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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6/09 18:10:45 |
Name |
어둠의오랑캐 |
Subject |
변태! 변태하다!! (본격 바이오테크놀러지를 가장한 소설) |
변태! 변태하다!!
1
간밤에 카와시미 아즈미의 생명공학 동영상을 지나치게 탐독해서인지 탈진상태에 빠진 나는 정자가 난자에게 이끌리듯 찰싹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르는 두 눈을 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 웬수같은 놈은 직장을 못 구하면 김치 담그는 것이나 도와줄 것이지! 누굴 닮아서 허구한 날 방구석에 처박혀서 잠만 자고 있는 건지!!”
어마마마의 가르침이 거세질수록 초조함은 에너지로 변해 수면(睡眠)의 저편에 있는 나를 현실세계로 인도하고 있었다.
“깨어나야 한다! 어마마마께서 방문을 여시기 전에 처리해야만 해!
생명공학 연구의 최종 결과물을!!
나의 자식들을...
저 휴지들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해!!!”
분명 눈을 떴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또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apm300대를 끊던 나의 두 팔과, 백수가 되면서 본래의 용도와는 상관없이 멀리 있는 휴지를 집어오는 등 제2의 팔의 역할을 해주었던 두 다리의 존재 역시 느껴지지 않았다.
문득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웠던 DNA의 나선구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들이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 등의 영상이 나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래, 끝까지 안 일어나겠다 이거지! 김치 다 담그면 보자! 김치 없이 맨밥만 줄 테니까 그리 알아!!”
조금씩 격양되어가는 어머마마께서 딱딱하게 굳어있는 휴지뭉치를 발견하는 순간 맞아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2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오래된 카세트가 테잎을 씹어 먹는 듯한 소리, 대부분의 영화에서 귀신의 목소리로 등장하는 그런 음성이 나의 잠을 깨웠다.
여전히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다만 아까와는 다른 점은 내가 거대한 타원체에 둘러 쌓여있고, 에반게리온의 조종사 신지가 100%의 싱크로율로 의식만이 액체 속을 떠다녔던 것처럼 나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깨달았다는 것이다.
무언가 끈적끈적한 것이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나의 의식을 돌아오게 만든 음성이 또 다시 들려왔다.
“난 이번에 새로이 저그의 여왕으로 등극한 캐리건이라고 해요.”
“저그? 여왕? 캐리건?”
익숙하면서도 낯선, 아니 무언가 불합리한 단어들이 나열되면서 수명을 다한 형광등이 최후의 발악을 하듯 나의 의식도 깜빡이고 있었다.
“정말 미안해요. 그건 실수 였어요. 분명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구요.”
마치 뻔한 반전을 숨기기 위한 배우들처럼 그녀는 모호한 대사로 계속 나를 혼란시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지금 나의 모습을 깨달은 것처럼, 내가 왜 이러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맙소사, 나는 벌써 이 미지의 생명체를 그녀라고 부르고 있지 않은가? 그건 분명 그녀가 자신을 여왕이라 소개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모습 역시 나의 의식 속에 있었다. 나는 분명 알고 있었다...!
“물론 나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이불 속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꿈틀대지만 않았어도, 하루에 몇 시간만이라도 이불 옆에 설치해놓은 컴퓨터로부터 벗어나 움직임을 가졌다면 당신을 라바(larva)로 착각해 오버마인드(overmind)의 명령이 전달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나는 지구인이고, 해처리 옆에서 꿈틀대며 세포분열의 명령을 기다리는 라바는 더더욱 아니다. 비록 한달이 넘게 방구석에 틀어박혀 야동검색과 게임 폐인으로 부모님을 걱정스럽게 만든 것이 큰 잘못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모님께 지은 죄이지 이 여자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난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주종의 관계... 명령 불복종...무언가 큰 죄를 짓는 듯한 느낌...? 수많은 의식들이 스쳐지나갔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항변을 할 수 있는 입이 없었다.
“과거의 실수가 어찌되었든 당신은 저그 종족으로 다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해요. 명령은 내려졌고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이봐! 5번 해처리로 옮겨서 변태를 완성하도록!”
‘변태를 완성하도록!’이라... 그렇다 지금 난 변태중이다. 청량리 이쁜 언니들 집에 가자는 친구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시큼한 냄새로 가득한 이불 속에서 오직 오형제의 도움으로 욕정을 잠재우는 나를, 그렇게 간직한 동정을 언젠가 만날 나의 그녀를 위해 바치리라 하던 나를, 친구들은 변태라 불렀었다. 그런데 진짜 변태를 할 줄이야...
또 다시 지독한 졸음이 몰려왔다. 잠시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한하게도 이렇게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원망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다만 어떤 생명체로 변태하게 될는지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을 뿐이었다.
3
지금의 난 크립에서 보충해주는 영양분을 섭취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과연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문득 저글링이 괜찮을 꺼란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egg로 두 마리가 태어날 수 있으니 태어나자마자 친구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이제 겪어야할 생면부지의 공간에서 친구란 존재는 매우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등뼈를 쏠 수 있는 히드라도 괜찮을 것 같다. 등뼈가 내 몸에서 빠져 나갈 때 느낌이 어떨까? 무언가가 내 몸을 뚫고 나오는 느낌이란 과연... 갑자기 X맨이란 영화에서 울버린의 손에서 나오는 칼날에 대해서 여자주인공과 나누던 대사가 떠올랐다.
“주먹에서 갈쿠리가 나올 때 아픈가요?”
“항상.”
아마도 내 얼굴이 완성됐다면 지금의 생각으로 인해 찌푸리고 있을 것이다. 확실히 전천후 유닛으로 전장마다 불려갈 공산이 큰 히드라보다는 저글링이 괜찮을 것 같다. 함께 태어난 친구와 함께 군대에서 배운 짱박히는 기술로 개구리 안주 삼아 소주 한잔 하는 것도 작은 행복이 되겠지... 기본적으로 난 평화주의자다.
쫘아아악... 쩌어억....
갑자기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봉선화처럼 egg의 위쪽이 열리기 시작했다.
눈이 부시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소리를 치고 싶다!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 마침내 난 태어난 것이다! 푸르른 하늘이 나를 반기고 있다!!
“꾸워어어어어억!!!”
난 오버로드(overload)가 되고 말았다.
끝.
바쁘신 분들 시간 낭비 하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윤열선수 잠시 닦고 조이고 기름친후 1위 탈환하고 이재훈선수 우승 한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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