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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7/05 02:47:00 |
Name |
박재현 |
Subject |
"축제" 라는 영화를 보셨습니까? |
여러분들 혹시 "축제" 라는 영화를 보신분 계신가요?
한 시골마을에 살고있는 한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곳곳에 흩어져있던 가족들이
모여 장례식을 치루는.... 어떻게 보면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수있는 그런 장례식
이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흔한 장례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아주 많은것을 표현하고있습니다.
우선 왠지 어둡고 쓸쓸하기만한 장례식장을 표현한 영화에 제목이 왜 축제일까요?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는 죽음을 그것 자체로 종결된 것으로 보지 않고, 남은 자들의 삶과 고리지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는점입니다.
흔히 말하는 장례식은 죽음을 기념하는 통과의례입니다.장례식은 죽음을 기념하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 일차적으로 망자에게 초점이 모아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의례 절차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초점은 망자에게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옮겨지게 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장례식에서 이루어지는 죽음의 기념은 다만 망자의 몫일 수만은 없습니다.
죽음,그것이 기념되는 것은 남은 자들의 삶이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영화 "축제"는 장례식의 이러한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영화 축제에서 가장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영화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동화입니다.
임권택 감독이 스스로 동화를 영화축제의 테마라고 말했던것처럼 영화속 동화에서 그는 많은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있습니다.
영화속에 동화의 의미는 인생사에서 죄스러운 마음을 담아내는.현실로서는 불가능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였습니다.
동화에 나타나는 죽음의 의미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새로운 삶의 계기로서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은 남은 자들의 삶의 근거를 이루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죽음은 그렇게 삶과 고리 지워져있으며.끊임없이 순환되는것입니다. 이러한 죽음과 삶의 순환은 영화 속 동화가 봄에서 시작해서,여름으로,가을로,겨울로,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흐름속에서 영상화되어있습. 이런 순환적구조는 장례의식의 제의적 상황과 고리 지워져있는 것입니다.
동화가 봄-여름-가을-겨울-봄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구성을 나타낸 것이나 그러한 사시사철의 순환에 맞물려 변화하는 나무의 존재는 인생의 유전과 겹쳐지는 것인 동시에 , 우주의 순환과 맡물려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동화 끝 부분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하얀 배추꽃 나비 또한 죽음(번데기) 과 재생(나비)의 상징을 머금고 있는것이기도 합니다.
또 영화속 용순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가족과의 갈등구조를 보여주면서 갑작스레 등장한 용순의 존재에 호기심을 갖게 된 장 기자의 끈질긴 탐구는 준섭과 용순의 빗장을 서서히 해제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더욱이 장례절차가 점점 진행되어가면서 망자를 떠나보냄, 즉 분리의 모티브가 살아남은 자들의 의식속에서 전이되어갑니다. 이제 장례식은 한판 축제로의 길을 성큼 내딛기 시작한것입니다. ‘죽은 자를 위한 의례’는 ‘산 자들의 축제’와 뒤섞이기 시작합니다.
막바지에 이른 장례식에 담겨진 이러한 통합의 분위기는 현실 속에서 용순과 식구들의 극적인 화해로 귀결되어집니다. 분리에서 진이로 , 그리고 재통합으로 이어지는 장례식은 남은 자들의 삶을 화해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 축제는 무엇보다도 죽음이 그것 자체로 끝이 아니라는 주제의식을 영화 속 동화를 통해 전달하면서 죽음이 끝이 아닌 산 자들의 삶과 유대 되어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축제에 나타난 죽음에 대한 견해는 ‘재생을 전제한 분리의 계기’를 지니는 것입니다.
이러한 영화 " 축제" 가 제 머리속에 다시 떠오르게 된 것은 며칠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때문이였습니다. 그동안 저희 외가쪽에서도 가족간의 불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큰 외삼촌과 외할아버지 사이에서였죠. 아마 제 기억으로 한 20년 가까이 서로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살아왔을정도로 사이가 나빴던걸로 기억합니다.
저희 외할아버지는 누구보다 멋진 삶을 살다가셨다고 전 생각합니다.
평생을 공부하면서 사셨던 분이죠. 어릴적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서 태어나셔서 그 혹한
가난속에 4남매중 막내로 태어나셔서 틈틈히 글을 배우셔서 학교를 다니시며 결국에는
교육대학을 졸업하시고 동기중에 제일 먼저 교장이라는 직책까지 맡으시면서
퇴직을 하시고도 대학강사와 집필등, 한 생을 모두의 존경을 받으시면서 살아오셨던 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외할아버지께서도 한가지 마음에 늘 걸리는게 계셨었죠.
그건 다름아닌 큰 아들과의 불화였습니다.
며칠전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그 자리에 20년만에 큰 외삼촌을 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릴적 보던 그 키 큰 아저씨가 아닌 이제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일정도로 많이 늙어계신 큰외삼촌을 말이죠.
20년간 서로를 그렇게 미워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자리에 누구보다 슬프게 우는 큰외삼촌을 바라보면서 혈육의 정이란 역시 쉽게 끊어질수 없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장례식을 치루면서 큰 외삼촌과 많은 애기를 나누면서 멀어져있던 가족들이 부쩍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그것으로 인해 가족들은 더욱 하나로 뭉쳐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제 제를 지내고 외할아버 영전 사진을 앞에두고 술잔을 기울이며 20년동안 못다한 애기를 나누면서 웃고 즐거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제 머리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슬프기만 할 줄 알았던 장례식에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는 모습..
한 사람에 죽음이 축제가 될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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