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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6/04 18:41:56 |
Name |
kama |
Subject |
타이밍(다음 다이렉트 듀얼 2라운드 C조) |
에, 뭐 분석이라고 하기에는 제가 가진 눈과 실력이 형편없는지라 그렇지만 어쨌든 오늘 듀얼을 보고 끄적여 봅니다.
스타에서 승리를 부르는 요인들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놀라운 전략 전술, 경이로운 컨트롤, 뛰어난 생산력, 최고의 전투 배치, 정신적인 집중력.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존재하죠. 바로 타이밍입니다. 스타에는 무적이나 완벽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뭘 하면 반드시 이겨, 뭘 하면 무조건 지지 않아, 하는 빌드가 없다는 소리입니다. 각기 모든 빌드는, 모든 전략은 빈틈이 있고 약점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동족전이라 하더라도 두 명의 선수가 서로 완벽하게 똑같이 플레이 하는 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각각 불리한 타이밍, 유리한 타이밍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선수들은 그 순간에 방어를 굳히거나 게릴라를 하면서 불리한 순간을 넘기려 드는 것이겠고요. 그러한 순간을 얼마나 포착하고 잘 활용하느냐(혹은 잘 무마시키느냐).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그 유명한 '스타급 센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1경기 : 김준영(Z, 한빛) vs 변길섭(T, KTF) - 네오 레퀴엠
레퀴엠에서의 저테전 중에 테란이 하는 것을 보면 대략 몇가지 패턴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저그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죠. 8배럭 벙커링, 그리고 불꽃 체제. 반대로 저그의 경우, 테란이 이 두 가지를 택했을 경우에는 그것만 막아내면 주도권을 확 가져올 수 있습니다. 레퀴엠에서 저테전의 핵심은 말 그대로 테란의 한 방을 어떻게 저그가 막아내는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물론 이윤열 선수처럼 베슬모으면서 후반 가자!하는 스타일도 있습니다만)
8배럭 벙커링의 대표주자 하면 당연히 임요환 선수겠지요(후계자로는 전상욱 선수~). 반대로 불꽁의 대표주자는 당연히 변길섭 선수입니다. 이 1차전도 이런 양상이 되었습니다. 이 불꽃을 뚫느냐, 막느냐. 물론 여기서 변길섭 선수가 택한 것은 오리지날 불꽃, 즉 공업 투배럭 마린메딕이 아닌 3배럭체제였죠. 질보다는 양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어쨌든 마린메딕으로 앞마당 성큰 라인을 뚫어서 끝을 보겠다는 점에서는 일치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변길섭 선수는 마리는 둘로 나눠 상대에게 속셈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김준영 선수는 앞마당에 성큰 3개만(?) 짓는 것을 보기까지 하죠.
하.지.만. 변길섭 선수, 약간 늦었습니다. 정말 약간이었죠. 김준영 선수가 오버로드를 집어넣었는지, 저글링을 넣었는지 앞마당에 성큰 다수를 건설하고 변길섭 선수의 병력은 아슬아슬한 차이로 늦게 도착해서 성큰과 싸워졌죠. 3배럭에서 모인 양은 어마어마했지만 딱딱 완성되는 성큰의 공격력 역시 상당하여 결국 튀어나오는 뮤탈과 저글링으로 아슬아슬하게 막게 됩니다. 후에 탱크 두 기를 동반한 엄청난 수의 마메 러쉬를 하지만 이미 테크가 빠르고 뮤탈을 많이 모은 저그에게는 힘든 러쉬가 되었죠.(사실 초반 러쉬 실패한 테란이 할 건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김준영 선수가 완벽하게 준비를 해놨죠)
SCV를 희생하면서 성큰의 갯수를 확인한 후에 조금만 더 일찍 타이밍을 잡았다면 변길섭 선수의 불꽃은 그대로 성큰을 뚫고 앞마당 정리하면서 gg를 받아낼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김준영 선수의 성큰 밭이 약간 더 빨랐고, 그것은 무난한 승리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2경기 : 박지호(P, 이고시스POS) vs 이윤열(T, 큐리어스) - 네오 레퀴엠
박지호가 변했다! 라고 외친 것도 꽤 된 것 같네요. 사실 박지호 선수가 그동안 보여줬던 꼬라박지호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비터 리콜을 쓰지 않나, 노 게이트 포토 러쉬를 하기도 하고. 이번 시합 역시 질럿, 드라군 압박 후 다템이라는 상당히 전략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프리스타일 이윤열 선수 역시 탱크 드랍을 선택하게 되고 여기서 두 선수의 셔틀과 드랍쉽은 교차하게 됩니다. 탱크들도 꽤 많은 프로브를 잡고 산화했지만 다템 드랍은 꽤 오랫동안 이윤열 선수에게 피해를 주고 자연스러운 자원채취를 방해했죠. 더군다나 박지호 선수는 어느 사이엔가 앞마당까지 한 상황. 이윤열 선수도 열세를 알고 투 드랍쉽으로 앞마당 견제를 가지만 때맞침 날아온 다템의 지원으로 무난하게 막게됩니다. 이윤열 선수도 더 이상의 견제는 포기하고 탱크를 꾸준히 생산하면서 앞마당에 방어진을 칩니다. 그리고 박지호 선수는 초반에 얻은 이익을 기반으로 차분하게 멀티를 하면서 병력을 모으고 테크를 올......렸을리가 없겠죠. 바로 발업 질럿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돌격. 엄재경 해설의 명언(?)처럼 순간적으로 전략 모드 off, 박지호 모드 on! 물론 옛날의 박지호가 아니다!라고 외치듯 셔틀에서 떨어지는 공수질럿들은 정말 멋지더군요. 결국 그 돌격으로 앞마당을 마비시킨 박지호 선수는 비록 벌쳐에게 3시 멀티의 프로브가 전멸하는 비극이 일어남에도 압도적인 물량을 선보이며 승리를 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때가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고 봅니다. 박지호 선수의 질럿이 빠르냐, 이윤열 선수의 벌쳐가 빠르냐 하는 순간이었죠. 물론 초반 이득으로 박지호 선수가 상당히 유리하기는 했지만 이윤열 선수도 팩토리를 늘리면서 '앞마당 먹은 이윤열' 모드로 돌입하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죠. 만약 박지호 선수의 돌격이 조금만 늦었다면 순식간에 양산되는 벌쳐들을 이용한 이윤열 선수의 방어 모드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막히면서 예전 포르테 vs 임요환 전처럼 '불태웠어, 모두 하얗게 불태워 버렸어'를 중얼거리는 야부키 (박)죠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질럿을 보자 스피릿이 발동한 박지호 선수의 빠른 타이밍의 러쉬는 그만큼 이윤열 선수에게 타격을 주었고 결국 승리로 이끌었다고 봅니다.
결국 결론을 내리자면, 변길섭 선수는 자신의 타이밍을 놓쳤고, 박지호 선수는 그 타이밍을 잡아냈다는 소리입니다(당연한 말을 뭘 그리 길게 썼냐ㅡㅡ;) 그리고 이 차이는 결국 듀얼 1차 예선과 스타리거의 차이로 벌어진 것 같습니다.
P.s) 김준영 선수는 정말 잘하더군요. 박태민 선수와 버금가는 운영식 저그처럼 보입니다. 마재윤, 김준영 이 두 저그 신예가 현재의 양박저그처럼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현재 진출 확정자가 오영종, 송병구, 이주영, 임요환, 홍진호, 김준영, 박지호. 신예 사이에 두 노장이 파묻힌 형국이군요. 4강 진출자들까지 집어넣으면 좀 더 짬밥 먹은 선수가 늘긴 하지만^^;; 그래도 다음 시즌에서 신예들의 파란은 정말 기대가 됩니다(에버2005는 약간 모자랐죠)
P.s-2) 이윤열 선수의 탈락은 정말 충격이네요. 뭐, 강민 선수가 듀얼 2라운드 못올라오는 시기이긴 하지만(ㅜ.ㅡ;) 어쨌든 이윤열 선수 없는 스타리그는 임요환, 홍진호 선수 없는 스타리그처럼 조금 허전할 것 같네요. 뭐, 그만큼 놀라운 실력의 선수들이 득실 거린다는 소리니까 아쉬워만 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올라온 자가 있으면 내려가는 자가 있다. 적어도 스타리그에선 이게 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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