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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7/02 18:36:12
Name Mark-Knopfler
Subject GG와 악수, 그리고 프로게이머
다른 종목들에선...

몸으로 치고 받거나 (권투, 레슬링, k-1 등) -- 경기후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 자주! 볼 수 있다.  
- 서로 몸을 부데껴서 하는 스포츠라서 그런지 승패가 갈린 후에도 서로 포옹하는 모습을
자주 볼수 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스포츠(테니스, 탁구, 배구, )

테니스는 소위 신사스포츠라고 유럽인종들이 주장하다보니 경기 중에 라켓을 부러뜨리던 어쩌던 간에 경기후엔 꼭 악수를 하고 뭐라고 한마디씩 해주는게 예의로 굳어진 듯하다.

야구, 농구
야구의 경우 경기후 서로 악수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고교야구는 경기후 서로 일렬로 서서 인사하는 모습을 몇번 보았으나 프로로 넘어와선
패자와 승자가 갈린 순간 서로 외면하기가 쉽상이다.

농구:  경기종료 벨이 울린 후 승자는 환호하며 같은 편을 찾아보고 패자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경기장을 물러난다.

축구:  구기종목이지만 몸싸움이 아주 많은 스포츠...
중요한 시합이거나 반칙이 많은 '험한'경기 였거나 국가간 민족간 앙숙인 경우에는
경기후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땀에 절은 유니폼'을 바꿔입을 정도로 경기후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볼 수있다.



스타크래프트:
두뇌스포츠로만 보기에는 너무도 많은 육체적 능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수에 대한 최적의 수를 '연속적'으로 골라내야하는 지적인 능력 외에
머리속으로 구상하고 있던 '수'를 실현하기 위해 수반되어야 하는 왼손과 오른손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적절한 조합과 빠른 속도
항상 눈은 모니터의 네 귀퉁이 모두에 시야확보를 하고 있어야 하고...
귀로는 쉴새 없이 들려오는 사운드에서 쓸모있는 정보들을 구별해내야 한다.
유닛에게 내리는 거의 모든 명령을 1~2초 내에 결정을 해야하고 돌발상황에 1초 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임기응변과 엄청난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 두뇌 스포츠라고만 보기엔 육체적 능력을 너무나 필요로 한다.



- 스타크래프트에서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는 룰은 특이하게도 선수의 GG 표시이다.
경기장에서 강제로 제거되는 'eliminate'도 승패를 결정하는 경우이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게 나오는 편이다.

선수가 경기를 계속 할 의사가 없음을 알려야 경기가 끝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외에는
어떤 다른 다른 경기 종료 방식은 공식적으로 없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스포츠에선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끝나거나 정해진 횟수(야구 9회) 정해진 점수(배구, 테니스)를 채우면 끝이 난다.
그런데 '게임' 스포츠에선 자신이 직접 패배를 선언해야 끝나는 룰이 생겼다.
안그러면 건물이 다 부서질 때까지 자신의 불타는 건물을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 본래 gg는 good game의 약자로서 서로 좋은 게임을 했다라는  의미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경기후 서로 상대방에게 gg를 쳐주면서 매너를 보여주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gg를 경기후 매너를 보여주는 태도로 보긴 힘들어졌다.
이 'gg'사인을 먼저 타이핑하는 자체가 경기 패배를 인정하는 공식적인 의사표현이기 때문에 경기 종료의 의미를 더 강하게 내포하기 때문이다.

요즘 화면에선 진 선수가 gg를 연타하고 상대방의 gg응대를 받기 전에 스타화면을 벗어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의미를 보여준다 하겠다.




-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두뇌 스포츠치고는 내용상 참 처참한 경기다.  

왜?  기본적으로 스타크래프트는 전쟁을 게임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돌' '유닛'을 하나라도 더 잡아먹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바둑, 체스와 유사 하겠지만 게임에선 그 경기의 외관상 표현이 조금 살벌하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서로 죽이고 불꽃이 일고 살이 타고 피가 흥건해진 전장이 남는다.

이런 전장에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은 자신이 패배했음을 직접 시인해야 한다.
패장이 직접 '백기'를 흔들어야 경기가 끝이 나는 것이다.



난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프로게이머들 그들이 경기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가 다른 스포츠보다 힘들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로

1. 게이머는 경기 내내 모든 부분에서 게임이 자신과 일체화하는 느낌을 경험한다.

- 게이머는 경기전 전체적으로 짜온 전략으로 보급, 생산, 부대 배치등
'장군'역할을 하며 게임을 시작한다.

- 국지전, 대규모 중앙 전투등 곳곳의 전투에서 위관, 영관급 장교가 되어 쉴새 없이 전술을 짜낸다.

- 더 나아가서 게이머는 보병 유닛 하나, 비행사 한명이 되어 전장 한가운데를 정찰하며 정보를 모은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모든 요소하나하나에 모든 게이머의 신경이, 게이머의 의식이 담겨져 있야야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게임이 나온다. 한마디로 게임과 일체화가 되어야 좋은 경기가 나온다는 말이다.

농구, 축구, 야구 등 단체 경기에서 그 게임의 구성원 한 부분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닌 그 게임 자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 프로게이머다.  

그런 상황에서 유닛하나 하나가 살벌하게 찟어져가는 광경을 보거나 건물이 불에 타는 모습은 다른 스포츠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 보다 더 암울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닐까 추측한다.
비록 바둑, 체스도 하나의 '돌'에 자신의 감정을 실어본다 하지만 스타 종류만큼 감정이입이 되긴 힘들 것이다.


2.  프로게이머는 경기 내내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오직 화면상 유닛과 대면할 뿐이다.  난 이점역시 프로게이머로 하여금 경기 직후 감정을 다스리는데 힘들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다른 스포츠에선 경기내내 상대방과 몸으로 부딪히거나 아니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시종일관 상대방의 눈,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바둑, 체스 대회 역시 눈 앞에 실제 상대를 두고 체스판, 바둑판이라는 매개를 통해 경기를 한다.

그런데 게임은 그렇지가 않다.
경기 시작전 워밍업할 때부터 상대방과 실제로 대면하는 경우는 없고 오직 모니터만을 응시한다.
경기 내내 화면 내의 적이 존재할 뿐이다. 실제 자신이 의도하는 바와 상관없이 홀드를 하지 않는 한 자신의 '돌'들은 상대방을 언제나 가차없이 공격할 뿐이다.  경기하는 내내 상대방의 실제 눈이나 실제 마우스 움직임, 손 동작, 상대방의 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술만 눈에 보일 뿐이다.

다른 스포츠에서 경기후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엔 경기 내내 상대방의 땀과 움직임, 상대방의  투지 넘치는 눈, 파이팅하는 모습, 서로 소리 지르는 모습,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실제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는 심정이 담겨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는 왠만한 도력이 아니고선 그것이 힘들다고 본다. 그들이 프로이기 때문에  감정 다스리는 것 쯤은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기엔 '경기 방식'이 다른 스포츠와 좀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게임과 일체화되어 있는 게이머에게 실제 상대방의 눈이나 모습을 보는 것은 고사하고 화면 내의 유닛이 적 그 자체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둑의 경우 상대방과 1대1 대국을 하면서 눈앞에서 상대방이 부채를 살랑 살랑 흔들거나 담배를 뻑뻑 펴대거나 다리를 살살 떨어대는 것에 '매너' 여부를 따지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이는 바로 눈 앞에서 실제 존재하는 상대방을 의식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전장은 바둑판, 체스판 이지만 현실의 상대방과 같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는 경기내내 화면상에 존재하던 적이 현실상의 상대방과 일치시키는
것은 경기 후의 일이다. 그 전엔 화면상에서 존재하던 적일 뿐이다. 이렇게 화면안에서 모든 것이 끝난후 만약 진다면 눈앞의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물리적 상황에서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 기 싶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기술, 투지에 찬사보단 자신의 실력, 대처가 미흡했음을 더 탓하기 쉽기 마련이다.


3.  GG는 경기 종료를 의미함과 동시에 패배 선언이며, good game의 약자이다.

잔인하게도 스타크 룰은 GG를 치기 전까지는 패배하지 않은 것으로 보며 아직 상대가 경기를 계속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본다. 경기패배자가 먼저 시인을 해야하는것이다.
몸으로 하는 다른 스포츠종목과 달리 패배시인을 해야 경기가 끝나는 점이 다르다.
자기 유닛 다죽고 건물 불타는 가운데 패배를 시인 해야하는 심정도 심정이거니와
실제 전쟁처럼 '나 항복이오!'하며 백기를 흔들어야 끝이 나는 것이다.
바둑, 체스처럼 조용한 대국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 끝에 조용히 패배를 읊조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총소리, 비명소리 들리는 전장한가운데서 백기를 흔드는 것은 정말 하기 힘든 일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인데 실제 전장처럼 생각할 일이 무어냐 하겠지만 난 게이머들이 컴퓨터 속 가상공간을 실제 게임으로만 여기면서 경기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가상공간이 자신의 직장이라면 말이다.

여기다 이 GG엔 앞에서 말했다시피 좋은 게임했소! 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탄생했으니
이 GG를 타이핑하는 것으로 자신이 한 경기의 끝맺음은 된다고 생각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좀 더 우겨보자면 게임속의 GG로서 게임 밖 현실에서의 악수만큼의 무게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앞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여러 생각들 **

- 실제 악수나 인사하는 문화를 만들면 어떨까?
경기 시작 전에 팀간 대결의 경우 상대방의 감독끼리 악수나누는 광경을 연출하거나
개인 간 경기의 경우 시작전 선수들끼리 악수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pgr에서 캠페인 한 번 해볼까요? 여러분?)

- GG가 진정 good game 의 의미로 쓰이려면 상대방의 응대를 기다려라!
GG를 재빨리 타이핑하고 상대방의 응대를 기다리지 않고 게임을 떠나버리는 것은
왠지 '좋은 게임 했소'라고 말해놓고 상대방을 보지도 않고 횡하니 코트를 떠나버린 모습이 떠오릅니다.

- 만약 gg가 좋은 게임의 의미보단 현재 처럼 경기 패배의 의미를 더 강하게 가진다면
gg를 빠르게 치고 경기화면을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그대신 경기 후 서로를 존중하며 격려하는  '분위기'를 팬과 프로게이머, 협회, 구단이  만들어보자.
분명 경기후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평균연령이 낮은 경기선수 당사자들에게도, 또 다른 스포츠 시청자 층에 비해 좀 젊은 시청자층에게도 좋은 모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조용호선수처럼 끝나고 상대편에게 찾아가는 것도 좋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바둑처럼 눈앞에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종목처럼 뛰어나니던 경기장내에서 악수하는 것도 아니고 꼬박 의자에만 앉아서 모니터만 주시하던 상황, 또는 게임박스안에서 갇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
가상공간 안에서 의사표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gg가 공식적인 패배의사, 경기 종료를 의미하는 용어로 굳는다면 그전에 채팅으로
'고생했소',  '다음에 한번 다시...' 등 의사표현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경기 끝나기 전 홍진호선수가 자주 보여주는 채팅에서 진한 감동을 맛본 저로서는
이러한 간략한 채팅으로 간략한 의사표현을 하고 gg로 경기를 공식적으로 끝내면 좋겠다라고 상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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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Saint
05/07/02 18:44
수정 아이콘
악수에 관련된 이슈를 가라앉히는 글이라 생각이 듭니다.
김명진
05/07/02 18:50
수정 아이콘
어제부터 있어왔던 논쟁들의 쟁점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네요.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정테란
05/07/02 18:58
수정 아이콘
굿입니다.
좀 더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아스트랄_박서
05/07/02 19:43
수정 아이콘
어떻게 켐페인을 하실건지 궁금하네요.
kespa에서 무조건하라고 정하지않는이상 억지로 시키는건 전 반대입니다.
05/07/02 19:53
수정 아이콘
음 글은 좋은데 몇가지 옥의 티가 있네요. 유닛은 홀드해도 자신의 사거리내에 적 유닛이 다가오면 공격을 하죠.만일 그렇지 않다면 입구홀드된 질럿은 저글링을 때릴수가 없겠죠. 그리고 현재 프로바둑계에서 대국중에는 금연입니다. 바둑두면서 담배 뻑뻑 피워대는 프로기사의 모습은 현재는 찾아볼수 없죠.
05/07/02 20:0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NaL_lOvE_
05/07/02 20:4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니다.
추게로 가도 될 듯 한데요, 태클 거는 분이 없으시길 ㅡ;
밑의 분들의 생각은?
대마왕처키
05/07/02 20:56
수정 아이콘
저도 좋은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밑의 분들의 생각은??
오감도
05/07/02 21:13
수정 아이콘
농구는 경기후에 감독이 선수를 대표해서 악수를 하고 배구는 선수들이 경기후에 네트를 사이에두고 악수를 나눕니다.//좋은 글이네요.캠페인이라.. 예전에는 악수를 건네던 선수가 몇몇더 있었는데 조용호선수만 남은 이유를 모르겟네요.(다들 싫은건가.)
05/07/02 22:31
수정 아이콘
좋은 생각입니다만 악수는 방송이라는 특성상 좀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타 게임이지만 방송경기를 해본 경험으로는 방송에서도 끝나고 인사같은걸 별로 권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샷을 계속 잡고 있어야 해서
가만히 있으라고 함 -_-) 뭐 나중에라도 대기실같은데서는 서로 잘했다라고 격려도 해주고 악수도 할 수 있는거고... 굳이 방송화면으로 서로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위해 이런 캠페인을 하자는 것이라면 별로 필요성을 못느낍니다.
05/07/02 22:39
수정 아이콘
덧붙이자면 종목 특성상 악수하는건 좀 경우가 다르지요. 배구나 농구같은 경구는 거의 모든선수들이 코트에 있는거니깐 악수도 할수있는거고,
특이하게 배구나 테니스, 탁구같은 종목들은 관례화 되있는 것 같고.
축구는 유니폼도 바꿔입을수 있고 하지만 프로리그에서는 그런 행동 별로 안하죠. 야구같은 경우는 고교야구는 아마추어정신을 위해서니까 별개로 하고, 프로에서는 경기가 끝난시점에서 수비선수들은 다 경기장에 나와있는 상태이지만 공격하는 쪽은 타자만 있는 상황인데, 굳이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이 나와서 인사를 해야할 필요성 까지는 없죠.
개인적으로 제 생각일뿐일지는 모르지만 축구같은 단체시합을 할때는 져도 그리 맘이 상하거나 하진 않은데, 일대일의 경기에서는 지면 아무말도하고싶지 않고 아무 생각도 안떠오릅니다 -_-; 경험해보신분만 알듯..
탁구나 테니스에서도 정작 악수할때 손만 슬쩍 잡고(쳐다보지도 않고)
가는 경우도 많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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