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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6/30 02:3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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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 27회] |
27회 - 기만책(欺瞞策) (2)
3. 꿈속의 목소리
프로토스의 네 전사들은 앞으로의 일들을 의논하였지만, 짐 레이너는 거기에 관심이 없었다. 며칠사이에 벌어진 수많은 일들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어 잠깐이나마 쉬고 싶었다.
레이너는 프로토스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프로토스가 마련해준 레이너의 숙소로 들어가 잠깐 쉬게 되었다.
‘별 희한한 일도 다 있구나. 내가 이들의 숙소에서 잠을 자게 될 줄이야······.’
인간으로써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들이 레이너에게 벌어지고 있지만, 레이너는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수마(睡魔)가 몸을 급습했기 때문이다.
한편 프로토스는 앞으로의 일에 심히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테사다, 왜 캐리건이 살아있다는 것을 레이너에게 말하지 않았소?”
테사다는 깊은 시름에 젖어있었다. 그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구지 말할 필요가 없지. 저 테란인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있는데 거기에다가 캐리건이 저그가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보다도 타르소니스(Tarthonith)에서 무슨 연락은 안 왔나?”
테사다의 말에 그르르르가 이것저것을 찾아보더니 무언가를 테사다에게 전해 주었다. 그것을 받아본 테사다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이런, 저그 놈들이 알 속에 있는 캐리건을 데리고 차(Char)행성으로 옮겼군. 우리 프로토스의 정찰부대를 괴멸시키면서 말이야.”
그르르르는 또 무언가를 살펴보더니 또다시 테사다에게 건네주었다.
“드디어 악투러스 그 야심가가 황제가 되었군. 첫 명령으로 듀크(Duke)를 차(Char)행성으로 보냈다? 캐리건을 돌려받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저그를 괴멸시키기 위해서?”
테사다의 말에 계속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질리아스(Zealias)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마도 저그를 괴멸시키기 위함이겠지. 황제의 권위에 가장 큰 위해를 가하는 존재이니 말이야. 캐리건은 안중에도 없을 거야.”
이에 테사다도 수긍을 하며,
“그렇겠지. 캐리건은 분명히 멩스크가 버렸으니까.”
테사다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행여 레이너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제라툴(Zeratul)이 입을 열었다.
“나는 저그(Zerg)를 처음엔 보잘것없는 하등종족인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그들이 꾸미는 짓은 무척이나 대범하고 똑똑하다. 분명히 그 대장 놈은 무척이나 대단한 생명체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프로토스를 위협하기에 충분해.”
제라툴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지면서 또다시 전사들은 깊은 시름을 하게 되었다. 테사다가 깊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휴······. 그 꿈대로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날라(Nal_rA), 지금 그는 아이어에서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 것인가.”
레이너는 오랜만에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 테사다의 자그마한 배려였다. 프로토스의 숙면유도기계를 이용하여 레이너가 아무 고민 없이 잠을 취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레이너의 편안한 얼굴은 오만상으로 변했다.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 캐리건이 나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제라툴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건······! 텔레파시다! 어디서부턴가 레이너에게 텔레파시가 가고 있다!”
레이너는 꿈속에서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캐리건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캐리건은 우주의 칠흑 같은 어둠에 둘러싸여있었다. 목소리만 들려왔다.
“레이너······. 레이너······. 레이너······.”
그녀는 애타게 레이너를 부르고 있었다.
“나 여기 있어. 사라. 왜 그래? 걱정 마 이리와.”
하지만 캐리건은 계속해서 레이너의 이름만 부를 뿐 점점 멀어져갔다. 레이너는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었으나 원래 꿈속에서는 마음먹은 대로 뛸 수 없다.
점점 멀어져가는 캐리건. 그런 캐리건을 잡을 수 없는 레이너.
“도대체 왜!”
테사다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제라툴만 감지한 듯 했다. 테사다가 제라툴에게 물었다.
“텔레파시? 제라툴 당신은 텔레파시를 감지했는가?”
제라툴은 테사다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텔레파시의 내용을 알려고 집중하는 것 같았다.
레이너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의 귀에는 아직도 캐리건의 목소리가 감돌았다.
4.
레이너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프로토스 전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갑작스러운 레이너의 등장에 프로토스 전사들은 약간 동요했다.
“캐, 캐리건이 살아있지? 말해봐!”
제정신이 아닌 레이너는 그들이 대답하지 않으면 달려들 기세였다. 제라툴은 아직까지도 아무 말이 없었고, 테사다는 난감했다.
‘레이너에게······. 말을 해야 하는가······? 뭐······.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니······. 말을 할까?’
테사다는 결국 레이너에게 캐리건의 일을 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레이너, 우선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 캐리건은······.”
테사다는 레이너에게 캐리건이 저그에게 사로잡혀 저그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하였다. 레이너는 테사다의 말을 잠자코 듣더니 말이 끝나자마자 테사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기함 하이퍼리온(Hyperion)으로 달려갔다. 곧바로 차(Char)행성으로 향했다.
제라툴이 입을 연건 레이너가 나간 후 5분이 되어서였다.
“이건······. 캐리건의 본능이다. 레이너는 어디 갔소?”
이에 테사다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제라툴에게 탄식을 했다.
“제라툴, 조금만 더 일찍 알아차리지 그랬소. 이미 레이너는 차 행성으로 떠났는데·····.”
레이너는 기뻤다. 캐리건이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적이 될지도 모르는 캐리건인데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뻐 미칠 지경이었다.
‘캐리건, 살아있었구나. 내 당장 그 알속에서 너를 구하겠어!’
제라툴은 아차 싶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이런, 레이너도 성미가 급하군. 테사다는 왜 그를 만류하지 않았소?”
테사다는 한숨을 쉬며,
“만류할 틈조차도 없었소.”
이에 제라툴은 혀를 차며,
“이 텔레파시는 캐리건이 테란으로써의 마지막 본능의 발휘였소. 하지만 본능임과 동시에 이는 간사한 속임수요. 이미 그녀는 완전하게 저그가 되었소.”
제라툴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제라툴은 저들의 표정변화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이 텔레파시가 우주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으니 멩스크가 듀크를 보냈을 것이오. 다만 레이너가 이 텔레파시를 늦게 접한 것은 그동안 그가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오. 레이너는 잠이라는 무의식 상태에서 텔레파시를 접하게 되었고. 문제는 이 텔레파시는 캐리건의 본능임과 동시에 그녀의 유인이오. 자신을 버린 테란들을 응징하기 위함이오.”
제라툴의 한마디 한마디에 그르르르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그렇다는 것은······. 레이너가 위험하다는 뜻?”
테사다가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캐리건을 믿어봐야지. 아마 그녀는 레이너를 죽이려하지 않을 거요. 그녀의 목적은 멩스크겠지.”
레이너는 전속력으로 차 행성으로 돌진했다. 프로토스의 본거지에서 출발한지 3시간 후, 레이너의 눈앞에 차 행성의 광경이 펼쳐졌다. 레이너는 죽은 줄만 알았던 캐리건을 다시 만난다는 것에 마음이 들떠있었다.
‘캐리건을, 캐리건을 다시 만나는구나. 다시 만나면 두 번 다시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
5. 코랄
행성 코랄. 핵분진으로 자욱한 코랄행성에 엄청난 규모의 요새가 들어섰다. 멩스크는 럭키아이(Lucky-Eye)에게 코랄에 요새를 만들어달라고 반강제적인 명령을 내렸었고, 럭키아이는 마지못해 그 요새를 만들었었다.
럭키아이는 이 요새가 완공되는 즉시 가족들을 데리고 멩스크로부터 떠날 생각이었다. 이미 그는 요새가 다 완성되어갈 때 캐리건과 레이너의 이야기를 접하고는 이를 갈았었다.
“멩스크 이놈이 결국은 일을 내는구나. 나는 이렇게 되리라고 어렴풋이 예상했으면서 바보같이······.”
모든 일을 끝마친 멩스크는 코랄로 돌아왔다. 자신의 고향이었던 코랄에 제국의 수도를 세우고 그곳에서 통치를 함으로써 자신의 야망과 기치를 달성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멩스크는 엄청난 규모의 요새를 바라보더니 이내 흡족하면서 럭키아이의 공로를 유난히 칭찬하였다. 이제 멩스크는 황제가 되었으니 시시콜콜한 반란 같은 건 귀찮았기 때문이다.
멩스크는 럭키아이의 가족들을 순순히 럭키아이에게 돌려줌으로써 가족상봉을 하게 하였고, 가족들을 본 럭키아이의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 저 놈도 따지고 보면 자기 고향을 핵분진으로 뒤덮은 테란연합 때문에 그것을 복수하기 위해 악랄하게 행동을 했을 거야. 코랄의 아들이 만들어지기 전의 멩스크는 열성적인 사업가였다지. 기왕 이렇게 된 것, 한 번 더 저놈을 믿어보자. 저놈이 정말 테란을 위한다면 연합이 코프룰루섹터를 지배했던 것보다는 좋겠지.’
럭키아이가 이런 생각을 마음에 품자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니야, 저놈은 레이너와 캐리건의 원수다. 저런 놈을 따르면 레이너를 배신하게 되는 거야.'
럭키아이가 좀처럼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여섯 살인 아들이 럭키아이에게 안겼다. 아들을 안은 럭키아이의 마음은 또다시 흔들렸다.
‘내 마음은 이곳에 남기로 정해졌는데, 레이너에 대한 죄책감이 자꾸만 고개를 드는구나. 레이너, 살아있다면 나에게 한마디만 해줘.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럭키아이가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 수십 번 고민하고 있을 때 멩스크는 꿈에 나타난 캐리건과 저그가 타르소니스에서 대거 차 행성으로 이동을 했다는 소식에 고민이 많았다.
‘캐리건은 살아있다. 그것도 저그로써. 살려두었다가는 나에게 원수를 갚으려 하겠지······. 내가 선공을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또 다른 생각들이 우후죽순 솟아났다.
‘아니야. 그깟 꿈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저그가 차 행성에 대거 몰려 있다는 것은 사실인데 어찌해야하는가. 저들은 계속해서 수세적이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으니 가만히 놔둬도 되는 일 아닌가?’
멩스크는 어찌해야하는지 결정을 짓지 못하고 계속해서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는데 듀크(Duke)가 들어왔다.
“폐하. 듀크입니다.”
갑작스러운 듀크의 등장에 멩스크는 잠시 놀랬지만 황제가 신하의 등장에 놀란 표정을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짐짓 헛기침을 하였다.
“에헴, 듀크, 갑자기 무슨 일인가?”
듀크는 자기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멩스크에게 건네주었다. 멩스크는 그 자료를 들여다보더니 무척이나 놀랬다.
“무엇이? 컴셋스테이션으로 확인한 결과, 차 행성에 엄청나게 커다란 번데기가 있고, 그 번데기로부터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되고 있다?”
멩스크의 놀람과 관계없이 듀크는 특유의 냉정한 목소리로,
“네, 그렇습니다. 폐하.”
듀크의 냉정한 목소리에 잠깐 부끄러워진 멩스크는 또다시 헛기침을 했다.
“에헴. 이 알은 틀림없이 캐리건일 것이야.”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폐하.”
캐리건일 것이라고 확신한 멩스크는 확고해졌다.
“듀크, 당장에 차 행성으로 병력을 몰고 가 그곳의 저그들을 전멸시켜라. 그리고 그 알을 내 앞으로 가져오너라. 내 그 알을 갈라서 캐리건을 직접 죽이리라.”
“네, 알겠습니다. 폐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듀크는 멩스크에게 깊이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서 황제의 집무실에서 나갔다. 멩스크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캐리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년이기에 죽지도 않고 살아있는가!”
* 비쥐엠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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