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5/31 23:20:58
Name 김성수
Subject 잊을 때도 됐는데...
어느덧 내 나이 스물여덟. 그리고 당신을 만난지도 벌써 4년째. 얼마전까지도 이제는 당신을 잊을 수 있다고 우겨보기도 했었는데 오늘에서야 다시 깨닫는건 절대로 당신을 잊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한때는 당신의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난 예전부터 쉽게 빠지곤 했었으니까. 주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 이야기를 하며 행복해했고 그때문인지 제 주변엔 항상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들 뿐이었죠.

꽤나 많은 시간 당신을 바라보며 살았었고 어줍잖은 영어를 해결하겠다며 캐나다에 날아갔을 때도 당신은 묵묵히 한국에서 날 기다려주었었습니다. 어느덧 이사도 하고 안경도 바꾸고... 누구나 다 당신을 좋아하고 누구나 다 당신을 기대할 만큼 멋지게 살아왔더군요.

작년부턴가 난 이상하리만치 당신에게 지쳐갔었습니다. 더이상 기대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당신에게 매몰차졌죠. 예전에는 새로운 그 모습이 너무나 좋았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자꾸만 안정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살아도 될 것을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우는건지, 왜 그렇게 남들과 다른 것만 하고싶어하는지...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 같은 생각에 화도 나고 짜증도 냈었습니다.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지난 몇개월간 취업을 생각해야했고 꽤나 오랜시간 준비해오던 그곳에 가고자 나는 아예 당신을 보지도, 듣지도 않고 살아오려 노력했습니다. 가끔식 주위에서 당신 이야기를 하며 당신이 변했다고, 이제는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고 하더군요. 난 그냥 못들은척 다른 이야기만 하며 집에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모습을 담은 VOD를 몇편 보았죠.

오늘 드디어 제가 그렇게도 원하던 회사의 면접을 보러 갔었습니다. 아직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왜인지 느낌이 좋아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낮잠을 자고 티브이를 켰을때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비엔트리라나... 그게 뭔지는 몰랐고 그냥 혼자 생각했습니다. 오늘 경기 안했으면 좋겠다...

무슨 드라마를 쓰려는 것인지, 아니면 운명의 장난인 것인지 결국 2:2가 되었고 당신이 자리에 앉아있더군요. 제발 영웅이 나오기를...하고 생각했었는데... 또 더블넥하다 에이급 저그에게 처참히 밀리고 gg를 치는 당신의 모습을 봐야만하다니.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고 그렇기에 당신이 나오지 않기를 그렇게도 바랬었는데... 뻔한 투개스 무탈에 앞마당 본진 차례로 밀리며 고개숙인 당신의 모습... 정말로 보고싶지 않았습니다.

이제와서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오늘 경기보면서, 또 경기 마치고 앉아있는 당신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이미 난 당신에게 길들여져 더이상 잊을수도 지울 수도 없는 당신의 팬임을. 그리고 앞으로도 당신의 경기를 기대하며 티비를 켤 것을.

내일도 면접, 모레도 면접이 있습니다. 아마 여럿중 하나즈음은 나를 쓸모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겠지요. 결정이 되고나면 꼭 한번 코엑스에 당신을 보러 가고 싶습니다. 넥타이를 메고 어설픈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겠지만 그래도 한번즈음은 당신을 보러 가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몽상가... 당신에게 정말로 고맙습니다.

김성수.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05/31 23:27
수정 아이콘
좋은글입니다..^^ 강민선수가 이 글 읽었으면 하네요...
05/05/31 23:2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Peppermint
05/06/01 02:45
수정 아이콘
에델바이스님이 떠나시니까 성수님이 고백을..;;
농담이구요..^^ 멋진글 감사합니다.
면접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310 이런.......-_ - 대략낭패 [3] ☆FlyingMarine☆4099 05/06/01 4099 0
13309 UZOO의 그것이 알고 싶다 시리즈 [7] 그대만쳐다볼5247 05/06/01 5247 0
13308 거절의 기술 [15] 호수청년4638 05/06/01 4638 0
13307 서울지방지법 파산부 문유석 판사의 글(무진장 길지만 재미(?)있어요) [23] 총알이 모자라.5920 05/06/01 5920 0
13306 [잡담]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 가볍게 가볍게! [19] My name is J4752 05/06/01 4752 0
13305 스타리그 주간 MVP (5월 넷째주) 결과 [6] DuomoFirenze3939 05/06/01 3939 0
13304 그전까지 받았던 팀리그 오해를 풀기위해.. [17] Aiur5293 05/06/01 5293 0
13303 저도 연성선수의 팬이다보니 올려봅니다. 제마음속의 최연성 Best 10. [44] FreeDom&JusTice5049 05/06/01 5049 0
13302 10부작 칼럼 - e스포츠가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하여(1) [1] KuTaR조군4488 05/06/01 4488 0
13300 박정석선수 명경기 best 10 [45] 완전소중등짝6783 05/06/01 6783 0
13299 이네이쳐 시청기 및 응원담. [7] 눈시울4763 05/06/01 4763 0
13298 [패러디] 날라 뎐! [27] greatFAQ5096 05/06/01 5096 0
13297 강민선수 정말 경기 전율이었습니다.. [21] 일택6431 05/05/31 6431 0
13296 잊을 때도 됐는데... [3] 김성수4270 05/05/31 4270 0
13295 에이스 결정전 ? [45] 사일런트Baby5523 05/05/31 5523 0
13294 슬슬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2005스카이 프로리그 [6] 밍구니4511 05/05/31 4511 0
13293 승패 막론한 강민선수의 10대 대박경기 (6-10) [47] 초보랜덤8225 05/05/31 8225 0
13292 승패 막론한 강민선수의 10대 대박경기 (1-5) [24] 초보랜덤8965 05/05/31 8965 0
13291 KTF, 대역전의 마지막을 대역전으로 장식하다. [15] 바둑왕5499 05/05/31 5499 0
13289 강민선수 전율의 대역전드라마를 써냈습니다. [54] 초보랜덤7195 05/05/31 7195 0
13288 우리 팀. [4] Ace of Base4149 05/05/31 4149 0
13287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15] SkadI4729 05/05/31 4729 0
13286 iF 내가 부커진이 되어 남은 Ever배 스타리그를 이끌어간다면… [33] YeaNYa4713 05/05/31 471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