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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7/05 01:17:19
Name 세이시로
Subject 그때 그 경기 (1)-2 <풍운아 최진우가 역사를 열다>
안녕하세요? 첫 글을 쓴지도 꽤 많이 지나버렸습니다. 한동안 글을 쓸 여유가 없다가 겨우 쓰려고 하니 결승전이 있더군요. 오랜만에 온게임넷 일일결제도 해서 결승전 봤습니다. 또 다른 역사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더군요.

저번 시간에 이어서 오늘은 99PKO 8강에 있었던 경기를 간략하게 소개해 드릴까 하는데요, 그전에 지금의 스타리그의 모체가 된 99PKO의 진행방식은 지금과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달랐는지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16강 풀리그, 8강 풀리그까지는 동일했습니다(물론 8강 풀리그는 2004년 질레트배부터 바뀌었죠). 특색있었던 점은 4강 이후의 방식이었는데요. 먼저 8강의 각조 1위가 3판 2선승의 '1,2위 결정전'을 해서 여기서 승리하면 결승에 선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8강 각조 2위가 3판 2선승제의 '3,4위 결정전'을 했고 여기서 패하면 4위, 승리하면 1,2위 결정전의 패자와 5판 3선승의 플레이오프를 치뤘고, 여기서 승리하면 결승에 선착해 있는 선수와 최종 결승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서두가 길었고 오늘 소개해드릴 경기는 저번 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경기로, 8강 B조의 최진우 vs 김창선의 로템에서 벌어진 경기입니다. 이 시절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지금과 같은 주종족 개념이 조금은 달랐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수가 좋아하고 잘 쓰는 주종족은 있었지만, 맵과 상대종족에 따라 종족을 그때그때 다르게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고(이현승 선수의 초이스 랜덤보다 훨씬 자유로운 형태였죠), 친한 두 선수의 자유로운 경기분위기에 의해 양쪽 다 랜덤을 고르기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경기도 당시의 그런 분위기에 의해 두 선수가 각각 테란과 프로토스를 골랐던 이색적인 경기였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최진우 선수에 상당히 주목했었는데 오늘은 지금은 해설로 활동하는 김창선 선수에 대해서도 소개를 드려 보겠습니다. 김창선 선수는 당시 최고의 명문팀이었던 SG팀(이기석, 박현준, 김창선, 문상헌 등이 소속)에서 활약하던 선수로, Leader[SG]란 아이디를 썼습니다. 세계대회에도 출전한 경력이 있고 그 결승에서 아직 국내에 들어오진 않은 Grrrr...(기욤 패트리)에게 졌던 내용이 게임 잡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 김창선 선수는 16강에선 조정현(바로 훗날의 대나무 테란이지만 당시는 커맨드센터를 먹히고 오염된테란까지 나오는 수모를 겪고 탈락했죠), 장경호({DL}October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명한 저그유저였습니다), 최지명 선수(이 경기에서 핵이 나왔습니다)를 꺾고 3승으로 8강 진출을 한 기세좋은 상태였습니다.

랜덤 유저로 유명했던 최진우 선수는 로템에서 테란이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 '2팩벌처를 사용해 견제를 하면서 멀티를 빨리 가져가고 빠른 업그레이드를 한 탱크를 다수 모을수 있다'라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 경기가 그런 경기였습니다. 테란이었던 최진우 선수는 초반에 비교적 빠른 멀티를 했고, 아모리에서 빠른 업그레이드를 실시했습니다. 프로토스였던 김창선 선수는 앞마당 확보 후 테크를 빨리 올리며 템플러를 생산하며 빠른 캐리어를 가려 했는데, 캐리어가 나오기 직전 타이밍에 최진우 선수의 탱크가 진출했습니다.

당시 '메카닉 테란'이란 게 정형화되어있진 않았지만 프로토스를 상대할때 마린이나 벌처를 써야 하고, 에스씨비의 터렛공사를 통해 조이기를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진우 선수의 병력은 황당하게도 2부대 가까운 1-1업 온리탱크러쉬였습니다. 김창선 선수는 빠른 테크를 올리느라 병력이 별로 없던 상태였고, 템플러 한두마리로 사이오닉 스톰도 날려 보았으나 최진우 선수의 탱크들을 그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시즈모드도 안한 채 퉁퉁포만으로 김창선 선수의 본진까지 입성하게 되고 이제 막 캐리어가 나올까 말까 했던 김창선 선수는 gg를 치게 되었습니다.

해설진은 저글링과 같은 탱크라고 경악했고 전국의 시청자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역시 지난 16강 경기에 이어 최진우 선수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경기로, 지금도 '최진우'하면 이 경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최진우 선수의 대표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그=물량 이란 공식은 당시에도 유효했지만 테란=물량 이란 공식은 이후 이윤열 선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공식이었던 만큼, 사람들은 이 황당하고 겁없는 물량을 보여준 최진우란 선수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글을 써보니 한 글당 한 경기를 쓰는게 적다 싶기도 하여 이 글을 쓸 때는 세 경기쯤을 쓸 계획이었는데 막상 써 보니 내용이 상당히 많게 되었네요. 사정상 오늘은 이만 쓰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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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네즈
05/07/05 01:40
수정 아이콘
저기 잘못된 게 하나 있네요..
조정현 선수는 3패를 당한게 아니라, 16강에서 장경호 선수를 이겼었죠.. 맵이 스노우바운드인데다가, 두 선수다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치뤄진 경기라서 주종족전은 아니었었지만, 하여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장경호 선수를 이겨서 1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음.. 그리고 그 경기에서 최진우 선수의 개떼같은 탱크들이 기억나네요..
노맵핵노랜덤
05/07/05 01:49
수정 아이콘
김창선 해설 2시였었던걸로 기억하고요..12시 -2 시 관계에서 초반 패스트 다크가면서 앞마당 멀티...그러면서 6시 멀티도 먹고 하템 뽑으면서 캐리어 이런식으로 가고......
그리고 최진우 선수의 탱크가 3_4부대 되지 않았었나요? 하여간 무지무지 많았었는데요...
세이시로
05/07/05 01:52
수정 아이콘
마요네즈/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
노맵핵노랜덤/김창선 해설 위치는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으읍...6시 멀티와 본진이 헷갈렸나 봅니다 ^^; 정확한 탱크수는 지금도 이견이 많습니다. 꼭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My name is J
05/07/05 02:04
수정 아이콘
저그 유저에 가까웠던 최진우 선수를 많은 분들이 테란이라고 기억하게 만들었던..바로 그경기로군요... 으하하하-
이번에도 너무 잘읽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공고리
05/07/05 09:12
수정 아이콘
에버 2005 결승전 하기전의 The Replay에서 언급되었던
바로 그 경기군요.
스타 절정 팬
05/07/05 10:12
수정 아이콘
전 모 게임잡지를 샀는데 별책부록으로 99pko를 전문적으로 다뤗던
부록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99년도 말에 삿었죠. 00년도 초인가?;;)
부록 내용은 즉 16강 의 모든 선수들의 매치를 소개 하고 우승자
최진우선수와 국기봉선수의 빌드오더들을 몇가지 포함 되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김창선선수 대신 이기석선수가 대신 경기를
했는데.(창선선수의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는듯.) 이기석선수가
정말 압도적으로 연승행진을 하지만 최진우선수에게 패하고
국기봉선수에게도 패해서 3위를 한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아! 봉준구선수와 김정민선수도 기억이 납니다. (김정민선수는
확실하게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닐수도있습니다 ㅜㅜ)
夢[Yume]
05/07/05 11:10
수정 아이콘
개떼 탱크 경기군요 덜덜덜..;;
노맵핵노랜덤
05/07/05 11:23
수정 아이콘
스타 절정 팬님//이기석선수가 김창선 해설 대신 게임한게 아니고 다른분 대신 나온거고요...김정민선수는 PKO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예선탈락인지 불참인지는 모르겠네요)
이기석선수는 쇼다운에서 배럭날리기, 로템 아시리고에서 더블넥을 선보였었죠. 그 당시 엄재경해설은 토스가 사우론저그에 맞서 강력한 하드코어로 끝장을 보거나 더블넥을 하거나 둘중에 하나를 무조건 선택해야된다고 자주 언급했었죠..
The Drizzle
05/07/05 12:07
수정 아이콘
김창선 선수는 당시에 B-Blade 길드가 아니셨나요? 제 기억으론 김창선 선수가 그 당시 비블레이드 리더 라는 아이디로 상당히 유명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리고 제가 지난번 댓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재밌는 일화가 있죠.

김창선 : 내가 테란 말고 다른 종족해도 네 저그 이길 수 있다.
최진우 : 엥?! 나도 내가 저그 말고 다른 종족 해도 형 테란 이길수 있어요.
김창선 : 좋다. 그럼 난 플토를 할테니 넌 테란을 해라.

이런식의 대화가 오갔었죠.

해설중의 멘트였는데, 상당히 재밌었던 멘트라 기억이 납니다.
세이시로
05/07/05 12:31
수정 아이콘
The Drizzle 님 이번에도 좋은 설명을...^^ 김창선 선수 비블레이드 리더로 정말 유명했죠...

이기석 선수와 김창선 선수의 더블넥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쓸 예정입니다.^^
호수청년
05/07/05 13:07
수정 아이콘
그 당시의 최진우선수의 카리스마는 대단했죠!!
미야노시호
05/07/05 14:42
수정 아이콘
B-Blade 는 길드이구 SG는 프로팀 개념 아닌가요.. ?

김창선 해설님 이 글 보시면 약간의 속쓰림이 .. ^^
안그래도 간혹 해설위원들께서 상기시켜 주시는데 말이죠 .. 흐흐
소오강호
05/07/05 17:26
수정 아이콘
최진우 선수 그때 당시로는 입구를 막지 않고 메카닉 테란을 구사하는 몇 안 되는 선수였죠 ^ ^
세이시로
05/07/05 18:35
수정 아이콘
미야노시호 님의 말이 정확하죠.
김창선 선수는 비블레이드 리더란 아이디로 좀 더 유명세를 떨쳤구요.

그러고보니 SBS에서 했던 이벤트 대회가 생각나네요. 그대회 4강에서 최진우 선수, 기욤 선수를 맞아서 12시-2시에서 입구를 막지 않고 메카닉을 했었죠. 초반 압박에 시달리다가 진출까진 했는데 마인에 마린과 벌처가 대박나면서 졌던 경기였죠.
05/07/06 04:21
수정 아이콘
제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당시 이기석 선수는 D.Gamma<--맞는지 몰겠네요;; 라는 아이디를 쓰던 FF7길드의 선수를 대신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추억의 오리지날 ㅜ.ㅜ 추억의 KPG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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