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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7/30 23:13:37 |
Name |
Gidday |
Subject |
[감상] 스카이 프로리그 2005 제 1라운드 결승전, KTF VS SKT |
드디어 만났습니다. 스타리그 최고의 라이벌 두 팀, SKT와 KTF.
정규리그 1,2위 팀이며 그동안 계속 최고의 자리를 다투며 경쟁해온 두 팀이 정말 큰 무대에서 제대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각 경기는 나름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면서 하나의 커다란 드라마를 만들어내었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각 경기가 끝났을 때 광고시간을 이용해 쓴 감상들입니다. 때문에 다음경기에 대한 예상이나 초점이 모두 그 전까지의 결과만을 알고 쓴 글이기에 전체적인 문맥이 조금 어색할 수 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1차전 박정석 VS 전상욱 (레퀴엠)
어쩌면 싱겁게, 그러나 무엇보다 화려하게...
레퀴엠은 확실히 프로토스가 테란에 비해 좋은 맵입니다. 초반 역언덕이라는 점과 네오 버전 이후 전면전을 벌이기 좋아진 중앙 필드 덕에 힘싸움을 하기도 나쁘지 않고 말이죠.
SK텔레콤의 주훈 감독이 예상에서 밝혔듯이 전상욱 선수는 저그전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온 듯 합니다. 프로토스나 테란이 걸리면 그야말로 초반 필살기로 통하면 이기고 안통하면 질 각오로 나온 모습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박정석 선수의 빌드는 비교적 평범한 드라군빌드...
박정석 선수의 프로브가 투배럭을 발견했을 때, 박정석 선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이오닉”이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진출 타이밍은 메딕이 추가 되었을 때 라는 생각을 한 듯 합니다. 초반의 질럿이 나와 본 것은 압박의 의미였지 그것으로 어떤 피해를 주겠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사생결단, 그 각오의 차이가 1경기의 승패를 갈랐다고 봅니다. 전상욱 선수의 초반 치즈벙커러시는 저그의 4,5드론과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대처는 얼마나 당해보았느냐, 최소한 한경기라도 당해보았느냐 하는 것이었고 박정석 선수가 해야 하는 대처는 그 상황에서 일하던 프로브가 몽땅 나와서 벙커를 저지하는 것이 정답이었고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번 경기는 레퀴엠이 테란에게 불리한 맵이기 때문에 더더욱 나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전상욱 선수의 심리전이 멋졌던 1경기, 그리고 SKT의 승리를 향한 한발자국을 내딪는 경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2차전 조용호, 김정민 VS 박태민, 김성제 (우산국)
장인의 손길은 도구와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KTF의 전승 우승을 견인한 가장 큰 원동력은 팀플레이였습니다. 홍진호, 박정석 조합과 더불어 그 팀플레이의 정상에 우뚝 서 있는 조합은 바로 조용호, 김정민 선수였죠. 아마도 T1팀은 그 둘중 하나가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고 거기에 대한 암살조를 편성한 것이 바로 박태민, 김성제 였습니다. 과거 엔트리에는 있었지만 정작 3:0으로 끝나는 바람에 실제로 출전은 없었던 조합, 그렇기에 예상하기가 힘든 조합이 바로 박태민, 김성제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SKT가 들고나온 카드는 바로 빠른 리버테크. 본인이 들으면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김성제 선수는 현존하는 프로토스 중 가장 섬세한 선수라는 평가가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그렇기에 알고도 못 막는 리버라는 얘기도 많이 듣던 선수죠. 그런 김성제 선수가 조종한 오늘의 리버는.. 한마디로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SKT가 이렇게 일방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압도한 이유는 바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산국은 중앙장악이 굉장히 중요하다 싶은 맵입니다. 그리고 TZ vs PZ 조합에서 중앙을 장악하기 쉬운 것은 바로 PZ조합이죠. 저그야 그렇다 치지만 플토의 질럿, 드라군 조합이 쌓이면 쌓일 수록 테란이 힘싸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김정민 선수가 투배럭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을 겁니다. 초반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 호흡이라며 우리가 위다. 라는 생각에 강력한 바이오닉을 준비했지만 SKT의 카드는 방어타워를 지으면서 버티기, 그리고 저글링, 바이오닉을 완전히 잡아먹을 수 있는 리버였습니다.
2경기까지의 KTF와 SKT1의 모습은 마치 각 팀의 주장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의 임진록을 보는 듯 한 기분입니다. 물론 연습량이 어느쪽이 많다 하는 것은 말할 수 없지만 KTF는 정석을 위주로, SKT는 그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을 준비해 왔다는 것입니다.
3경기 변길섭 VS 박태민 (러시아워)
강하게, 강하게, 그리고 한템포 쉬기.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5:1로 박태민 선수가 앞서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경기는 2:0으로 뒤지는 상황, 과연 변길섭 선수가 특유의 불꽃을 선보일 것인가, 혹은 박태민 선수의 마술같은 운영이 변길섭 선수를 다시한번 옥죄 올 것인가가 이 경기의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경기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을 보였던 SKT였지만 3경기의 모습은 역시 운영의 마술사답게 박태민 선수의 운영능력을 마음껏 선보였던 경기였습니다.
초반 앞마당을 먹긴 했지만 꽤나 아슬아슬하게 앞마당 레어를 막은 박태민 선수,(물론 충분히 계산이 된 버티기이긴 했습니다만, 앞마당에 레어 간 것도 그렇고..) 원가스 상황에서 럴커로 버티며 뮤탈뽑고 견제, 그 뒤 테란의 한방 병력을 잡아먹고 상대를 굶겨 죽이는... 어떻게 보면 테란이 가장 비참하게 지는 경기를 선보입니다.
변길섭 선수는 초반에 몇가지 아쉬운 점이 보였습니다. 진출 병력이 빠진 사이 저글링 난입도 몇 번 겪었고, 벙커가 비어있었던 상황도 보였었고 말이죠. 하지만 역시 불꽃테란이라는 명성이 부끄럽지 않게 후반에는 인상적인 움직임과 전투력을 보여주었더군요.
그러나 역시 초반에 운영에서 너무 밀렸고 진출 병력이 족족 잡히는 소모전에서 저그의 멀티와 테크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GG를 치고 맙니다.
사상 최고의 대박 결전이라고 불리우던 KTF와 SKT의 경기는 이렇게 3:0까지 치닫게 됩니다. 만일 다음 출전 선수인 박정석, 홍진호 선수까지 무너지게 된다면 KTF는 단순한 패배를 넘어서서 자존심과 긍지에 상처 입을 수 있는 위기에 몰리게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4경기 박정석, 홍진호 Vs 윤종민, 고인규 (루나더 파이널)
이것이 바로 최강의 조합이다.
루나에서의 홍진호 박정석 선수는 그동안 무적을 자랑했습니다. KTF가 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기둥이 되었던 것이 바로 이 루나에서의 두 선수의 팀플이었죠.
SKT의 막내에 윤종민, 고인규 선수, 팀플에서 굉장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선수들이었지만 아직은 박정석 홍진호 조합에는 역부족인 듯 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박정석, 홍진호 조합은 그야말로 팀플의 왕도를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테란은 극초반에 나오는 것이 무리기 때문에, 플토가 캐넌을 깔아주며 앞마당을 먹고 시작하는 홍진호 선수, 그 때부터 이미 저그의 물량의 차이는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 캐넌에 의지하며 앞마당 먹고 초고속으로 테크를 끌어올려 템플러 계열 확보, 그리고 멀티 - 물량으로 이어지는 박정석 선수의 모습은 3경기는 그렇다 쳐도 한방 제대로 얻어맞은 1,2경기의 울분을 풀 듯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윤종민 선수는 홍진호 선수의 본진에 타격을 주는 것은 좋았으나 병력을 빼야 할 때 빼지 않고 그대로 전면전에 들어가 패배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다고 보여지지만 사실 이미 상대의 앞마당에 타격을 전혀 주지 못한 것부터 이미 승부는 갈렸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3:1로 한경기를 쫓아가며 KTF는 분위기 전환의 불씨를 살렸습니다. 언제나 이겨야 할 때 이겨줬던 강민이 천적에 가까운 박용욱을 이길 수 있을지가 5경기의 볼거리가 되겠지요.
5경기 강민 VS 박용욱 (알포인트)
그러나 악마는 꿈을 꾸지 않는다.
KTF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강민, 그동안 5경기 에이스 결정전에서 계속 승리하던 모습이나 팀리그에서 올킬을 해야 할 때, 강민은 꼬박꼬박 팀에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상대는 악마 박용욱.. 강민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 선수의 차이는 정찰에서 갈렸습니다. 가로방향이라는 것은 두 선수 모두 늦게 알았지만 대각선이 아니라는 것을 박용욱 선수가 좀 더 일찍 알게 되었고 투게이트를 주저없이 올려 초반부터 병력에서 앞설 수 있었습니다.
그 뒤부터는 사실 일방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저그 대 저그만큼은 아니지만 프로토스 역시 초반의 일꾼 한기가 주는 중요성은 굉장히 큽니다. 그런 상황에서 박용욱 선수의 질럿 때문에 일꾼이 일을 못했고 그러다보니 계속 자원적, 병력적에서 강민선수는 밀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멋진 컨트롤과 조금 빠른 드라군 사업으로 박용욱 선수의 입구에 진칠 수 있긴 했지만 박용욱 선수의 주저없는 진출로 그 병력마저 잡히면서 오히려 역러시, 한박자 늦은 리버, 상대 멀티를 보면서도 막지 못하는 상황등으로 인해 경기는 점점 기울어갑니다.
그래도 강민, 마지막 수단으로 3cm 노가다 드랍으로 병력의 진출을 노려보지만 오히려 박용욱 선수의 자신감에 찬 러시로 오히려 호되게 당하며 최후의 러시까지 막히며 결국 gg를 선언하게 됩니다.
박용욱 선수의 강점은 초반 프로브 컨트롤도 있지만 어찌보면 굉장히 안정적인 운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승기를 잡기 시작하면 그 승기를 끝까지 놓지지 않는, 전태규선수와는 다른 형태로 굉장히 안전하게 게임을 하는 선수죠. 그렇기 때문에 강민 선수의 여러 가지 도발에도 넘어가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게임을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전설은 마침표를 찍었다.
어쨌든 그렇게 프로리그 결승전은 끝이 났습니다. 제가 원하던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조금은 씁쓸하지만(저는 KTF응원합니다) 주훈 감독님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결국 박수를 보내게 되더군요.
두팀 선수, 감독, 스탭 여러분 모두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승한 SKT팀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정말 아쉽게 패배한 KTF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KTF, 아직 끝이 아닙니다. SKT는 작년 광안리의 패배를 와신상담하여 오늘의 결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다음에 결승전에 오를때는 오늘의 패배를 되새기며 상대가 누구던 4:0 으로 잡아내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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