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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7/08 17:45:08 |
Name |
SEIJI |
Subject |
스타 삼국지 <27> - 아아.. 경락이여. 경락이여.. |
임요환을 맞아들인 홍진호는 곧 송병석을 칠 준비를 했다. 그런데 홀연 긴급메일이 날아와
홍진호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서쪽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국기봉이 전력을 다해 자신
의 뒤를 친다는 급보를 받아들고 홍진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기봉이 어느덧 세력을 키워 천하를 떠돌던 모사 이용범을 수하에 받아들이니 그 세가
이만 큰게 아닙니다. 아마 그 예전 정수영이 했던것처럼 메가웹을 들이닥쳐 MC용준을
겁박하려 하니 이는 온게임넷 방송으로 양쪽에 바나나 TV 여배우들을 앉혀놓고 지면
옷벗기 스타대회를 개최하려는 속셈이 분명합니다.'
홍진호는 노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저그들을 정리하고 저그 최강자에 오르지 않는
이상 천하를 차지하여 KeSPA 프로게이머 순위 1위에 오르기는 힘들거라는 생각을 했다.
곧 홍진호는 박경락을 대장으로 하여 국기봉을 향해 쳐들어갔다.
한편 홍진호의 뒤를 치려 했던 국기봉은 홍진호가 예상외로 빨리 맞대응하여 밀고 내려
오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사 이용범을 불러 앞으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용범이 준비한듯 말했다.
"지금 장군의 전력은 홍진호의 군대를 맞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장군역시
이미 과거 세대의 선수, 떠오르는 신성을 막기에는 힘겹습니다. 차라리 gg를 치고 ally plz
를 치는게 이로울듯 싶습니다."
이용범이 그리 말하자 국기봉도 더는 어찌할도리가 없었다. 곧 이용범을 항복사신으로
홍진호에게 보냈다. 홍진호가 국기봉의 ally plz 메시지를 보더니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나 역시 굳이 항복을 하며 얼라이를 맺을려고 하는 자를 앨리시킬 생각은 없소. 그나저나
자네는 매우 뛰어난 모사라고 들었는데 어떻소? 나를 도와줄 생각은 없소?"
"죄송합니다만 저는 예전에 정수영의 잔당들 밑에 있던 죄를 저질렀고 지금은 국기봉이
저를 믿고 신뢰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차마 그를 버릴수 없습니다. 승상의 두터운정만
가슴 가득히 앉고 갈 뿐입니다."
하고 말하며 그 자리를 떴다.
다음날, 홍진호는 병사들을 몰고 거만하게 국기봉의 진영으로 들어갔다. 국기봉이 고개를
숙이며 먼길을 온 홍진호를 깍듯이 맞아들였다.
"먼길 오시느라 힘드실텐데 여기 박카스라도..."
"그래 고맙소. 허허. 호랑이 기운이 샘솟는구려."
국기봉은 홍진호에게 잘 보이기 위해 10일연속 PC방에서 잔치를 벌였다. 홍진호도
한줌의 병력 손실도 없이 무난히 승리하여 마음이 기꺼운 나머지 국기봉이 연일 벌이는
PC방 밤샘을 기분좋게 즐겼다. 매일 PC방으로 박카스와 육계장 사발면 수십박스가
운반되는 가운데 홍진호 역시 양껏 마시고 배불리 먹었다. 그렇게 잔치를 즐기던 어느날
잔치가 한창인 PC방에 한 아리따운 여성둘이 들어오는게 아닌가? 평소에 여색을 싫어
하지 않았던 홍진호가 여성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했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홍진호를 PC방 알바로 안 여성고객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저희들은 국기봉 선수 팬들인데요. 국기봉선수 팬카페.. 가입하려고..."
"하하.. 나는 국기봉과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 어려워하지말고 이리로 오라. 내가 차근
차근 가입시켜줄테니."
박카스 타우린에 취해 알딸딸한 상태의 홍진호가 즉시 컴퓨터를 키고 다음으로 들어갔다.
카페검색에서 그가 '폭풍저그'라고 치니 프로게이머.지노님.카페~* 가 뜨는게 아닌가...
"저... 국기봉이라고 검색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아니 국기봉의 팬이라면서 어찌 이런것도 모른단 말인가. 국기봉선수의 이름때문에
폭풍저그라는 별명이 붙은건 갓태어난 마나 50짜리 디파일러도 아는일이건만."
"어... 어째서 국기봉선수가 폭풍저그가..."
"이런.. 이런.. 국기봉의 국기가 무엇에 펄럭이는가? 바람.. 그래 바로 폭풍에 휘날리지
않나. 그래서 언제어느때나 파란하늘을 향해 깃발을 펄럭인다고 해서 폭풍저그라고 별명
이 생겼네."
"아.. 그.. 그렇군요."
"자. 어서 아이디 로그인하고. 그리고... 카페가입 누르고.."
"저.. 가입조건으로.. '우리카페 대문 사진의 주인공은?'라고 나오는데요. 국기봉이라고
치면 되겠죠?"
"응.. 뭐.. 아..아니... 사실 국기봉선수가 본명이 아니고 가명이거든."
"예..?"
"응. 사실 생각해봐. 국기봉이라는 이름이 실제로 있다면 솔직히 웃기잖아. 사실 국기봉이
본명이 홍진호인데 어릴때 애들이 자꾸 콩, 콩 하고 놀려서 국기봉이라고 가명을 쓴거야.
이 질문은 얼마나 국기봉선수에 대해 많은 걸 자세히 알고있느냐를 물어보는거지. 자
그러니 홍진호라고 치면..."
홍진호가 '홍진호'라고 답을 치자 54^2 * 32/3 * log3 * sin35 * cos90 라는 다음인증
질문이 나왔다. 홍진호가 답을 치니 카페에 가입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자 이제 다되었네."
"감사합니다. 요즘 카페는 가입하기도 만만치않네요. 덕분에 국기봉선수 카페에 가입
하게 되었습니다."
"뭐 이런걸 가지고. 허허."
홍진호가 특유의 입담으로 간계를 부려 국기봉의 팬들을 자신의 카페로 가입시키고 있는
소식을 국기봉이 알게된건 그날 저녁이었다.
"뭐? 홍진호 그놈이 내 팬들을(그것도 여성팬들을) 자기 카페에 가입시키고 있다고?"
국기봉은 불같이 노했다. 자신은 PC방을 드려 홍진호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했건만
홍진호는 그런 자신의 호의는 생각치않은채 자신의 야욕만을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국기봉은 곧 이용범을 불렀다.
"용범. 사실은 이러이러한 일이있었소. 내 이대로 넘어가면 동네 챙피해서 어디 얼굴
들고 다닐수가 있겠소이까. 부디 내가 저 간악한 홍진호를 쳐부술 계략을 알려주시오."
"음... 어려운 부탁입니다만... 지금 홍진호에게서 가장 두려운 건 박경락이라는 사내
입니다. 박경락만 어떻게 하면... 일단 부하장수들을 보내 박경락을 취하게 만드십시오.
그리고 박경락의 가장 위험한 무기인 러커를 숨겨놓으면 박경락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경락마사지를 시전할수 없으니 잡을수 있습니다. 그렇게 박경락을 잡고 홍진호를 잡으면
일을 도모하는것도 어렵지는 않지요."
"정말 감사하오. 정말 대단한 계략이외다."
국기봉은 곧 부하장수를 불러 박경락에게 보냈다. 그리고 홍진호에게 갔다.
"요즘 주변 치안이 안좋아 제가 병사들을 데리고 방범순찰을 돌까 하니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하도록 하오."
홍진호가 선선히 응했다.
그리고 어둑어둑한 새벽이 되어 홍진호가 깊은 잠에 골아떨어졌을무렵 사방에서 시끄러운
함성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홍진호의 부하가 홍진호의 막사로 들어왔다.
"지금 사방이 시끄러운게 심상치 않습니다."
"내버려둬라. 오늘 국기봉이 동네 순찰을 돈다고 하니 또 어디서 삥뜯고 있는 양아치 무리
들과 대판 싸움이 붙었을 게다. 호들갑 떨 필요없다."
하며 홍진호는 다시 깊은 잠을 청했다.
그러고 잠시후, 다시 한 부하가 온몸에 피를 흘리며 홍진호의 막사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울부짖으며 말했다.
"장군님. 큰일났습니다. 국기봉이... 국기봉이 병력을 모아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어서
어서.. 도망가십시오."
"뭐? 국..국기봉이.. 이런... 어서 내 팀유니폼을 가져오너라. 활로를 찾아라!"
홍진호가 다급하게 팀옷을 추스리고 밖으로 나섰다. 마침 취기에 정신을 못차리던 박경락
과 마주할수 있었다.
"박경락. 이게 무슨일이냐!!"
"주..주군.. 큰일입니다. 국기봉이 군대를 몰아 이리로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주군은 어서
피하십시오. 제..제가.. 적의 예봉을 막겠습니다."
"그럼 자네는 어찌하려고..."
"전쟁터에서 GG치는게 프로게이머의 소임. 적이 내 본진을 밀더라도 끝까지 어딘가에
가스 익스트랙터라도 펴서 시간을 끌어 주군이 도망가실 시간을 벌수있다면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있겠습니까?"
"아아.. 경락... 경락장군..."
"주군. 어서 도망치십시오."
다른 부하들이 홍진호앞에 서서 홍진호를 재촉했다. 홍진호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라도 틀어야 했다. 홍진호의 두눈에 뜨거운 피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날을 기약할수없다는 확신이 둘다 들어서인가... 박경락도 차마 뒤를 돌아
떠나는 홍진호의 뒷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매섭게 찍어내려오는 적들을 보며 뜨거운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저기 홍진호가 간다. 홍진호를 잡아라!!"
"네 이놈들!! 이 앞으로는 이제 아무도 못지나간다!!"
박경락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맞서자 국기봉의 군대가 멈칫거렸다. 국기봉이 소리를 질
렀다.
"뭣들하느냐!! 적은 혼자다!! 어서 히드라가 침을 쏘아라!! 사정없이 쏘아라!!"
곧 잘훈련된 히드라 궁수부대가 자기 등뼈를 뽑아 뱉기 시작했다. 하늘을 뒤덮는 시퍼런
등뼈들이 사정없이 박경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박경락은 이리저리 공격을 피해다니며
드론 한마리를 살려 이리저리 여러군데 익스트랙터를 펴며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드론이 다 소진되고 구석에 지은 익스트랙터 하나만을 남긴상황에서
국기봉의 맹공이 시작되었다.
"자 적은 저 가스통 하나만 남았다. 모두 있는 힘을 다해 공격해라!!"
"이놈들!! 이 익스트랙터가 그냥 익스트랙터인줄 아느냐!!! 좀비드론을 만든 좀비가스통
이다!!"
"하하 녀석 농담이 지나치구나. 지금이 어느시절인데 아직도 1.05패치이전의 좀비드론
이야기를 꺼내느냐!! 어서 공격하라!! 침을 뱉어라!!"
곧 박경락의 하나남은 익스트랙터가 피를 뿜으며 게이지가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주군... 저는 이대로 저그의 한을 가지고 사라집니다. 제가 프로토스였다면 아니 차라리
테란이기만 했더라도 일꾼한마리만으로도 좀더 더 많은 시간을 끌어드렸을텐데... 지금
제가 저그인게 천추의 한이 됩니다.
부디... 주군께서 저그로서 저의 한계를 깨주십시오. 항상 우승문턱에서 좌절하고 2인자
로 밀려 다른 종족을 돋보이게만 했던 저그라는 종족의 한을 깨주십시오. 저는 이렇게
그 한계를 깨지못하고 항상 4강에서 3번 연거푸 발목을 잡혔지만 주군은 저그로 저그의
한을 풀수있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부디.. 부디.. 이렇게 쓰러지는 저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주십시오. 이렇게 일반인이되어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제3자가 되더라도 주군이
야외경기장에서 상대를 꺽고 우승트로피를 들며 수십만 저그 유저와 함께 눈물 흘리는
그 모습을 꼭 제 두눈으로 지켜보겠나이다.'
Park kyoun-rock is eliminated...
곧 박경락의 마지막남은 익스트랙터가 파괴되고 박경락은 엘리되었다. 엘리된 박경락을
내버려두고 국기봉의 군대가 홍진호를 쫒아갔으나 홍진호는 이미 멀리 달아난 뒤였다.
박경락이 앨리를 각오하고 버틴 시간은 결코 헛된게 아니었음이라...
홍진호가 열심히 달려 도망치니 곧 홍진호의 군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숨을 돌린
홍진호가 멈춰서서 자신을 위해 엘리당한 박경락을 위한 제사를 지냈다. 생각해보면 너무
나도 참담한 패배였다. 기껏 전투도 없이 승리했나 했더니만 자신의 욕심때문에 이렇게
가장 아끼는 부하장수도 잃고 처참한 몰골로 도망쳐야 한다니 홍진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한심했다.
제사를 지내며 홍진호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경락을 향해 곡을 했다.
"내가 이렇게 우는건 내 저글링이나 히드라가 죽어서도 아니다. 그런것은 슬프지않다.
다만 박경락이 죽은것이 더 슬프니 저글링이나 히드라는 다시 뽑으면 되지만 그만한
프로게이머는 이제 어디서 다시 구할수 있단 말인가.. 아아 경락이여.. 경락이여.."
그렇게 우는 홍진호를 보고 다른 홍진호의 부하들도 흐느껴 울지 않는자가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부하를 아끼며 안타까워하는 주군이라니.. 이런 주군을 위해선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않다.. 라고 부하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처참한 패배였지만 한편으로는 더 소중한 것을 홍진호는 얻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내 언제가 그대의 한을 풀어주리라. 저그가 가진 한. 수십만 저그유저들이 가진
한을 언젠가 꼭 풀어주리라. 그러니 나를 용서해주게. 아아. 경락이여. 경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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