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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07 02:32:54
Name 입뿐것*
Subject 10년 전의 약속.. 기억하시나요?
10년 전, 묘곡초등학교 6학년 6반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10년 후의 자기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어린 나이이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꿈과 소신이 있었기에,
그 것을 글로 써나가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때, 정말 궁금하지? 내가 어떤 모습일지.. 내 친구들이 바뀌었을지.."
"또 개중에는 혹시 나를 보고 싶은 녀석도 있을지도 모르고? 하하하"

"에이~ 선생님. 궁금하긴 하지만 10년 이나 남았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래두 정말 궁금해요~ 친구들도 궁금하구.."

"약속 하나를 하자. 우리 10년 뒤에 다시 만나기로."
"우리가 6학년 6반이니까 6월 6일. 학교에서 만나기로."



"그건. 타임머신을 타고 10년을 거슬러 올라가. 거꾸로 지금 우리가 있었던 시간들을 하루하루 기다리는 시간이 될꺼야."



그 후로 10년 동안 드디어 거꾸로 기다린 다는 선생님의 말뜻을 이해해 가면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오늘이었죠.

요즘 같은 정보화 사회에.
날짜와 시간을 정해놓고 기다리는 막연한 약속은 잡질 않죠.
요샌 약속잡고 약속시간 1시간 전부터 핸드폰으로.. #$%#!^ 장소에 오면 또 위치확인을 위한 전화..
연락 끊겨 있던 사람들 찾아내는 것 또한 전보다 쉬워졌죠.
다모임.. 싸이월드.. 교육청 은사찾기..

초등학교 동창들과 연락이 되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선생님도요.
강산이 한번 훌쩍 변해버릴 시간 만큼 그 한마디로 기다려진 하루였습니다.
아무것도 아닐 약속일지 모르지만. 요즘 내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잡는 약속과는 다른
(펜촉이 짧아서도 있겠지만..) 정말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묘한 감정이 저를 붙잡더군요.




기대는 정말 안했지만. 거꾸로 더 기대가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상하시다 시피^^; 그리고 제가 예상했던 그대로. 한명도 만나질 못했으니까요.
10년짜리 낚시에 걸린기분입니다....
농담이구요.

교문 앞에 사연과 연락처를 써붙이고. 근처 중학교때 친구녀석이랑 놀다가
그 글을 우연히 본 6-6 동창녀석에게 전화가 왔더라구요.
'그 약속' 기억하고 있었냐고.
언제였는지.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어렴풋이나마. 우리의 미래와 한 약속이 있었다는걸 기억해 준 것 만으로도 기뻤습니다.

잠시 통화를 하고 만난 중학교 친구 놈이랑 술 한잔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다면.. 선생님께선 분명히 기억을 하셨을텐데;;
혹시 내가 늦게와서 헛걸음 한건 아니신지; 아니면 정말 안좋은 일이 있으신건지..
내일 한번 알아봐야겠습니다. 걱정이네요..
(아니라면.. 단지 잊으신거라면.. 으흐흐 선생님.. 요새 회가 땡기는데. 후룹)


아직도 기분이 묘.. 하네요. 물론 반 전체에게 딱지를 맞아서는 아닙니다^^;
'로망'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약속.
그걸 기억해왔고 지켰다는 무언가의 뿌듯함.
살던 동네 한 구석마다 어려있는 추억을 오랜만에 돌아봄.
그리고 벌써 10년.. 나의 10년..
오늘 선생님을 뵈었을때. 저 잘 컸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라는 한마디 꼭 하고 싶었는데..


pgr식구분들은. 혹 이런 오래된 약속 하나.
지니고 계신가요? 아니면 혹 잊고 계신가요?
제 얘기를 들려 드리고 싶어서도 이지만.
이 글로 한번 떠올려보시는 기회를 만들어 드릴수 있다면 전 기쁠꺼에요.
더워지네요.. 이럴 때일 수록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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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05/06/07 02:46
수정 아이콘
...대단하세요..^^ 요즘같은때에 그것을 기억하고 지키려고 가셨다니..
왠지 모르게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여자예비역
05/06/07 02:47
수정 아이콘
6반씩이나 있는 초등학교 여서 그랬나요..? 저의 경우는 워낙 시골학교.. 한반뿐인 국민학교를 졸업해서..^^;
지금도 한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많아서 글쓴님과 같은 감정은 느껴본적이 없었는데요..^^;
요즘은 직장때문에 타지에 있다보니.. 다들 매우 그립습니다.. 올겨울엔 꼭 다같이 여행가자고 했는데.. 꼭 갈수 있기를 바랍니다..
앳덜아~ 계붇자~^ㅡ^
My name is J
05/06/07 02:47
수정 아이콘
십년전은 커녕 열흘전도 잘 기억이 안나는...퍼억-

멋지네요..
잊고사는게 너무 편해서 다 잊을려고만 하니까..정작 중요한것도 잊어버렸나 봅니다.
너무 많이 잊었어요..

그러니까..이젠 술을 끊어야...으하하하(퍼억-)
김민규
05/06/07 03:01
수정 아이콘
음 저두 이거와 비슷한 약속을 선생님과 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정확히 10년후 8월15일 에 저희학교 운동장에서 만나자라구요...흠 근데;;걱정인건 졸업한날로 10년인지...6학년을 지낸지 10년인지 헷갈린다는거죠;;;졸업한건 1998년이고 6학년인건 1997년인데;;헷갈릿답니다;;그리고97년이엇으면 좋겠다는..2007년에는 군대에....ㅜ.ㅜ
05/06/07 03:03
수정 아이콘
흠 세월이 많이 지나긴 했군요.지금 성인인 분들이 초등학교때 제가 군바리였다니 -.-
renewall
05/06/07 03:37
수정 아이콘
와 !! 설마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묘곡초등학교 (제가 다닐땐 국민학교였음) 인가요?

전 92년도 졸업생인데 ^^;; 이런곳에서 후배님(?)의 글을 읽게 될 줄이야 ~~ 정말 반갑습네다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 바로 옆에 살았었는데..

입뿐것님 덕분에 예전 추억으로 빠져듭니다.

절 가르쳐주셨던 선생님들 모두 잘 지내시는지, 학교다닐때 친구들은 어디서 무얼하는지, 학교 교정은 그대로 있을지..

묘곡, 배재, 광문 어느새 전부 그리운 이름이 되버렸군요

이사왔어도 거리는 가까운데, 다음 주말엔 농구공 하나 들고 예전학교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
입뿐것*
05/06/07 04:12
수정 아이콘
^^ 앗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도 국민학교 마지막 세대이지요^^;.

교정은 그대로더라구요.. 그리고 저도 중학교 배재!>_< 스트레이트 선배님이시군요.. 저도 정말 간만에; 이런 핑계로 옛 제 모습 실컷 구경하고 왔답니다^^ 한번 가보세요* 확실히 그동네가 살기 좋더라구요..
05/06/07 04:49
수정 아이콘
아~ 로맨티스트 시군요!!! 요즘 같은 시대에 참 드물지만 낭만이 느껴집니다.
네오저그
05/06/07 05:56
수정 아이콘
이야~ 저도 그런약속했었다면 아직까지 기억할수있었을까요.. 예전에 드라마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거 같은데...
05/06/07 06:02
수정 아이콘
와우..저희쪽은 국민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대개 비슷하게 가는 터라..연락되는 애들이 몇있습니다..다만 그런약속은 안해서 문제랄까요(..)

국민학교동창회를 한다고 하면 잘 안나가게 되더라구요.
고등학교동창회에서도 반가운 모습이 반이고 실망감이 반이라서..

(뭐 어떻게 변화했느냐..그런 문제보다 고질적으로 끼리끼리 노는 습관이 여전하다는 점에서랄까요..저도 역시 그렇게 되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고..-ㅅ-)
두번실수
05/06/07 09:56
수정 아이콘
저또한...예전에 그러한 약속을 하고...가리라 다짐 했었는데..
어느덧 세월지나고 시간도 지나버렸네요...

10년뒤에 정문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었는데..하하하.. 벌써 23살이
되버렸다능...... 그때 친구들 지금쯤 머하고있을지..궁금하네요~~
DuomoFirenze
05/06/07 10:05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런 약속 한적 있어요.. 10년은 아니고 그보다 짧았던 기억이 나네요..
저 혼자 약속 장소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도 안와서 얼마나 속상했던지..
물론 그 친구들이랑은 지금도 연락을 안하고 지낸답니다.
그 이후로는 그런 약속 안할려고 합니다.
자신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게 좋은거거든요..
약속 안지키는 걸 무지 싫어하는 성격도 그때 생긴것 같습니다.
그때의 일이 저에게는 너무 큰 상처가 된것 같네요..
가슴아픈...
05/06/07 14:25
수정 아이콘
6학년 때 15년 후에 만나자고 졸업하면서 만든 책자에도 써 넣었는데... 저도 혼자 기다리게 될까요..
입뿐것*
05/06/07 15:03
수정 아이콘
혼자 기다리시더라도.. 설령 아무도 안오더라도.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 중요한게 아닐꺼에요.
자신이 그 약속을 기억한다는것. 그리고 그것보다 그 약속 자체로.
그 약속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도 그 시절을 기억하고. 약속의 대가 왔을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될테니까요..^^
타조알
05/06/07 17:15
수정 아이콘
가만히...생각을 해보면 말이죠..
그런 약속이 있었던것도 같은데..
잊어버리는 추억이 너무 많은것 같네요..하나씩 떠올려보면 참 아름다웠을것 같은데
파크파크
05/06/07 23:35
수정 아이콘
아아 이런...6학년때 분명 10년뒤 정확히 몇일 날 어디서 만나자고 했는데 지금 이글 읽고 기억만 났을뿐 까먹어 버렸습니다...
파크파크
05/06/07 23:36
수정 아이콘
님 보면서 혹시나 그 때 그반 친구들중 기억하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미어지네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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