 모습을...
4강은 강도경 vs 한웅렬, 최인규 vs 변길섭이었다. 일반적인 예상은 강도경-최인규 결승..
강도경이 조금 고비는 있었지만 포비든 존에서 몰래멀티를 끝내 지켜내며 승리,
결국 강도경 결승 진출...
최인규가 1경기를 따낼 때만 해도 일반론이 그대로 일반화되는 모습이었지...만...
변길섭은 특유의 끈기로 2경기를 승리하고 3경기에서 장기전 끝에 승리!
여전히 일반론은 강도경의 우세를 말하고 있었다.
강도경이 1경기를 쉽게 따낼 때만 해도 일반론이 그대로 일반화되는 모습이었지...만...
2경기 버티고, 수세에 몰리던 변길섭은 강도경의 맹공을 막아내고 막아내고 기어이 막아내 역전승을 거둔다.
3경기 포비든 존에서는 강도경이 준결승전과 같은 전략을 쓰나, 고수는 같은 암수에 두번 당하지 않는다.
모든 멀티를 각개격파하는데 성공하는 변길섭, 2:1 역전...
4경기 비프로스트...저그의 결승에 있어 눈물의 비프로스트...
이 경기도 강도경이 유리했다. 강도경은 저글링+러커로 변길섭의 본진 커맨드까지 띄우게 만든다.
하지만 뚝심의 변길섭(이 시기 변길섭의 최대 강점은 불꽃, 그리고 무서운 방어였다,)
강도경의 가디언을 별 피해없이 막아내었고,
결정적으로 강도경의 다리 싸움 실수 (저글링 두 부대 정도가 그냥 건너가다 전멸...)로
결국 변길섭은 우승하고 만다.
(비프로스트는 저그의 결승에 있어 눈물의 맵이다.
네이트 강도경의 다리싸움, 파나소닉 조용호의 다리싸움, 올림푸스 홍진호의 억울함...)
물론, 그의 우승 시기가 월드컵과 겹쳤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 KPGA 투어 2차 리그에서 이윤열은 홍진호에게 2패 후 3연승으로 우승했다.
그 우승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상당했다.
이윤열의 첫 우승이었고, 그때까지 엄연히 유망주였던 그가 최강테란의 반열에 올라선 계기였다.
결국 그의 이름값 자체가 작았던 것이 원인이고,
물량전을 선호하던 당시 팬들의 성향까지 겹쳐 네이트 스타리그 자체가 무관심해진 것 또한,
그에게는 불운이었다.
대회 운영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다.
변길섭은 KPGA 3차 투어와 2002 스카이 스타리그에 동반진출했고, 초반 기세는 단연 최강이었다.
그는 3차 투어 개막전 우승자 vs 우승자 대결에서 이윤열을 꺾었고,
스카이 OSL에서도 박정석에게 지기 전까지 4연승을 달렸다. (지난 대회 포함 7연승)
2002년 5월~8월까지 최강의 테란들이 누구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이윤열, 변길섭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2년 6대 테란- 이윤열, 임요환, 김정민, 최인규, 한웅렬, 변길섭)
그에게 브레이크를 걸은 것은 프로토스였다.
스카이 OSL에서는 비프로스트에서 박정석의 그 유명한 30킬 무당리버에 당했고,
3차 투어의 3승 4패 중 플토전은 3전 전패이다. (상대는 김성제, 전태규, 손승완)
특히 손승완과의 마지막 경기는 다크를 간파했지만, 오히려 마인 역대박에 망하고 만다..
그리고 베르트랑과의 4강 진출을 둔 일전에서는 전혀 베르트랑답지 않았던
투스타 레이스에 완전히 말리며 8강 탈락...
이후 그의 포스는 최강에서는 멀어지게 된다.
변길섭이 비운의 우승자가 된 주된 이유는, 애초에 그에 대한 기대치가 "우승"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변길섭이 비운의 우승자가 되지 않으려 했으면,
박성준처럼 해야 했다. 연달아 우승을 해서 "비운의 우승자" 소리를 듣지 않게 해야 했다.
이건 참 딜레마다. 실력을 인정받으면 톱스타 플레이어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건데
우승을 하게 되서야 겨우 이름을 알린 정도가 되어 버리니...
팬들이 조금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선수가 결승에 진출할 경우 결승의 흥행을 걱정하기보다,
결승에 오른 선수에 대해 조금더 관심가져주는 문화가 더더욱 커졌으면 한다.
흥행은 조금 더 관계자들에게 맡기고...
흥행이 걱정된다면 한번 가서 열심히 열광하고 소리지르는 것, 팬이라면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변길섭은 이후 파나소닉 스타리그 16강 탈락, KPGA 4차 리그 엑스트라매치 5위를 기록했으며
점점 하향세를 기록하다가 2003 프리미어 리그에서 리그 1위를 차지,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2004년 KTF로 이적 직후 열린 리그 챔피언쉽에서 임요환에게 0대 2로 분패한다.
(그는 임요환에게는 강한 편이었는데 이 대결 이후 양상이 뒤바뀌게 된다.)
2004년 여름, KTF의 거의 모든 선수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양대 메이저리그에 컴백하며, 흔들리는 팀을 지켰지만
2005년 들어서면서는 심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불꽃테란 변길섭...
그는 2002년 여름에 강했고, 2003년 겨울에 강했으며, 2004년 여름에 강했다.
한 해는 뜨거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고,
그 다음 한 해는 추운 겨울은 따뜻하게 지켜주었다.
이번 시즌, 개인리그에서는 변길섭을 볼 수 없지만
프로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그리고 싸이클대로라면 그가 다시 떠오를 수 있는 2005년 겨울을 다시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