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거기 좀 비켜봐요 ! "
" 아, 거참 사람들 예의없네. 자리를 그런식으로 다 차지해버리면 안되잖아요 ~ "
사람들의 웅성대는 목소리와 함께 섞여들려오는 몇몇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메가스튜디오 전체에 퍼졌다.
오늘도 자리를 가방이나 온갖 물건들을 이용해 몇자리를 한꺼번에 차지하는
몇몇사람들로 인해 오늘도 수십,수백명의 사람들이 저멀리 부딫히고,
치여가며 꿋꿋하게 서서 경기를 지켜봐야했다.
그러나, 이것은 메가스튜디오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라
대부분의 숙달된 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경기를 관전한다.
게다가, 오늘은 스타리그 4강전이라는, 그것도 임요환이 출전하는
굉장한 빅게임이 펼쳐지기 때문에 모두가 수많은 팬이 몰려올거라 예상했으나,
이번엔 아주 적게 온 편이다.
그덕에 팬들은 그나마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경기를 관전할수 있었고,
경기의 수준도 팬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엔 충분했다.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3경기, 이번경기마저 임요환이 이기면 임요환은 또한번 결승에
오르게된다. 준우승이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그였지만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저번리그에서도 우승, 요번리그에서도 결승에 오르기 직전이다.
매서운 눈빛, 경기에 들어설때면 그의 맑은 눈은 곧 승부사의 불타는 눈으로 변한다.
그런 눈빛으로 모니터를 주시하는 그의 얼굴을 볼때면, 그 승부욕과
집중력에 감히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그런 집중력으로 경기를 펼쳐가던 박서는 이번경기도 아주 유리하게 이끌어 가고있었다.
그의 등짝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고,
그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운줄도 모른채 경기에 열중했고,
결국 마지막의 화려한 공격한번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 GG ! 임요환 ! 결승 또 가네요 ! 이야 ~ 예, 임요환 ! "
해설자들의 감탄사가 절로 유발되는 3번의 경기, 3번의 승리였다.
임요환의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그중에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도 몇몇 보였다.
요환은 그에 보답하기위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의 눈엔 자신감이 가득차있었다.
모든이가 그의 번영기가, 황제의 전성기가 다시 올거라고 생각하고있었다.
아무도, 그 누구도 그를 막지못할거라고, 모두가 말했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결승전 날짜가 잡혔다.
상대선수는 저그로 결정이 났고, 맵운도 상당히 따랐다.
분위기가 더욱더 좋아졌다.
이정도 되고나니, 전문가들은 임요환의 승리할 확률이 70%이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요환도, 기필코 우승하리라 스스로 장담했다.
결승전은 2주일정도가 남은 상태,
박서에게도, 그의 팬들에게도, 전문가들에게도, 아니 모든 게임팬들에게 그 2주일이란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그 정도로 모두가, 그 결승전을, 아니 박서의 승리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대망의 결승날이 밝았다.
요환은 결승장소로 향하기 위해 옷을 차려입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챙기고는...
자신감과 흥분감에 도취된 기분으로 결승장소로 향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뜨겁게 내리 쬐는 태양빛에 달아오른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달리며, 나중에 펼쳐질 결승전을 상상해보았다.
멋지게 이기고나서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우승트로피를 받는다....
" 킥킥킥 ~ 킥킥... "
요환은 상상에 흠뻑 빠져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요환의 집중력은 이런데서도 발휘되는것 같았다.
상상하나를 해도 꼭 저렇게 한다.
역시, 요환은 그에 빠져 달리는 내내 킥킥대며 뒹굴었다.
그게 상상이라는걸, 아직 파악 못한 모양이다.
어쨌든 그렇게 상상하는 동안에 결승전 장소에 도착했고,
요환은 상상에서 깬채 얼떨떨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화장실이 급한듯 화장실로 달려갔다.
"형은 맨날 저런다니까....나랑 잘때도 저래. 자기전마다 맨날 혼자 갖은 쑈를 다해.
뭐 혼자 웃지를 않나, 혼자 헥헥거리지를 않나... 진짜 보면 볼수록 재밌어..."
성제가 말했다.
요환은 지금뿐만이 아니라 평소때도 자주 그러는 모양이었다.
역시, 그 집중력은 아무때나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저런 고도의 말도안되는 상상력에도 집중하는 저 자세(?)에서 부터 빚어나오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 대단한 상상력인것이다.
어쨌든, 요환은 성제가 무슨말을 하는지 알지도 못한채 엄청난 속도로 뛰어갔다.
꽤나 급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요환은 총알같은 속도로 달려가서는 재빨리
용변을 보고 나왔다. 그리고는 손을 깨끗이 씻고 휴지로 물기를 제거하고는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주위에 누군가 있는 느낌이었다.
왠지...
왠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요환이 동물적 직감으로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동안,
누군가가 뒤에서 요환의 머리를 쳤다.
" 퍽 ! "
요환이 의식을 잃어갔다.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갔다.
앞이 까매지기 시작했다. 점점 잠이 왔다.
점점.......
더 심각하게.....
결국, 요환은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일어났어 ? "
왠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히 친숙한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그 목소리가...
그래서 요환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주위엔 아무도없었다.
달랑 TV, 컴퓨터 한대와 화장실 하나가 있었다.
요환은 여기가 어딘줄 몰랐다.
폐쇄된 공간인데다가, 도무지 나갈구멍하나 보이지 않는 방.
요환은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아까 그목소리가 도대체 어디서 들려온것인지도 알고싶었다.
" 날 찾고있나, 임요환 ? "
다시한번 소리가 들려왔다.
요환은 순간적으로 소리가 난곳을 찾으려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나 아무리 소리가 난곳을 찾으려 해봐도 찾을수가 없었다.
" 너...어딨는거야 ? 그리고, 내가 왜 이런곳에 있는거지 ? "
요환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땀으로 촉촉히 젖은 두눈가에서 당황스러움이 엿보였다.
" 그러니까, 니가 그걸 알아내야지.그걸 니가.....
알아내란 말이야....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니가 왜 여기있는지를...."
다시한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익숙한 목소리, 엄청나게 들어온것같은 목소린데 갑자기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요환은 그 목소리를 기억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써보았다.
몇분간을 머리를 붙잡고 사투를 버린끝에,
그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해냈다.
"김정민!"
올드보이 OST- 올드보이 OST (2004) 앨범 中
올드보이 OST - The Last Waltz(미도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