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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5/16 20:56:08 |
Name |
SEIJI |
Subject |
스타 삼국지 <21> - 홍진호와 송병석 |
홍진호가 병력을 뒤로 물려 본진을 수비하러 갔을때 본진은 이미 폐허직전이었다.
본진 하이브는 피를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고 해쳐리를 잃은 라바들이 밥달라고 끼익끼익
울어대고 있었다. 여기저기 널부러진 히드라 시체들만이 그날의 참상을 말해주고있었다.
"이게 그 송병석의 짓이란말인가!!!"
"주군!!"
허름한 옷차림으로 뛰쳐나온 이는 조용호였다. 다른 멀티는 일찌감치 송병석에게
내주었으나 이곳하나만은 조용호와 임정호등 여러 모사들이 힘을 다해 수비해서 간신히
지켜낼수있었다.
"주군이 서주로 공격하러 나가신동안 송병석이 대군을 몰고 와 본진을 습격했습니다.
본진을 지키려고 여념이없는 동안 송병석의 다른 군대들이 여러 멀티를 동시에 기습
하나같이 내주고 말았습니다."
"송병석이?? 그저 일단 닥치고 전진밖에 모르는 자가 어떻게 그런 전략을 썼다라는
말이냐?"
"옆에 최진우라는 모사가 붙어 갖은 꾀를 다 짜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할수밖에요."
최진우.. 홍진호는 순간 옛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내이름은 최진우. 자네를 조사할 국장이지. 자네 이름이 뭔가?"
"이놈, 웃는걸보니 홍진호 맞구만. 어디서 구라를 치는거야!!"
"저도 사실 정수영의 폭정에 상당한 반감을 가진 사람입니다. 귀공을 보고 스타판을
위하는 훌륭한 분이라는걸 느꼈습니다. 저와 같이 탈출해서 큰 뜻을 이뤄보시지요."
"고맙소. 최진우."
"앗 이것보시오. 이건 카트라이더가 아니오. 알바들이 말한게 바로 이 게임을 가지고
말하는거였나 보오."
"저기 한채영이다!"
"아니 이게 뭔짓이오. 아까일은 그렇다 쳐도 죄없는 사람을 이렇게 거품을 물고 기절시키다니!!"
"내가 남에게 4드론을 할지언정 남이 나에게 벙커링을 하지는 못하게 하리라!"
홍진호는 잠시 눈을 감고 옛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정수영의 손아귀에서 구해주고
같이 달아나다가 결국 뜻이 맞지않아 비전창도 끄고 떠나버린 사람. 어째서 그런 그가
송병석에게 붙어서 그의 모사가 되었단 말인가?
"송병석은 정수영의 잔당들에게 쫒겨나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한 PC방을 접수 거기서
세력을 늘렸다고 합니다. 이때 최진우가 시간을 떼우려고 송병석의 PC방에 가서 맞고를
했다가 너무 오래빠져들어서 돈이 모자랐다고 합니다. 그러자 송병석이 돈대신 마우스
볼 청소를 시켰고 그렇게 해서 서로 뜻이 맞아 같이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주군이
자리를 비우신것을 알고 좋은 때라고 생각해서 본진을 들이닥친것입니다."
"으음.. 그렇게 된거구만..."
홍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송병석은 계속되는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다. 역시
승리의 일등공신은 자신을도와 여러 꾀를 내준 최진우였다. 송병석이 최진우에게 미소를
띄며 말을 건냈다.
"그대덕에 이렇게 큰 승리를 거뒀소."
"아직 안심할때가 아닙니다. 곧 홍진호는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위해 공격을 할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막아야 하겠소?"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만, 들어보시겠습니까?"
최진우가 송병석의 귀에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송병석이 무릎을 치며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홍진호에게 메일이 도착한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저희들은 PC방 업주들 모임 대표들로 송병석이 이땅을 차지하고 저희들을 핍박하기가
이루 말할수 없이 심하여 이렇게 장군께 도움을 청하려고 합니다. 오늘 새벽 저희들이
몰래 막혀있는 배럭스를 띄울테니 그 때를 틈타 장군이 쳐들어오시면 쉽게 옛 땅을 되찾
으실수 있을겁니다. 부디 저희들을 구해주시옵소서.'
"좋다!! 기회가 왔다!!"
"혹시 이것이 놈들의 계략은 아닐까요? 주군께선 너무 성급히 몸을 움직이지 마옵소서."
"송병석이 이런 계략을 쓸만큼 똑똑하지는 않소. 애초에 전략이라면 질색을 하는 선수가
아니오. 너무 과한 걱정이외다."
"그래도 저쪽에는 최진우가..."
"최진우 역시 이런 속임수는 쓰는 선수가 아니니 심려치마오. 임요환이나 김대기가 저쪽에
있었으면 모르되 그게 아닌이상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홍진호가 조용호의 우려를 덮어두고 병력을 모아 송병석의 진영 앞에 몰래 집결시켰다.
곧 날이 어두워지고 컴컴한 새벽이 되자 송병석의 입구를 막고있던 배럭스가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배럭스가 올라갔다!! 모두 전병력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라!! 송병석을 체포하는자는
카트라이더 10만루찌를 주겠다!!"
홍진호가 그렇게 소리치자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순식간에 송병석의 진영으로
병사들이 밀어닥쳐 공격을 하려는 찰나, 정작 송병석의 진영에는 전갈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이냐!! 적군들이 왜없어? 왜없어?"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아마 적의 속임수에 당한것 같습니다!"
"이런!!"
"모두 스톰을 지져라 리버는 스캐럽을 쏘아라!!!"
그때 송병석이 어딘가에 나타나서 크게 소리질렀다. 아비터로 리콜되온 송병석의 병력
들이 순식간에 홍진호를 둘러싸고 스톰을 지지고 스캐럽을 날렸다. 홍진호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패닉상태가 되어 달팽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홍진호역시 자기를 따라오는
스캐럽을 피해 연신 도망치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부하장수들과 멀리 떨어져
홀로 고립될수밖에 없었다. 스캐럽이 불발되었음에도 한참을 놀라 도망다니던 홍진호는
곧 스캐럽이 따라오지않는 다는것을 알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구를 향해
조심스레 달려나갔다. 그러던 그때...
저 멀리서 송병석이 적토마를 들고 전진하고 있는게 아닌가. 홍진호는 순간 심장이 다
얼어붙었다.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그 옆을 지나가려는 찰나 송병석이 방천화키보드
로 홍진호의 머리를 툭툭치며 물어보았다.
"어이 공방양민, 혹시 이 길로 홍진호 지나가는거 못봤어?"
"아, 아아 호응지인호 마알쓰으음이이시이입니까아아~~? 저어기이이 저어쪼오옥 문으로
도오마아앙가아아느으으은거얼 보아았스읍니이다마아안..."
"그래? 근데 이 새,끼 왜이리 말이 느려??"
"아아.. 제에가아아 고오햐아앙이 추우웅처엉도오 사라암이이이라서어어유우우~~"
"말좀 빨리 빨리 해. 원 느려터져서. 자 우리 저쪽으로 가자! 홍진호를 놓쳐선 안된다!!"
순간의 기지로 간신히 위험을 모면한 홍진호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반대편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주군!!"
"오 경락이가 아니냐!!"
홍진호는 마치 카트라이더1위로 달리다가 쉴드를 만난 기분이었다.
"주군! 이곳은 이제 위험합니다. 어서 빨리 도망가야 합니다."
"그래 어디로 도망쳐야 하느냐?"
"남문 서문 북문 모두 건물로 꽉 막혀있습니다. 다만 동문이 건물이 없어 비어있습니다.
하지만 벙커옆을 지나야하는데 벙커안에 파이어뱃이 가득들어있습니다. 주군!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저를따라 벙커를 뛰어넘으셔야 합니다!!"
"그래 알았다!! 어서 동문으로 가자!!"
동문으로 홍진호와 박경락이 도착하자 위풍당당한 벙커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벙커로는 입구를 못막습니다. 제가 한번 길을 열어보일테니 저를 뒤따라 오십시오."
박경락이 뛰어나가 벙커사이를 가로질러갔다. 벙커에서 파이어뱃이 불을 뿜어댔으나
박경락의 빠른 몸놀림과 적절한 버로우로 불길을 피해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주군! 어서 오십시오!!"
"알았다."
홍진호도 가속도를 붙여 벙커사이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때 벙커에서 파이어뱃4마리가
뛰쳐나오더니 스팀팩을 맞고 다시 벙커안으로 들어가는게 아닌가?
"으악!!"
전보다 더 미칠듯이 타오르는 불길에 홍진호는 그만 벙커를 지나는 도중 불에 데여
쓰러지고 말았다. 박경락이 황급히 달려와 쓰러져있는 홍진호를 부축해서 데리고 나왔다.
그러나 홍진호는 이미 상당히 불에 데여 머리숱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머리숱의
반도 북쪽의 높으신분처럼 뽀글이가 되어있었다.
본진으로 돌아와 불에데인 상처를 치료하며 요양하던 홍진호는 그와중에도 이것을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곧 부하들을 불러 말하기를
"내가 전쟁중에 크게 불에 데어 외모가 레어에서 해쳐리로 역변태해 프로게이머생활을
계속 할수없어 은퇴한다고 소문을 퍼트려라. 그럼 송병석이 이를 기회로 삼고 기습을
할테니 그때 송병석에게 복수를 해주리라."
곧 홍진호의 진영에서 은퇴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 검은 상복을 입고 홍진호의
간지사진을 든채로 통곡하며 줄을 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수많은 홍진호의 여고생팬들이
몰려와서 울음을 터트리며 홍진호의 집벽에 '오빠 가지마요'라는 낙서를 수없이 해놓았다.
"옳지!! 이제 홍진호는 끝났다!!"
송병석이 무릎을 치며 좋다구나 병력을 모아 집결시켰다. 곧 수백의 가려뽑은 게이머들이
집결되자 송병석이 은퇴식 준비에 한창인 홍진호에게 쳐들어갔다. 열심히 홍진호의 병력
을 공격하러 무리하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홍진호가 멀쩡한 표정으로 나타
났다.
"송병석! 너는 이미 내 계략에 빠졌다. 이윤열, 이병민, 김정민, 김민구 당장 송병석을
잡아라!!"
곧 홍진호가 자랑하는 네장수들이 사방에서 송병석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송병석은
그저 자신의 살길을 찾아 도망갈수밖에 없었다. 그 아수라장속에 송병석의 병력은 모두
전멸당하고 송병석은 다시 외로운 떠돌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 이번 싸움으로 그동안 송병석에게 빼앗긴 모든 멀티를 되찾을수있었다."
"이 모든게 주군의 뛰어난 지략(잔머리)덕분이옵니다."
"그래, 송병석의 일을 수습했으니 이제 다시 서주를 공격해서 우리 스승님의 원수를
갚아야 하지않겠느냐!!"
"이미 서주는 서주의 주인 성상훈이 나이트를 갔고 그 주인자리를 임요환에게 물려주었
습니다. 임요환은 곧 자신을 따서 SKT라고 달리 명명했습니다."
"이 머리큰놈이, 한개의 미네랄도 소비하지 않고 서주를 먹다니!! 용서할수없다. 스승님의
원수를 갚기전에 이놈이 먼저 서주를 먹다니.. 우리도 이름을 바꾼다. 앞으로 우리는 KTF다!!"
"주군! 무슨 뜻이옵니까?"
"큰머리 TERRAN Fuxx 이다!! 당장 병력을 소집해라! 곧바로 임요환에게 들이닥쳐 아작
을 내주리라!!"
흥분하여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홍진호를 조용호가 말렸다.
"주군!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다시 임요환을 치러 병력을 보냈다가 이렇게 뒷통수를
공격당할수가 있사옵니다. 일단 뒤를 안전하게 정리한뒤에 임요환을 치는것이 순서이
옵니다."
홍진호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옳은 말이었다. 곧 화를 가라앉히고 주변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임요환과 홍진호, 그리고 SKT와 KTF의 라이벌전은 잠시 뒷날을 기약할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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