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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5/31 10:55:30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해충과 익충

학교에서 곤충에 대해 배울 때, 가장 많이 쓰이는 구분이 해충과 익충으로 구분하는 것입

니다. 해로움과 이로움의 기준은 당연히 인간의 기준이지만 해충으로 판정된 곤충들은 온

갖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바퀴벌레나 모기 파리로 대표되는 이 해충 집단은

무수한 인간의 공격에도 다행히(?)자신들의 종족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해충과 익충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충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곤충.

익충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곤충.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듭니다. 도대체 해충과 익충의 가치판단은 누가 어떻게 한

것일까요?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곤충이 해충이라고 하지만 그런 해충을 박멸하는 살충제

를 만드는 회사에게는 해충이 익충이 되기도 하겠죠.

근본적으로 해충이건 익충이건 곤충이나 벌레를 비롯한 모든 생명은 자신들의 몫만큼 이

지구에 생명의 다양성의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나 오만한 인간들은 언제부터인가 자

신들의 얄팍한 잣대를 자연에 들이대고 자연을 재단하고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보

다 훨씬 앞서 등장한 생명이 인간에게 해로움을 준다고 해서 멸종의 위협을 받아야할 이유

가 있을까요? 그 해로움도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 생태계를 마구 흐

트려 놓고 불필요한 쓰레기로 지구를 더럽히고 있으니 말이죠.

파리나 모기를 위해서 개발을 하지말고 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해충을 포함한 곤충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보자는 겁니다.

파리가 원래부터 사람들의 쓰레기통이나 화장실에서 살던 것은 아닙니다. 그 녀석들은 그

녀석들이 자연으로부터 받은 몫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입니다. 모기도 그렇고 해충이라고

불리는 녀석들은 자신의 몫의 생명에 충실한 것일 뿐입니다. 그들을 절대 죽이면 안된다!

이런 소리는 쓸데없는 소리고 단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인

간은 얼마나 도움이 되는 존재이겠습니까?

해충과 익충이라는 이러한 구분 방식은 많은 이들의 심리의 바닥에서 위력을 발휘합니다.

어떠한 사람을 만나거나 어떠한 사건을 접했을 때 일단 자신의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에 따

라 평가하고 시각을 달리하게 됩니다. 사건을 사건자체로 사람을 사람자체로 보지 않고 자

신의 기준을 먼저 봅니다.

투명한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시선도 왜곡되기 일수인데 오목거울이나 볼록거울을 가지

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오류는 매우 광범위하고 일반적입니다.

자연에서처럼 사람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누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들 자신에게 주

어진 삶을 나름대로 살아갈 뿐이죠. 애써 구분지으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누군가

를 해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상대는 자신을 해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입니다.

물론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파리는 파리로 살아갈 뿐이지만, 인간은 그러지 못하죠.

쓸데없이 상처를 주려 애쓰고 상처받으려 애쓰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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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31 11:11
수정 아이콘
사람이 사실상 누군가를 싫어하고 좋아하고의 기준은, 그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여부에 따른 것이 많더군요. 물론 주는거 없이 싫다라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도 따지고보면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이어서 거부당할까봐 미리 선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그가 먼저 다가오면 싫지만은 않을겁니다. 인간관계가 가장 미묘하고 어려운것이 서로간에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방어적이 된다는 데 있습니다. 적극적인 방어는 싫어하는 것, 소극적인 방어는 피하는 것이죠. 싫은 사람이 많을수록 상처를 많이 받았으며 방어적인 사람이라고 봅니다. 또한 스스로에 대해서도 포용적이지 않습니다. 자신을 가치있게 여기는 사람,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사람만이 남에게도 관대하며 이해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일의 반복을 끊을 수 있다고 봅니다.
Zakk Wylde
05/05/31 11:21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단 한가지 아쉬운것이 있다면.. 엔터를 좀 적절하게 눌러주셨으면 하는..

~~~~ 누군가
를 이라던지
~~~ 아닌지에 따
라 라던지 ~~가지
고 라던지 조금 읽기 불편합니다..
05/05/31 11:26
수정 아이콘
상대적인 거죠.
누구에게는 100의 거리를 유지하는 게 적절한 것이고, 누구에게는 50의 거리를 유지하는 게 적절할 수 있잖아요.
그 관계를 획일적으로 긋는다는 점에서 간혹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상대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절대적' 관계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과의 거리를 적절히 조율해 맞춰 가는 것. 인간관계란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에 저는 가치를 둡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은 없고, 누구에게나 나쁜 사람은 없죠.
그저 나와 어울리지 않거나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 있는 것일 테고, 나랑 잘 맞거나 통하는 사람이 있는 거겠죠.
05/05/31 11:35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장이(쓸데없이 상처주려 애쓰고 상처받으려 애쓰지 말자) 계속 올라오고 있는 어떤 특정 경향(특정 팬층에 대한 배려)에 대한 글에 대한 올바른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에게 넘어가는 것 또한 자신의 불찰입니다. 글을 쓰는 자유는 있는 것이고 막으려 하지 마십시요. 매번 자삭하는 글에 과민하게 반응해서 에너지 낭비할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자신에게 또는 특정 소수에게 기분 나쁘다고 [배려]를 거론하는 것은 저로서는 비논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도로 [배려]를 거론하는 글도 다른 팬층에게는 [배려없음]이라 느껴지니까요.

[배려]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공리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상대를 대화자로서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대를 찌질이, 키보드워리어, 초-딩, 까, 빠(긍정의 의미도 있음),쓰레기 등으로 규정짓는 사람이 [배려]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글을 이쁘게 쓰면 이쁨 받을 것이고 밉게 쓰면 미움받을 것입니다. 그것은 글쓴이에게 돌아가는 합당한 몫이겠습니다. 그러나 그 미움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런식의 마녀재판해서 돌 던지면 여러분들은 손이 깨끗하겠습니까? 아이디 확인후 글을 본다는 태도로 글을 읽으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자신이 보기에 좋은 글만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린애 같습니다. 만약 [배려]만 있다면 [진실]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피해자 생각하느라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니까요. 결국 [배려]는 표현의 강약을 좀 조절한다. 감정적이거나 극단적인 것을 피한다 정도이면 족하겠습니다.

저는 write의 무거움을 그 [길이]에도 있다고 봅니다. 쉽게 픽픽 1-2줄 글로 상대를 평가하기는 너무나 쉽습니다. 상대는 나름대로 시간과 정성을 쏟아 장문의 글을 쓰는데 자신의 맘에 안든다고 쉽게 별 영양가도 없는 댓글을 다는 행위는 과연 write의 무거움을 아는 것일까요? 장문의 글을 문단별로 논리적으로 쓰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쓸 수 있지 않습니다. 좀더 영양가 있는 글이 많이 쓰여지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총알이 모자라님의 글을 최근 몇 편을 보게 되었는데, 융중거사 같은 풍모가 있군요. 공감을 받을만한 균형잡힌 시각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 기분 나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서 [너도 평가받으면 기분 나쁠테니 남을 평가하지마라]라고 말하던데, 전 부정적인 평가를 받더라고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남 평가하는 것 괜찮겠지요? 그것도 긍정적인 평가니까요.

어쨋던 너무도 당연한 말(배려)을 쓰고자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도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좀더 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고, 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몫은 사이트 유저의 수준과 정성 문제이겠지요.
05/05/31 11:39
수정 아이콘
tomboy님은 의학을 좀 아시는 분 같으시네요. 맞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포용력이란 것은 쉽게 길러지지도 않고 수많은 경험과 열린 가슴으로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포용력이 클수록 인간관계가 좋아지고 리더가 될 가능성이 더 높겠지요. 그리고 이 점이 승진에서 경쟁자에게 바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직을 평화롭게 할 수 있는 사람, 이익충돌을 현명하게 조절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보다 업무능력은 떨어져도 나보다 더 빨리 승진하는데 전 반대하지 않을테니까요.
My name is J
05/05/31 14:19
수정 아이콘
어떤 책에선가..
'힘없는 사람들도 살아갈 자격이 있어'라고 말하는 주인공에게..
누군가 '이 별 역시 살아갈 자격이 있지.'라고 말하더군요.
참...자기일에는 더할나위 없이 이기적이고
다른 일에는 더할수 없이 도덕적인게 사람이죠.
뭐..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또 몰라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는 중이고요. 으하하하-
와룡선생
05/05/31 14:29
수정 아이콘
총알님 글 읽고 점심먹으로 갔는데 이제 댓글 답니다.
덕분에 점심 맛있게? 먹었습니다.
해충, 익충, 곤충, 송충, 멍충...충성(솔로부대장님께 대한 경례)
점심먹고 한숨 잤더니 비몽사몽..

좋은글에 이상한 댓글만 달고 가는건 아닌지 모르겠군요..ㅡㅡ;
그믐달
05/05/31 14:35
수정 아이콘
자신의 기준만으로 판단하는것...가장 많이하는 실수죠..
하지만 또 사람이기에 모든 자신의 기준을 폐기하고 객관적으로만 바라보는것도 힘든일입니다.
중요한건 자신이 틀릴수도 있음을 생각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오목 혹은 볼록거울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허허;;(저부터 해야겠군요..)
내가 해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대도 나를 해로운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가슴에 팍!!꽂힙니다..;;;;
05/05/31 14:52
수정 아이콘
오목 거울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걸 좋게 말하면 개성이라고봅니다. 이세상에 좋고 나쁜게 없다면 얼마나 무가치한 삶입니까..저는 건강에 좋다고 채식을 하고싶진 않군요
마음의손잡이
05/05/31 15:19
수정 아이콘
linda//
저두요!!
총알이 모자라.
05/05/31 15:46
수정 아이콘
linda님, 나쁘지 않은 것을 나쁘게만 보게하고 좋은 것을 좋지 않게 보게하는 것이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는 좋은게 좋은 거다가 아니라 어떠한 가치를 판단할 때 그것을 내 좋은대로만 해석하지 말자는 겁니다.
옛날 이야기하나 하자면, 어느 선비가 길을 잃고 헤매다 굶어죽기 직전이였는데 한사람이 그를 발견하고 자신의 식량을 나누어 주어 겨우 살아났습니다. 선비는 감사해하며 그의 이름을 묻자 그는 유명한 지명수배범이었습니다. 선비는 크게 화를 내며 불의하게 모은 재물로 만든 음식이니 받아 들일 수 없다며 먹은 것을 다 토해내었습니다. 그리고는 굶어죽어죠. 그 선비가 훌륭한 인품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사람의 행동은 천양지차가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좀 더 분명하게 사실을 인식하도록 노력함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것도 나쁜것도 없다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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